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으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을 영문판과 비교하여, 오역 또는 오식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다음에 정리해 놓는다. 밑줄은 알아보기 쉽도록 추가한 것이다.


48페이지, 2. 기갑사단: “히틀러는 소련과의 전투를 위해 기갑사단의 수를 두 배로 늘렸다. 이를 위해 점령지의 비축량을 끌어오고 기존 전차를 3분의 1 줄였는데 부족분은 품질을 상승시켜 상쇄하고자 했다.” --> “... 전차를 3분의 1 만큼 줄였는데 부족분은 품질을 상승시켜 상쇄하고자 했다.” 3분의 1로 줄인 것과 3분의 1 만큼 줄인 것은 큰 차이이다.


67페이지: “독일 해군은 ... 1930년대 들어 엄청난 전투력 강화와 현대화를 거쳤고, 덕분에 영국 해군과 정면 승부는 어려울지라도 끊임없는 위협(유보트, 위장레이더, 대형 군함의 간헐적 등장 등)을 가하거나 ...” --> “... 끊임없는 위협(유보트, 위장습격함, 대형 군함의 간헐적 등장 등)을 가하거나 ...” 위장레이더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이다. 레이더라고 하면 radar가 생각난다. 원어는 camouflaged raider이다.


68페이지: “결국 산호해에 배치된 두 척의 항공모함은 그대로 무력화됐고(194254~8), 그 결과 기동부대의 전투력3분의 1로 줄어들고 말았다. 일본은 결국 네 척의 항공모함으로 미드웨이에 도착(194264~7)했고, ...” --> “... 전투력은 3분의 1 만큼 줄어들고 말았다....” 앞과 마찬가지의 오류이다. 일본 기동부대의 항모 6척 중 2척이 무력화됐으니 남아 있는 항모는 4척이고 3분의 1 만큼 줄어든 것이다.


71페이지, 2. 무장친위대, 군대 안의 군대 ‘심각한 불균형’: “반나치주의 사단 혹은 ...” --> “대파르티잔 사단 ...” 대파르티잔의 원어는 anti-partisan이다. 무장친위대 안에 반나치주의 사단이 있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


84페이지, 그래픽: “2,300+ 1,450포위” --> “2,300+ 노획당한 1,450


90페이지: “일본의 지휘관들은 보조 대형에 집착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있었다.” --> “일본의 지휘관들은 부차적 기지에 집착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있었다.


91페이지: “비록 독일의 유보트 함대만큼 제2차 세계대전의 전설적인 역사로 여겨지지는 않지만, 미국의 잠수함 부대인 침묵의 함대일본의 거대 잠수함인 가토급 잠수함 역시 태평양 전쟁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 “... 미국의 잠수함 부대인 침묵의 함대’, 특히 대형 가토급 잠수함은 태평양 전쟁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가토(Gato) 급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해군의 주력 잠수함이다. 게이토로 읽는 것이 좀 더 정확하다.


98페이지: “로스틴 에르빈 사령관” --> “에르빈 로스틴 대위”. 영문판에는 Commander로 나온다. 그의 독일해군 계급은 Kapitänleutnant이다. 찾아보면 대위 계급에 해당한다.


98페이지, “1942년 공격받은 호송선단...의 구성그래픽: “수송선 x 4” --> “초계함 x 4”. 초계함의 원어는 corvette이다.


102페이지: “1940이탈리아가 몰타 점령에 실패하면서 몰타섬에도 보급이 필요해졌다.” --> “1940이탈리아가 점령에 실패한 몰타섬에도 보급이 필요했다.” 번역문은 이탈리아의 몰타섬 점령 실패로 인해 몰타섬 보급이 필요해진 것 같은 오해를 낳는다.


102페이지: “독일의 롬멜 장군은 이탈리아 해군의 도움으로 필요한 보급량의 80%를 수송 받을 수 있었다.” --> “독일의 롬멜 장군은 보급량의 80%를 이탈리아 해군을 통해 수송 받았다.” 롬멜은 필요한 보급을 충분히 받지 못했으며 이로 인해 제대로 전투를 할 수 없었다. 만약 필요한 보급량의 80%를 (이탈리아 해군의 도움으로) 받았다면 보급을 비교적 잘 받은 것이다.


