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이 품은 한국사 : 서울.경기도 편 지명이 품은 한국사 1
이은식 지음 / 타오름 / 2010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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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이 가지고 있는 흥미로운 내용을 기대했었으나 너무 기록에만 의존하는 내용으로 일관하여 정작 지명이 가지고 있는 흥미로운 맛을 떨어트렸다. 더더욱 수십년 전에의 글에서나 찾아볼 수 있던 내용의 사료적 수준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도 문제이다. 이 책의 소감을 몆 가지만 지적하고 싶다.  

 

1) 너무 진부한 내용으로 현대감이 현격히 떨어진다

  여기서 말하는 헌대감이란 그동안 일부 사학자들에 의해 새로히 조명된 사료적인 가치를 아예 염두에 두고 있지도 않다는 의미이다. 즉 수십년 전의 사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저자의 식견에는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너무 고루하고 답답하다. 저자의 연세가 비록 많아 보이기는 하지만 사학자로서 꾸준히 공부하고 연구하며 다른 사학자들과 교류를 나누면서 새롭게 조명된 역사관을 다시 연구하고 발전시켜 자신의 연구를 글에 접목시키는 일은 학자로서의 본분이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책을 내놓는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러하지 않을까... 

책장을 넘기면서 느끼는 일관된 생각은 그것이다. 수십년 전 널리 회자되던 그런 사료를 일고의 연구나 비판도 없이 그대로 베껴쓴 냄새가 너무 진하게 퍼진다. 이 책은 비록 올해인 2010년에 출간되었으나 그 내용은 50년도 더 되어 세월의 풍파에 낡아 이미 헤어져버린 그런 내용들로 지명을 설명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불광동의 독박골에 대한 지명을 설명하는 부분이다. 이에 등장하는 원두표장군은   인조반정의 공신이다. 그러나 광해군에 대한 평가가 재조명되고 있는 시점인데다가 인조반정은 일반적으로 성공해서는 안되었던 쿠데타가 아니었던가. 인조반정에 대한 개념을 전혀 언급하지 않아 독자는 그 폐해를 알지 못하도록 하였다. 또한 원두표가 김육이 주장한 대동법을 반대하고 나섰던 인물이라고 기왕에 소개를 할바엔 대동법이 끼치는 영향과 그 정당성에 대해서도 가일수하여 원두표의 인물됨이 널리 백성을 이롭게 하는 인물이 되지 못했음도 좀더 조명했어야 한다고 본다. 물론 이 책은 애초에 인물을 평가하려는 의도를 가진 책은 아니다. 그러나 대동법을 반대했다고 첨가했으면 김육은 왜 대동법을 주장했고 원두표는 왜 반대를 했는지 정도는 서술하여 독자로하여금 원두표의 인물됨이 어떠한지를 정도는 알려주었어야 한다고 본다. 

   

 2) 흥미진진한 내용들로 구성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그 찬스를 전혀 살리지 못했다. 자료가 너무 빈약하다는 이야기다..

낙성대라는 지명의 유래가 된 고려의 강감찬 장군은 그얼마나 흥미진진한 인물이던가.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는 있지만 거란과의 싸움에서 그 얼마나 빛나는 공적을 이루어낸 분이던가..그 것도 공명이 적벽에서 동남풍을 불어 오는 것과 같은 장면이 연출되는 귀주대첩은 거란의 10만 대군 중 살아서 돌아간이는 2-3천에 이른다 하였다. 그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빠트렸으니 이 책은 속없는 만두나 다름없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이 경우는 압구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한명회라는 인물은 또 그 얼마나 흥미로운 인물이던가. 권력의 꼭대기를 틀어쥔 한명회가 무소불위하는 과정에서 전해지는 그 건방이 하늘을 찌르던 대목은 압구정과 정확히 맞물리는 내용인데 전혀 입도 뻥긋하지 않아 김새버린 책이 되어버렸다. 찬스를 전혀 살리지 못한 것은 자료의 빈약함 때문이며 현대감이 떨어지는 저자의 사관이 문제였다고 밖에는 달리 이해하기가 힘들다.

좋은 책이 될수 있었으나 그 질을 현저히 떨어트린 요인들이 그와 같다. 책은 백과 사전과는 그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고 본다. 차라리 백과 사전을 읽는 것이 정보력으로는 우선하지 않을까..책이란 흥미위주로 써도 안되겠지만 관계된 사건을 독자에게 더욱 흥미롭게 전달하는 것도 책의 몫이라고 본다. 왜냐면 독자가 책을 읽어주어야 책이 생명을 갖기 때문이다. 독자가 찾지 않는 책은 죽은 책이 아니던가... 

 

3)  책의 출간 목적이 의심스럽다.  

 책을 서술해가면서 애초의 목적이 흔들린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한다. 지명의 유래가 독자의 머리속에 쏙들어갈 수 있도록 하기위해서는 그 서술이 서로 탄력적인 연계를 갖추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사료적인 세세한 곁 가지를 기록해 넣다보니 내가 지명의 유래를 읽는 것인지 역사적인 자료를 읽고있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이러한 느낌은 저자가 책의 저술 목적에서 교착상태에 빠져버린 탓인데 기력이 다하여 스스로 주저않은 모양새나 다름없다. 저자가 독자에게 조금이라도 더 상세한 정보를 주고 싶은 그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지나치도록 세부적인 내용은 지명의 유래에서 독자가 기대하는 바를 뛰어 넘어버리기 일쑤여서 김이 새버리곤 한다. 지명이 갖는 유래라는 제목이면 조금 더 가볍게, 조금더 경쾌하게, 때로는 지명이 가지고 있는 슬픔도 함께 전하는 애잔함과 감동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 책은 저자의 욕심이 좋은 의도의 주제를 오히려 훼손시켜 독자를 혼란스럽게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괜하게 좋은 내용을 남이 쓰지지도 못하게 낭비해버린 것은 아닌가 싶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런 시도를 또 다른 누군가가 하게되면 그는 따라쟁이가 될 것이고 비난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결과적으로 또 다른 누군가가 같은 내용을 질 좋게 출판할 기회를 잃어버릴 테니 말이다..... 범주를 역사가 아닌 기타로 분류하는 것은 이러한 아쉬움이 남기 때문이다... 아...주제는 좋았으나 그 허술함으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어 다만 장탄식이 나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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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que 2013-04-18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님이 써주셈. 전 이런 책이 필요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