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스 플랑크 평전 - 근대인의 세상을 종식시키고 양자도약의 시대를 연 천재 물리학자
에른스트 페터 피셔 지음, 이미선 옮김 / 김영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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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물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인 에너지란 개념이 태어난 역사적 배경과 이해에 대해:


  에너지와 열은 19세기 물리학의 두 가지 중요한 주제였다. 에너지 보존 법칙에서 드러나는 둘의 상호작용은, 19세기 중반 수십 년간의 투쟁이 있은 후에야 비로소 법칙으로서 적합하게 공식화될 수 있었다. 교과서에는 베를린의 물리학자 헤르만 폰 헬름홀츠(Hermann von Helmholtz, 1821~1894)가 이 법칙의 창시자로 명기되어 있다. 플랑크도 그의 강의를 들었다고 한다. 

  ‘에너지(그리스어로 에네르게이아energeia는 ‘활동’을 의미한다)’라는 단어는 1807년 이전의 물리학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게다가 처음에 이 말은 오랫동안 허망한 존재였다. 플랑크와 동시대인들이 비로소 그 존재를 부각시키고, 에너지 안에서 불변하며 그 자체로 존재하는 절대적인 양을 발견했다.

  플랑크는 왜 에너지에 그토록 열광했는가? 에너지는 다른 여건들로부터 분리되어 있고, 무조건적인 절대성의 형태로 등장한다. 그럼으로써 에너지는 인간과 명백하게 떨어져 있고, 인간은 에너지에 관여할 수 없다. 에너지 보존 법칙에 따르면, 에너지는 생산되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 인간은 단지 에너지를 하나의 형태에서 다른 형태로 전환시키는 능력을 가졌을 뿐이다. (28~29 페이지)

  ‘에너지’는 우리가 관찰하고 있는 외부세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말하듯 경험적 질량이 아니다. 에너지는 인간의 내면세계에서 발생하며, 우리가 관찰된 것에 질서를 부여할 때 사용하는 하나의 개념일 수도 있다. 

  철학은 인간이 경험하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는 개념들, 예를 들면 시간과 공간 같은 개념들을 안다. 그리고 철학은 그 구상이 도대체 어디에서 왔는지는 말하지 않은 채, 그저 이마누엘 칸트의 제안에 따라, 이런 개념들을 ‘선험적(아 프리오리a priori)’이라고 말한다. 심리학은 이 부분에서 인간에게는 ‘공통의 무의식’이 있다고 말한다. 선험적이라고 하는 근원적인(원형적인) 관념들은 의식적으로 접근하기 전에 이미 무의식 안에 들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에너지란 경험적인 개념이 아니라 원형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으며, 우리는 바로 이 원형적인 개념을 갖고 일을 수행한다. (32 페이지)

  ...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독일의 여성 수학자 에미 뇌터(Emmy Noether, 1882~1935)...는 “주어진 물리계가 수학적으로 표현 가능한 대칭성을 갖고 있으면, 그 계에는 보존되는 양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34페이지)

  ...자연의 법칙들을 서술할 때 사용하는 공식들은 시간의 축이 바뀌어도 대칭적이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특성, 즉 ‘시간의 동질성’이라고도 알려진 이런 특성 때문에 에너지는 반드시 보존된다. (35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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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입자를 찾아서 -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을 넘어
이종필 지음 / 마티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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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판 서문'을 보면 이런 얘기가 있다.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아 옮긴다. 


  이 책을 낸 이후로 나는 다른 책들도 냈고 여기저기 투고도 했으며 대중강연도 많이 다녔다. 그때마다 내가 항상 듣던 요구사항은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 주세요."였다. 2013년 10월, 그해 노벨상 수상자로 피터 힉스와 프랑수아 엥글레르가 유력했을 때는 한 방송사에서 (이들이 수상한다는 가정하에) "이번 수상의 의미를 한 문장으로 요약해주세요."라고 주문했었다. 2014년 봄 남극의 전파망원경이 태초의 중력파를 검출했다는 발표가 나왔을 때는 "유치원생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달라는 방송사도 있었다[*].

