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비록 - 지옥의 전쟁, 그리고 반성의 기록, 개정증보판 서해문집 오래된책방 2
유성룡 지음, 김흥식 옮김 / 서해문집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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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 중에 임진왜란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만큼 우리 역사에서 주요한 사건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 임진왜란을 주제로 한 영화나 드라마도 많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쓰디쓴 침략의 역사이면서 이순신의 전투 기록을 본다면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책은 조선 중기 문신 류성룡이 임진왜란 동안에 경험한 사실을 기록한 책입니다. 임진왜란 당시 영의정이었던 류성룡이 전쟁이 끝난 뒤, 뒷날을 경계하고자 하는 뜻에서 1592년(선조245년)에서 1598년까지의 일을 직접 기록한 것입니다.

무력한 조선군. 자기 살 길만 쫓아 달아나는 관리들. 병법도 모르고 덤벼드는 조선의 장군들. 왜적이 10일 만에 한양까지 들어왔습니다. 그 동안 조선이 한 일이라고는 ‘도망’과 ‘무모함’, ‘탁상공론’이 전부였습니다.

백성들이 매순간 죽어갈 때 왕과 대신들은 피난가기에 바빴고, 그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위와 같은 현실성 없는 대책뿐이었습니다. 도망가기에 바빠 전략적 요충지도 다 버렸습니다다.

왜적의 침입에 이미 예견되어 있었고 전쟁 준비에 대한 이야기는 많았지만 번번이 묻혔습니다. 임진왜란이 진행되는 기간에 백성들은 농사를 짓지 못해 굶었습니다. 아비는 아비 노릇하기 힘들어졌고, 어미는 제 자식 젖조차 물릴 힘이 없었습니다.

그때도 ‘정쟁’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서로 파직되고 서로 복권되었습니다. 나라가 찢겨가는 전쟁 중에도 대신들은 서로를 헐뜯으며 찢기 바빴습니다. 안에서부터 썩은 나라는 전쟁을 준비할 힘이 없었습니다. 전쟁도 정쟁에 묻혔습니다.

류성룡이 이 책을 기록한 이유도 누구를 헐뜯고자 함이 아니었습니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다시는 이런 아픔을 겪지 않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속에는 잘못한 과거가 들어 있습니다. 장수들의 무능함과 대신들의 잘못이 들어 있고, 류성룡 자신의 실책도 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잘못만 들어 있지 않습니다. 군주는 도성도 버리고 도망갔지만, 내 고장 버리지 않고 지킨 의병들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성을 지키다 죽은 함안 군수 조종도, 자신의 죽음조차 승리에 방해가 된다며, 버린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임진왜란은 국가의 무능이 부른 미증유의 대재앙이었습니다. 임진왜란이 언급된 문집은 있지만, 사건의 과정을 총체적으로 기술한 동시대의 서적은 이 책이 사실상 유일할 것입니다. 이 점 하나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충분히 있습니다.

읽는 내내 마음이 힘들었습니다. 류성룡의 시점에서 임진왜란이 어떻게 일어나고 당시 참혹했고 위험했던 상황들을 생생하게 느끼며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전쟁의 기록들을 보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상황과 비교하게 됩니다. 특히, 사건의 발달은 문신과 당파 싸움에서 일어나는 것은 지금도 바뀌지 않는 것입니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는 그것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얼마나 똑같은 일을 겪어야 과거의 잘못을 경계하고 삼갈 수 있는 것일까?’ 라는 씁쓸한 생각을 해봅니다.

징비란 시경의 소비 편에 나오는 문장인 ‘내가 징계해서 후환을 경계한다‘로부터 유래한다고 한다. 즉 자신이 겪은 환란을 교훈으로 삼아 후일 닥쳐올지도 모를 우환을 경계토록 하기 위해 쓴 글이다. 이러한 집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저자는 자신의 잘못으로부터 조정 내의 분란, 나아가 임금에 대한 백성들의 원망 등 임진왜란을 둘러싸고 발생한 모든 일을 더하고 뺌 없이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있다
- P10

4월 1일, 두 사람은 서울로 돌아와 임금께 보고했다. 그 무렵 집으로 찾아온 신립에게 내가 물었다. "가까운 시일 내에 큰 변이 일어날 것 같소. 그렇게 되면 그대가 군사를 맡아야 할 터인데, 그래 적을 충분히 막아낼 자신이 있소?" 신립은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그까짓 것 걱정할 것 없소이다." 나는 다시 말했다. "그렇지가 않습니다. 과거에 왜군은 짧은 무기들만 가지고 있었소. 그러나 지금은 조총을 갖고 있습니다.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닌 것 같소." 그러나 신립은 끝까지 태연한 말투로 대꾸했다. "아, 그 조총이란 것이 쏠 때마다 맞는답디까?" 신립은 내 말은 무시한 채 곧 자리에서 일어섰다
- P42

