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간된 전쟁으로 보는 국제정치 시리즈이다. 책 자체는 비교적 얇은 편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정치적, 경제적 면모를 살피면서 20세기의 주요 전쟁 이면을 살펴보고 있다. 전쟁의 진행 상황도 나오긴 하지만 그보다는 이면의 국제정치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배경지식을 조금 가지고 있어야 읽기 쉬울 것 같기도 하다. 인터넷에 연재한 글을 엮었다고 하는데, 저자의 내공이 상당한 듯 싶다.
첫 번째 책은 러일 전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단순히 쓰시마 해전으로 승리했다고 피상적으로만 알던 러일 전쟁에 대해 유익한 정보를 많이 얻었다.
- 러시아와 일본은 만주와 한반도를 놓고 경쟁했으며, 러시아가 주도한 삼국간섭을 통해 일본은 청일전쟁에서 얻은 요동 반도를 반환해야 했다. 이것이 러일 전쟁의 단초를 제공했다.
- 러일 전쟁은 육지에서도 양국군 수십 만이 참여한 최초의 근대전을 벌였다. 러시아가 차지하고 있던 뤼순항 공방전, 만주의 봉천 회전 등을 통해 일본만 해도 십만 명 가까운 사상자를 냈다.
- 영국은 러시아의 팽창을 막기 위해 러일 전쟁에서 직간접적으로 일본을 지원했다. 일본의 국채를 사서 전쟁 비용을 대주었으며, 러시아 발트 함대의 자국 식민지 기항을 막았다.
- 1년 반 정도 지속된 전쟁에서 일본은 모든 국력을 끌어모은 총력전을 펼쳤다. 일본 국민은 군인으로, 세금으로 희생해야 했다.
- 쓰시마 해전을 통해 러시아 해군은 거의 전멸했으며, 1, 2차 세계 대전에 이르기까지 거의 회복하지 못했다.
- 러일 전쟁을 통해 일본은 자신감을 얻게 됐으며, 당연히 강대국인 러시아가 이길 것이라는 기대를 깨고 국제 무대에 충격적으로 데뷔했다. 심지어 다른 아시아인들도 자랑스러워했다.
- 러일 전쟁의 결과 일본은 한반도를 식민지화하고, 만주에서 러시아를 대체해 결국 만주마저도 차지하게 된다.
- 이러한 성공 스토리는 일본의 미래 전략에 영향을 미쳤다. 육군은 정신력이 물량을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으며, 해군은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함대 결전에 집착하게 되었다. 결국 러일 전쟁은 2차 세계 대전에서 일본의 실패를 잉태했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책은 1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촉발된 해군 군비경쟁을 어떻게 조약을 통해 풀어나갔는가에 대해 논의한다. 영국, 미국, 일본 등은 워싱턴 해군조약과 이후의 런던 해군조약을 통해 군함을 건조할 수 있는 상한을 정해서 경쟁을 제한하려고 했다. 주력함에서 미국, 영국의 60%에 묶인 일본은 당시 불만이 상당했지만, 실제로 미국, 영국과의 군비경쟁이 무리였던 일본으로서는 오히려 성공이라고 봐야 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후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2차 세계 대전으로 나아가는 세계에 대해 설명한다.
- 일본 해군의 전략(점감요격작전)
- 만주국의 탄생
- 히틀러의 집권과 프랑스의 마지노선 등
전문적 학술서는 아니지만, 인터넷에 연재했던 글답게 읽는 재미가 있다. 제대로 소화하려면 한 번 더 읽어 봐야 할 듯도 싶다. 책의 크기나 스토리 텔링이 과학 분야에서 요즘 나오는 <스낵 사이언스> 시리즈 느낌도 든다.
16/11/30. 러일전쟁, 전간기의 해군 군축조약을 거쳐 이제 태평양 전쟁으로 끌려 들어가는 일본에 관해 기술하는 시리즈 제3권이 출간되었다!
17/07/26. 태평양 전쟁의 2탄, 전체 시리즈의 제4권 추가.
17/12/11. 태평양 전쟁의 종막을 다루는, 시리즈의 마지막 권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