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ity Is Not What It Seems : The Journey to Quantum Gravity (Paperback) - 『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영문판
카를로 로벨리 / Penguin Books Ltd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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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최고의 책. 그의 전공인 고리양자중력 이론에 대한 설명은 좀 어렵지만 핵심을 전달하기에는 충분하다. 여러 얘기를 담고 있지만 과학적 결론을 간단한 요약하면: 이 세상에 무한은 없다. 오자와 그림 순서 등 편집 문제가 살짝 있지만 넘어갈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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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자신이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라는 사실을 느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적입니다. (6 페이지)

영성으로 충만한 삶이란 ... 더 높은 정신, 그러니까 이성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것과 접촉하는 삶이죠. ... 사랑, 공감, 인내, 관용, 용서와 같은 정신적.영적 가치들은 종교와 상관없이 우리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 포기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영성은 매우 현실적인 덕목입니다. 혼란스러운 인생길에서 우리를 이끌어주는 나침반과 같죠. 영성은 아무것도 강제하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 제 갈 길을 찾아야 합니다. 어떤 이는 이 방향으로, 어떤 이는 저 방향으로 갈 것이고, 또 어떤 이는 더 빠르게, 어떤 이는 더 느리게 갈 것입니다. ... 영성은 우리의 짐을 덜어줍니다. 기술만능주의와 물질주의에 경도된 교육관 너머에서 올바른 삶으로 가는 오솔길을 가르쳐주기 때문이죠. (6~7 페이지)

영성 교사 메리 버마이스터는 이 진리를 간단명료한 공식으로 만든 바 있습니다. "단순하게 살아라!" 이 문장에서 어떤 부분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다른 두 가지 영적 태도가 나옵니다. '살아라'를 강조할 경우, 이 문장은 지금 여기에서의 삶에 충실해지라는 의미입니다. 남에게 보이고 싶은 대로가 아니라 지금 있는 그대로의 삶을 받아들이라는 의미인 거죠. 자녀를 바라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발로 땅을 딛고 서서 자신과 주변 세상을 인식하고, 자연과 하나되어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삶이 제공하는 모든 감정을을 몸으로 느끼며 소소한 일상에 감동하고,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그들의 인생길에 동행할 수 있음을 감사하라는 의미입니다.

  '단순하게'를 강조하면 영성에 대한 또 다른 의미가 눈에 들어옵니다. 영성은 날로 더해 가는 세상사의 복잡함을 줄이는 데 기여하죠. '단순하게'란 그냥 내버려 두는 자유방임이 아니라 본질적인 것으로 눈을 돌린다는 의미입니다. 이를 부모에게 적용하면 여유를 가지라는 뜻입니다. 모든 것을 손아귀에 넣겠다는 완벽주의와 강박관념을 떨쳐버리고, 엄마.아빠로서 자기 자신은 물론 아이에게 더 부드럽고 관대해지라는 것이죠. '단순하게'란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 머물라는, 즉 자신의 힘과 능력을 믿으라는 말입니다. 우주와 자연이 자신에게 선사한 힘과 능력을 강하게 믿을수록 더 큰 영성을 느낄 수 있는 법입니다. (7~8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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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번역본, 영국판, 그리고 미국판]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Reality Is Not What It Seems>는 <모든 순간의 물리학Seven Brief Lessons on Physics>을 쓴 카를로 로벨리의 신작이다. 실제로는 <모든 순간의 물리학>보다 먼저 쓰여졌는데, <모든 순간의 물리학>이 유명해지고 난 후 영미권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에서 로벨리는 <모든 순간의 물리학>에서 논의되었던 내용들을 좀 더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로벨리와 그의 글에 대해서는 아마존에 있는 다음의 2개 평이 매우 잘 요약하고 있다.


“Some physicists, mind you, not many of them, are physicist-poets. They see the world or, more adequately, physical reality, as a lyrical narrative written in some hidden code that the human mind can decipher. Carlo Rovelli, the Italian physicist and author, is one of them...Rovelli's book is a gem. It's a pleasure to read, full of wonderful analogies and imagery and, last but not least, a celebration of the human spirit.”—NPR Cosmos & Culture

 

“If your desire to be awestruck by the universe we inhabit needs refreshing, theoretical physicist Carlo Rovelli...is up to the task.”—Elle


이 페이퍼에서는 번역본의 제목에 대해 지적하고 싶다. "Reality Is Not What It Seems"를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라고 번역했다. 얼핏 보면 단순한 직역 같지만 오해의 소지가 많은 제목이다. '보이는 세상이 실재가 아니라면 그럼 환상이라는 얘기인가'하는 생각부터 먼저 든다. 하지만 결코 그것이 로벨리의 의도가 아니라고 얘기할 수 있다. 


