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된 명제를 받아들이면, 이 세상 모든 명제가 참이 된다는 결론이 논리학에 있다(‘논리는 강압적인가?’라는 짧은 에세이에서 다루는 내용이다). 형식 논리학적 증명이 있음에도, 이 결론이 실제 잘 와 닿지는 않는다. 관련하여 다음의 재미있는 일화를 저자는 알려준다. 버트런드 러셀이 논리학 대중강연을 했을 때에도 이러한 결론을 납득하지 못한 청중이 다음과 같이 끼어들었다. “그럼 2 더하기 2가 5라면 내가 교황이라는 것을 증명해 보세요.” 러셀은 이렇게 답했다. “매우 좋습니다. 2 더하기 2는 5로부터 양변에서 3을 빼면 2는 1과 같다는 결론을 얻습니다. 당신과 교황이 둘이고요, 그러므로 당신들은 하나입니다.” 감탄이 나오는 순발력이다. 또는 러셀 자신이 이미 이런 문제를 생각해 봤었는지도...


논리학은 위대하다. 논리학에서 수학이 나오고 과학이 나온다. 수학이—계산이—잘못되면 로켓이 제대로 발사되지 않거나, 발사되어도 엉뚱한 곳으로 날아간다. 추상적 수학이 인간 세계를 지배한다.


다음은 러셀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수학과 논리에 관한 책이다. 만화이지만 매우 수준이 높고 내용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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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21 0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오늘 포스팅은 차분히 생각해볼 명제들이 많네요

만화! 러셀이 주인공이라면 무조껀 장바구니로 ~@@@^^

blueyonder 2021-12-21 10:05   좋아요 1 | URL
러셀은 보면 볼수록 대단한 분입니다. 즐거운 독서와 함께 따뜻한 겨울 보내시기 바랍니다~ ^^
 














저자는 ‘우주는 어떻게 끝날까’라는 제목이 붙은 장에서, 영원한 우주의 의의에 대해 다음과 같은 논지를 펼친다. 사실, 현재 가속팽창하고 있는 우주가 영원히 팽창하며 서서히 열적인 죽음(얼음 속에서 끝나는 우주)을 맞이할지, 아니면 팽창이 멈추고 다시 수축해서 파국(불 속에서 끝나는 우주)으로 끝날지는 아직 모른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다음의 다른 책이 나와 있기도 하다.
















저자는 이렇게 얘기한다. 영원한 우주에는 목적이 있거나 없을 수 있다. 만약 아무런 목적이 없다면 이 우주는 부조리absurd하다. 왜 이 모든 것이 아무런 목적 없이 존재한단 말인가? 만약 목적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이 경우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는데, 이 목적이 이루어지거나 또는 이루어지지 않거나이다. 만약 목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 우주는 헛되다futile. 만약 목적이 이루어진다면 목적이 이루어진 이후의 우주는 의미가 없다pointless. 요약하자면, 영원한 우주는 (a) 부조리하거나, (b) 헛되거나, (c) 결국 무의미하다.


저자는 이 논지가 완벽하다고 말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목적이 왜 한 번으로 성취되고 끝나는지에 대한 반론이 있을 수 있겠다. 어쨌든 이러한 논지를 영원한 '삶'에 대해 적용해보고 싶어졌는데, 마찬가지의 논리를 따른다면, 영원한 삶은 (a) 부조리하거나, (b) 헛되거나, (c) 결국 무의미하다. 하지만 실존주의는 인간의 삶이 부조리하다고 진작 얘기하지 않았던가? 목적 없이 태어나는 것이 인간이므로.


원래 이 글을 쓰기 시작할 때는 영원한 삶이 주어진다고 해도 별 의미가 없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어차피 부조리한 인간의 삶, 영원하든 영원하지 않든 별 차이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 같다. 목적 없이 태어났지만 삶에서 목적을 찾았다고 할 경우는 뒤의 두 가능성에 해당될 수 있겠다.


위의 논지를 살펴보면 유한한 인생에서도 한 번에 이루어버리는 목적을 위해 사는 것은 매우 무의미한 일임을 알 수 있다. 계속 완성해 가는 삶이 좋은 삶이다. 이것이 결론! 날마다 불완전한 삶을 사는 사람의 마음에 위안을 주는 결론이다.


---

[*] 여기서 '끝나는'은 생명(또는 사물)의 관점이라고 볼 수 있겠다. 우주 자체는 어찌 됐든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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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20 00: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날마다 불완전한 나날을 ㅎㅎㅎ
블루 욘더님 남은 2021년 꽉차게 알차게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

blueyonder 2021-12-20 08:42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scott님도 연말 건강히 잘 마무리하시기 바래요~ ^^
 
Twilight of the Gods: War in the Western Pacific, 1944-1945 (Hardcover)
Ian W. Toll / W W Norton & Co Inc / 2020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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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인명의 희생과 물량의 소모. 국가와 국가의 의지가 부딪치는 전쟁을 총체적으로 비유한다면 거대한 신들의 싸움으로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태평양에서 벌어졌던 이 거대한 전쟁과 같은 전쟁이 앞으로 또 있을 수 있을까... 어떤 이유이든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언 톨은 3권에 걸쳐서, 태평양 전쟁의 전모를 일기와 구전 기록까지 들쳐보며 우리에게 보여준다. 한 쪽에만 치우치지 않고 미, 일 양쪽의 사정을 모두 보여주는 것이 이 책의 큰 장점이다. 미군의 전력이 일본군을 압도하는 1944년 이후 연합군의 승리는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1945년 8월에 정말 끝날 때까지, 이 전쟁이 과연 어떻게 끝날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이었다.


