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인명의 희생과 물량의 소모. 국가와 국가의 의지가 부딪치는 전쟁을 총체적으로 비유한다면 거대한 신들의 싸움으로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태평양에서 벌어졌던 이 거대한 전쟁과 같은 전쟁이 앞으로 또 있을 수 있을까... 어떤 이유이든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언 톨은 3권에 걸쳐서, 태평양 전쟁의 전모를 일기와 구전 기록까지 들쳐보며 우리에게 보여준다. 한 쪽에만 치우치지 않고 미, 일 양쪽의 사정을 모두 보여주는 것이 이 책의 큰 장점이다. 미군의 전력이 일본군을 압도하는 1944년 이후 연합군의 승리는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1945년 8월에 정말 끝날 때까지, 이 전쟁이 과연 어떻게 끝날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이었다.
거대한 전쟁 앞에서 우리는 무슨 역사적 교훈을 얻을까. 다양한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지만, 무엇보다도 안도감이 든다. 파시즘의 독일과 일본은 패망했다. 침략자들은 패퇴했다. 이것만이라도 인류의 머리에 각인이 되면 좋겠다. 엄청난 피를 흘리고 얻은 교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