후에 명나라 장수 이여송이 왜군을 쫓아 조령을 지나다가 이렇게 탄식했다고 한다.
"이런 천혜의 요새지를 두고도 지킬 줄을 몰랐으니 신총병(신립)도 참으로 부족한 사람이로구나."원래 신립은 날쌔고 용감한 것으로 이름이 높았으나 전투의 계책에는 부족한 인물이었다. 옛 사람이 이르기를, "장수가 군사를 쓸 줄 모르면 나라를 적에게 넘겨준 것과 같다."라고 하였다는데, 이제 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러나 후손들에게 경계가 될것이라 생각해 상세히 적어 둔다.
- P68

당시 요동에서는 왜적이 우리 나라를 침략했다는 말을 엄자 전에 들었다. 그런데 다시 임금이 서울을 버리고 서쪽으로 피란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더니, 이윽고 왜적이 평양까지 닿았다는 소식을 접하자 의심을 품기까지 했다. 아무리 왜적이 강하다 하더라도 이렇게 빨리 올라올 수는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조선이 왜구의 앞잡이가 되어 이끌고 온다."고도 했다.
- P90

"이 모습을 본 성 안의 아전과 백성들이 난동을 부렸다. 그들은 칼을 빼어 길을 막고 나서며 폭행했다. 신주는 길에 떨어지기도 하였는데, 그들은 재신을 지목하며 말했다. `너희들은 평소에는 편히 앉아 국록만 축내더니 이제 와서는 나라를 망치고 백성마저 속이는구나?‘ 이 무렵 연광정에서 임금께로 향하던 나는 아녀자와 어린 아이까지 분노를 감추지 않고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보았다. `성을 버리고 갈 거면 왜 우리는 성 안으로 들어오게 했소? 이야말로 우리를 속여 적의 손에 넘겨주려는 속셈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이오?‘"
- P92

결국 전라도와 충청도를 보전하고 아울러 황해도와 평안도 연안 지방까지 지키게 됨으로써 군량의 조달과 통신체계가 확립될 수 있었다. 이는 곧 나라를 회복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요동과 천진 지방에 왜적의 손길이 닿지 않게 되어 명나라 군사들이 육로를 통해 우리나라를 구원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이순신이 한 번 이긴 결과였다
- P122

언젠가 큰비가 내린 날이었다. 굶주린 백성들이 밤중에 내 숙소 곁에서 모여 신음 소리를 내는데 차마 들을 수가 없었다. 다음 날 주위를 살펴보자 굶어 죽은 사람들의 시체가 즐비했다.
- P165

게다가 조선 전역이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었으며, 군량 운반에 지친 노인과 어린아이들이 곳곳에 쓰러져 있었다. 힘이 있는 자들은 모두 도적이 되었으며 전염병이 창궐해 살아남은 사람도 별로 없었다. 심지어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잡아먹고 남편과 아내가 서로 죽이는 지경에 이르러 길가에는 죽은 사람들의 뼈가 잡초처럼 흩어져 있었다
- P185

이순신이 한산도에 머무르고 있을 때 운주당이라는 집을 지었다. 그는 그곳에서 장수들과 함께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전투를 연구하면서 지냈는데, 아무리 졸병이라 하여도 군사에 관한 내용이라면 언제든지 와서 자유롭게 말할 수 있게 했다. 그러자 모든 병사들이 군사에 정통하게 되었으며, 전투를 시작하기 전에는 장수들과 의논하여 계책을 결정하였던 까닭에 싸움에 패하는 일이 없었다.
- P192

이순신은 말과 웃음이 적었고, 용모는 단정하였으며 항상 마음과 몸을 닦아 선비와 같았다. 그러나 속으로는 담력과 용기가 뛰어났으며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행동 또한 그의 뜻이 드러난 것이었다
- P215

그리고 지옥의 전쟁 임진왜란은 끝이 났다. 명나라 장군 진린은 이순신이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의자에서 떨어져 땅바닥에 주저 앉으며 통곡했다. 우리 군사와 명나라 군사들은 각 진영에서 통곡을 그치지 않았는데, 마치 자기 부모가 세상을 떠난 듯 슬퍼했다. 그의 영구 행렬이 지나는 곳에서는 모든 백성이 길가에 나와 제사를 지내면서 울부짖었다.
- P218

