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2회 1일 1시간, 죽을 때까지 건강하게 살고 싶어서 - 87세 최고령 대법관 긴즈버그의 20년 암 극복 근력 운동 매뉴얼
브라이언트 존슨 지음, 정미화 옮김 / 부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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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운동하기 좋은 계절이 되었습니다. 막상 운동복에 운동화를 신고 집밖으로 나서려고 해도 어떤 운동을 어느 정도의 강도로, 얼마 동안 해야 효과가 있을 지 가늠이 잘 되지 않습니다.

헬스클럽에 등록하려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남의 말만 듣고 격한 운동을 무턱대고 따라하다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근력 운동을 한다고 하면 헬스장에서 운동 기구를 사용해 운동하는 모습을 떠올리지만 반드시 그렇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요즘 같이 외부활동이 제한되는 시기에는 집에서 푸시업, 스쿼트 등 맨손 운동을 해도 건강상 이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작고 허약해 보입니다만 체력이 장난이 아닙니다. 1999년 첫 번째 암 선고를 받고 운동을 시작했으며 20년간 운동을 쉰 적이 없다고 합니다. 운동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생존자처럼 피골이 상접했지만 지금은 한번에 팔굽혀펴기(푸시업) 20개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은 긴즈버그 대법관을 살린 운동을 소개합니다. 너무 힘들거나 어렵진 않으면서 떨어진 체력을 끌어 올릴 수 있는 운동입니다.

중년이후에는 점점 근육량이 줄어들고 이에 반해 지방은 증가하여 각종 건강의 악화를 가지고 오기 때문에 근력운동이 매우 중요합니다. 문제는 근육량이 감소하게 되면 근육이 있던 자리에 지방이 차지하게 됩니다. 먹는 음식량은 변화가 없기 때문에 남은 칼로리는 지방으로 쌓이게 되는 것이죠.

근력운동은 근력을 강화하면서 관절의 유연성도 높여줍니다. 그러면서 골밀도도 높아지고,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팔굽혀펴기나 윗몸일으키기와 같은 맨손 근력 운동을 하면 기대 수명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스쿼트는 허리와 엉덩이 무릎 발목 부상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고, 팔굽혀펴기는 상체와 다리, 신체 중심부 모두를 사용하는 운동으로 근육발달에 효과적입니다.

어깨부터 허리, 가슴, 복부, 다리 등 주요 근육을 골고루 발달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플랭크는 코어근육이라고 하는, 복부, 등, 골반근육을 강화하는데 좋습니다. 특히 이 코어 근육을 잘 강화하면 몸의 안정성이 증가하고, 몸이 보기 좋게 균형을 이루게 됩니다.

이 책은 진입장벽이 낮은 가장 기초적인 동작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꼭 필요한 부분만 포인트를 살려 명확하게 설명합니다. 또한 기구없이 할 수 있는 맨몸으로도 엄청난 강도로 운동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단순히 운동만 알려주는게 아니라 각각의 운동을 할 때 주의할 사항을 짚어주고 있습니다.

운동을 다시 시작하시는 분들, 근력운동을 처음 시작하는 분들이라면 페이지에 나와있는대로 차근차근 따라하면서 기본적인 동작을 익혀나가는 것도 좋을듯합니다.

동영상을 보는 것도 좋지만 책으로 우선 운동의 기본원리를 알아가는 공부도 필요합니다.