  처음에는 나도 이런 요구에 순순히 응했고 내 나름의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머지않아 여기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음을 느끼기 시작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초등학생'을 요구하는 분들에게는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은 이유를 초등학생이 과연 이해할 수 있는가 하고 되묻기 시작했다. '한 문장'을 요구하는 분들에게는 조선왕조실록을 A4 용지 한 장으로 요약할 수 있느냐고 항변했다. 이 세상에는 초등학생이 이해할 수는 없어도, 또는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는 없어도 지성인으로서 꼭 알아야 할 가치 있는 것들이 무수히 많다. 나는 현대 물리학의 많은 내용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이런 고민에 한 줄기 빛을 던져 준 사람이 있었으니,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레너드 서스킨드였다. 서스킨드는 『블랙홀 전쟁』에서 현대 물리학이 구축될 당시 세기의 천재들조차 생각의 회로를 다시 배선했어야 할 정도로 큰 낭패감을 맛보았다고 썼다. 『블랙홀 전쟁을 번역하면서 나는 '재배선rewire'이라는 단어를 잊을 수가 없었다. 인류 진화의 역사는 짧게 잡아도 10만 년이 넘고 길게 잡으면 300만 년을 오르내린다. 그렇게 기나긴 세월에 걸쳐 형성된 사고의 방식이 자연의 근본 질서를 이해하는 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 겨우 100여 년 전이다. 나는 이것이 현대 물리학의 가장 큰 가치라고 생각한다. 자연의 이치를 이해하려면 그 오랜 진화의 압력을 거슬러 억지로 생각의 회로를 바꿔야 한다. 천하의 아인슈타인조차 실패했던 일이다.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현대 물리학은 쉽지 않다. 초등학생은 이해할 수 없다. 한 두 문장으로도 도저히 요약할 수 없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현대 물리학은 엄청난 지적 고통을 감내하고서라도 배울 가치가 있다. (8~9 페이지)


현대 물리학까지는 아니어도 과학을 알면 세상을 훨씬 깊게 바라볼 수 있다. 현대 물리학까지 알면야... 학교에서 기초적 과학을 배움에도 불구하고 왜 과학을 이렇게 어려워하게 되었는지, 왜 문과 출신은 졸업하고 나면 과학적 지식은 모두 잊어버리는 백지 상태가 되는지, 반드시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기자들의 무지와 뻔뻔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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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중에 데이터를 잘못 해석한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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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9-17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학 교과서에 있는 지식과 상식들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내용이라기보다는 시험 문제에 자주 나올 만한 내용인 것 같아요. 그래서 학생들은 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채 외우기만 하죠... ^^;;

blueyonder 2019-09-17 20:37   좋아요 0 | URL
네 시험만을 위해 암기과목화 하는 것이 큰 문제임을 공감합니다. 자연에 대한 경이가 과학의 본질일 텐데 그런 부분은 다 빼버리고요... ㅠ

북다이제스터 2019-09-17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

blueyonder 2019-09-17 20:40   좋아요 0 | URL
넵! ^^
 

 


브래드 피트 주연의 'Ad Astra'가 9월 19일 개봉 예정이다. ad astra란 라틴어인데 "to the stars"란 뜻을 가지고 있다. ad infinitum이 "to infinity"란 뜻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인터스텔라'와 '그래비티'를 재미있게 보았었는데, 평을 보면 이 두 영화를 합친 것 같은 느낌이다. 과연 그럴지 개봉을 고대 중이다. 다음은 영화의 예고편 중 하나.




그 다음 고대하고 있는 영화는 톰 크루즈 주연의 '탑건: 매버릭Top Gun: Maverick'이다. 원편 '탑건'이 1986년 개봉이었고 이 영화는 2020년 개봉 예정이니 자그마치 34년만의 후속편인 셈이다. 