105페이지: “국군은 이탈리아령인 리비아에서 1,000km를 진격하다가, 반대로 영국령인 이집트를 침공해 일주일간 전투를 치르고 결국 정복에 실패하고 돌아오던 독일-이탈리아 군과 마주하기도 했다.” --> “영국군은 리비아에서 1,000km를 진격하다가 독일-이탈리아 군에게 저지당했으며, 독일-이탈리아 군은 1주간의 전광석화 같은 습격 후 이집트에서 멈춰서고 말았다.” 번역문대로면 시간적 순서가 이상하다. 영국군의 리비아 진격 이후 독일-이탈리아 군이 반대로 영국군을 몰아내며 이집트로 진격했다.


105페이지: “그러므로 1942년 여름, 롬멜이 절망적인 진격을 계속 강행한 것은 적절한 선택이었다. 그것은 전략적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유일한 방책이었다. 그러나 완전 돌파까지는 아직도 100km가 남아 있었다.” --> “... 그러나 완전 돌파까지는 약 100km가 모자랐다.” 100만 km는 지구와 달 사이 거리(약 38만 km)의 2.5배가 넘는 거리이다.


111페이지(스탈린그라드 전투): “수송 중 발생하는 피해는 끔찍하리만큼 컸지만 적군의 공격은 매번 볼가강에서 수백 km 떨어진 곳에서 저지되곤 했다.” --> “... 매번 볼가강에서 수백 m 떨어진 곳에서 저지되곤 했다.”


112페이지, 4. 공중 수송 작전: “Ju-52 수송기로 포위되어 있는 병사들에게 필요한 물자를 보급하려고 했지만 수송기를 대거 잃고도 결국 단 한 번도 수송에 성공하지 못했다.” --> “Ju-52 수송기로 포위되어 있는 병사들에게 필요한 물자를 보급하려고 했지만 수송기를 대거 잃고도 충분한 수송에 성공하지 못했다.


115페이지, 2. 일본 함대의 예정된 최후: “남쪽에서는 미국 전함들이 수리가오 해협에 진입하고 있었다(2).” --> “남쪽에서는 미군 전함들이 수리가오 해협에서 일본 함대를 성공적으로 저지했다(2).”


124페이지: “1934 5, 처칠 총리는 미국 측에 튀니지를 발판 삼아 이탈리아로 진격하자는 제안을 했다.” --> “1943 5, 처칠 총리는 ...”


124페이지, 1. 파시즘의 몰락: “게다가 연이은 자연재해로 3년 만에 7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 “게다가 연이은 패배로 3년 동안 70만 명을 잃었다.” disaster라는 단어를 자연재해로 오해했다. 여기서는 큰 패배를 의미한다. 70만 명이 모두 목숨을 잃은 것이 아니라 사망, 부상, 포로로 손실된 것이다.


124페이지, 1. 파시즘의 몰락: “또한 생존율 너무 낮다는 사실(러시아 전투는 4%, 동아프리카 전투는 0%)에 이탈리아 병사들은 충격을 받았고,...” --> “또한 생환율 너무 낮다는 사실...” 4%, 0%는 살아남은 확률(생존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서 돌아온 확률(생환율)을 의미한다. 생존율이 0%라면 모두 사망했다는 말이다.


124페이지, 시칠리아 투입 병력 및 피해 그래픽: “미군 사단 6+ 소련군 사단 5” --> “미군 사단 6+ 영국군 사단 5


127페이지: “91, 몽고메리가 아이젠하워(Dwight Eisenhower)에게 명령을 전달했을 때, ...” --> “몽고메리가 아이젠하워에게 지휘권을 넘겼을 때, ...” 아이젠하워가 유럽 서부전선 연합군 총사령관이었다.


129페이지, 3. 대가가 큰 전투: “독일 서부군은 대부분의 핵심 장비와 정예 병력을 잃었고, 국방군 역시 아무런 성과 없이 피해만을 입고 말았다.” --> “... 독일 공군 역시 아무런 성과 없이 피해만 입고 말았다.”


132페이지, 3. 결과: “1944년 여름 동안 독일이 겪은 전투들은 최악의 피해를 낳았다. 독일의 병력은 벨라루스에서만 40만 명이 감소했고, 28개 사단 8개 군단의 지휘부만이 동부전선 독일군의 핵심축을 형성했다.” --> “... 벨라루스에서 손실된 40만 명, 28개 사단과 8개 군단의 지휘부는 동부전선 독일군의 핵심이었다.”


