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물리학은 처음인데요 - 수식과 도표 없이 들여다보는 물리학의 세계
마쓰바라 다카히코 지음, 이인호 옮김 / 행성B(행성비) / 2018년 1월
평점 :
기본 법칙 탐구에는 끝이 없다
모든 일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기본 법칙 탐구라는 목표에는 끝이 없어 보인다. 물리 법칙이란 소수의 법칙으로 다양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을 가리킨다. 현대 물리학 이전에는 뉴턴 역학의 운동 방정식, 만유인력의 법칙, 맥스웰 방정식 등이 해당하였다.
이러한 이론의 틀 속에서는 기본 법칙 자체가 성립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물리학이란 몇몇 기본 법칙을 이용해 그 밖의 다양한 현상이 성립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학문이며, 그 기본 법칙 자체는 무조건 성립한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기본 법칙인 줄 알았던 것이 훗날 더 기본적인 법칙으로 설명될 때도 있다. 뉴턴 역학을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으로 설명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이는 기존 기본 법칙이 새로운 기본 법칙으로 대체된 것뿐이므로, 결국 기본 법칙 자체가 왜 성립하느냐는 본질적인 의문이 해소되지는 않았다. (277 페이지)
모든 것의 이론에도 의문은 남는다
... 모든 것의 이론[자연계 네 가지 힘을 모두 통합하여 설명하고자 하는 이론]이라는 말에 과도한 기대를 해서는 안 된다.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세상 모든 것을 설명하는 이론처럼 보이지만, 이는 모순을 품고 있는 말이다. 왜냐하면 정말 세상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라면, 자기 자신이 옳은 이유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이 옳음을 스스로 증명할 수는 없다. 외부에 있는 객관적인 증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빗대면 알기 쉬울 것이다. 한 사람이 자기가 옳다고 주장한다 해도, 증거가 없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다. 이처럼 어떤 이론이 옳다는 사실을 그 이론 내에서 증명할 수는 없다. 이는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라고 하는 수학적 사실이다.
모든 것의 이론이 불릴 만한 것이 있더라도, 그 이론 안에는 스스로 설명할 수 없는 한 가지 기본 법칙이 있을 것이다. 정말 그런 이론이 있다면 모든 것의 이론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그 기본 법칙이 왜 성립하느냐는 의문은 남는다. 즉 모든 근본적인 의문이 풀리고 더는 탐구할 필요가 없는 완전한 이론은 존재할 수 없다. (279 페이지)
평범한 연구야말로 기대할 만하다
현대는 과거 어떤 시대보다도 과학 발전 속도가 빠르다. 그 중요한 원인으로 과학자 수가 많아진 것을 꼽을 수 있다. 옛날에는 기초 연구를 하는 사람이 매우 적었다. 당장 유용한 성과를 내놓지 못하는 연구는 사회적인 지원을 받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과학이 사회 기반을 지탱하는 기술을 낳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 결과 과학자가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연구자 인구가 늘어나면 그만큼 과학의 발전 속도도 빨라진다. 물론 꼭 작업량에 비례해서 중요한 과학적 성과가 느는 것은 아니다. 우연과 행운에 크게 좌우되기도 한다. 하지만 다양한 생각을 지닌 여러 연구자가 수많은 분야에 종사하다 보니 어디선가 커다란 발견을 할 확률은 커지고 있다.
수많은 연구자가 다양한 생각에 따라 연구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여러 연구자가 단 하나의 사고방식에 따라 연구해서는 가망이 없다. 물론 연구에는 유행이 있어서, 유망한 연구 결과가 발표된 분야에 사람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연구가 진전되는 속도도 빨라지므로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한 분야에만 집중되면 막상 그 분야가 벽에 부딪혔을 때 모두가 함께 무너지고 만다.
유행하는 분야가 있으면 세간의 주목을 끌기 때문에 연구비와 일자리를 구하기 쉽다. 그래서 연구자는 현재 인기 있는 분야를 선택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분야에서는 재능이 넘치고 운 좋은 일부 연구자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은 중요한 성과를 내기가 힘들다는 단점도 있다. 대다수 연구자는 그저 자잘하고 진부한 연구 성과만 내게 된다.
유행하는 분야를 수많은 사람이 연구하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지만, 이와 동시에 평범한 분야에도 연구자는 필요하다. 지금 주목받는 분야도 언젠가는 끝이 온다. 미래에 꽃필 분야는 현재 주목받지 않는 평범한 분야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자연계의 신비를 해명한다는 순수한 호기심이 과학을 지금까지 이끌어 온 것이다. (281~282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