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욱 교수의 <떨림과 울림> 책을 읽고 ‘현대 문명의 모습을 결정한 수식’이라는 맥스웰 방정식에 대한 글을 쓰고 싶어졌다. 다음의 문장을 보자.
세상에는 맥스웰 방정식을 아는 사람들과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이 문장은 사실이다. 맥스웰 방정식을 아느냐-물론 아느냐의 기준을 뭘로 삼느냐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에 따라 세상 사람들은 정확히 둘로 나누어진다. 사람들을 둘로 나누는 2분법의 목적은 보통 둘 중 하나이다. 첫 번째는 사람을 차별하기 위해서이다. 어떤 부류에 속하지 못한 사람들은 차별 받는다. 예전에 여성은 투표권이 없었다. 차별이다. 남성에 속하지 않았기-못했기-때문이다. 두 번째는 ‘부심’을 위해서다. 맥스웰 방정식 안다는 것을 자랑하기 위해서다. ‘나 맥스웰 방정식이 뭔지 알아’라는 말을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이다. 맥스웰 방정식을 티셔츠에 새기고 다니기도 한다. 너 이게 뭔지 알아 하듯이...
불쌍하게 생각해 주기 바란다.^^ 맥스웰 방정식, 특히 위의 티셔츠에 나와 있는 미분방정식 형태의 맥스웰 방정식(총 4개이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학에서 2년 정도 물리와 수학을 공부해야 한다. 전기와 자기에 대한 지식을 알아야 하고, 벡터를 알아야 하며, 벡터 미적분을 알아야 한다. 문제는 이게 어렵다는 것이다. 물리 전공이거나 공대에서도 전기전자 공부하는 사람 정도나 이걸 배운다. 어려운 공부하며 겪는 고생이니 ‘부심’이라도 있으면 좋지 않겠는가. 그러니 세상에는 맥스웰 방정식을 아는 사람들과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고 얘기하고, 나는 아는 쪽에 들어가는 만족감이라도 느끼고 싶은 것이다.
우리는 맥스웰 방정식이 뭔지 몰라도 세상 사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아는 이들이 고생을 통해 이루어낸, 모르는 이들이 누리는 혜택이다. 그러니 누가 위와 같이 사람들을 구별하거든 불쌍하게 생각하고 또 고맙게 생각하자. 여전히 이 세상에는 맥스웰 방정식을 배우며 고생하는 사람들과 이를 이용하여 무언가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의 토대를 닦는 사람들이다. 공대생들 대부분은 이 세상의 토대를 닦는다.
혹시 전기장과 자기장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다음의 책을 읽어도 좋겠다. 추상화된 수식보다 인간의 얘기를 읽는 것이 언제나 더 재미있다. 맥스웰 방정식도 사람이 만들었고, 사용하는 것도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