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입자들
정혁용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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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택배를 자주 이용하지는 않지만 코로나이후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보니, 택배를 자주 주문하게 됩니다. 제가 사는 곳은 고층아파트인데, 종종 택배를 배달하시는 기사님을 보면 힘겨워보입니다. 택배가 가득 쌓인 카트를 끌고 꼭대기 층으로 올라간 뒤 한 층 한 층 타고 내려오면서 차례로 배달을 하십니다. 가끔 뉴스에 택배기사님들을 상대로 갑질 아닌 갑질을 해서 논란이 되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미스테리한 과거를 갖고 있는듯한 느낌을 물씬 주는 45살의 중년 남성인 주인공은 집도 절도 가족도 없이 행운동에서 택배기사 일을 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과는 다른 독특한 관점을 가진 주인공은 나름 자신만의 철학과 소신으로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이 소설에는 다양한 인물과 사건이 등장합니다. 매일 담배 한가치를 빌려가지 않는 여자는 우울증에 걸려 있다며 대화를 청하기도 하고, 경제철학을 배우러 오라는 할아버지는 이상하게 그를 잘 따릅니다. 보디가드를 달고 다니는 동네 바보, 미모를 자랑하는 손녀, 자신을 유혹하는 게이바 직원들 등 심지어 자신의 개인사를 털어놓으며 들어달라고 하는 사람까지 정말 다양하게 등장합니다.

또, 택배업이 서비스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동네 사람들은 당연하게 요구하길 멈추지 않습니다. 원하는 곳까지 놔주고 가라는 명령부터 친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건의를 넣겠다는 둥 택배기사들이 현장에서 겪는 적나라한 모습들과 진상 고객들은 우리의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주인공 ‘행운동’ 기사는 택배를 전달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인연을 맺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기사의 일상에 무례하게 침범하거나, 반대로 너무 무심합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 따뜻한 위로뿐인데요

작가는 평온한 하루 사이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연을 가지고 마주치고 새로운 사연을 만들어 가는지,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관계에서 벗어나 혼자 있고 싶어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고민을 하고 그들의 일상을 묘사했습니다. 택배기사의 현실을 씁쓸하지만 현실적으로 보여주면서도 주인공의 정체에 대한 미스터리소설이었습니다.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소재의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요즘 그런 책들에 비해, 신선하고 자극적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일상의 소재들과 평범하지만은 않은 인물들의 평탄한 이야기가 작가 특유의 유머가 잘 스며들어있었습니다. 실제로 작가가 택배 일을 하면서 느끼고 경험했을 생생한 현장감과 자신의 삶을 흔들림 없이 걷고 있는 당당한 모습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마지막까지 읽으면서 그가 뭘 하던 사람인지에 대해선 자세한 설명이 없어서 더 좋았습니다. 마지막에 그에 대한 베일이 벗겨지면서 구구절절 설명했다면 실망감이 엄청 컸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사람은 서로가 서로에게 모두 ‘침입자들’입니다. 주인공이 인간관계를 피해 살려고 하지만 어떻게든, 어떤 식으로든 타인과의 얽힘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처럼, 폐쇄적으로 살던 그들에게 역시 주인공 또한 ‘침입자’일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세상의 한 단면을 보는 듯, 어쩌면 누군가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듯, 그렇게 이 소설을 읽었습니다.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택배기사의 삶에 깊은 공감을 느낀 건 그 속에 담긴 이야기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무튼 그때의 나는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에 있었다.12시 정각이었고 막 서울에 도착한 참이었다. 여벌의 옷이 든 가방,9만 8천원이 든 지갑,마흔 다섯의 나이와 텅 빈 시간만이 내가 가진 전부였다. 거리는 여름의 열기로 가득 차 있었고, 간혹 한 줌의 행인들이 힘없이 지나곤 했다. 길면 일주일,짧으면 이틀을 버틸 수 있을지 모를 돈을 들고 벤치에 앉아 담배를 피웠다. 네개비째를 피운 후 핸드폰을 꺼냈다. 그제야 구직사이트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사람을 상대하거나 어울릴 필요가 없는 일이라면 종류는 상관없었다. 남는 것은 육체노동 뿐이었다
- P12

연민에는 책임이 따른다. 책임을 지지 못하면 동정으로 전락하고. 누구에게도 누군가를 동정할 권리가 없다. 그게 내 생각이었다
- P60

하지만 이 일에서 배운 게 있다면 버나드 쇼의 말이 맞다는 거다. 돼지와 뒹굴어서는 안 된다는 것. 함께 더러워질 뿐이고, 심지어 돼지가 그걸 좋아한다는 사실
- P70