훗날 나라의 앞날을 깊이 생각하는 사람이 나온다면 나같은 사람의 말이라고 해서 그냥 지나치지 말고 활용하기 바란다. 적을 막는 방법으로는 꽤나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 P229

병법에는 정해진 형식이 없고 전투에는 특별한 법칙이 없다. 때에 따라서 그에 적절한 법을 시행하면서 나아갔다가는 물러나고 모였다가는 흩어지면서 특별한 묘책을 끝없이 활용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결국 지휘관의 능력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천 마디 말이나 만 가지 계략이 다 필요 없고, 오직 뛰어난 장수 한 사람이 중요하다. 거기에 조조가 말한 세 가지 요소가 누락되지 않고 더해진다면 다른 어떤 것도 필요 없다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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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록 - 최신 언어로 읽기 쉽게 번역한 뉴에디트 완역판, 책 읽어드립니다
혜경궁 홍씨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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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 조선왕실의 역사에서 최악의 비극으로 꼽히는 영조와 사도세자의 이야기는 누구나 한번쯤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사도세자의 비극에 대해서 지금까지 많은 드라마와 영화가 제작됐지만 어떤 이유에서든지 이 모든 것을 겪은 '혜경궁'의 기록을 읽는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일 것입니다.

이 책은 6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권에서는 혜경궁 홍씨가 세자빈으로 궁에 들어온 뒤 시아버지와 남편의 사랑을 받은 일, 이후 정조를 낳고 환갑을 맞기까지의 여러 가지 일들을 순차적으로 나열하고 있습니다.

2,3권은 임오화변의 주체인 영조와 사도세자 부자간의 위태했던 일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도세자의 비범한 탄생과 뛰어난 자질, 죽은 경종의 궁인들에게 세자를 보육하게 한 영조와 선희궁에 대한 원망, 사도세자의 비행으로 겪었던 마음고생, 임오화변 당시의 상황 등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습니다. 1권에 비해 사건에 대한 혜경궁 홍씨의 주관적인 생각이 많이 들어있습니다.

4권에서 혜경궁 홍씨는 영조의 총애를 받던 화완옹주에게 세손을 돌봐 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러나 오히려 모자 사이가 서먹해지고 친정집에는 안 좋은 일만 계속됩니다. 이에 혜경궁 홍씨는 이 일들이 모두 모함이며, 그녀의 친정은 나라와 집안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었음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5권은 화완옹주의 양자인 정후겸과 김귀주의 이간으로 혜경궁 홍씨 집안이 겪게 된 일들을 나열하고 있습니다. 벼슬을 시켜주지 않은 일로 아버지 홍낙춘에게 앙심을 품은 홍국영이 훗날 정조의 신임으로 권력을 손에 쥐자, 혜경궁 홍씨의 중부 홍인한과 동생 홍낙임을 대역 죄인으로 몰고 간 일에 대해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홍국영이 자신과 정조, 중전과 정조 사이를 이간하며 세도를 누리려 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마지막 6권은 1~5권의 내용을 다시 정리하고 정조에게 후사가 없던 것을 걱정하던 중 가순궁이 순조를 낳은 일과, 정조가 순조에게 왕위를 양위한 후에 사도세자의 일과 외가의 죄를 씻어 주겠다고 그녀에게 약속했다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기술하고 있습니다.

영조에서 정조, 순조에 이르는 조선 왕조 3대에 걸친 권력투쟁의 궁중정치는 어떤 드라마보다도 더욱 드라마틱한 현실의 역사입니다. 그녀가 체험한 역사적 사건 그 자체가 너무나도 기구하고 극적인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 자신이 겪은 비극적인 사건을 아무리 말을 바꾸어 설명하려해도 그렇지 못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담담하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과거를 회고합니다. 비록 안타까운 남편의 죽음과 몰락한 가문에 대한 억울함에 대해 호소하고 있지만, 그녀 특유의 섬세하고 우아한 표현, 담담함으로 당시의 정황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사건의 정황이나 인물들의 움직임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점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녀의 글에서는 애끓는 심정이 절절하게 드러납니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혜경궁과 가문의 인생이 휘둘리는 데도 속 시원하게 항변할 수 없었던 지난 세월이 있었으니 당연히 그랬을 것입니다.

