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적 고려사 - 몽골 세계제국에도 당당히 맞선 고려의 오백 년 역사
이윤섭 지음 / 필맥 / 200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느 역사도 그러하겠지만 고려의 역사를 이해하는데는 주변국들과의 관계속에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국제 정세가 한 국가에게 끼치는 영향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이책이 주는 정점으 반대한 사료를 참고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는데 있다. 또한 대부분의 역사서가 그동안 까다로웠던 것은 단순하게 어느 사건의 fact만을 전달하는데서 오는 독자의 고립감이다.  

독자의 고립감은 저자와의 거리감을 느끼게한다. 저자는 잘 알고 있는 역사를 나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느끼게되거나 역사를 단순한 암기식으로 몰아가기 때문이다. 암기해야하는 것은 그것이 역사이든 아니든 부담이 될수밖에 없다. 이 책은 지면이 많은 관계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역사를 읽어갈 수 있게 했다. 

조선사 관련 도서는 참으로 많기도하다. 상대적으로 고려사를 공부할 수 있는 도서는 눈에 띄는 책이 많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던 중 이 책은 고려사를 전반적으로 개괄하고 있으되 그 내용이 알차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은 이 책이 주는 서술의 방식이 친근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어린 아니이든 아니든 말이다. 이야기는 그 발단과 상황이 있고, 과정이 있으며 결말을 가지고 있어 그 내용을 전체적으로 받아들일 수 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교과서라는 딱딱한 기존 인식을 탈피하고 있다. 읽어나가기가 수월하다는 뜻이다. 600쪽에 달하는 분량이지만 일련의 연속성을 갖는 고려사는 커다란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준다. 고려사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고려의 역사를 한 두권으로 끝내기란 애초에 어려움이 있다고 본다. 역사학자마다 강조하고자 하는 부분이 다르고, 그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도 다르기 때문이다.

몇권의 고려 관련 도서를 읽다보면 상호 보완적인 측면이 있고, 저자마다 같은 역사적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도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의 교과서가 주는 우리의 역사는 결코 바람직하지는 않다는 생각이다. 물론 그만한 이유가 있다. 교과서가 주는 지면의 한계가 바로 첫째이고, 교과서 집필에 참여하고 있는 주류 사학자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 둘째이다.  

그런 한계를 가지고 있는 교과서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 영 없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고려사의 경우, 위와 같은 도서를 부교재로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고 본다. 수행평가는 모든 과목에 해당하는 평가의 방식이다. 국사 수업시간에 위와 같은 좋은 자료로 가득한 고려사를 읽고 조별로 단원을 나누어 공부하여 레포트를 제출하는 방식은 훌융한 수행평가의 방식이 아닐가 생각한다.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강점은 참고할 수 있는 자료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부교재로는 더없이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김부식의 아들인 김돈중이 정중부의 수염에 불을 질러 태운 사건을 저자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써가고 있다. 

"정중부는 해주 사람으로....섣달 그믐날 밤에는 나례를 차리고 잡기를 했는데 왕이 친히 나와 구경했고.....그 때, 내시 김돈중이 나이는 젊고 기운은 세어 춧불을 가지고 정중부의 수염을 태웠으므로 정중부가 수박으로 모욕을 주었다. 돈중의 아버지인 김부식이 노하여 왕에게 말하여 중부에게 매질을 하려 했으므로 왕이 허락은 햇으나 중부의 사람됨을 비범히 여겨.... "     

이 대목은 저자가 직접 쓴 것이아니라 사료에 나와있는 자료를 이용한 것이다. 저자는 사건을 가급적 사료를 이용하여 독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물론 그 사료가 과연 어떤 목적으로 저술된 것이냐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겠지만 여러가지 책을 섭렵한 독자라면 충분히 정황을 파악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리 문제될 것은 없다고 본다.

 만약 이 대목을 저자가 이야기로 바꾸어..." 정중부는 해주 사람으로 섣달 그믐날 방에는 신하들이 잡기를하고 질펀하게 노는 중에 김돈중이 지 애비의 뒷배를 믿고 겁을 상실하여 평소 알기를 사람도 아닌 것처럼 알고 대하던 정중부의 수염을 불로 태우는 사건이 벌어졌다. 정중부의 수염이 어떤 수염이던가? 왕도 삼국지에 나오는 관우의 수염에 붙은 별명을 가져다가 미염공이라고 부르던 수염이 아니던가. 정중부는 왕도 인정하는 자신의 아름다운 수염에 엄청 자긍심을 가지고 있었던 터였다. 그런 수염에 김돈중이 지 애비를 믿고 불을 질러??   정중부가 확~ 열받아 그자리에서 무인으로서 그동안 갈고 닦은 고려의 수박치기로 떡을 쳐 김동중을 반은 죽여 놓았다...이에 그 애비 김부식은 제자식 중한 줄만 알고 무반을 마치 사람으로 치지도 않았던 정중부가 제 자식을 반은 죽은 시신이 되도록 실신을 시켜놓자 역시 확~ 열받아 왕에게 고하여 정중부를 잡아다가 족쳐 다시는 그런일이 없도록 하기를 청하였다...이에 왕은 마지못해 허락은 했으나 미염공을 아끼는 마음이 있어 슬며시 미염공에게 이 사실을 알리니 미염공은 슬~쩍 도망을 치고 사라진 뒤였다... " 라고 서술한다면 재미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상황의 판단을 독자에게 맡기지 않고 역사학자가 감정을 살려 넣은 이야기가 되어버릴 것이다. 

물론 같은 사건을 더욱 극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 결코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감정을 독자가 고스란히 전달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옳은 일만은 아니라고 본다. 소설이라면 몰라도... 

이러한 전달 방식에 있어서 저자는 독자에게 흥미로움은 약간 적을 지 모르겠지만 많은 사료를 바탕으로 한 역사서를 원하는 독자에게라면 단연 돗보이는 저서라고 할 수 있다. 아주 마음에 드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