종종 있다. 아니 너무 많다. 택배기사를 자기 집 하인쯤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일일이 싸울 수 없으니 보통은 그냥 넘어가지만 오늘처럼 비가 오고 배송이 늦어지는 날은 사소한 일에도 전투태세가 된다. 사람인 이상 어쩔 수가 없다. 혹은 미성숙해서 그렇거나. 부탁이라면 좀 짜증이 나더라도 해주지만 명령조에는 경기를 일으키는 나는 이런 날에는 신경이 더 곤두선다
- P74

고객님 자본주의 논리를 좋아하시는 것 같으니 자본주의 논리로 해보죠. 이 택배 배송비가 천백원이에요. 아침에 분류하는 노동비, 배송 노동비, 차량유지비, 유류대, 보험료, 전화비, 클레임과 분실 비용, 제 이윤 등을 빼고 나면 여유분은 아예 없거나 많으면 일 원이나 이 원이 남을지 몰라요. 택배 하나당 말이죠. 그럼 설명 좀 해주세요. 도대체 일 원이나 이 원의 서비스가 어떤 것인지. 케인즈 관점의 거시경제학으로? 아님, 하이에크의 영향을 받은 신자유주의의 논리로?
- P79

육체노동의 장점이 있다면 적어도 퇴근 후에 집까지 일이 따라오지 않는다는 거다. 하지만 서비스란 개념이 도입되면서 이마저도 사라졌다. 감정노동이 추가된 것이다. 그 감정의 쓰레기통이 내가 될 이유도 없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받아쳐야 한다면 받아쳐야 한다. 사회가 바뀌지 않는다면 나라도 살아남아야 하니까
- P81

일은 무수히 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결국 아무도 만나지 않는 일이라는 게 유일한 매력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쓸데없는 인간들과 엮이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 P87

"같은 보폭과 같은 속도로 움직여야지. 말은 쉽게 들리겠지만 거기까지 가는 게 무척 힘들어. 얘기를 나눌 상대도 일상의 변화도 없어. 매일 똑같은 택배와 고독만 있지. 뭐, 성격만 맞는다면야 구도 행위로 볼 수도 있겠지만."
- P150

다음에 말을 섞은 건 건물 경비와 마스크가 싸울 때였다. 흔한 광경이었다. 갑도 을도 아닌, 병이 정에게 갑질을 하는 건물 안으로 배송을 하러 들어가려는데 환갑이 넘어 보이는 경비가 마스크를 보며 흥분하고 있었다
- P170

끼니를 걱정해야 하면 빈곤, 끼니는 해결되면 가난이겠죠. 가난은 그런대로 견딜 수 있어요. 하지만 빈곤이 되면 죽음이라는 공포와 싸워야 해요.
- P186

사회는 집념, 포기하지 않는 노력, 뭐 그런 걸 강요하지만 글쎄요, 제 생각엔 희망이란 게 사람에게 힘을 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자신을 괴롭히기만 할 뿐인 것 같아요. 그럴 땐 포기하면 편하죠. 정말 그래야 할 일은 살면서 한두 가지정도인 것 같아요. 대개의 일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도망갈 수 있다면 도망가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마음이 드는 건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일이라는 뜻이니까요
- P189

사람이란 한계치에 다다르면 나뭇잎 한 장이 얹혀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법이다. 한계치는 사람마다 다르며 죽는 것보다 사는 게 힘들기 때문에 선택하는 것이다. 타인이 그 무게를 어찌 알겠는가? 설명 부부라고 해도 말이다
- P204

