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노벨 과학상 발표 시즌이다. 거의 테크닉에 가까운, 하지만 응용성이 큰 레이저 기술에 수여한 물리학상도 눈길을 끌지만,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또 한 명의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 기사가 곱씹을 만하다. 제임스 엘리슨 미국 텍사스 주립대 교수와 함께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게 된 혼조 다스쿠 교토대 특별교수는 기자회견에서 어린 학생들을 향해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고 한다.
“연구자가 된다는 것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알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 이상하구나 생각하는 마음을 소중히 하는 것입니다. 교과서에 써 있는 것을 믿지 않습니다. 항상 의심을 가지고, 진실은 어떻게 되는가 하는 마음을 소중히 합니다. 즉 자신의 눈으로 물건을 봅니다. 그리고 납득합니다.” (https://news.v.daum.net/v/20181002113347893)
이런 인터뷰를 보면 우리와 일본 사이에는 학문적으로 여전히 상당한 격차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이 우리보다 근대과학을 훨씬 먼저 시작했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문화적으로도 우리가 아직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일본은 전문가-장인-을 우대하는 사회이다. 그것이 도자기 장인이든, 국수 장인이든, 과학자이든, 본인은 장인의 의미를 자각하고 그 길을 이어가고자 한다. 일반인들은 그들을 존중한다. 부끄럽게도, 우리 마음 속에는 모든 것이 잘먹고 잘사는 길로만 이어져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교과서에 써 있는 것을 믿지 않는다”는 말은 교과서를 써 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교과서에 쓰일 만한 연구를 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아직도 대부분의 분야에서 다른 사람이 쓴 교과서를 배우기만 하는 우리로서는 가야 할 길이 한참 남았음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우리 입시는 어째야 할까. 일본도 입시는 우리와 마찬가지라는데... 언젠가 우리에게도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나올 것이다. 하지만 그 노벨상은, 노벨상 받으라고 밀어준 스타 과학자보다는,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의 호기심을 붙잡고 이름 모를 연구를 한 사람이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노벨상은 목표가 아니라 성취의 부산물이다. 노벨상 못 받으면 또 어떤가. 우리의 과학 저변이 확대되면 노벨상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다. 그 때까지 우리는 각자 할 일을 하자. 묵묵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