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내딛었던 미국의 닐 암스트롱과 그의 가족, 그리고 그의 동료들 이야기이다. 영화는 닐 암스트롱의 시선을 따라서 그가 겪었던 가족적 불행, 훈련과 실패 과정, 그리고 무엇보다 우주 비행사로서의 경험을 보여준다. 지금도 달로의 여행은 쉽게 느껴지지 않는데, 지금과 비교하면 보잘것 없는 컴퓨터와 기술로 인간을 달로 보낸 거의 50년 전의 성취는 정말 대단하게 느껴진다. 로켓의 꼭대기에 타서 돌아올지 모르는 여행을 떠나는 우주 비행사는 또 얼마나 대단한가. 미국인의 프런티어 정신이라는 것, 미국이라는 나라의 에너지, 미국이라는 나라의 위대함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달 표면에 성조기 세우는 장면이 안 나온다고 트럼프는 비난했다던데, 그런 애국주의적 장면이 나오지 않아서 더 세련되게 미국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거기에 더해 암스트롱의 고독한 내면도... 실제 암스트롱은 내성적이고 조용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영화는 기술적이나 역사적으로 거의 사실에 기반하여 만들어졌다. 딱 하나 영화적 상상력이 가미된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은 영화를 볼 사람들을 위해 말하지 않겠다(아마 보면 바로 알아챌 수 있을 거다). 


영화의 원전이 되는 동명의 책은 영화 개봉과 맞추어 번역되어 출간됐다. 그 옆 2권은 2005년에 처음 출간되고 최근 다시 간행된 원서이다. 
















영화가 지루하다는 평도 있던데, 내게는 아주 좋았다. 인류라는 동물의 특성을 잘 나타내는 사업이 달 탐험이라고 생각한다. 당시에도 그 엄청난 돈을 들여 뭐하러 달 탐험을 하느냐는 비판도 많았다고 한다. 그 돈으로 차라리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것이다. 아폴로 이후 지금까지 아무도 다시 달에 가지 않은 것을 보면 일리가 있긴 하다. 하지만 인류는 경제적, 사회적, 도덕적으로 옳은 일만을 하는 존재가 아니다. 이성 외에 감성이 있다. 당시 소련과 경쟁하며 국가 자원을 동원하여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미국에게서 뭔가 마초의 냄새가 풍기기도 한다. 물론 국가 경쟁이 전부는 아니다. 산이 거기 있기에 가는 것처럼, 달이 저기(!) 있기에 가는 데에서 인간의 순수한 도전 정신을 느낄 수도 있다. 이런 국가주의, 순수한 탐구와 호기심의 시대는 이제 사라지지 않았나 하는 데에서 뭔가 아쉬움을 느끼기도 한다.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이며, 기존의 우주 영화 <그래비티>, <마션>, <인터스텔라>와는 또 다른 측면을 그려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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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블 우주 망원경의 후임인 제임스웹 우주 망원경에 대한 기사를 읽다가 이해가 안 돼서 인터넷 검색을 해봤다. 일단, 아래가 문제 기사의 일부이다.


NASA는 ESA와 캐나다우주국 등과 공동으로 허블의 후임인 차세대 우주망원경 '제임스웹(James Webb) 우주망원경'을 제작 중인데 지난 9월 최종 조립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제임스웹은 미국의 달 착륙·귀환 프로젝트인 '아폴로 계획'을 이끌었던 NASA의 국장 이름을 따서 지은 것입니다. 원래 제임스웹 망원경은 지난달에 발사할 예정이었는데 더 정밀한 제작을 위해 2021년으로 발사가 연기됐습니다.


제임스웹 망원경은 허블보다 훨씬 먼 150만㎞ 상공에 설치됩니다. 지구와 달 사이 거리보다 4배나 더 먼 '라그랑주 L2' 지역에 보내는 것인데 이곳은 태양이 지구를 끌어당기는 중력과 지구가 궤도를 유지하려는 원심력이 평형을 이루는 지역입니다.