현대 교육의 핵심은 야성의 제거에요. 노예에게 야성이 있으면 다루기 힘드니까. 집에서 기르는 개와 마찬가지죠. 먹이를 주고 쥐꼬리만 한 안정감을 쥐여주면 나머지는 원하는 대로 부려 먹을 수 있죠. 교육의 내용은 중요하지 않아요. 경쟁을 시키고 서열을 주면 알아서 서로를 증오하며 끌어내리고 밟고 올라서기 바쁘죠. 그러면서 태연한 얼굴로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건 자유라고 말하죠. 자유가 어떤 건지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도 모르고 말이죠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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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딩, 턴
서유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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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처음 소설 표지 제목을 보고 나서는 한동안 댄스 동호회에서 만난 두 남녀의 유쾌한 밀당 이야기가 주가 되는 로맨스 소설이라 생각했습니다. 연애 드라마가 연애의 달콤한 감정을 대리 체험하듯 담아내었다면, 이 소설은 두 남녀의 사랑의 온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언급하자면, 30대 남녀의 결혼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두 남녀는 스윙댄스 동호회에서 만납니다. 첫만남에 찌릿한 감정, 혹은 호감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 둘 사이를 무디게 만들어 준 '사랑'이란 감정은 어느덧 둘 사이의 만남으로 이어졌고, 그렇게 둘은 행복의 끝이라 일컬어지는 결혼을 하였습니다. 함께 집을 꾸미고, 대출을 갚아가고, 가끔 토라지면 사과를 하고, 화해를 하는 일상이 반복됩니다. 평범하지만 누구나 다 그럴 것이라는 결혼 생활에 금이 가기 시작한 건 어느 한 시점이 결정타가 아니었습니다. 천천히 서로 다르다고 말하는 이혼 사유로 뻔하지만 그 뻔함을 부정할 수 없는 '성격차이'라 불리는 그 틈 사이로 균열이 비집고 들어왔습니다. 스윙댄스 동작에 맞추어 추던 시냇물이 바위를 만나 나누어지듯 자연스레 두 사람은 갈라섭니다.

지원과 영진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너무나 미숙했습니다. 두 사람은 사랑의 이유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아무래도 생활의 이유를 모르는 듯합니다. 결혼은 동화책의 결말처럼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결론질 수 없습니다. 둘다 이 사실을 끝내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결혼이란 사랑을 생활로 바꾸는 것입니다. ‘오래 연애하는 것 같은’생활은 환상에 불과합니다.

최종적으로 만나 이혼에 합의하면서 두 사람은 ‘생활의 실체’를 어렴풋이 깨닫습니다. 하지만 되돌리기엔 너무 멀리 온 듯 합니다. 그들의 결별은 후련하다기보다는 찜찜한 기분을 남깁니다. 작가 서유미는 냉정하게 ‘쿨한’ 사랑의 종말로 산뜻하게 끝을 맺습니다. 어차피 어떤 사랑도 사소하게 시작하는데 이별이라고 반드시 원수처럼 끝낼 필요 없지 않은가? 상처 없이 깔끔하게 끝내는 결혼도 있지 않는가? 라며 묻고 있는 듯 했습니다.

이제 결혼생활 5년이 넘어가는 지금, 나의 춤, 우리의 무대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신혼 초에는 서로에 대해 잘 몰라서 힘들고 어렵게 느껴졌지만, 이제는 서로의 목소리만 들어도 감으로 느껴질만큼 서로를 잘 아는 부부가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나만의 어려움과 힘겨움만 생각했다면 이제는 남편의 어려움과 짐도 보게 됩니다. 꿈같은 신혼시절보다 오히려 지금이 더욱 안정이 되어가는 듯합니다.

남편에게 말하고 싶습니다.“서로의 반짝이는 순간을 기억하며 이 춤을, 이 무대를 멈추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과 함께, 영원히 홀딩, 턴을 반복하고 싶습니다. 내 곁에 오래 남아 함께 할 사람은 당신이니까요!”

잘 지내는 것 같던 연인이나 부부의 관계가 깨질 때 상대의 불륜이나 변심, 파산, 폭력, 중독은 선명한 파경의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하나로 명명하게 어려운 이유들이 자잘하게 집 여기저기에 곰팡이처럼 번져버린 경우도 있다. 볼 때마다 닦고 주기적으로 꺼내서 말리는데도 은밀하고 깊숙하게 번져나간 곰팡이를 목격할 때면 어느 순간 맥이 탁 풀리며 손을 놓고 싶어진다. 곰팡이가 관계를 삼켜버리는 것이다
- P47

지원은 자신이 누군가에게 조각으로 보이는 게 싫고 당신이 본 게 다가 아니니 드러나지 않은 가능성이나 진심 같은 걸 봐달라고 호소하면서도 다른 사람을 대할 때는 드러난 일부분만 보고 쉽게 단정 지어버렸다. 그래서 사람들과의 만남이나 관계가 입체로 넘어가지 못하고 선이나 면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었다
- P95

지나온 어떤 순간, 인상적인 장면을 꺼내 후후 불어 맛볼 수 있다는 건 인생이 베푼 행운임에 틀림없다. 그런 면에서 인생에는 언제든 뜨거운 물을 부은 뒤 우려먹을 수 있는 티백이 필요하다
- P99