혜경궁 홍씨는 왕비가 되기 위해 아홉 살 어린 나이에 궁으로 들어왔지만 왕후, 대비가 될 수 없는 신분으로 비운의 삶을 살다가 생을 마칩니다. 남편이 죽게 되었을 때도, 아버지가 귀양을 갈 때도 조용히 하늘의 뜻을 인정했습니다. 자기의 옮음을 버리고 궁중의 피 비린내 나는 싸움을 막고 자손을 지킨 혜경궁 홍씨의 지혜는 본받을 만합니다.

아들을 뒤주에 가둬 죽인 매정한 아버지로, 그의 아들은 아버지에 의해 죽임을 당한 아들로 역사에 남았지만, 이 작품은 사실에 근거하여 역사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축이 되어줄 소중한 작품이었습니다.

천지가 맞붙고 일월이 캄캄하게 막히는 변을 만나, 내 어찌 한시라도 세상에 머물 마음이 있으리오...한편 생각하면 열한 살 된 세손에게 크나큰 아픔을 주지 못하겠고, 내가 없으면 세손의 앞날은 어찌하리오. 참고 참아 모진 목숨을 보전하고 하늘만 보고 부르짖었다.
- P61

새롭게 기억을 더듬으니 마음과 정신이 놀랍고 답답하며 간과 폐가 찢어지는 듯하여, 한 글자 한 글자가 눈물이 쏟아져 글씨가 써지지 않는구나. 세상에 나 같은 사람이 또 어디 있으리오. 원통하고 억울하다
- P72

하지만 내가 본 것은 눈 앞에 생생하고 고통이 가슴에 박히어 어찌 써내라. 이제 이것을 써내려고 하니, 영조와 경모궁께서 하시던 일이 세상에 부족한 덕이 드러나실 듯하여 죄스럽지만 실상을 기록하지 않을 수 없으니 종이를 대하여 가슴이 막힐 뿐이다
- P92

무릇 하늘이 부자 두 분 사이를 그렇게 만드신 듯 하다. 아버니께서는 말고자 하시다가도 누가 시키는 듯 도로 미운 마음이 생겨나시고, 아드님은 아버지를 뵈올 때마다 숨기는 일 없이 당신의 잘못을 감추지 않으셨다... 하늘의 뜻이 어찌하여 이 조선에 만고에 없는 슬픔을 주시는지 애통할 뿐이로다
- P137

세손이 어린 나이에 세상에 없는 큰 아픔을 당하고, 또 왕가의 당치않은 변고를 당하셔서 지나치게 애통해 하셨다. 상복을 벗으실 때 곡읍하는 소리가 천지에 사무쳐 초상에 천지가 깜깜하게 꽉 막히던 때의 설움보다 더하셨다
- P195

모년의 일은 내가 차마 기록할 마음이 없었다. 다시 생각하니 주상이 자손으로서 그때의 일을 모르는 것이 망극하고 또한 옳고 그름을 분별치 못 하실까 민망하여 마지못해 이렇게 기록한다
- P201

임오화변의 계기는 부자간의 사이가 예사롭지 않으시기로 전전하여 된 일이니, 내 평생의 뼈에 사무친 지극한 한이요 원이로다. 영조 대왕께서 아드님께도 그러하셨으니 한 다리 먼 손자에게 또 어떠하실지 알리오.
- P258

주상이 나이 어리시고 나라의 위태로움이 한 터럭 같은데 인심과 세태가 갈수록 이러하여, 마침내 어미도 몰라보는 세상이 되기를 면치 못하게 되었다. 참으로 나라와 인륜을 생각하여 통곡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 P322