풋풋했던 톰 크루즈의 탑건 출연 당시 모습. 그때는 그저 얼굴만 잘 생긴 배우 중의 하나처럼 보였지만, 점점 그가 좋아지고 있다. 지금은 그의 출연작이라면 믿고 본다. 아직 만나볼 때까지 많이 기다려야 하는 것이 아쉽다. 다음의 예고편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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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제626호, 제627호 : 2019.09.17~09.24 - 한가위 합병호, 창간기념호 1
시사IN 편집국 지음 / 참언론(잡지)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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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대란'을 둘러싼 커버스토리에 굉장히 재미있는 내용이 나온다. <21세기 자본>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피케티의 2018년 논문 '브라만 좌파 대 상인 우파: 불평등의 증가와 정치 갈등 구조의 변화(Brahmin Left vs Merchant Right: Rising Inequality & the Changing Structure of Political Conflict)'를 소개하면서 저학력, 저소득 노동자가 아니라 고학력 화이트칼라를 대표하게 된 좌파 정당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부분이다. 점점 대학에 가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나온 현상이라는데, 정당정치가 결국 지식인 대 부유층의 '울타리 안 싸움'으로 전락하면서 '울타리 밖'의 저학력, 저소득 노동자는 대변할 정당이 없어진다는 이야기다. 피케티의 연구는 미국, 프랑스, 영국의 좌파 계열 정당 지지자 세력이 이러한 변화를 겪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2016년 토머스 프랭크가 쓴 <민주당의 오만과 착각>도 비슷한 주장을 하는 책이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작년 9월 이 책을 당내 개혁 성향의 의원들에게 돌린 얘기도 전한다. 


작금의 현실을 보면 우리도 이러한 나라들과 비슷한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점점 노동자는 정치에 무심하거나 정치인을 싸잡아 욕하고, 잘못된 뉴스에 휘둘린다. 우리는 자영업자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데, 이들 역시 비슷한 경향을 보이는 것 같다. 문제는 이런 현상의 귀결이 결국 포퓰리즘이라는 것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도 이러한 현상을 보여주는 한 예라고 볼 수 있다.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계층은 고착화되는 현실에서 우리나라 좌파계열 정당의 맹성을 촉구하는 것으로 나는 읽었다.


한 가지만 더 언급하자면 항상 감탄하며 읽는 굽시니스트의 시사만화가 있다. 인터넷 또는 덕후 용어를 마구 써서 때때로 숨어 있는 웃음 코드가 뭔지 의아할 때도 있지만, 그 통찰이나 관점은 참 놀랍고 공감이 갈 때가 많다. 이번 호 내용은 다음의 링크에서 볼 수 있다: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284


이번 호는 한가위 합병호이다. 내용도 두툼하고 읽을 거리도 많다. 독서와 함께 다들 즐거운 한가위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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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19-09-12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석 연휴 잘 보내세요~
행복한 날 되시고요~

blueyonder 2019-09-12 12:4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초딩님께서도 즐겁고 행복한 명절연휴 보내시기 바랍니다~
 
New Scientist (주간 영국판): 2019년 08월 24일 - 영어, 매주 발행
New Scientist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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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사이언티스트New Scientist> 2019.08.31호는 외계인의 있는지를 다루는 특집기사를 싣고 있다. 보통 외계인이라 부르는 지적인 외계 생명체가 우주에 얼마나 있을지에 대한 논의는 많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는 정확한 답을 모른다. 똑똑하기로 정평이 났고, ‘대충 정확히’ 계산하는 것으로 유명했던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는 우주에 외계인이 정말 있다면 우주의 나이와 과학이 발전하는 정도를 고려할 때 그들은 이미 우리 옆에 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외계인이 우리 옆에 없는 것을 보면 우주에 외계인은 없다는 것이다. 과연 외계인은 없을까. 


여기에 대해 많은 이들이 고민하여 여러 대답을 내놨다. 첫 번째는 이미 그들은 우리 주위에 있지만 정부 등에서 감추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음모론자들이 이러한 주장을 하고 있다. 두 번째로 언급되는 이유는 그들이 존재를 숨기고 우리를 지켜만 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일종의 국립공원 내 보호종이라는 말이다. 세 번째는 과학문명이 발전해도 우리와 교신, 또는 우리를 찾아올 수 있을 만큼 오래 살아남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이것은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위의 주장이 모두 틀리고 페르미가 맞다면 정말 우주에는 우리 밖에 없는 것일까?


일찍이 1961년 미국의 천문학자 프랭크 드레이크Frank Drake는 이 문제를 좀 더 정확히 알아보고자 다음의 방정식을 고안했다. 보통 ‘드레이크 방정식’이라고 불리는 이 식은 다음과 같다.