따라서 제임스웹 망원경은 엔진이나 별도의 추진 장치 없이 지속적인 공전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고장이 나면 사실상 수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발사 전에 완벽한 상태여야 합니다. 허블처럼 초기에 말썽을 부린다고 해서 수리하러 갈 형편이 안된다는 말이지요. 제임스 웹의 성공을 기원합니다. (https://news.v.daum.net/v/20181102063016806)


제임스웹 우주 망원경을 L2 라그랑주 지점에 보낸다는 것인데 L2 라그랑주 지점에 대한 설명이 "태양이 지구를 끌어당기는 중력과 지구가 궤도를 유지하려는 원심력이 평형을 이루는 지역"이라고 되어 있다. 뭐가 좀 이상하지 않은가? "태양이 지구를 끌어당기는 중력과 지구가 궤도를 유지하려는 원심력이 평형을 이루는 지역"에는 (문장의 의미가 명확하진 않지만 내가 이해한 바 대로라면) 지구가 있다. 지구는 태양의 중력과 지구가 느끼는 원심력이 평형을 이루며 공전한다. 거기에 제임스웹 망원경을 보낸다고? 인터넷에서 찾아본 라그랑주 지점Lagrange point에 대한 올바른 설명은 이렇다: 이 지점에서는 태양과 지구 중력의 합이 그 지점에 있는 물체가 느끼는 원심력평형을 이룬다. 라그랑주 지점은 모두 5개인데, 아래 사진에 L1, L2, L3, L4, L5로 나와 있다. 제임스웹은 특히 L2 지점으로 보내지는데, 이 지점은 태양, 지구, 달을 등질 수 있어서 심우주深宇宙 관측에 좋다고 한다.



기사에서는 "따라서 제임스웹 망원경은 엔진이나 별도의 추진 장치 없이 지속적인 공전이 가능합니다"라고 나와 있지만, 사실 L2 라그랑주 지점은 불안정한 평형점이기 때문에 미세 궤도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다. 직선상에 있는 다른 라그랑주 지점인 L1, L3 역시 불안정하며, 한편 L4, L5는 안정하다고 한다[1].


라그랑주 지점은 '삼체 문제three-body problem'에 관해 1772년에 논문을 쓴 프랑스의 수학자 라그랑주를 기려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라그랑주 지점도 삼체-태양, 지구, 그리고 물체-문제이다). 과학소설에서도 종종 나오니 알아 놓으면 좋을 것 같다. 배명훈의 SF <첫숨>에서도 스페이스 콜로니의 위치로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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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ttps://www.space.com/30302-lagrange-point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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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책이 있어 기록해 놓는다. 벤 길리랜드Ben Gilliland가 쓴 '우주탄생의 비밀How to Build a Universe'이라는 책이다. 길리랜드는 영국의 그래픽 에디터라는데, 풍부한 그래픽으로 우주의 탄생과 진화, 그리고 종말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중고등학생들이 읽으면 딱 좋은 책인데, 우주와 우주론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이 봐도 좋을 것 같다. 그림(또는 사진)이 많은 책을 영미권에서는 '커피 테이블 책'이라고 얘기하는데, 커피 테이블 위에 놓고 심심풀이로 보기에 좋은 책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 책은 그 정도로 그림이 많지는 않지만 거의 버금간다고 얘기할 수 있겠다. 대개 어려운 주제의 책은 마음먹고 처음부터 읽다가 어렵다는 생각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그냥 흥미가 있어 보이는 부분부터 읽는 것이 이러한 난관을 피해나가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 책은 눈길을 잡아 끄는 부분부터 읽으면서 차차 앞으로 뒤로--마치 커피 테이블 책처럼-- 읽어도 괜찮을 것 같다. 우주론과 물리학에 관심이 있지만 부담으로 인해 시작하지 못한 이라면 이 책으로 시작해도 좋을 것 같다.


인류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에 잠겼을 때만 해도 세상은 인류에게 적대적이었다. 작은 유목 집단을 꾸려 수렵과 채집을 하면서 살아가던 초기 인류는 자신의 운명을 통제할 수 없었다. 따라서 자신의 운명이 신의 뜻에 달려 있다고 상상함으로써 통제력을 구하려고 했다. 고되고 덧없이 어둡기만 한 삶을 헤쳐 나가는 데는 기적이 일어나리라는 희망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러다가 과학이란 것이 생겨나 증거를 수집하고 개념을 시험하는 과정을 통해 우주를 지배하는 자연의 법칙과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제 아무리 기적 같은 일이라 해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미신 같은 기적들을 몰아내는 과정에서 과학은 결국 모든 기적 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기적을 밝혀냈다. 바로 ‘당신‘이다. - 7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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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노벨 과학상 발표 시즌이다. 거의 테크닉에 가까운, 하지만 응용성이 큰 레이저 기술에 수여한 물리학상도 눈길을 끌지만,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또 한 명의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 기사가 곱씹을 만하다. 제임스 엘리슨 미국 텍사스 주립대 교수와 함께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게 된 혼조 다스쿠 교토대 특별교수는 기자회견에서 어린 학생들을 향해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고 한다.