인생의 어떤 순간에는 세탁의 시간을 지나는 것 같았다. 코스의 어디쯤에서 물이 차기를 기다렸다가 그 과정을 지나면 다음코스로 넘어간다. 유쾌한 기분이라고 할 순 없지만 더 나빠질 건 없다는 생각으로 몸의 힘을 뺀다. 지금은 거품이 일지만 다음 코스, 그 다음 코스를 지나면 결국 세제가 씻겨 내려갈 거라는 사실에 몸을 맡긴다. 어떤 일이든 시간의 흐름과 함께 지나가리라는 믿음이 필요한 때가 있다
- P114

사랑에 빠지는 이유는 단순한데 함께 살 수 없는 이유는 구질구질하게 길었다. 그래서 말로 다 할 수 없는 그 사연들을 하나로 묶어 사람들이 성격차이라고 명명하는 것 같았다
- P122

결혼생활 내내 지원은 누군가를 이런 사람이라고 규정하는 게 얼마나 무모한가, 생각했다. 한 사람은 수천 개의 갈래로 나뉘고 수많은 변수로 이루어진다. 그나 그녀를 잘 안다고 생각해도 그 앎 때문에 오히려 관계 속에서 자주 길을 잃고 좌절하게 된다. 그러다가 뜻하지 않게 보석을 발견할 때도 있지만
- P130

지원과 영진이 알면서도 자주 잊어버리고 간과하는 것이 있다. 서로를 바꿀 수 없다는 사실. 상대의 치명적인 단점을 바꿀 수 없다는 것. 일시적으로 변하게 하거나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완전히 바꿀 순 없다는 것. 그래서 사람들은 우선 자신을 바꿔보려고 노력한다. 상대의 단점 때문에 화내거나 싸우는 것보다 이 관계를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순간 그 단점을 외면하거나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애쓰는 것이다
- P144

결혼이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살면서 행복해지려고 했던 거라면 이혼에 대한 고민도 앞으로의 행복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당사자인 두 사람이 그렇게 하는게 좋겠다고 합의 하는 순간 타당한 일이 된다.
- P147

지원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욕실에 들어가 샤워기를 틀었다. 눈을 꼭 감은 채 한동안 따뜻한 물줄기 아래 서 있자 몸과 마음이 물컹해지며 어떤 부분이 찬찬히 녹아내렸다. 영진이 짐을 싸서 나간 뒤 처음으로 소리 내어 울었다. 울음소리가 물소리에 내려앉았다. 딱딱하게 뭉치고 굳어 있던 감정들이 비누처럼 물러지고 풀어졌다. 다 녹아버릴 때까지 울고 싶다고 생각하며 샤워기 아래 서 있었다. 눈물과 울음소리가 배수구로 빠져나갔다
- P152

하지만 상처가 없고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어쩔 수 없이 외로워졌다. 그 외로움은 같은 종류의 아픔을 겪은 사람에게 자신의 상처를 보여주며 위로를 받고 싶은 마음과 한편으로는 그런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 지내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생겨났다
- P164

1년 전인가. 출근길에 횡단보도 앞에 서 있는데 갑자기 확 뛰어들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거야. 특별히 힘든 일이 있었다거나 회사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거 아니었다. 그저 좀 지쳤고 사는 게 고단했다. 전치 4주 정도만 나오면 좋겠다고 바랐다. 일을 그만두지 않고 합법적으로 쉬려면 다치거나 아파야 했다. 병실에 누워 있고 싶진 않았지만 한 달만 주민센터에 안 나가고 마음대로 살 수 있다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 P227

살다보니 누군가 치명적인 잘못을 저질러서 신뢰가 깨지고 그 때문에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던지고 부수고 머리끄덩이를 잡고 서로 죽일 듯이 싸워야만 헤어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같은 집에 살면서 대화는커녕 눈도 마주치지 않고 서로의 뒷모습을 보며 적의가 담긴 눈길을 쏘아대는 순간 헤어짐이 시작되는 것이다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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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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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단편들이 많은 부분 여자들(친구, 선배, 엄마의 친구들)간의 우정과 소원해짐, 그리고 재회를 다루고 있습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 감정에 대한 글들은 나름 잘 쓴 듯 하지만, 비슷한 주제가 반복하다 보니 지루했습니다. 더군다나, 작품 속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우울하고 어두웠습니다. 그러나, 이 소설들에서 특히 좋았던 점은 바로 이들의 불안한 마음을 바라보는 태도였습니다. 꼭 고쳐야한다는 의무나 강요 없이, 이들의 불안함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작품 안에서도 인물들이 서로를 무리하며 바꾸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야기를 서술하는 인물 역시 이들에게 어떤 편견 없이 그들의 감정을 감정 그대로 받아들이고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 같아 불편하거나 부담스럽지 않았습니다.