이 제목의 첫 번째 문제는 주어부와 술어부를 뒤바꾼 것이다. 원래는 '실재(reality)는 ...가 아니다'인데 이것을 '...는 실재가 아니다'로 바꾸었다.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큰 문제 없어 보이기도 한다. A가 B가 아니면 당연히 B는 A가 아니니까. 마치 '사람은 고양이가 아니다'나 '고양이는 사람이 아니다'처럼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A는 B가 아니다'에서의 초점은 A인 반면, 'B는 A가 아니다'에서의 초점은 B이다. 이 단순한 차이가 의미의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 '인간은 값을 매길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라는 문장을 생각해 보자. 충분히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이다. 만약 이 문장의 주어부와 술어부를 뒤바꾸면? '값을 매길 수 있는 존재는 인간이 아니다'가 된다. 뒤의 문장이 앞의 문장과 동일한 뜻을 전달하는가? 뒷 문장의 초점은 '값을 매길 수 있는 존재'이며 그것이 인간이 아니라는 말이다. 특히 문장이 부정문일 때 그럼 긍정문은 뭘까 생각하게 된다. 'A는 B가 아니다. 그러면 A는 뭐란 말인가?'가 일반적인 반응이다. 그러니 '보이는 세상이 실재가 아니라면 환상이란 말인가?'란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단순히 주어부와 술어부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원래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의 심대한 왜곡을 발생시킬 수 있다. 


두 번째 문제는 "what it seems" 부분이다. "보이는 세상"이라고 번역했는데 직역하면 '보이는 것'일 터이다. "것"을 피하고자 아마 "세상"을 쓴 것 같은데 이게 어찌 보면 문제의 시발점인지 모르겠다. '실재는 보이는 세상이 아니다'라고 놓으면 말이 안돼 보이는 것이다. 사전적 의미로 볼 때 실재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을 말한다. 물리학자가 '실재(reality)'라고 말할 때는 보통 '물질 세계'를 의미한다. 실재(물질 세계)가 보이는 세상이 아니라면 그럼 안 보이는 세상이란 말인가, 이거 뭔가 이상하다... 그래서 주어부와 술어부를 뒤바꿔 놓으면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가 된다. 이건 뭔가 있어 보인다. 그럼 보이는 세상은 허상, 환상이란 불교적 생각도 들고...


로벨리의 의도를 살리자면 이런 식으로 번역해야 한다: 실재는 겉보기와는 다르다. 또는 세상은 보이는 바와 다르다. 물리학자에겐 실재 = 세상(물질 세계)이다. 왜 로벨리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인가.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이 자연을 연구하면 할수록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의 상식을 거스르는 상대성이론, 양자역학을 이용해야만 자연을, 세상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상은 겉보기와는 다른 것이다. 저자의 이러한 생각은 서문의 마지막 문장에 요약되어 있다. 이 책이 여행 책이라고 하면서 이 여행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A magic journey out of our commonsense view of things, far from complete."

사물에 대한 우리의 상식적 관점을 떨쳐내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마법과 같은 여행.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란 제목은 저자의 의도에서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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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a 2018-04-06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카로운 지적입니다. blueyonder 님의 분석이 섬세하고 논리 전개가 설득력 있다고 봅니다. 아무도 이의 제기 못하고 지나칠 만한 번역판 제목의 문제점을 잘 드러냈다고 봅니다.

원제: Reality Is Not What It Seems
번역판 제목: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blueyonder 님 제안: 실재는 겉보기와는 다르다

원제 술어부 What It Seems에서 It은 Reality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Seems는 겉보기에 무엇무엇(What)처럼 보인다는 걸 뜻하죠. 해서 술어부를 직역하면 《실재는 겉보기에 무엇무엇처럼 보인다》라고 할 수 있죠. 한데 원제 전체는 그게 아니라는 얘기죠. 즉 실재는 겉보기에 무엇무엇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그게 아니라는 얘깁니다. 즉 blueyonder 님의 제안처럼 《실재는 겉보기와는 다르다》는 것이죠.