운동 관련 책은 늘 비싸서 사려면 부담스럽기도 하고, 동영상도 계속 찾아봐야 하는데, 우리는 늘 시간이 부족합니다. 요즘은 코로나19로 많은 분들이 집에서 운동하고 있습니다. 홈트의 장점이라면 언제 어디서라는 특정제약이 따르지 않고, 돈이 따로 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시간적이든 경제적이든 여유가 부족한 현대인들에게는 안성맞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시간이 부족하고 의지가 약한 분에게 꾸준히 할 수 있는 2회,1일 1시간 기본근력운동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본 포스팅은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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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력을 처방합니다 - 매번 먹는 진통제보다 강력한 면역 치료법
정가영 지음 / 라온북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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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라는 신종 감염병이 전 세계를 휩쓸면서 자연스레 사람들의 관심이 ‘건강’에 쏠리고 있습니다. 사이비 종교들이 더 매력적인 교리로 사람들을 유혹하듯이, 거짓 건강정보들도 훨씬 그럴듯 해 보이는 게 많습니다. 정말 어떤 책들은 이런 허접한 내용으로 쓰레기같은 정보들을 책이라고 내 놨나 싶을 정도도 있고, 근거도 없이 희망사항을 늘어놓거나 음모론 같은 그럴싸한 이야기들을 건강정보인 양 포장해 놓은 것도 있습니다. 검증이 안된 유사의학 정보 서적의 내용을 믿고 그대로 따라하다 오히려 치료시기를 놓치는 등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이러스 감염병 예방을 위해서는 우리 몸의 최대 방패막인 ‘면역력’을 높여야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두 파트로 나눠져 있습니다. Part 1에서는 가장 트렌드한 의학인 기능의학을 소개하면서, 기능의학의 가장 핵심인 면역치료와 몸의 밸런스 유지법을 설명합니다. 특히 면역력을 높이는 데 가장 중요한 신체기관 ‘장’을 강조하면서 장이 건강해야 온 몸이 건강할 수 있다고 알려줍니다.

Part 2에서는 우리의 몸을 강하게 만드는 면역력을 만들기 위해 일상에서 좋은 습관으로 정착시킬 수 있는 영양치료, 수면, 스트레스 관리, 해독, 운동에 관련된 실천 방법을 제시합니다.

면역력이란 본질적으로 인체가 외부에서 침입한 병과 싸우는 기술입니다. 면역력이 강해지려면 평소에 질병과 자주 싸워야 합니다. 면역이 강해진 인체는 세포 조직의 재생이 촉진되고, 혈액 순환을 촉진합니다. 또 염증을 없애며, 독소를 해독해 스스로 질병을 치료합니다.게다가 한번 강해진 면역은 꽤 오랫동안 작용하기 때문에 재발을 막아 주고 다른 질병까지 예방해 줍니다. 설사 재발한다 하더라도 면역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치료는 더욱더 쉬워진다고 합니다.

사람의 체온이 1도 내려가면 신진대사 기능이 12% 감소합니다. 또 체온이 내려가면 혈관이 수축하게 되는데, 이는 혈행에도 영향을 줍니다. 이 때문에 체온이 낮아질 경우 면역력이 저하되기 쉽고, 추운 겨울이나 일교차가 심한 환절기가 취약합니다. 체온을 높이기 위해서는 손과 발을 보호하고 반식욕이나 따뜻한 식품, 차를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적정 수면 시간을 준수하는 것 또한 체온 유지와 더불어 면역력 높이기에 좋습니다. 수면이 부족할 경우에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분비되는데, 코르티솔은 식욕 작용으로 인해 비만을 유발합니다. 또 부족한 수면은 몸속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장기들과 신경계가 정상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방해하며, 체력을 저하하고 생체리듬의 불균형을 초래하게 된다. 이는 결국 면역력 저하로 이어집니다.

장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대략 100조 마리 이상의 균이 살고 있는 장 내 균은 소화를 돕고 면역력을 올려주는 유익균과 질병이나 식중독을 일으키는 유해균으로 나누어집니다. 이때 장 건강과 면역을 위해서는 유익균과 유해균이 균형을 이뤄야 합니다. 장을 튼튼하게 하기 위해서는 섬유질이 풍부한 과일이나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고, 유산균을 보충해줘야 합니다.