133페이지, 작전 순서 그래픽제1발틱” 밑의 3발틱” (빨간색) --> “3벨라루스


143페이지, 그래픽 한반도 위의 숫자: “6” --> “12”


146페이지: “일본의 민간 인명 피해는 약 100만 명으로 대부분이 미국이 투하한 원자폭탄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난다.” --> “... 대부분이 미군의 공중 폭격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난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인한 사망자는 최대 2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156페이지: “힘러가 가둔 강제수용소에서만 죽은 것이 아니라, 연합군에 의해 수용소에서 해방된 뒤 이어진 죽음의 행진에서 죽은 유대인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1945년에는 약 600~1,150만 명의 유럽 유대인들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 --> “... 연합군에 의해 수용소가 해방되기 전 이어죽음의 행진에서 죽은 유대인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유럽 유대인 1,150만 명 중 600만 명 이상이 1945년까지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 연합군이 진격해 옴에 따라 점령지 수용소의 유대인들을 독일 내로 옮기기 시작했는데 이 때 많은 유대인들이 사망했다고 한다. 이것이 죽음의 행진이다.


158페이지, 3. 우치 게토의 사례: “우치 게토는 1944년까지 남아 있었던 유일한 게토였는데, 나치는 이곳도 빠뜨리지 않고 거주 중인 유대인 7만 명을 가까운 헤움노 절멸수용소로 이송시켰고, 게토 주민들은 결국 가스트럭에 갇혀 학살됐다. 1943년 문을 닫은 헤움노 수용소는 1944년 우치에서 오는 7,000명의 유대인들을 학살하기 위해 잠시 문을 다시 열었다. 게토의 수익성에 실망한 나치친위대는 살아남은 54,000명의 유대인을 아우슈비츠로 곧바로 보내기도 했다.” --> “1942년에 거주 유대인 7만 명을 헤움노 근처의 절멸수용소로 이송시켜 가스트럭에서 살해했음에도 우치 게토는 1944년까지 살아남았다. 헤움노 수용소는 1943년 문을 닫았다가 1944년 다시 문을 열어 7,000명의 우치 유대인들을 추가로 학살했다. 우치 게토의 생산량에 실망한 나치 친위대는 남아 있던 54,000명의 유대인을 곧바로 아우슈비츠로 보냈다.”

 

167페이지, 2. 유고슬라비아의 저항 세력: “1944년 가을, 소련군이 이곳에 도달했고 추축국은 더 이상 북부 도시들에 대한 통치권을 잃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19454월까지 멈추지 않았고 수많은 희생자들을 낳았다.” --> “1944년 가을, 소련군이 도착했을 때 추축국은 북쪽의 도시들만을 통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추축국은 19454월까지 항복하지 않았으며 수많은 희생자들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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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인포그래픽 건들건들 컬렉션
장 로페즈 외 지음, 김보희 옮김 / 레드리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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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을 인포그래픽을 이용하여 설명한 상당히 매니아적인 책이다. 관심 없는 이에겐 쓸데없는 정보가 너무 많겠지만 관심 있는 이에겐 그래픽과 자료의 보고라고 할 수 있겠다. "물적.인적 배경", "무기와 병력", "전투와 작전", "결과 및 피해규모"의 4개 부분으로 구성되어, 전쟁 전 정치/경제 상황, 군대의 조직/무기/전술, 전쟁의 진행 상황, 전쟁의 피해와 전후 세계에 미친 영향 등에 대해 짧은 텍스트와 함께 다양한 그래픽을 이용하여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인포그래픽에 다양한 정보를 담고자 하다 보니 때때로 글자가 너무 작아 알아보기 힘든 경우도 있으며, 범례에 맞춰 정보를 읽어내는 것이 마치 퍼즐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이 정보를 굳이 이런 그래픽으로 나타내야 하나 하는 것들도 있는데, 아직도 그래픽 몇 개는 왜 이렇게 그렸는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그래픽이 흥미로운 정보와 자료를 종합적, 시각적으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무기/무장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있는데, 아이콘들을 모두 실제로 사용했던 무기를 이용하여 나타냈다. 저자들이 얼마나 디테일에 신경 썼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모든 부분이 흥미로웠지만, 특히 3부 "전투와 작전" 부분을 보며 인포그래픽의 장점이 가장 잘 드러난다는 생각을 했다.