각 작품들의 주인공들은 불안정하고, 위태롭지만 그러면서도 단단하고 매력있습니다. 이 책에는 너무 작고 보잘것 없어 보여서 지나쳐 버리고 마는 그런 감정들을 끄집어 표현해내는 섬세함이 있는데 그 섬세함이 주인공들을 더 매력적이게 만들어줍니다.

작가는 특유의 섬세한 표현으로 독자들로 하여금 인물들에게 공감하게 하고, 그들의 삶을 독자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듯 합니다. 또, 사람 사이에 질투, 증오 등 추한 감정과 사랑, 그리움 등 따뜻한 감정이 오가는 것을 표현하는 것에서 ‘사람’을 생각하는 작가의 인간적인 시선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글이란, 기교나 논리성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 소설을 통해서 새삼 깨닫게 됩니다. 글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작가가 가진 사람에 대한, 세상에 대한 진정성 때문일 것입니다.

새삼 소설의 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소설은 내가 경험해보지 못하는 일들을 마치 내 이야기처럼 경험하고 공감하게 만들어줍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각자 나름의 삶이 있다고 하면 쓰여져 있다고 해도 타인에 대한 이해의 폭이 어느 수준에 도달하면, 타인의 삶에 대한 멸시와 혐오의 감정이 좀 줄어들고 좀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그냥 쇼코의 가상 친구나 일기장 정도였는데, 쇼코는 그냥 그 일기장에 일기 쓰기를 그만둔 것뿐인데, 일기장 주제에 쇼코의 삶에 개입하려고 했다니.
- P23

꿈. 그것은 허영심, 공명심, 인정욕구, 복수심 같은 더러운 마음들을 뒤집어쓴 얼룩덜룩한 허울에 불과했다. 꼬인 혀로 영화 없이는 살 수 없어, 영화는 정말 절실해, 같은 말들을 하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제대로 풀리지 않는 욕망의 비린내를 맡았다. 내 욕망이 그들보다 더 컸으면 컸지 결코 더 작지 않았지만 나는 마치 이 일이 절실하지 않은 것처럼 연기했다
- P34

가끔씩 할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오면 받지 않거나 건성으로 받곤 했다. 할아버지는 늘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냥 당연히, 원래 그렇게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내 상황이 나아지고 자리를 잡아서 떳떳해져야 한다고만 생각했었다. 할아버지는 건강에 대해 가타부타하지 않았고, 되려 나이가 드니 감기도 잘 안 걸린다고 말했었다.
- P43

헤어지고 나서도 다시 웃으며 볼 수 있는 사람이 있고, 끝이 어떠했든 추억만으로도 웃음 지을 수 있는 사이가 있는 한편, 어떤 헤어짐은 긴 시간이 지나도 돌아보고 싶지 않은 상심으로 남는다고
- P90

할머니는 일생 동안 인색하고 무정한 사람이었고, 그런 태도로 답답한 인생을 버텨냈다. 엄마는 그런 할머니를 이해하지 못했고, 그런 태도를 경멸했지만 시간이 흐르고 난 뒤 그 무정함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상대의 고통을 같이 나눠 질 수 없다면, 상대의 삶을 일정 부분 같이 살아낼 용기도 없다면 어설픈 애정보다는 무정함을 택하는 것이 나았다. 그게 할머니의 방식이었다.
- P105

세상은 사람에 대한 사람의 사랑을, 제 목숨을 몇 번이고 팔아서라도 사람을 살려내고 싶다는 그 간절한 마음을 도리어 비웃었다. 사람에 대한 사랑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리너 너희 힘없는 인간들은 언제나 조심하고 사는 것이 좋을 거라고, 그 평범한 인간 여덟 명의 목숨 따위가 뭐가 대수냐고, 우리가 법이라고 하면 법이고 빨갱이라고 하면 빨갱이인 거라고, 꿇으라면 꿇으라고, 사람 같은 거 명분만 달아놓으면 쉽게 죽일 수도 있는 거라고, 그러니 입 다물고 말이나 잘 들으라고. 그들은 나라에 의해 살해되었다
- P108

서로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했던 그런 태도가 서서히 그들의 사이를 멀게 했고, 함께 살았던 시간 동안 쌓아왔던 마음들도 더이상 그 관계를 지탱해주지 못했다
- P114