N = R* x fp x ne x fl x fi x fc x L


N: 우리가 알고자 하는, 우주 통신이 가능한 문명의 숫자

R*: 별의 생성률

fp: 행성을 가지고 있는 별의 비율

ne: 이러한 별이 가지고 있는, 생명이 거주 가능한 행성의 숫자

fl: 이러한 행성에서 생명이 발생하는 비율

fi: 발생한 생명이 지적인 생명일 비율

fc: 지적인 생명이 우주 통신을 할 수 있는 문명일 비율

L: 이러한 문명의 수명


문제는 우리 지식의 한계로 아직 위의 각 요소들에 대한 정확한 값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위의 N 값은 1에서 40억까지 변한다! N이 1이라는 것은 이 우주에 과학기술이 충분히 발달한 문명이 우리 밖에 없다는 것이다. 


위의 식에서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고도의 과학문명이 지속하는 수명 L이다. 우리 밖에 예가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길을 따라가게 될까. 문명이 끝나게 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을 것이다. 외계로부터 날아온 커다란 운석이 지구와 충돌하면서 공룡과 같은 운명을 우리 문명이 맞게 될 수 있다. 또는 핵전쟁으로 우리 스스로 문명의 멸망을 자초할 수도 있다. 요새 많이 언급되는 가능성은 환경 파괴와 지구 온난화로 인한 지구 환경의 급격한 변화이다. 1880년 이후 약 섭씨 1도의 지구 온도 상승이 있었던 것으로 연구자들은 말한다. 문제는 요즘의 자원 사용 추세로 볼 때 이 경향이 줄어들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이미 우리는 지구 온난화의 여러 징후들을 뉴스를 통해 간접적으로 보고 있으며 여름과 겨울의 극심한 기후 변화를 직접 체감하고 있다. 기후 협약 등을 통해 원인이 되는 탄소 배출을 줄이고자 해도 국가간 이익 충돌로 인해 제대로 실행이 안 되고 있다는 것도 안다. <뉴사이언티스트> 이번 호에서도 아마존에서의 화재 수가 늘어나고 있으며(p. 5), 아마존을 개발할 생각에 인위적으로 보이는 화재를 브라질 정부는 방관하고 있다고 전한다. 이 모든 것 뒤에는 잘 살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있다. 선진국 사람들이 잘 살기 위해 브라질 사람들은 못살아도 되는 것인지,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나라들이 선진국이 되고자 열망하는데, 선진국은 정말 인류의 모범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지구는 유한하다. 지구의 공간, 자원, 쾌적한 기후와 자연환경 모두 유한하다. 이제 인류는 이 모든 것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됐다. 과연 지구를 이웃, 또는 다른 나라 사람들, 또는 다른 종과 합리적으로 나누어 쓸 수 있을까. 인류는 욕망을 통제하지 못하면 결국 멸망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는 비관적 생각이 든다. 지구 온난화 문제만 봐도, 계속 올라가는 온도를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도록 제한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이 지구가 우리가 살 수 있는 지구가 아닌 순간이 올 것이다. 인류는 안일하게 생각하지만 어느 정도의 온도 상승 후에는 더 이상 지구가 회복할 수 없는, 급격한 변화가 올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경고한다. 이러한 때가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냥 내버려 둘 것인가. 


얼마 전 라디오 뉴스에서 우리의 합계출산율이 0명대(0.98명)로 떨어진 것에 대해 어느 인구학자와 한 인터뷰를 들었다. 우리는 정부에서 출산장려금을 포함한 막대한 돈을 써도 왜 여전히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는지 안다. 다들 먹고 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애 낳아서 교육시키려면 한숨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분 말씀 중에 인상 깊었던 것이 이 문제를 ‘인구 밀도’라는 지표로 설명한 것이다. 먹고 살기의 어려움이라는 막연함을 인구 밀도란 지표를 가지고 설명하면서, 인구 밀도가 높으면 식물이든 동물이든 다 출산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얘기를 듣고 무릎을 쳤다. 이런 것이 과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문제를 파악하면 대책은 인구 밀도를 떨어뜨리는 것이 된다. 다들 수도권에만 모여 살려고 하니 수도권의 인구가 과밀하다. 인구대책이 단순한 출산장려금 지급만이 아니라 균형 발전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과학만이 우리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을까. 우리 욕망은 어떻게 제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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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 Scientist> 2019.08.31호가 알라딘에서 상품검색이 안 된다. 그래서 그 직전 최신호를 골랐다. [이제 검색된다(09.25). 링크는 여기를 클릭] 

** 사실 위에서 언급한 <뉴사이언티스트> 특집기사의 초점은 최근 발전한 스펙트럼 분석을 통해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알아내는데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는 것이다. 위의 글은 그냥 변죽만 울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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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d 2019-09-12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외계인이 존재하는 것은 우주의 필연이라고 봅니다. 물론 이런 주장은 현단계 과학에서 제공하는 확실한 ‘직접 증거’에 기반하고 있는 것은 아니죠. 하지만 논리적이고 철학적인 논거와 미래 과학의 ‘간접 증거’로써 얼마든지 외계인의 존재를 논증할 수 있다고 봅니다.