서럽고도 서롭도다!
차마 갑신년의 일을 어찌 다 일컬을 수 있으며 그때 몹시 애달프고 망극하여 모자가 서로 붙들고 죽을 바를 모르던 모습이야 어찌 다 기록할 수 있겠는가? 선왕께서 겪으신 지극한 아픔이 예로부터 제왕가에 없는 일이니, 비록 나라를 위하여 임금의 자리에 임하시나 한평생 아픔을 품으시고 추모하심이 해가 갈수록 더욱 깊어지셨다 - P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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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자존감 권하는 사회 - 우리 모두의 진짜 자존감을 찾는 심리학 공부
김태형 지음 / 갈매나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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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나온 '자존감 수업'을 비롯해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미움받을 용기' '신경 끄기의 기술' 등 매력적인 책들은 자존감 회복의 다양한 방식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자존감을 주제로 한 책들이 정말 많이 출간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것은 그만큼 현재 대한민국의 현대인들의 대다수가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다는 것이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자존감이란 사전적 정의로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소중한 존재이고 어떤 성과를 이루어낼 만한 유능한 사람이라고 믿는 마음”입니다. 자존감이 잘 형성된 사람은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며, 다른 사람과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고 자신의 능력에 자신감을 보입니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있습니다. 1부에서는 최악의 자본주의사회를 보여주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2부에서는 성장기에서 노년기까지 우리 삶에서 자존감이 무너진 원인을 다양한 시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3부에서는 드디어 가짜 자존감과 진짜 자존감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잘못된 자존감이 만들어내는 많은 부정적 감정들을 설명하면서 진짜 자존감의 바탕인 자기수용 – 자기사랑 – 자기존중에 관해서 깊이 있는 성찰을 보여줍니다. 마지막으로 4부에서는 이런 개인의 자존감 회복에는 ‘가짜 자존감’에 사로잡힌 우리 사회의 변화가 꼭 필요하고 개인의 의식 변화와 함께 우리 사회의 변혁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낮은 자존감이 아닌 누구의 자존감도 지켜주지 못하는 한국 사회 전반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일시적인 힐링에만 매달리지 말고 타인과의 연대를 추구하는 진짜 자존감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 각종 뉴스에서 심심찮게 등장하는 '혐오 문화'의 원인도 사회 각계각층이 서로 존중하지 못하는 세태가 개개인의 자존감을 손상시킨 것에 있다고 지적합니다.

저자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나의 자존감을 강화시키는 방법 역시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세상을 바꿔야 하고, 그것을 위한 연대와 실천을 위해 힘써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주장입니다. 자존감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순간, 잘못된 기준에 치중하는 '가짜 자존감'에 사로잡힐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자기능력을 과소평가하면서 생기는 마음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사회에서 높이 평가하는 가치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진짜 자존감', 건강한 관계에서 비롯된 진정한 행복을 쫓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독창적인 관점으로 자존감에 대해 새롭게 분석해냈습니다. 자존감의 심리학에서 주목하지 못한 자존감의 이면을 조명하는 동시에 건강한 자존감을 위한 실천적인 방안을 제시한다는 점이 주목할 만합니다.

사회적인 문제로 비롯된 가짜 자존감, 하지만 나부터 과감하게 버리기는 쉽지 않은 듯합니다. 나 스스로도 건강하고 올바른 자존감을 가지기 위해 용기를 내고 당당해져야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핀란드의 아이들은 자신의 가치가 성적에 따라서 평가된다고 믿지 않으며,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신이 잘하는 것을 발견하면서 자기 능력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다. ‘나는 축구를 잘해’, ‘나는 그림을 잘 그려’, ‘나는 조립을 잘해’와 같은 믿음을 바탕으로 자신의 사회적 가치와 능력을 높이 평가함으로써 자존감이 정상적으로 형성되는 것이다
- P66

반면 자존감이 낮으면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대인 관계에서 전반적으로 자신이 없어서 사회적 장면에서 위축되며, 매사 수동적이다. 특히 자신의 부적절함을 항상 의식한다. 내가 못난 사람이라서 이 사람, 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일종의 자격지심 혹은 자신이 현재의 사회적 장면에서 정상적인 역할이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여 타인들을 실망시킬 것이라는 대인 관계에서의 불안이 심한 것이다. 또한 열등감이나 자기혐오가 심해서 저항이나 자기주장을 거의 하지 못하며, 방어적이고 폐쇄적인 태도로 외부 세계를 대하고 부정적인 사고를 한다.
- P113

잘못된 기준으로 사회적 비교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사람을 차별 대우하는 것이 잘못이며, 이야말로 자존감의 요건인 자기존중의 가치를 손상시키는 주범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건강한 자존감을 세우는 첫걸음은 사회적 비교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서 시작될 것이다
- P201

자존감을 정상화시키는 첫걸음은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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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 밀레니얼 세대는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는가
정지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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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이 흘러내리는 팬케이크, 하늘과 맞닿은 듯한 인피니티 풀, 색색의 빛으로 꾸며진 갤러리...오늘날 인스타그램은 가상 공간의 울타리를 넘어 현실을 바꾸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이 밀레니얼 세대에게 압도적으로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밀레니얼들의 욕구를 가장 효과적으로 충족시키는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입니다. 인스타그램의 소통 방식은 밀레니얼의 소통 방식에 부합합니다. 텍스트를 최소화하고 이미지를 중심으로 소통하는 플랫폼이다 인스타그램에서의 네트워크는 밀레니얼 세대의 인간관계와도 닮아있습니다. 현재 2·30대는 불필요한 인간관계에 피로감을 느끼고, 물리적으로 가까운 친구보다 취향과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는 네트워크 공동체를 선호합니다.

