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자'란 말은 '수학을 포기한 자'의 준말일 터이다. '아, 수학 어려워, 그래서 나는 포기했어'의 체념을 담고 있다. 수학을 포기한 이유는 아마 '나의 능력 부족'이리라. '제물포' 좀 더 정확히 '쟤물포'는 '쟤 때문에 물리 포기했어'의 준말이다. 이 말에는 나는 하고 싶은데 '쟤'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원망이 담겨져 있는 것일까?


왜 물리는 어려울까? 수학은 좋아해도 물리를 싫어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 그것은 아마 둘 다 비슷하게 수식을 써도, 수학은 의미가 추상화된 수식이지만, 물리는 단순한 수식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수식도 싫지만 그 수식에 의미를 붙이는 것이 싫거나, 아니면 그 의미를 잘 모르는 것이다. 수학에서는 수식을 그냥 논리로만 다루고, 여기서의 숫자는 단순히 추상화된 숫자일 뿐이다. 하지만 물리에서의 숫자는 어떤 물리량(가령 질량)를 나타내며, 그 물리량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반드시 알아야 한다. 한 단계 더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가 한 번은 들어봤을 뉴턴의 제2 법칙, F = ma이다. 수식 자체는 매우 간단하다. 여기에는 2x3 = 6 이상의 복잡한 수학이 들어있지 않다. 하지만 물리에서는 m은 물체의 질량을 나타내며 a는 가속도, F는 힘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더욱이 이 식은 물체의 질량 m과 가속도 a를 곱한 것이 힘 F와 같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 식 하나로 지구 위 물체의 운동과 천체의 운동을 설명할 수 있다면 믿어지는가? 이를 위해서는 힘이 어떻게 주어지는지 알아야 하고, 이로부터 가속도를 구해야 한다. 유도하는 수학 자체가 아주 복잡하지는 않다. 이렇게 하나의 원리로부터 주변 현상을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 물리이다. 


물리는 이러한 지식 위에 차근차근 다음의 지식을 쌓아간다. 앞의 지식을 모르면 다음의 지식을 쌓을 수 없다. 학창시절 '제물포'를 외쳤던 사람들은 아마도 앞의 지식을 모르는 과정에서 다음의 지식을 쌓으려고 하다가 좌절했을 가능성이 높다. 물리는 생물이 아니다. 앞의 지식을 모르는 상태에서 다음의 지식을 쌓을 수 없다. 


문제는, 앞의 지식의 의미를 잘 배우고, 배운 다음 잊어 버리지 않게 하고, 그 다음의 지식을 배우고자 할 동기 부여를 학교에서(혹은 '쟤'가) 잘 못 한다는 데 있다. 수식만으로 물리를 배워도 잘 따라갈 소수의 사람이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다수의 사람이 있다. 학교 교육은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인지 모르겠지만) 잘 따라가는 소수의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 동기 부여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아마 그것에 대한 해답은 실험처럼 보인다. 매 시간 실험을 하는 것이다. 신기한 현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럼 '그것은 왜 그럴까' 궁금하게 여기게 되지 않을까. 


<프랑스 아이들은 물리학을 이렇게 배운다>는 프랑스 초등학교 학생들이 수행했던 여러 실험을 담고 있는 책이다. 아마 초등학교 때부터 이런 식으로 물리를 배웠다면 적어도 물리에 대한 이미지가 지금과 같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아마 이런 실험이 별로 재미없는 아이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모든 사람들이 자연과 과학에 관심이 있을 수는 없으니까. 그래도 적어도 '제물포'를 외치는 사람의 숫자는 지금보다 줄어들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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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4-04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과학 수업에 진행되는 실험이 재미없는 것도 문제지만, 실험 위주의 수업 시간이 부족한 게 더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blueyonder 2018-04-04 14:43   좋아요 0 | URL
네 실험 수업은 준비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지요. 반면 일반 수업은 분필만 있으면 됩니다. 우리나라 과학 교육이 더 좋아지려면 실험 수업을 늘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