프랑스의 전쟁사 전문가와 그래픽 디자이너인 저자들은 다양한 참고문헌을 이용하여 독특한 전쟁사 책을 만들어냈다. 우리말 번역에 아쉬움이 없진 않지만 군사 용어는 비교적 잘 번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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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스몰린의 시간의 물리학 - 실재하는 시간을 찾아 떠나는 물리학의 모험
리 스몰린 지음, 강형구 옮김 / 김영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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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환상’이며 창발하는 현상이라는 물리학 주류의 관점에 반기를 드는 주목할 만한 책이다. 저자 스몰린은 현대 우주론의 문제들—왜 이러한 초기조건, 왜 이러한 법칙들—이 ‘상자 속의 물리학’으로 얻게 된 물리 이론들을 전체 우주에 적용했기 때문에 답할 수 없다고 진단한다. 그에 따르면 수학에 기반한 현대 물리학은 시간이 환상이라는 잘못된 관점을 심어주는데, 이 때문에 결국 우주의 미래가 결정되어 있으며 열죽음으로 나아간다는 오해를 낳는다고 말한다. 그는 라이프니츠의 ‘충분한 이유의 원리Principle of sufficient reason’를 바탕으로 삼아 우리 우주가 왜 이런지 그 이유를 우리 우주 안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결과 얻게 되는 것이 시간의 실재성, 물리법칙의 진화, 그리고 미래의 미결정성이다. 


번역이 필요 이상으로 복잡하거나 어색하거나 또는 잘못된 부분이 있어 이해를 어렵게 한다는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 다섯을 주는 이유는 이 책의 중요성 때문이다. 주류적 주장을 뚫고 솟아오르는 비주류적 주장에는 귀 기울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시간의 실재성에 대한 스몰린의 주장이 어떻게 판명될지 지켜보자. 모든 혁명적 이론은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치부된다. 기존 이론에 경도된 주류는 결코 혁명적 이론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혁명적 이론이 실제로 혁명이 되는 것은 세월이 흘러 주류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혁명적 생각을 받아들인 다음 세대가 새 시대의 주류가 되면서이다. 과연 어떻게 될지는 시간만이 알려줄 터이다. 스몰린도 이런 식으로 얘기했지만, 역사가 중요하고 미래가 결정되어 있지 않다는 면에서 이것 또한 시간의 실재성을 얘기해 주는 것이 아닐까.


책 속 몇 구절:

   따라서 우리는, 시간이 실재하고 근본적이며 우주의 역사가 우주의 현재 상태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틀 안에서 작업할 때 우주론이 더 과학적인 것이 되고 우리의 개념은 좀 더 [시험 가능]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학의 목적이 비시간적인 수학적 대상에 의해 나타나는 비시간적 진리를 발견하는 것이라는 형이상학적 전제에 얽매여 있는 사람들은, 시간을 제거하고 우주를 수학적 대상과 비슷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 과학적 우주론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과학적 우주론으로 가는 길은 이와 반대임이 드러났다. 찰스 샌더스 퍼스가 한 세기도 더 전에 이해했던 것처럼, '법칙들이 설명되려면 반드시 진화해야 한다.' (386~387 페이지)

   논리와 수학은 자연의 양상들을 포착할 수는 있지만 결코 자연 전체를 포착할 수는 없다. 수학으로는 결코 나타낼 수 없는 실재의 양상들이 존재한다. 그중 하나는 실재 세계는 항상 어떤 특정한 순간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397 페이지)

   가설이 과학적인 것이 되려면 이것은 자신을 검증하거나 반증할 수 있는 관측을 제시해야만 한다. 때때로 이는 수학적 표현을 요구하고 다른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수학은 과학의 언어 중 하나다. 수학은 강력하고 중요한 방법론이다. 그러나 과학에 수학을 적용하는 것은 수학적 계산의 결과들과 실험 결과들 사이의 동일성에 기초하며, 실험들은 수학 바깥에 있는 실제 세계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둘 사이의 연결은 일상적인 언어로 진술되어야 한다. 수학은 대단한 도구이지만 과학을 통제하는 궁극적 도구는 언어이다. (398 페이지)