거대한 전쟁 앞에서 우리는 무슨 역사적 교훈을 얻을까. 다양한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지만, 무엇보다도 안도감이 든다. 파시즘의 독일과 일본은 패망했다. 침략자들은 패퇴했다. 이것만이라도 인류의 머리에 각인이 되면 좋겠다. 엄청난 피를 흘리고 얻은 교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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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remy 2021-12-19 04: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 천페이지에 가까운 책을 읽고 계신 건가요?

저는 Pacific War Trilogy 전작인 ˝Pacific Crucible˝ 과
˝The Conquering Tide˝ 를 남편이 Kindle 로 사 놓아서
대충만 훑어보고 왜 책들이 갈수록 길어지는 거야,
차마 3번 째 이 책은 아예 살 엄두조차 못 내고 있는데...
제목이 아무리 시적이고 은유적일지라도 말입니다.

전쟁 역사책과 Navy 에 관심 많은 제 남편과
어쩐지 얘기가 잘 통할 것 같은 blueyonder 님!



blueyonder 2021-12-19 16:35   좋아요 2 | URL
이제 다 읽었습니다. ^^ 이 두꺼운 책을 언제 다 읽나 싶어도, 조금씩 읽다보면 어느새 절반에 도달해 있고, 또 계속 읽다보면 드디어 마지막에 도달하게 됩니다. 저에게는 책 읽는 재미를 만끽하게 해준 독서였습니다.
남편께서 저와 관심 분야가 비슷하신 것 같네요. ^^ 가족분들과 함께 즐겁고 행복한 성탄 보내시기 바랍니다~
 














책을 읽으면서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기록해 놓고 싶은 몇 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가 코페르니쿠스의 원리를 이용해서 어떤 것이 앞으로 얼마나 더 있을지 추론해 보는 것이다. 4장 '리만 제타 가설과 소수素數의 웃음'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코페르니쿠스의 원리'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인간은 결코 특별하지 않다'는 것이다. 일찌기 코페르니쿠스는 태양중심설을 통해 인간이 사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 태양을 도는 행성의 하나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태양도 우리 은하의 변방에 있는 그저 그런 별임이 밝혀졌으며, 우리 은하조차 수많은 은하 중에서 별로 특별하지 않은 은하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인간의 위치는 결국 우주의 중심에서 변방의 변방의 변방으로 격하됐다.


리처드 고트J. Richard Gott III는 코페르니쿠스의 원리를 시간에도 적용해서 다음과 같은 논리를 폈다. 우리가 어떤 사건을 보고 있다면 그 사건(사물)이 그 전체 수명의 최초 2.5%이거나 최후 2.5% 내에 있을 확률은 5% 밖에 되지 않으므로, 우리가 보는 사건이 전체 수명의 최초 2.5% 이후거나 최후 2.5% 이전일 가능성이 95%이다. 이것은 현재의 시간이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하면, 현재 사건이 언제 끝날지 최소와 최대 기대값을 구할 수 있다. 최소 기대값은 지금이 전체 수명의 97.5% 순간이라고 가정해서, 최대 기대값은 지금이 전체 수명의 2.5% 순간이라고 가정해서 구한다. 비교적 간단한 계산을 거치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건의 알고 있는 수명을 39로 나누거나 39를 곱하는 것이 최소와 최대 기대값을 구하는 방법임을 알게 된다.


이 논리를 적용한 예가 인류가 언제까지 존재할지에 대한 추론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적어도 20만 년 전부터 있었으므로, 앞의 논리를 적용하면 앞으로 최소 5,100년(=20만 년/39)은 존재하겠지만 780만 년(=20만 년x39) 후에는 사라리지라고 95% 확신할 수 있다. 앞의 5,100년에 기뻐해야할까, 슬퍼해야할까. 또는 뒤의 780만 년에 기뻐해야할까, 슬퍼해야할까.


문득 드는 생각은 '개인에게도 위의 논리를 적용할 수 있을까?'이다. 인류 대신 개인을 생각해 보자. 나이가 50이면 앞으로 최소 1.3년(=50/39)은 더 살아있겠지만 1,950년(=50x39) 후에는 사라지고 없을 것이라고 95% 확신할 수 있다. 개인에게는 시간 범위가 너무 넓다. 하지만 최소 기대값 1.3년은 어떤 느낌을 주는가? 2.5%의 확률로, 1.3년 후, 내가 이 세상에 없을 수 있다. 확률이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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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17 2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별의 소멸, 블랙홀과 같은 운명, 인간의 숙명 ㅜ.ㅜ 블루 욘더님 남은 12월 건강하고 따숩게 ! 보내세요 ^^

blueyonder 2021-12-17 22:02   좋아요 1 | URL
모든 사물은 필멸의 존재이겠지요. 멸하는 순서만 차이가 있습니다. ^^
scott님, 남은 12월 잘 마무리하시고, 건강하고 따뜻한 겨울 보내세요~
 


겨울과 연말을 실감하게 하는 추운 날이지만 노래가 참 따듯합니다. 모두 따뜻한 겨울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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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24 1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폴킴! 노래 좋아 합니다!ㅎㅎ
블루 욘더님!
가족 모두 행복 가득! 하시길 바랍니다
🎄 ℳ𝒶𝓇𝓇𝓎 𝒞𝓇𝒾𝓈𝓉𝓂𝒶𝓈 🎅🏻

(\ ∧♛∧ .+° °*.
(ヾ( *・ω・) °・ 🎁
`し( つ つ━✩* .+°
(/しーJ

blueyonder 2021-12-24 13:22   좋아요 1 | URL
scott 님도 메리 크리스마스!!
선물 감사해요~~ ^^ 늘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