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면서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기록해 놓고 싶은 몇 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가 코페르니쿠스의 원리를 이용해서 어떤 것이 앞으로 얼마나 더 있을지 추론해 보는 것이다. 4장 '리만 제타 가설과 소수素數의 웃음'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코페르니쿠스의 원리'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인간은 결코 특별하지 않다'는 것이다. 일찌기 코페르니쿠스는 태양중심설을 통해 인간이 사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 태양을 도는 행성의 하나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태양도 우리 은하의 변방에 있는 그저 그런 별임이 밝혀졌으며, 우리 은하조차 수많은 은하 중에서 별로 특별하지 않은 은하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인간의 위치는 결국 우주의 중심에서 변방의 변방의 변방으로 격하됐다.


리처드 고트J. Richard Gott III는 코페르니쿠스의 원리를 시간에도 적용해서 다음과 같은 논리를 폈다. 우리가 어떤 사건을 보고 있다면 그 사건(사물)이 그 전체 수명의 최초 2.5%이거나 최후 2.5% 내에 있을 확률은 5% 밖에 되지 않으므로, 우리가 보는 사건이 전체 수명의 최초 2.5% 이후거나 최후 2.5% 이전일 가능성이 95%이다. 이것은 현재의 시간이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하면, 현재 사건이 언제 끝날지 최소와 최대 기대값을 구할 수 있다. 최소 기대값은 지금이 전체 수명의 97.5% 순간이라고 가정해서, 최대 기대값은 지금이 전체 수명의 2.5% 순간이라고 가정해서 구한다. 비교적 간단한 계산을 거치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건의 알고 있는 수명을 39로 나누거나 39를 곱하는 것이 최소와 최대 기대값을 구하는 방법임을 알게 된다.


이 논리를 적용한 예가 인류가 언제까지 존재할지에 대한 추론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적어도 20만 년 전부터 있었으므로, 앞의 논리를 적용하면 앞으로 최소 5,100년(=20만 년/39)은 존재하겠지만 780만 년(=20만 년x39) 후에는 사라리지라고 95% 확신할 수 있다. 앞의 5,100년에 기뻐해야할까, 슬퍼해야할까. 또는 뒤의 780만 년에 기뻐해야할까, 슬퍼해야할까.


문득 드는 생각은 '개인에게도 위의 논리를 적용할 수 있을까?'이다. 인류 대신 개인을 생각해 보자. 나이가 50이면 앞으로 최소 1.3년(=50/39)은 더 살아있겠지만 1,950년(=50x39) 후에는 사라지고 없을 것이라고 95% 확신할 수 있다. 개인에게는 시간 범위가 너무 넓다. 하지만 최소 기대값 1.3년은 어떤 느낌을 주는가? 2.5%의 확률로, 1.3년 후, 내가 이 세상에 없을 수 있다. 확률이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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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17 2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별의 소멸, 블랙홀과 같은 운명, 인간의 숙명 ㅜ.ㅜ 블루 욘더님 남은 12월 건강하고 따숩게 ! 보내세요 ^^

blueyonder 2021-12-17 22:02   좋아요 1 | URL
모든 사물은 필멸의 존재이겠지요. 멸하는 순서만 차이가 있습니다. ^^
scott님, 남은 12월 잘 마무리하시고, 건강하고 따뜻한 겨울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