책의 저자 정지우는 인스타그램을 주로 사용하는 청년들의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그로 인해 우울, 좌절, 증오, 혐오 같은 현상이 얼마나 일상화되고 있는지를 우회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기성세대는 이 세상, 이 사회, 이 현실 전체의 변혁이나 변화가 자기 삶을 이끌어줄 것이라 믿지만, 청년세대는 그런 믿음을 지녀본 적이 없고, 자기의 협소한 삶이나마 사라지지 않고 존재할 수만 있어도 다행이라 믿으며 견뎌내고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생부터 2000년대초에 태어난 사람들까지를 이르며,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경험한 과도기 세대입니다. 이들은 결혼이나 육아, 그 밖의 전통적 관습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어느 때건 화려한 이미지를 소비할 수 있는 존재, ‘환각의 세대’입니다. 이들은 개개인의 삶의 영역을 엄격히 지키면서도 타인들과의 조화로운 관계도 중시하며 서로 연결되어 있으려는 특성이 강합니다. 또한 새로운 집단주의를 구현해내고 있는 세대이다. 그 특징으로 커뮤니티 등 온라인에서의 단합, 공유 등을 제시합니다.

책의 구성은 단순합니다. 1장에서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을 통해 ‘세대’ 문제와 극복 방법에 대해 모색해보았다면, 2장에서는 또 하나 우리 시대의 가장 큰 화두라 할 수 있는 젠더 문제를 살펴봅니다. 끝으로 3장에서는 우리 사회의 또 하나 주요 화두라 할 수 있는 공동체 문제를 살펴봅니다. 여기에서는 지역 이기주의와 편견, 분노와 증오 각종 혐오로 점철된 사회 속에서 개인과 공동체가 어떻게 서로를 존중하며 나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저자는 하나의 가치관이나 이념이 지배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세대, 어느 한 영역에 온전히 몸 담그지 않는 세대, 확고한 정체성 대신 자신을 끊임없이 성찰하며 의미와 가치의 기준을 계속 이동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시소의 세계관’이라 설명합니다. 또, 기존의 자신이 써왔던 다른 글들 중 가장 절실하고 의무감에 휩싸여 쓴 책이라고 고백하며, 이 책이 담고 있는 진실들이 자신을 해하지 않을까 두렵다고 고백합니다.

저자 스스로는 자신이 청년세대를 지나쳤다고 말하지만 독자에게 그는 누구보다 청년세대를 대표합니다. 기성세대의 사회가 아닌, 기성세대가 말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아닌, 밀레니얼 세대가 그 삶을 살아간 주체로서 써 내려간 글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기존의 청춘 또는 세대에 대한 분석은 그저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에 그쳤다면, 저자의 시선은 청춘의 내면을 함께 바라보고 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인 분들께도, 밀레니얼 세대를 이해하고 싶은 모든 분들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사실 세대, 나이, 성별 막론하고 나누면 나눌수록 좋은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사회문제만큼은 우리 모두가 마주한 것이기 때문에 더이상 외면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하고 이야기되어야 할 내용들이 차곡차곡 담겨있으며,

정답이나 정리해버리는 담론이 아니라, 군더더기 없이 명쾌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저자의 시선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공존’으로 바라본다면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대화와 성찰은 한 세대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필요합니다.

불과 어제까지 우리는 핫플레이스에서 콜드브루 카페라테를 마시고 알리오올리오 파스타와 연어샐러드를 먹었고, 지난달에는 제주도로 여행 가서 오름을 구경하고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다. 그런데 오늘 우리가 놓여 있는 현실이란 그 화려했던 이미지들과는 완전히 무관함을 깨닫는다. 원룸에서 편의점 도시락을 먹던 어느 오후에 문득, 내 삶의 주된 시간이란 대부분 그런 ‘이미지‘가 없는 살이고, 그저 잠깐잠깐만 그런 이미지를 누리는 것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는 것이다. 삶의 대부분은 무미건조한 회색 권태로 뒤덮여 있고, 술을 마시는 순간에만 웃을 수 있는 어느 노동자의 모습을 우리 자신에게서 발견하는 것이다
- P27