“연구자가 된다는 것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알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 이상하구나 생각하는 마음을 소중히 하는 것입니다. 교과서에 써 있는 것을 믿지 않습니다. 항상 의심을 가지고, 진실은 어떻게 되는가 하는 마음을 소중히 합니다. 즉 자신의 눈으로 물건을 봅니다. 그리고 납득합니다.” (https://news.v.daum.net/v/20181002113347893)


이런 인터뷰를 보면 우리와 일본 사이에는 학문적으로 여전히 상당한 격차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이 우리보다 근대과학을 훨씬 먼저 시작했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문화적으로도 우리가 아직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일본은 전문가--장인--을 우대하는 사회이다. 그것이 도자기 장인이든, 국수 장인이든, 과학자이든, 본인은 장인의 의미를 자각하고 그 길을 이어가고자 한다. 일반인들은 그들을 존중한다. 부끄럽게도, 우리 마음 속에는 모든 것이 잘먹고 잘사는 길로만 이어져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교과서에 써 있는 것을 믿지 않는다”는 말은 교과서를 써 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교과서에 쓰일 만한 연구를 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아직도 대부분의 분야에서 다른 사람이 쓴 교과서를 배우기만 하는 우리로서는 가야 할 길이 한참 남았음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우리 입시는 어째야 할까. 일본도 입시는 우리와 마찬가지라는데... 언젠가 우리에게도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나올 것이다. 하지만 그 노벨상은, 노벨상 받으라고 밀어준 스타 과학자보다는,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의 호기심을 붙잡고 이름 모를 연구를 한 사람이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노벨상은 목표가 아니라 성취의 부산물이다. 노벨상 못 받으면 또 어떤가. 우리의 과학 저변이 확대되면 노벨상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다. 그 때까지 우리는 각자 할 일을 하자. 묵묵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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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10-04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이 없으니까 언론이 과학 분야의 노벨상 후보에 관심이 생긴 것 같아요. 노벨상 시즌이 되니까 노벨상 수상이 가능한 과학자들을 예측하고, 호들갑 떨며 소개하는 언론의 태도가 꼴사나워요.. ^^;;

blueyonder 2018-10-04 19:48   좋아요 0 | URL
요새 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흥분도 예전 같지 않은 것처럼 노벨상에 대해서도 일희일비 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압축성장을 하면서 결과에만 치중하는 습성이 생겼는데, 이제 사회전체적으로 질적인 변화가 생길(생겨야 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 비하하지도 말고 자만하지도 말고 냉정해지면 좋겠습니다.
 
Artemis: Weir Andy (Paperback) - 『아르테미스』원서
앤디 위어 / Ballantine Books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마션The Martian>의 작가 앤디 위어Andy Weir가 그의 두 번째 소설을 냈다. 화성에 남겨진 식물학자가 어떻게 기지와 용기를 발휘하여 살아남는지를 그려 화제가 됐던 그의 첫 번째 소설에 비해, 이 두 번째 소설의 주인공은 '아르테미스'라는 달의 도시에 사는 사우디 국적의 젊은 여성이다. 입은 거칠고, 반항적이며, 똑똑하지만 그 재능을 살리지 못했다는 얘기를 듣는 매력적인 배달원--실제로는 밀수업자--가 화자로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마션>에서 화성에 대해 배웠다면 <아르테미스>에서는 달에 대해 배울 기회가 있다. 아마도 제일 먼저 지구 밖 우주기지가 생길 달에 대해, 그 달에서 사는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어떤 생각으로, 어떤 경제를 이루며 살지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준다. 여기에 활극이 더해진다. <마션>은 책을 읽고 영화를 봤을 때 조금 실망했었는데, 이 책은 영화화가 더 기대된다. 누가 우리의 주인공 역을 맡을지 매우 궁금하다.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SF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이 책을 읽지 않음으로써 잃는 건 별로 없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냥 나중에 영화를 보시라. 킬링타임용으로... 재미는 보장한다(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았는데? ㅎㅎ). 


'ZAFO'가 이 소설을 이끌어나가는 핵심 단어이다(궁금하면 책을 보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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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6 14:1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