한데 번역가나 출판사 측에서는 이걸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제목을 좀 멋지게 지어서 책의 가치를 좀 높이고 판매량을 늘리는 데에 더 신경을 쓴 듯합니다. 해서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란 제목을 단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blueyonder 님의 지적처럼 오독과 오역이 겹친 잘못된 제목인 동시에 원제의 주어부와 술어부를 뒤바꿔놓은 엉뚱한 제목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우리 모두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결정적 오류를 blueyonder 님께서 정말 날카롭게 집어내 잘 지적하셨다고 봅니다. 참신한 깨달음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 올린 시각: 2018-04-05 21:18
오타 수정 시각: 2018-04-06 08:40

blueyonder 2018-04-05 23:33   좋아요 1 | URL
긴 글 읽어주시고 정성스런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수포자'란 말은 '수학을 포기한 자'의 준말일 터이다. '아, 수학 어려워, 그래서 나는 포기했어'의 체념을 담고 있다. 수학을 포기한 이유는 아마 '나의 능력 부족'이리라. '제물포' 좀 더 정확히 '쟤물포'는 '쟤 때문에 물리 포기했어'의 준말이다. 이 말에는 나는 하고 싶은데 '쟤'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원망이 담겨져 있는 것일까?


왜 물리는 어려울까? 수학은 좋아해도 물리를 싫어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 그것은 아마 둘 다 비슷하게 수식을 써도, 수학은 의미가 추상화된 수식이지만, 물리는 단순한 수식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수식도 싫지만 그 수식에 의미를 붙이는 것이 싫거나, 아니면 그 의미를 잘 모르는 것이다. 수학에서는 수식을 그냥 논리로만 다루고, 여기서의 숫자는 단순히 추상화된 숫자일 뿐이다. 하지만 물리에서의 숫자는 어떤 물리량(가령 질량)를 나타내며, 그 물리량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반드시 알아야 한다. 한 단계 더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가 한 번은 들어봤을 뉴턴의 제2 법칙, F = ma이다. 수식 자체는 매우 간단하다. 여기에는 2x3 = 6 이상의 복잡한 수학이 들어있지 않다. 하지만 물리에서는 m은 물체의 질량을 나타내며 a는 가속도, F는 힘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더욱이 이 식은 물체의 질량 m과 가속도 a를 곱한 것이 힘 F와 같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 식 하나로 지구 위 물체의 운동과 천체의 운동을 설명할 수 있다면 믿어지는가? 이를 위해서는 힘이 어떻게 주어지는지 알아야 하고, 이로부터 가속도를 구해야 한다. 유도하는 수학 자체가 아주 복잡하지는 않다. 이렇게 하나의 원리로부터 주변 현상을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 물리이다. 


물리는 이러한 지식 위에 차근차근 다음의 지식을 쌓아간다. 앞의 지식을 모르면 다음의 지식을 쌓을 수 없다. 학창시절 '제물포'를 외쳤던 사람들은 아마도 앞의 지식을 모르는 과정에서 다음의 지식을 쌓으려고 하다가 좌절했을 가능성이 높다. 물리는 생물이 아니다. 앞의 지식을 모르는 상태에서 다음의 지식을 쌓을 수 없다. 


문제는, 앞의 지식의 의미를 잘 배우고, 배운 다음 잊어 버리지 않게 하고, 그 다음의 지식을 배우고자 할 동기 부여를 학교에서(혹은 '쟤'가) 잘 못 한다는 데 있다. 수식만으로 물리를 배워도 잘 따라갈 소수의 사람이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다수의 사람이 있다. 학교 교육은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인지 모르겠지만) 잘 따라가는 소수의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 동기 부여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아마 그것에 대한 해답은 실험처럼 보인다. 매 시간 실험을 하는 것이다. 신기한 현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럼 '그것은 왜 그럴까' 궁금하게 여기게 되지 않을까. 


<프랑스 아이들은 물리학을 이렇게 배운다>는 프랑스 초등학교 학생들이 수행했던 여러 실험을 담고 있는 책이다. 아마 초등학교 때부터 이런 식으로 물리를 배웠다면 적어도 물리에 대한 이미지가 지금과 같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아마 이런 실험이 별로 재미없는 아이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모든 사람들이 자연과 과학에 관심이 있을 수는 없으니까. 그래도 적어도 '제물포'를 외치는 사람의 숫자는 지금보다 줄어들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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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4-04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과학 수업에 진행되는 실험이 재미없는 것도 문제지만, 실험 위주의 수업 시간이 부족한 게 더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blueyonder 2018-04-04 14:43   좋아요 0 | URL
네 실험 수업은 준비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지요. 반면 일반 수업은 분필만 있으면 됩니다. 우리나라 과학 교육이 더 좋아지려면 실험 수업을 늘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리학은 처음인데요 - 수식과 도표 없이 들여다보는 물리학의 세계
마쓰바라 다카히코 지음, 이인호 옮김 / 행성B(행성비)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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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법칙 탐구에는 끝이 없다


모든 일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기본 법칙 탐구라는 목표에는 끝이 없어 보인다. 물리 법칙이란 소수의 법칙으로 다양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을 가리킨다. 현대 물리학 이전에는 뉴턴 역학의 운동 방정식, 만유인력의 법칙, 맥스웰 방정식 등이 해당하였다.