세간에는 면역력을 높이는 음식이 차고 넘친다고 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면역을 높이는 음식은 없다고 합니다. 단지 건강한 신체와 균형 잡힌 식사가 면역력을 높여 줄 뿐입니다. 또, 면역력은 높이려고 높아지는 것도 아니며, 필요 이상으로 높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면역력도 적당해야 안전합니다. 무턱대고 높아지는 것은 일종의 병적인 현상일 뿐입니다.

면역력은 사실 평소에도 잘 관리해야하는 우리의 소중한 방패막입니다. 음식과 더불어 적절한 운동, 규칙적인 생활 등 면역력을 유지하는 방법은 조금만 노력하면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일반인 독자를 배려한 간결하고도 쉬운 설명이 이해하기 좋았고,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소소한 정보들이 꽤 유용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동안 신경쓰지 못했던 건강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융통성 있고 균형잡힌 시각을 가지게 된 듯 합니다.

노화를 늦추고 신체와 정신의 활력을 유지하는 비결은 바로 면역력에 있다.
- P44

우리 몸의 면역세포는 골수에서 생성됩니다. T림프구는 암세포를 사멸하는데 훈련소와 같은 흉선에서 내 몸을 구성하는 세포 또는 영양물질과 병원균이나 암세포를 구별하는 훈련을 거친다. 흉선에 도달한 T림프구중 5%만이 진짜 면역을 담당하는 T림프구가 된다고 한다.
- P71

음식은 약보다도 질병의 치료와 예방에 매우 중요하다.
- P96

캔음료를 즐기던 여성이 불임으로 고생해 캔음료를 끊은 후 음료수 캔의 코팅제인 비스페놀 수치가 줄었다. 생리통이 심한 여성의 혈액에서 프탈레이트 수치가 많이 나왔고 매니큐어 바르는 걸 중단 후에는 생리통도 줄었다고 한다
- P237

림프의 흐름이 활발할수록 체내 조직에 독성 물질이 쌓이지 않고 해독이 잘 이루어지기 때문에 상쾌한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 림프절은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에 집중적으로 모여 있다. 이 부위를 마사지하거나 운동을 통해 자극함으로써 림프 순환을 도울 수 있다.
-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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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iew from Saturday (Paperback) - 『퀴즈왕들의 비밀』원서, 1997 Newbery
E. L. 코닉스버그 지음 / Aladdin / 199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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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책이라고 가볍게 읽기엔 뭔가 읽고 난 뒤에 느끼는 깨달음이 있는 성장소설이었습니다. '퀴즈'라는 재미있는 형식을 통해 아이들 각자의 이야기를 하는 구성 또한 신선했습니다. 퀴즈질문에 대한 정답을 맞추는 이야기는 어디에선가 본 듯한데 '슬럼덕밀리어네어'라는 인도영화와도 사뭇 닮아있는 듯해요.

모두 다른 곳에서 와서 모인 네명의 6학년 아이들, 각각의 아픔이 있는 이 아이들이 한팀을 이루어 퀴즈대회에 나가서 우승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았어요. 서로 다르면서도 얽혀 있는 아이들,‘The Souls’이라는 모임의 그룹을 만들고 매주 토요일 오후 4시에 차를 마시며 함께 모여, 얘기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좋은 친구들이죠. 퀴즈에 관련된 책이라 해서 크게 기대는 안했는데, 굉장히 재밌게 읽었어요

퀴즈의 정답은 머리 속에 외워 저장된 지식이 아닌 4명의 아이들 각자가 겪은 '산 지식'과 지혜로, 결국 퀴즈대회를 우승하게 됩니다.

진정 필요한 것은 책 속에 있는 지식이 아니라 경험하고 스스로 깨닫는 지식이라는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4명의 아이들에게서 톡톡 튀는 개성과 따뜻한 인간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모습을 한쪽으로 극화시키지도 않고 심하게 변형시키지도 않은 평범한 우리 아이들의 모습 그 자체가 섬세하게 그려졌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아이들,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그 속엔 갈등을 겪고 있을 아이들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알 수 있어 좋았습니다.