두려움은 내게 생긴 대로 살아서는 안 되며 보다 나은 인간으로 변모하기를 멈춰서는 안 된다고 말해왔었다. 달라지지 않는다면, 더 나아지지 않는다면 나는 이 세계에서 소거되어 버릴 것이었다
- P129

"기억은 재능이야. 넌 그런 재능을 타고났어."할머니는 어린 내게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건 고통스러운 일이란다. 그러니 너 자신을 조금이라도 무디게 해라. 행복한 기억이라면 더더욱 조심하렴. 행복한 기억은 보물처럼 보이지만 타오르는 숯과 같아. 두 손에 쥐고 있으면 너만 다치니 털어버려라. 얘야, 그건 선물이 아니야."
- P164

침묵은 나의 헐벗은 마음을 정직하게 보게 했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 누군가와 깊이 결합하여 분리되고 싶지 않은 마음, 잊고 싶은 마음, 잊고 싶지 않은 마음, 잊히고 싶은 마음, 잊히고 싶지 않은 마음, 온전히 이해받으면서도 해부되고 싶지 않은 마음,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 상처받아도 사랑하고 싶은 마음, 무엇보다도 한지를 보고 싶다는 마음을
- P174

세상 제일 아프고 괴로운 건 나였으니까, 내 눈에는 내 고통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 P203

다수의 선한 사람들의 세상에 대한 무관심이 세상을 망친다고 아빠는 말했다. 아빠의 말은 맞았지만 그녀는 이런 세상과 맞서 싸우고 싶지 않았다. 승패가 뻔한 링 위에 올라가고 싶지 않았다. 그녀에게 세상이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수그리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었고,자신을 소외시키고 변형시켜서라도 맞춰 살아가야 하는 곳이었다. 부딪쳐 싸우기보다는 편입되고 싶었다. 세상으로부터 초대받고 싶었다
-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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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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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작가의 7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집입니다. 단편집들이 대부분 그렇듯, 책 속의 이야기들이 한 가지 느낌을 주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작품들은 모두 상실이 주는 공허와 슬픔, 그것을 수용하는 태도를 보여줍니다.

'입동'은 한 부부가 갑작스럽게 아이를 잃은 이야기입니다.

부부는 이 슬픔을 견디다가 집안의 더러워진 벽을 새로 도배하기로 마음먹습니다. 부부가 도배를 하다가 벽에 그려진 아이의 낙서를 보는 순간 조금 새로운 국면에 도달합니다. 잘 보이지 않는 벽 아래편에 그려진 아이의 낙서처럼, 슬픔은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으면서 지워지지 않습니다. 새로운 도배지를 벽에 붙이듯이 슬픔은 덧씌워질뿐 우리의 마음속에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노찬성과 에반’은 초등학생 찬성이 버려진 개 에반을 키우는 이야기입니다. 에반이 나이가

들어 시름시름 앓을 때, 찬성은 돈이 없어 치료를 해주지 못하고 안락사를 시키기 위해 알바를 하며 돈을 번다. 찬성은 에반을 위해 자신의 개념 안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일을 해주려고 노력합니다. 진정한 공감과 용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침묵의 미래’ 에서는 '소수언어박물관'이라는 곳에서 사라져가는 언어를 보존하고 연구합니다. 그 연구가 단순히 학술적이지 않고, 실제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유리 안에 전시하고 관람객이 오면 자신의 언어로 연기하듯 인사하는 식입니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천여 개의 언어지만 아이의 울음소리는 모든 인간이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 언어라는 사실은 같은 언어를 쓰지만 따로국밥처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마음 깊숙한 곳에는 연민과 공감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켜줍니다.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는 세월호를 연상시키는 작품입니다.

상실을 마주하는 태도를 너무나도 서글프지만 연민 있게 그렸습니다. 학생을 위해 목숨을 바친 남편을 그리워하는 아내는 괴로워합니다. 주변 사람들은 남편을 애도하고 학생을 원망합니다. 이 사람들 사이에서 학생의 누나가 쓴 편지를 읽고서 화자는 울면서 남편의 용기와 희생에 끝내 눈물을 흘립니다. 아내는 주로 시리에게 질문을 합니다. 우리 인간이 잃어가고, 끝까지 지켜내야 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숨이 막히는 현실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아픔과 절망, 상실은 그들을 주저앉게 하고 그들에게 숨도 못 쉴만한 상황을 만들어 놓기도 합니다. 그들의 삶은 피폐해져가고 그들의 꿈은 사라져만 갑니다. 하지만 작가가 추적한 그들의 모습은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계속 무너져 있어야 하는, 춥고 어둡고 배고픈 그들이 문을 열고 나가는 곳은, 바깥은 여름일 것이라는 소망을 남겨둡니다. 절망은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작가는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인공들의 슬픔을 담담한 문체로 풀어내서 더 먹먹하게 느껴졌습니다. 화려한 문체도 아니지만 차분하면서도 울림이 있었습니다.