윗글에서 예로 든 외계 문명 추산에 관한 드레이크 방정식(Drake equation)이나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의 외계인 존재 부정 논변, 음모론자들의 외계인 존재 주장 등은 거의 모두 기본적으로 물리주의(physicalism or materialism)나 자연주의(naturalism)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소 무리가 있지만 아주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인류가 이룩한 현단계 과학적 지식에만 의존한 논변들이라는 것이죠. 한데 알다시피 현단계 인류의 과학적 지식은 한계가 너무나 뚜렷하고 너무나 불완전한 단계죠. 해서 이런 단계에 있는 물리주의나 자연주의에 기반한 모든 논증/논변은 (윗글에 나오는 찬반 논변들을 포함해서) 나중에 그 진위가 어떻게 판정나든 간에 부실하고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해서 최근 이러한 물리주의와 자연주의, 그 반대편에 있는 이원론이나 관념론 등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돌파구로 범심론(panpsychism), 범원초심론(panprotopsychism), 범경험론(panexperientialism), 우주심론(cosmopsychism), 질료형상론(hylomorphism) 등이 큰 주목을 끌고 있는데요. 이 이론들이 공통적으로 기반하는 생각은 우주의 기본 요소 목록에 물질적 기본 요소 외에 심적 혹은 의식적 요소도 넣는다는 겁니다. 이럴 경우 위 드레이크 방정식은 그 효용성이 크게 떨어집니다. 시간이 없어서 그러는데요. 중간 고리를 생략하고 간략히 요약하자면 심적/의식적 요소가 우주의 기본 요소 중 하나라면 우리와 비슷할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는 다양한 외계 종족들이 드넓고 드넓은 우주에 편재할 수도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는 겁니다. 요컨대 이런 결론은 우주적 필연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저는 기본적으로 이런 생각에서 외계인의 존재를 확신하고 있는 편입니다.

한데 페르미의 역설(Fermi paradox)에서 말하듯 외계인이 존재하고 심지어 우주 곳곳에 편재한다면 왜 아직까지 지구에 확실한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느냐/목격되지 않느냐 반문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그건 현단계 물리적/자연주의적 과학 수준에 갇힌 우리 인간이 자연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반문이라는 답변으로 간접 논박하겠습니다. 인간의 현단계 감각 체계나 인식망에는 외계인이 포착되기 아주 어렵거나 탐지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죠. 레이 커즈와일, 미치오 카쿠, 맥스 테그마크 등등은 우리 인류의 미래 진화를 예측하면서 궁극적으로는 물질적 기반/기체(substrate)를 벗어난 혹은 초월한 정보나 의식만의 영적 존재로의 진화까지 가정하는데요. 우리 인류보다 훨씬 진화한 다양한 외계 종족 가운데 그런 종족이 있을 수 있다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죠.

현재 서구의 이름난 철학자 · 인지과학자 · 인공지능학자들 중에는 자신의 의식 이론을 펴면서 위에서 말한 범심론적 논변을 펼치는 학자가 적지 않습니다. 그들 대부분이 외계인의 존재 유무에 관한 대중적 얘기는 섣불리 하지 않지만, 그들의 논변(의 함축)을 논리적으로 확장하고 분석적으로 해석하면 어쩔 수 없이 외계인 존재 옹호 논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제 기본 생각이었는데요. 때마침 외계인의 존재 유무에 대한 blueyonder 님의 글을 읽게 되어 이렇게 댓글까지 써올리게 되었네요. 생각의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blueyonder 2019-09-12 12:52   좋아요 0 | URL
글 감사합니다. 제게 여러 생각할 거리를 주시네요. 아서 클라크의 <스페이스 오디세이>에도 Mind님께서 말씀하신 것과 비슷한 외계 존재가 나옵니다. 현대 과학으로서는 파악이 안되지만 그런 존재가 있을 수도 있다는데에 저도 열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