처음엔 ‘The Souls' 네명이 모두 주인공이고 이 아이들의 성장기내지는 치유소설인가보다 했는데 오히려 올린스키 선생님이 많이 치유되고 위로 받은 느낌이었던것 같네요.

작은 친절함, 잠깐의 상냥함, 한 번의 미소.

우리 삶을, 그리고 다른 사람의 인생을 활짝 펴게 만드는 것들은 거창하고 멀리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훈훈하고 멋진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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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egetarian : A Novel (Paperback)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채식주의자』영문판
Han Kang / Granta Books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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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주는 신선함과 호기심 그리고 맨부커 작품상 수상작이라는 기대감으로 읽었습니다.

익숙한 제목만 듣고 내용은 전혀 예상 하지 못한 내용이라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내용이기괴하고 은근히 파괴적이지만 작가의 필력에 반해서인지 흡인력이 대단하네요

세 편의 스토리가 연결되어 있고 영혜라는 인물이 등장하게 되는데, 각각 영혜의 남편, 영혜의 형부, 영혜의 언니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어느 날 꿈을 꾼 후 채식주의자가 된 영혜는 고기를 먹지 않으면 꿈을 꾸지 않을 줄 알았는데, 사실 얼굴은 자신의 뱃속에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더 이상 동물인 걸 거부하고 물과 햇빛이면 족한 나무가 되기 위해 음식을 먹지 않습니다. 단지 음식에 대한 선호가 다른 것 뿐인데,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그녀를 이해하려들지 않습니다. 폭력적으로 고기를 입에 들이밀던 아버지, 다름에 대한 이해가 아니라 불편해하고 자신처럼 행동하라고 위해를 가하는 모습이 그녀를 더욱 더 극단으로 몰아간 것 같아 마음이 내내 불편했어요. 예술이란 미명아래 보듬어야할 가족을 더욱 취약한 상태에 두고, 아내의 헌신을 배신한 형부가 가장 씁쓸했고요. 자신은 늘 뒷전이고 남을 위해 배려하고 희생했던 언니 인혜의 삶도 마음 아팠습니다.

‘고기’가 단순히 고기 이외에도 육신의 욕망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이미지도 떠올려지고 읽으면서도 상당히 글도 에로틱한 책 이라 느껴지기도 합니다.

짧은 분량이지만 한글로 읽을 때보다 더 느리게 읽을 수 밖에 없어 더 오래 잔영이 남을 것 같아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전개, 뭔가 선명하게 설명하지 않는 불친절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육식을 거부하는 독특하고 단순한 출발로 시작하지만, 폭력, 타인에 대한 이해, 인간의 존재 등의 상징을 담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면 평범한 사람들인데, 내면의 무의식, 꿈 속에 들어나는 잔혹함, 폭력적인 부분들이 충격적으로 다가오긴 하지만, 한국정서가 깔려있어서 영어로 씌여진 것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장점이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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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대 감기 소설, 향
윤이형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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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교련이란 걸 학교 다니면서 교육을 받은 세대입니다. 그 당시에는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교련이 우리에게 뭘 가르치려고 했던 건지 참 납득이 안 되더군요

교련 수업 시간에 삼각건으로 팔이 부러졌을 때의 매는 법, 머리를 다쳤을 때 머리에 압박붕대 매는 법, 생화학 상황에서의 대처법 등을 배웠습니다. 실습도 하고, 실제로 삼각건 매기나 머리에 붕대 감기, 다리 다쳤을 때 부목대기, 출혈부위에 끈이나 벨트, 그리고 근처의 나무막대기 등을 이용해서 지혈하는 방법 등을 가지고 실제로 실기시험까지 봤었으니, 지금의 학생들이 보기에는 신기해보이겠죠