인물이 받는 불편한 감정, 그리고 불합리하다고 여겨질만한 상황 속에서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솔직하면서도 비겁한 생각들까지 매우 잘 보여주고 있어서 좋았습니다. 하지만,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의 책을 별로 안 좋아하신다면 추천드리고 싶지는 않네요.

아내에게는 정착의 사실뿐 아니라 실감이 필요한 듯했다. 쓸모와 필요로만 이뤄진 공간은 이제 물렸다는 듯, 못생긴 물건들과 사는 건 지쳤다는 듯, 아내는 물건에서 기능을 뺀 나머지를, 삶에서 생활을 뺀 나머지를 갖고 싶어 했다.
- P16

지난봄, 우리는 영우를 잃었다. 영우는 후진하는 어린이집 차에 치여 그 자리서 숨졌다. 오십이 개월. 봄이랄까 여름이란 걸, 가을 또는 겨울이란 걸 다섯 번도 채 보지 못하고였다
- P21

그 시절 찬성은 인생의 중요한 교훈을 몇 가지 깨달았는데, 돈을 벌기 위해선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과 그 인내가 무언가를 꼭 보상해주진 않는다는 점이었다. 찬성은 그곳에서 새소리와 바람소리, 자동차 배기가스와 어른들의 하품을 먹고 자랐다. 환한 대낮, 차 안에서 일제히 잠든 이들은 모두 피로에 학살당한 것처럼 보였다. 혹은 졸음 쉼터 자체가 자동차 묘지 같았다.
- P43

걱정을 가장한 흥미의 형태로, 죄책감을 동반한 즐거움의 방식으로 화제에 올랐을 터였다. 누군가의 불륜, 누군가의 이혼, 누군가의 몰락을 얘기할 때 이수도 그런 식의 관심을 비친 적 있었다. 경박해 보이지 않으려 적당한 탄식을 섞어 안타까움을 표한 적 있었다.
- P92

당시 이수를 가장 힘들게 한 건 도화 혼자 어른이 돼가는 과정을 멀찍이서 지켜보는 일이었다. 도화의 말투와 표정, 화제가 변하는 걸, 도화의 세계가 점점 커져가는 걸, 그 확장의 힘이 자신을 밀어내는 걸 감내하는 거였다. 게다가 도화는 국가가 인증하고 보증하는 시민이었다. 반면 자기는 뭐랄까, 학생도 직장인도 아닌 애매한 성인이었다. 이 사회의 구성원이되 아직 시민은 아닌 것 같은 사람이었다
- P99

웃는 것, 또 웃는 것. 무슨 일이 있더라도 웃는 것. 그리하여 영원히 절대로 죽지 않을 것처럼 구는 것
- P133

익숙한 것과 헤어지는 건 어른들도 잘 못하는 일 중 하나이니까. 긴 시간이 지난 뒤, 자식에게 애정을 베푸는 일 못지않게 거절과 상실의 경험을 주는 것도 중요한 의무란 걸 배웠다. 앞으로 아이가 맞이할 세상은 이곳과 비교도 안 되게 냉혹할 테니까. 이 세계가 그 차가움을 견디려 누군가를 뜨겁게 미워하는 방식을 택하는 곳이 되리라는 것 역시 아직 알지 못할 테니까.
- P190

나는 어떤 시간이 내 안에 통째로 들어온 걸 알았다. 그리고 그걸 매일매일 구체적으로 고통스럽게 감각해야 한다는 것도. 피부 위 허물이 새살처럼 돋아날 수 있다는데 놀랐다.
- P238

이튿날 아랫배에 분홍색 반점이 여덟 개로 늘어났다. 어떤 것은 백원짜리만 하고 또 어느 것은 완두콩만큼 작았다. 다음날은 열두 개, 그 다음날은 스무 개였다. 그것은 곧 온몸으로 퍼졌다
-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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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는 단련된다
이채훈 지음 / 더퀘스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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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크리에이터를 꿈꾸고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되는 시대입니다. 그러나,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성공할 수 없습니다. 수많은 채널과 크리에이터와 차별된 자신만의 고유 영역의 콘텐츠로 경쟁력을 갖춘 크리에이터만이 성공할 수 있습니다.

