예술하는 습관 - 위대한 창조의 순간을 만든 구체적 하루의 기록
메이슨 커리 지음, 이미정 옮김 / 걷는나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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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나 음악가 같은 예술가들은 자유로운 삶속에서 창작을 한다고 짐작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성공적인 예술가들은 의외로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매일 정해진 분량의 작업을 합니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매일 오전 10쪽 분량의 글을 쓰고, 오후 1시부터는 사람들과 만나 점심을 먹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아침에 달리기를 하고, 간단한 식사 후에 글을 쓰고, 오후에는 쉬고, 저녁에는 음악을 듣는 일상을 지킨다고 합니다. 절대 무리하지 않고 일상의 루틴을 정확히 지켜나가려고 합니다. 그것이 오랫동안 글을 쓸 수 있는 비결이라고 많은 작가들이 말합니다.

예술가로 산다는 건 일반적인 직업인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삶입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131명의 여성 예술가들이 작품작업을 위한 습관에 대해서 기술해 놓은 책입니다. 저자는 이들에 관한 인터뷰와 각종 매체 보도를 조사하고 생존 인물들에 대해선 직접 접촉해 일과 휴식의 균형, 시간을 쪼개 사용하는 법, 어떤 일에 집중하고 어떤 일은 포기하는지 등을 분석했습니다.

저자는 왜 어떤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을 이루는지에 대한 답을 얻고자 했습니다. 그중에 집안일과 창작을 함께 처리해야 하는 여성에 관한 책을 썼습니다. 책에 나오는 예술가마다 자신만의 루틴이 있습니다. 예술을 위해 독신을 선택한 사람과 즉흥적으로 하루를 보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각자 독특한 습관과 비법이 있지만, 엄마 예술가들은 시간 만들기에 집중했습니다. 10분이라도 작업을 위해 치열하게 시간을 사용했습니다. 그녀들은 자신의 아이를 장애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저 환경에 맞는 루틴을 만들고 매일 반복할 뿐입니다.

60세 인정받은 화가 앨리스 닐이 있습니다. 그녀는 가난한 살림에 두 아들은 키우며 그림을 그렸습니다. 결혼 전보다 작업 시간은 줄었지만, 아이가 잠든 시간 동안 꾸준하게 예술활동을 하였습니다. 만약 현실에 타협하고 그리기를 중단했더라면 예술가가 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또, 시인 하우는 여섯 아이를 키우며 시집과 연극 몇 편을 썼습니다. 남편이 문학 활동을 반대하는데도 굴하지 않았습니다. 냉수 목욕하기와 차 마시기 습관을 만들어 기분을 유지하고 쉬지 않고 일하고 일했습니다. 그녀는 부부가 서로 대등한 관계이길 원했고 삶의 목표가 있었습니다.

여성들의 이야기라서 더욱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습니다. 여성에게 있어 일상의 삶과 자신의 일을 균형 있게 양립해 나간다는 것이 얼마나 큰 고충인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지만, 무엇에 우선하느냐에 따라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또, 하나의 위대한 작품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치열한 작가 자신과의 싸움 끝에 나오는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정말 미처 생각하지 못할 일하는 방식은 물론이고 결정적인 습관들이 흥미롭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나오는 화가나 사진작가, 음악가, 소설가의 작품들이 궁금해져서 찾아보게 됩니다. 노래를 감상하고 작품에 대한 간략한 내용을 확인하다보니 시간은 많이 걸렸지만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잠깐 반짝하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잘 해나가기 위해서는 천부적 재능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일상 루틴을 만들어 철저하게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책을 읽고 나서, 일상 루틴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외부활동보다 더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전에는 일정에 맞춰 쫓기듯이 살았지만, 이제는 좀더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작은 일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131인의 루틴 이야기는 마음이 흐트러질 때마다 좋은 동기부여가 될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자신만의 루틴 만들기, 오늘부터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수잔 손택의 말을 빌리자면, 삶과 프로젝트의 조화는 불가능하고, 그러한 조화를 위한 노력을 포기하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 내가 이 책을 쓰면서 계속 떠오른 의문은 한때 콜레트가 조르주 상드를 보고 떠올렸다는 질문과 같다. "대체 어떻게 해낸 거지?"
- P13

여자는 항상 남자를 돕고 자신의 성취를 추구하지 않는 따분한 삶을 살아요. 하지만 전 제가 예술가가 되고 싶었어요! 제게 좋은 아내가 있었으면 더욱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었을 거예요. 물론 이건 남성 우월주의자들이 할 법한 생각이죠. 하지만 그게 제가 마주한 세상이었어요.
- P134

창의적 활동을 능가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 시간 동안에는 자신을 잊은 채 소리의 세계에서만 숨 쉰다 하더라도 말이다.
- P141

신념에 충실했어요. 패배자의 운명을 가진 이들의 용기, 강자의 약점, 오해의 비극, 놓쳐버린 기회들을 희극으로 표현하려고 최선을 다했어요.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그 모든 일을 어떻게 견뎌낼 수 있겠어요?
- P153

정신이 녹슬기 시작하면 대책 없이 심각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 글을 쓰는 게 중요한 것이다. 더없이 한탄스러운 허튼 소리를 쓸 수도 있지만 결국에는 매일 글을 쓰지 않았다면 얻지 못했을 한두 쪽의 글이 나온다. 그러므로 계속 글을 써야 한다. 그것이 레이스 드기를 제외한 여성의 유일한 희망이다
- P196

전 모든 걸 무의식적 선택에 완전히 맡겨버려요. 다듬는 과정이라는 게 제 작품에는 항상 재앙과도 같았기에 그 과정은 생략했어요. 인위적인 것보다 조잡하더라도 진실한 것을 선호해요. - 케이트 쇼팽
- P269

이름 지을 수 없는 감정이 시발점이에요. 분위기랄까, 뭐 그런게 느껴지죠. 전 그렇게 느껴지거나 떠오르는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글을 쓰려고 해요. 그 과정이 잘 진행되면 결국에는 그 분위기가 영화가 되죠
- P281

화장실, 배, 제트기, 헛간, 뉴욕과 샌프란시스코를 오가는 기차나 파리에서 마드리드로 가는 기차에서도 글을 썼어요. 침대에 누워서, 혹은 병원의 기계장치에 기대어 글을 썼고, 호텔과 지하창고, 모텔, 자동차 안에서도 글을 썼죠. 건강하든 아프든, 행복하든 절망적이든 상관하지 않고 항상 글을 썼어요
- P296

일을 할 수 없었다는 사정은 아무 의미가 없어요. 여생을 계획하는 것처럼 일도 계획해서 처리하면 되니까요. 우연히 손에 들어오는 건 없죠. - 캐서린 오피
- P298

같은 환경에서 같은 것들을 겪으며 살아가는 습관적 삶에 빠지고 싶지 않아요. 전 항상 이사를 다녀요. 광적일 정도죠. 일상생활의 물질적 문제들은 따분하기 그지없어요
- P321

일상적인 일정에서 아주 사소한 것 하나만 틀어져도 나는 완전히 탈선해버리고 만다. - 이디스 워튼

- P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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