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가 <눈에 보이는 세계는 환상인가>인 <물리학은 처음인데요>는, 저자의 말에 따르면 "지금까지 물리학을 거의 접해 본 적 없는 문과 출신자 등을 대상으로 한 물리학 입문서다." 그는 "특히 학교 수업 때문에 물리를 꺼리게 된 독자를 위해 이 책을 썼다." 저자가 생각하기에 "그런 사람이 물리를 싫어하게 된 원인은 주로 수식을 이용한 계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에서 "수식과 어려운 도표를 전혀 쓰지 않으며 물리학이 어떤 것인지 오직 글로만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접근방법으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물리를 왜, 어떤 생각으로 하는지 궁금했던 독자라면 이 책의 첫 부분인 뉴턴 역학 설명 부분에서 매우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천상계와 지상계를 통일한 뉴턴의 업적은 진정 근대과학의 시작이라 할 만한 혁명적 일이었다.
이후 물리학자들의 관심이 원자로 향하면서, 원자의 존재를 둘러싼 과학적 논쟁이 시작되었다. 이 책은 그러한 논쟁을 매우 잘 그리고 있다. 자연스럽게, 책의 논의는 원자 속 세상을 다루는 양자역학으로 이어진다. 책의 후반부는 또 하나의 혁명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설명한다. 상대성 이론을 설명할 때는 개인적으로 좀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림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고... 전반적으로, 카를로 로벨리의 <모든 순간의 물리학> 느낌도 좀 난다. 하지만 논의는 훨씬 길고 상세하다.
현대물리학과 그 성과를 설명하는 책은 또 있다. 이종필 교수의 <신의 입자를 찾아서>이다. 제목만 보면 '신의 입자'라는 힉스 보존에 대한 얘기인 것 같지만, 사실 힉스 보존 뿐만 아니라 현대 물리학 전체--양자론 및 상대론, 그리고 그 너머--를 개괄하는 내용이다. <물리학은 처음인데요>와 달리 그림과 수식이 '많이' 나온다. 상반된 접근법이지만 이 책도 매우 좋다. 그림과 수식이 이해를 도울 수도 있는데 굳이 삼가야 할 필요가 있을까. 결국 저자와 독자의 취향 문제일 것 같다.
두 권 모두 장점이 많은 책이며, 물리를 공부하는 고등학생 또는 물리에 관심 있는 일반인이 읽으면 좋을 소개서이다.
<물리학은 처음인데요>의 오타(또는 오류)를 다음에 지적해 놓는다.
- 204 페이지: "빛이 진공 속을 나아가는 속도는 항상 초속 2억 9,979만 2,458km이며 절대 변하지 않는다." km를 m로 바꾸어야 한다. 빛의 속도는 약 초속 30만 km이다.
- 207 페이지: "전철을 타도 고작해야 초속 수십km일 뿐이다." 여기도 km를 m로 바꿔야 한다.
- 208 페이지: "이에 관해 마이컬슨-몰리 실험이라는 유명할 실험이 있었다." "유명할"을 "유명한"으로 바꿔야 한다.
- 225 페이지: "이 상자 속에 있는 모든 물체"와 "는 어느 한 방향으로 힘을 받고 있다."사이에 필요 없는 줄바꿈이 있다.
- 231 페이지: "결국, 일반상대성이론은 1916년에 완성되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1915년에 완성되었다.
- 245 페이지: "중력파의 존재뿐만 아니라 강한 중력 현상도 확인함으로써 일반상대성이론이 옳다는 사실을 다시금 증명해 낸 획기적인 발견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 발견에는 확실하게 노벨상이 수여될 것이다." 2015년 9월에 검출되고 2016년 2월에 발표된 LIGO 실험에 대한 내용이다. 실제로 2017년에 노벨 물리학상이 수여되었다. 노벨상 발표가 2017년 10월 3일이고, 책이 2018년 1월에 발행되었으니, 빠듯하긴 해도 수여 사실을 각주로 넣었으면 더 좋을뻔 했다.
- 254 페이지: "양성자와 중성자는 각각 세 가지 쿼크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세 가지"가 아니라 "세 개"라고 하는 것이 정확하다. 양성자와 중성자는 두 가지 종류의 쿼크로 이루어져 있다. 양성자는 업 쿼크 2개, 다운 쿼크 1개, 중성자는 업 쿼크 1개, 다운 쿼크 2개이다.
- 270 페이지: "현재 빛으로 볼 수 있는 가장 먼 장소는 우주가 시작된 지 37만 년 후의 우주다. 그 이전의 우주는 빛이 물질에 가로막혀 똑바로 나아갈 수 없으므로 관측할 수 없다. 이는 마치 구름이 껴서 해가 보이지 않는 것과 같아서, 37만 년 전의 우주를 '맑게 갠 우주'라고 한다." "37만 년 전의 우주를"을 "37만 년 후의 우주를"이라고 고치는 것이 맞다.
- 272 페이지와 273 페이지 사이: "... 그 후에 우주에"와 "서 만들어진..." 사이에 필요 없는 공백이 하나 있다. 프린트된 책에는 안 나오지만 e-book에는 공백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