‘미닝아웃meaning out’은 이러한 시대에 ‘소비’를 통해 자기 신념을 실현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대변한다. 단순히 취향으로 소비를 하는 게 아니라 자기의 정치적 이념이나 윤리적 신념에 맞추어 소비를 하는 것이다. 미닝아웃은 ‘신념’을 뜻하는 ‘미닝meaning’과 자기 안에 숨겨둔 주장이나 취향 등을 표출하는 ‘커밍아웃coming out’의 결합어다. 최근 SNS의 발달과 더불어 사람들은 더 적극적으로 ‘신념에 따른 소비’를 드러내고 있다
- P42

사회 전체, 시대 전체, 이 세상 자체에 대해 ‘발언 권력’을 가진 기성세대는 사실 이미 이해관계에 얽혀들어 있으며, 그들의 하루하루를 지배하는 세상의 논리에서 벗어날 수 없고, 결국 이미 속하게 된 자신의 삶 안쪽을 향하는 시야 밖에 가질 수 없다. 그러나 아직 삶 앞에 선 청년, 자신들이 시작하게 될 삶의 조건을 그 누구보다 예민하게 응시할 수밖에 없는 존재, 그래서 그 누구보다 절박하게 시대 전체와 미래 전체를 마주하고 있는 청년들의 시야는 항해에 앞서 망망대해를 바라보는 항해사의 눈빛처럼 예리하고 투명하다
- P79

기성세대는 정의에 투신하지 않는 청년세대가 이기적이라 매도하기 바쁘고, 청년세대는 기성세대가 자기들끼리의 진영적 이익에 빠져서 싸우기 바쁘다고 환멸을 느낀다. 그런데 사실 양쪽에서 사회 문제란 아예 차원이 다른 문제인 것이다. 기성세대에게 그것은 자기가 믿는 사회의 정의이자 자기 정체성, 신념과 존재의 문제라면, 청년세대에게는 자기의 생존이자 사다리의 문제이고, 게임의 룰이 공정한지의 문제인 것이다
- P98

아마 모르긴 몰라도 나 또한 이런저런 상처들로 얼룩져 있을 테고, 나의 여러 이상한 부분은 그런 상처들이 만들어낸 내 존재의 일부가 되어 있을 것이다. 감추려고 해도 감출 수 없는 부분들, 이상하게 예민한 측면들, 쓸데없이 나를 방어하거나 높이려는 순간들이 있을 테고, 그런 부분들은 누군가에게 내가 가진 문제들을 짐작하게 할 것이다. 사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없고, 그래서 나 자신의 실수를 대할 때나 타인의 이상징후를 대할 때 관대해져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 P116

나는 혐오와 매도 그리고 몰이해와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끊임없이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지만, 이해하기 싫어서 이해하지 않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어떤 잘못의 대가를 치른다면, 그것은 이해하지 않은 일의 대가가 될 것이다. 이해하지 않은 일, 손쉽게 증오한 일, 속 편하게 이해를 포기하고 혐오를 택한 일에 대한 결과는 그리 우습거나 만만하지 않을 것이다
- P151

결국 성별 간 갈등 문제의 핵심은 구성원을 좌절과 증오로 몰고 가는 사회 및 문화 구조 그 자체에 있다. 이는 정확히 우리 사회에서 ‘불가능해진 삶‘을 지시한다. 이 불가능성, 균열되고 좌절된 삶의 문제에서 태어난 분노는 사회 모든 곳을 향하다가, 이제 양성이 서로를 증오하게끔 만들고 있다. 남성과 여성 모두 막다른 길에 내몰려 있다. 그들은 낭떠러지 앞에서 배수진을 치고 서로를 향해 증오를 내뿜고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봐야 할 것은 그 ‘낭떠러지 자체‘이다. 해야 할 일 역시 그 낭떠러지에서 어떻게든 손을 잡고 빠져나오는 것이다 이 절망의 사회에서 다른 해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 P165

결국 성별 간 갈등 문제의 핵심은 구성원을 좌절과 증오로 몰고 가는 사회 및 문화 구조 그자체 있다. 이는 정확히 우리 사회에서 ‘불가능해진 삶’을 지시한다. 이 불가능성, 균열되고 좌절된 삶의 문제에서 태어난 분노는 사회 모든 곳을 향하다가, 이제 양성이 서로를 증오하게끔 만들고 있다. 남성과 여성 모두 막다른 길에 내몰려 있다. 그들은 낭떠러지 앞에서 배수진을 치고 서로를 향해 증오를 내뿜고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봐야 할 것은 그 ‘낭떠러지 자체’이다. 해야 할 일 역시 그 낭떠러지에서 어떻게든 손을 잡고 빠져나오는 것이다
- P185