  이러한 이론의 틀 속에서는 기본 법칙 자체가 성립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물리학이란 몇몇 기본 법칙을 이용해 그 밖의 다양한 현상이 성립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학문이며, 그 기본 법칙 자체는 무조건 성립한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기본 법칙인 줄 알았던 것이 훗날 더 기본적인 법칙으로 설명될 때도 있다. 뉴턴 역학을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으로 설명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이는 기존 기본 법칙이 새로운 기본 법칙으로 대체된 것뿐이므로, 결국 기본 법칙 자체가 왜 성립하느냐는 본질적인 의문이 해소되지는 않았다. (277 페이지)


모든 것의 이론에도 의문은 남는다


... 모든 것의 이론[자연계 네 가지 힘을 모두 통합하여 설명하고자 하는 이론]이라는 말에 과도한 기대를 해서는 안 된다.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세상 모든 것을 설명하는 이론처럼 보이지만, 이는 모순을 품고 있는 말이다. 왜냐하면 정말 세상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라면, 자기 자신이 옳은 이유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이 옳음을 스스로 증명할 수는 없다. 외부에 있는 객관적인 증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빗대면 알기 쉬울 것이다. 한 사람이 자기가 옳다고 주장한다 해도, 증거가 없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다. 이처럼 어떤 이론이 옳다는 사실을 그 이론 내에서 증명할 수는 없다. 이는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라고 하는 수학적 사실이다. 

  모든 것의 이론이 불릴 만한 것이 있더라도, 그 이론 안에는 스스로 설명할 수 없는 한 가지 기본 법칙이 있을 것이다. 정말 그런 이론이 있다면 모든 것의 이론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그 기본 법칙이 왜 성립하느냐는 의문은 남는다. 즉 모든 근본적인 의문이 풀리고 더는 탐구할 필요가 없는 완전한 이론은 존재할 수 없다. (279 페이지)


평범한 연구야말로 기대할 만하다


현대는 과거 어떤 시대보다도 과학 발전 속도가 빠르다. 그 중요한 원인으로 과학자 수가 많아진 것을 꼽을 수 있다. 옛날에는 기초 연구를 하는 사람이 매우 적었다. 당장 유용한 성과를 내놓지 못하는 연구는 사회적인 지원을 받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과학이 사회 기반을 지탱하는 기술을 낳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 결과 과학자가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연구자 인구가 늘어나면 그만큼 과학의 발전 속도도 빨라진다. 물론 꼭 작업량에 비례해서 중요한 과학적 성과가 느는 것은 아니다. 우연과 행운에 크게 좌우되기도 한다. 하지만 다양한 생각을 지닌 여러 연구자가 수많은 분야에 종사하다 보니 어디선가 커다란 발견을 할 확률은 커지고 있다.

  수많은 연구자가 다양한 생각에 따라 연구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여러 연구자가 단 하나의 사고방식에 따라 연구해서는 가망이 없다. 물론 연구에는 유행이 있어서, 유망한 연구 결과가 발표된 분야에 사람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연구가 진전되는 속도도 빨라지므로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한 분야에만 집중되면 막상 그 분야가 벽에 부딪혔을 때 모두가 함께 무너지고 만다.

  유행하는 분야가 있으면 세간의 주목을 끌기 때문에 연구비와 일자리를 구하기 쉽다. 그래서 연구자는 현재 인기 있는 분야를 선택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분야에서는 재능이 넘치고 운 좋은 일부 연구자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은 중요한 성과를 내기가 힘들다는 단점도 있다. 대다수 연구자는 그저 자잘하고 진부한 연구 성과만 내게 된다.

  유행하는 분야를 수많은 사람이 연구하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지만, 이와 동시에 평범한 분야에도 연구자는 필요하다. 지금 주목받는 분야도 언젠가는 끝이 온다. 미래에 꽃필 분야는 현재 주목받지 않는 평범한 분야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자연계의 신비를 해명한다는 순수한 호기심이 과학을 지금까지 이끌어 온 것이다. (281~282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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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8-04-03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밑줄 그으신 내용 깊이 공감합니다. ^^
Blueyonder 님은 혹시 과학자이신가요?
매번 좋은 과학책 소개해 주셔서 혹시나 해서요. ㅎㅎ

blueyonder 2018-04-03 22:31   좋아요 1 | URL
아, 그냥 제가 물리에 관심이 좀 많아서요. ㅎㅎ 요즘 물리책 리뷰가 많긴 했네요. 방문해 주셔서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