붕대감기라는 제목은 진경과 세연이라는 두 친구의 고등학교 때 경험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고등학교 교련 시간에 둘씩 짝을 지어 머리에 붕대 감는 실기 시험을 봤는데 세연이 매우 긴장한 탓에 진경의 머리에 붕대를 원래 감아야 하는 것보다 한 바퀴 더 돌려 감았습니다. 붕대가 모자라자 당황한 세연은 붕대를 꽉 당겼고 진경은 소리를 질렀습니다. 서로에게 좋은 기억은 아니었지만 그날로 인해 서로 친해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책에서는 각기 다른 세대와 성향을 가진 많은 여성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그들은 서로에게 친구이자 선생님으로, 또는 언니이자 동생으로 서로의 삶에 가까이 맞닿아 있습니다.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은정, 불법촬영 피해자인 미진, 그로인해 집회에 나서게 된 지현, 남편과 이혼 후 홀로 살아가는 윤슬 등. 작품에서 여성들은 각자의 삶을 짊어진 채 치열하게 살아갑니다. 진경 딸 율아와 같은 어린이집에 다녔던 서균의 엄마 은정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서균이 8개월 전 교회 수련회에 갔다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뒤 은정은 자신의 고통을 호소할 단 한명의 친구도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기도 합니다.

은정이 다니는 미용실의 미용사 지현이 있습니다. 은정이 서균을 데리고 마지막으로 미용실에 왔을 때 가게 안을 뛰어다니며 소란을 피우는 서균과 그런 아이를 방치하는 은정을 비난하는 트윗 글을 올렸던 지현은 나중에 아이의 소식을 듣고 죄책감에 사로잡힙니다. 그 죄책감은 과거 불법촬영 피해자 친구를 돕다가 지쳐서 연락을 끊었던 데 대한 미안함을 다시 불러옵니다.

다분히 페미니즘 요소가 충분히 담겨있는 소설입니다. 분명 지금 시대가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진 것이 사실이겠지만, 여전히 아닌 부분도 있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그 문제를 인식하기도 하고 눈치채지 못하기도 합니다. 작가는 함께 살아가는 여성의 목소리와 그들의 속마음을 담담하게 들려줍니다. 쉽게 읽히지만 그 문제를 가볍게 보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여성들끼리의 화합이라기보단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라고 제시하는 듯합니다. 같은 여성이지만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기혼일 수도, 미혼일 수도 있고, 워킹맘일 수도 있고, 전업주부일 수도 있습니다.

생각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 다르면 함께 갈 수 없겠지만, 그래도 각자 한발 앞으로 나아갈 수는 있다고 말해주는 듯합니다. 진정한 연대는 각자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돌아가신 아버지에게라도, 자기가 누군지조차 잊은 채 요양원에 계신 엄마에게라도 전화를 걸어 말을 하고 싶었다. 딱 한 명만 있었으면, 은정은 종종 생각했다. 친구가, 마음을 터놓을 곳이 딱 한 군데만 있었으면.
- P20

우정이라는 적금을 필요할 때 찾아 쓰려면 평소에 조금씩이라도 적립을 해뒀어야 했다. 은정은 그런 적립을 해둬야 한다는 생각도, 자신에게 도움이 필요할 거라는 예측도 하지 못했다. 그런 식의 적립과 인출이 너무도 부자연스럽다고, 노골적인 이해관계나 다를 것 없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친분을 쌓는 사람들을 남몰래 폄하했다.
- P23

이 거대한 산업의 어디까지가 여성들에게 꼭 필요한 일이고, 어디서부터가 여성을 아름다움에 억지로 묶어 자유를 빼앗는 일일까.
- P37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고 이해받을 수도 없는 그런 분열과 자괴감 때문에 지현은 다른 사람들, 말하자면 바람 같은 사람들과 약간의 거리를 두게 되었다.
- P39

마흔넷, 마흔다섯, 지금 진경이 지나가고 있는 그 나이가 딱 그랬다. 세상에서 자신이 제일 싫었다. 자신도 싫었거니와 그 싫은 자신을 조금이라도 견디며 살려면 영양제를 먹고 운동을 하고 밝고 좋은 것들을 챙기기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이, 나이 듦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더더욱 싫었다
- P89