그나마 가족주의와 집단주의가 위용을 발휘하던 시대도 지나 가족이란 그 힘을 점점 상실해가고 있다. 가족이 주는 순기능은 사라지고, 가족 내에서 온통 트라우마를 입고 쫓겨난 아이들이 학교에 가서 또 다른 야생을 만들고, 가족의 해체는 흔해졌다. 그런데도 사회는 가족을 대체할 만한 방책을 거의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가족은 붕괴되어가는데 사회는 여전히 온갖 책임을 가족에게만 떠넘긴다. 각자도생이라는 게 우리 사회에 가장 적절한 말일 것이다. 개인주의와 사회적 책임의식은 흉내만 내고 있을 뿐이다.
- P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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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폭력 - 세상에서 가장 과소평가되는 폭력 이야기
베르너 바르텐스 지음, 손희주 옮김 / 걷는나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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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한 무시, 깔보는 듯한 발언, 애정을 볼모로 한 협박 등 수동적 공격의 형태를 띤 ‘감정 폭력’은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서 과소평가되어 왔습니다. 비단 살인사건같이 자극적인 이슈가 아니더라도 교내 폭력사건, 직장 내 따돌림은 우리 주변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폭력임에도 이미 사회적으로 만연하다는 이유로 별일 아닌 것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폭력’이라는 말은 주먹이나 몽둥이 따위의 수단으로 상대를 거칠게 제압하는 신체적 폭력의 의미를 주로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익명 뒤에 숨은 사이버 폭력, 사랑이라는 이름의 데이트 폭력, 훈육이라는 명목으로 자행되는 가정 폭력 등 일상생활에서 행해지는 보이지 않는 감정 폭력은 그 어떤 신체적 폭력보다 더 심각하고 치명적인 상처를 남깁니다.

이 책은 감정폭력은 폭력인 줄도 모르고 살아온 많은 이들에게 이제는 감정 폭력의 가해자를 구분하고 이에 맞서는 법을 배워야 할 때라고 경고하는 책입니다. 저자는 책에서 부모 자식간이나, 친구사이, 직장 동료, 부부 등 다양한 인간관계 속에서 쉽게 벌어지는 감정 폭력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누구도 상처받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는 가해자가 된 적도 피해자가 된 적도 있다 말합니다. 책을 읽으며 나는 어떠했는지를 돌아보니 누군가도 나로 인해 피해를 보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잘잘못을 떠나 누군가 감정적인 피해를 입었다면 그 행위에 참여한 사람과 방관한 사람 모두 감정 폭력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정폭력은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일어납니다. 어쩌면 당신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더이상 감정 폭력을 과소 평가하지 말기를 바라며 그 심각성에 대해 스스로 인식하고 바꿔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일반적으로 피해자가 폭력을 잘 인식하지 못할 뿐더러 설령 마음에 상처를 입었더라도 그것을 과소평가한다는 점이다. 결국은 나의 잘못이라고 믿게 만드는 상황, 이런 상황에 계속 노출되면 누구나 몸과 마음이 병들어간다
- P11

아이에게 중요한 애착관계의 사람이 감정을 지나치게 배제한 채 아이를 대할 경우, 아이가 겪는 정신적 피해는 신체적 성적폭력에 의한 피해와 비슷하거나 동일하다
- P43

훈계를 핑계 삼아 아이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고 괴롭힌다. 때로는 매우 난폭해서 외부인의 입장에서 보면 충격을 받을 정도다
- P108

상대방을 인정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고 표현하라. 지금 일어난 갈등이 단지 현재의 순간적인 일에만 국한된다는 점을 서로 간에 분명히 하는 편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P133

폭력의 가해자에게 "우리 서로 대화를 나누는게 좋겠어. 하지만 지금은 아닌 것 같아"라고 대답하는 방법도 있다. 마음이 편안할 때에 진지한 대화를 할 기회를 주고, 시안에 따라서는 결론을 짓고, 가능하다면 나와 같은 의견을 내줄 사람을 동석시키는 일이 도움이 된다. 이런 방법들로 상황을 벗어나는 것은 절대 비겁하지 않다.
-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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