크리에이티브는 어디에서 폭발하고, 어떻게 숙성 또는 변형되며, 어떻게 완성될까요? ‘크리에이티브’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가장 빤한 이미지는 대뇌 ‘생각의 전구’에 불이 번쩍 하고 들어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크리에이티브를 이루는 일련의 과정 가운데 아주 작은 요소에 불과합다. 크리에이티브를 현실화하는 데는, 상대성원리를 발견하기까지의 기간보다 그것을 대중에게 설명할 방법을 고민한 기간이 더 길었다는 아인슈타인의 고백과도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그들의 공상가적인 열정과 만년대리 같은 성실성, 아이디어를 세일즈하는 마케터 같은 수완까지 크리에이티브의 모든 것.

크리에이티브디렉터이자 저자인 15초였던 광고 시간이 6초로 줄어들고 예산마저 1억원 이하로 줄어드는 동안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에 관한 고민과 그 밀도는 한결 높아졌습니다. 그는 최고의 아웃풋을 만들기 위해 특별한 방법을 동원하는 대신 하루 한장씩 흑백사진을 찍고, 세줄씩 일기를 쓰고, 한시간씩 달리는 습관으로 생각 근육을 단련했습니다. 단련이라는 말처럼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크리에이티브에 접근하는 5가지 태도를 단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순수한 마음, 관찰하는 눈, 기록하는 손, 편집하는 머리, 단련하는 몸이 그것입니다. 생각 근육을 온몸으로 단련하는 이 같은 습관들이 쌓이면 누구나 크리에이티브해질 수 있다고 그는 확신합니다.

막연하게 "좋은 생각, 특별한 상상을 해봐야지"라고 떠올렸던 뜬구름을 제법 구체적인 방법으로 제시해주었습니다. 현재 크리에이티브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에게는 어떻게 창조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서 자신을 단련시켜야 할지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고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매일의 일상에 그리고 사회 이슈에 광고 팁이 될 만한 공감가는 소재들이 널려 있다. 그 속에서 찾아낸 인사이트로 만든 광고를 본 사람들의 마음속에 이런 소리가 들리면 게임 끝이다. ‘어, 이거 완전 내 얘기네‘
- P51

말을 똑 부러지게 잘 하는 사람은 언어 구사 능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언어 구사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꼭 공감 능력도 좋다고는 말할 수 없다. 반면 말을 좀 어눌하게 이어가더라도 그 속에 진심이 가득 차 있는 사람은 신뢰가 간다
- P64

덕후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높은 몰입도를 꼽을 수 있다. 이들은 단순한 관심사를 취로, 취미를 전문가 수준으로 발전시킨다. 과연 무언가에 열렬히 빠져 본 적 있는 사람이 다른 일에서도 열정을 불태울 확률이 높다
- P76

거대한 wall이 눈앞에 놓여 있다고 쫄지 말자. 그 wall을 넘어뜨려 way로 바꾸는 데 필요한 건 어쩌면 거대 자본보다는 반짝이는 기지다. 그 기지의 실마리는 ‘반대로 생각하기’에 있을 확률이 높다
- P221

기존 작품이나 제품을 똑같이 따라했다면 표절이 되지만, 대상에게 깊은 자극이나 큰 영감을 얻어 충분한 궁리 끝에 새롭게 재해석한 결과물은 크리에이티브한 작품이라고 평가한다. 크리에이티브 발상에서 재해석의 힘은 그래서 중요하다. 단순히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시각과 개성으로 크리에이티브 근력을 단련해나가야 한다
- P246

creative는 ‘create’가 기본형인 동사다. create는 라틴어 creare에서 나왔다고 하는데 생김새만 봐도 crescere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creare는 ‘창조하다, 만들다, 생산하다’ 같은 의미라고 한다. 단어들이 이렇게 연결되고 파생되었는지 큰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가. 의미만 봐도 그 뿌리에 ‘ker가 있을 듯 하다. 이 말인즉슨, ‘크리에이티브’의 ‘크’는 우리말에서 ‘크다, 커지다’의 의미와 연결된다는 것이다. creative가 영어와 한국으로 같은 의미를 가진 소리를 낸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한 동시에 기뻤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크리에이티브라는 말은 성장과 가능성을 담고 있었다. 충분히 단련하면 계속 자라날 수 있는 것이 크리에이트브임을 어원이 증명해준 셈이다.
- 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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