세상이 변해간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그 흐름의 중심을 향해 헤엄쳐 갈 나이는 지났다. 뒤로 물러나 물결에 실려 간다. 퇴적된 지층의 일부가 되어. 별다른 기여를 할 수 없으니 목소리를 높여 지분을 주장하지도 않는다. 윤슬에게도 치열하던 시간이 있었고, 이제는 힘주어 살기보다는 영화처럼 삶을 볼 시간이었다.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삶을
- P95

서른 살 때는 마흔 살인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사는 걸까 생각했어. 그 칙칙함, 꾸물꾸물한 울분을 왜 우리가 떠받쳐줘야 하는 건가 싶었지.나이 든 선배들이 똑바르고 훌륭하면 그렇지 못한 내가 미워서 그 사람들을 질투했고, 서투르면 나잇값이 못 하고 저렇게 서툴다고 흉을 봤어. 그냥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들이 싫었어. 지금 젊은 사람들은 안 그렇겠니?
- P115

아무튼 세상은 무서운 곳이니까 여자는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는 게 요지였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세연은 어째선지 조금 마음이 편했는데, 그건 ‘여자’라는 말이 자신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의 블라우스 밑 가슴께에도 족쇄처럼 채워져 있어서, 숨이 막히는 게 자신뿐은 아니라는 생각, 간신히 다른 아이들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 P126

진경은 거울일 뿐이었다. 진경을 보며 진경이 아니라 과거의 자신을, 27년 전 고등학교 1학년 교실에 붕대를 들고 서 있던, 단지 완전히 성숙하지 못했고, 누군가와 이어지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어서 엉거주춤 서 있던 어린 자신을, 세연은 한없이 미워하고 있었다. 언제부터인지도, 어디까지인지도 모르게
- P142

몇 번의 격렬한 논쟁 끝에 채이는 형은과 다시 일상을 같이 하게 되었다. 친구이기는 하지만 자주 싸웠고, 싸우다가 화해하고 예전으로 돌아가는 사이가 되었다. 형은은 채이의 무심함과 종종 비합리로 흘러가버리는 낙관주의를, 아무나 함부로 믿어버리는 순진함을 종종 지적했다. 채이는 형은에게, 나이 많은 사람들은 무조건 불신하는 버릇, 갑작스럽게 분로를 폭발시키며 말을 함부로 하는 버릇을 고쳐야 한다고 에둘러 타일렀다. 경혜와 서로 조심스러워 건드릴 수 없던 부분까지도 형은과는 숨김없이 건드리고 비판하고 설득하고 다투다가 풀어질 수 있었다
- P144

정직하게 말하자면, 편입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여성주의라는 이 거대한 흐름에 동참해서, 자신도 그 안에 있다고, 우리는 적이 아니고 같은 편이라고, 이름을 알리고 싶었다 여성은 여성에게 너무 쉽게 엄격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지 말아야 해요 서로를 그렇게 적대할 이유가 우리에게는 없어요 그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그건 세연의 진심이기도 했다
- P151

너는 가끔 사람들의 눈앞에서 문을 꽝꽝 소리 나게 닫아 버리잖아. 네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그 사람들이 따르지 않기 때문에 말이야. 그럴 때마다 말하고 싶었어.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해? 좀 기다려 줄 순 없는 거니? 모두가 애써서 살고 있잖아. 너와 똑같은 속도로, 같은 방향으로 변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 사람들의 삶이 전부 다 잘못된 거야? 너는 그 사람들처럼, 나처럼 될까 봐 두려운 거지. 왜 걱정하는 거니, 너는 자유롭고, 우리처럼 되지 않을 텐데. 너는 너의 삶을 잘 살 거고 나는 너의 삶을 응원할 거고 우린 그저 다른 선택을 했을 뿐인데.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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