우리는 또한 진리와 아름다움이 형식적 기준에 따라 결정된다는 근대적인 개념과, 실재와 윤리는 단순히 사회적인 구성물이라는 후기 모더니즘의 반발 모두를 버려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관계주의다. 관계주의에 따르면 미래는 현재에 의해 결정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제약되며, 따라서 새로움과 발명이 가능해진다. 이는 비시간적이고 절대적인 완벽함으로의 초월이라는 잘못된 희망을 인간 행위자의 영역이 끊임없이 확장되는 진정으로 희망적인 관점으로 대체할 것이며, 이러한 새로운 관점에서 우주의 미래는 열려 있다. (415 페이지)

   감각질[qualia] 또는 의식의 문제는 과학으로는 답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것은 우리가 입자들 사이에서의 모든 물리적 상호작용들을 기술하더라도 포괄할 수 없는 세계의 측면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세계가 진정으로 무엇인지에 관한 물음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지, 이것이 어떻게 모형화되거나 표상될 수 있는지에 관한 물음의 영역에 속하는 것은 아니다. (433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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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3-02-28 2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사다 놓고 읽어야지 하면서도 아직도 안 읽고 있네요. 저도 시간에 관심이 많아서 시간에 관한 책은 다 읽고 있거든요. 다른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군요!

blueyonder 2023-03-01 09:13   좋아요 0 | URL
네 시간에 대해 매우 혁명적인 관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혁명이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두 명의 위대한 과학자를 놓고 어떤 얘기를 풀어나가는지 흥미로워서 읽어볼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잘 알려진 이 두 명의 과학자를 모아 책을 쓴 이유를 이렇게 '저자 서문'에서 말하고 있다.


   이 책은 결코 오펜하이머와 아인슈타인을 비교하거나 그들을 비하 혹은 추앙하려는 것이 아니며 그들의 행위를 판단하기 위한 것도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단지 그들의 삶을 통해 개인으로서 그들과 그들이 속한 환경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개인적, 사회적 수준에서 볼 때 도대체 위대함이란 무엇인지 묻는 책이다. (11 페이지)


서문을 읽으며 이해 안되는 부분이 두 군데 나왔다. 원문을 찾아보니 오역이라고 볼 수 있겠다.


- "다소 억지스럽지만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물질의 중력 작용에서 불확실성이 동질하다는 사실과, 수성의 근일점이 100년에 43아크세컨드arcsecond만큼 이동한다는 사실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난제를 만났다." (9 페이지, 밑줄 추가)


원문: Put somewhat factitiously, Einstein's theory of general relativity accounted for two refractory pieces of data: the equality of the inertial and gravitational mass of an object and the advance of the perihelion of Mercury of 43 arcseconds per century. (p. xii)


equality of the inertial and gravitational mass: 관성질량과 중력질량의 동일성


의역을 하면 이렇게 되겠다: 간단히 말해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다음과 같은 두 개의 다루기 힘든 현상을 설명했다. 하나는 관성질량과 중력질량의 동일성이고 다른 하나는 100년에 43초 이동하는 수성의 근일점이다.


- 소련 시절 핵물리학자인 레프 란다우Lev Landau는 1930-40년대에 다른 길이 없어 응축과 핵물리학 분야에 기여하게 되었지만, 만약 다른 곳에서 태어났다면 이 사람이 어떤 것을 이루어 냈을지 누가 알겠는가. (10 페이지, 밑줄 추가)


원문: Lev Landau did what he did because the only channels open to him in the Soviet Union during the 1930s and 1940s were condensed matter and nuclear physics. If born elsewhere, who knows what he might have accomplished. (pp. xii-xiii)


condensed matter: 응집물질, condensed matter physics: 응집물질물리학


그냥 "응축"이라니. 'condensation'인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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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이희재는 우리가 오늘날 사는 세상을 올바로 '번역'하기 위한 전복적 '틀(frame)' 또는 '시각'을 이 책에서 제시하고자 한다. 조악하게 요약하자면, 세계는 영미 금권주의자들(그의 표현에 따르면 "금벌")이 장악하고 있으며 그들의 이익을 위해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새겨볼 내용이 많은데, 특히 이들이 어떤 식으로 언어를 장악하고 상업 언론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관점을 세상에 퍼뜨리고 있는지에 대해 논의한다. 


베네주엘라에 대한 이야기를 예로 들어본다. 우리가 많이 들어 알고 있는 베네주엘라에 대한 내용은 이렇다. 석유라는 황금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영합주의'(소위 '포퓰리즘') 정책을 펴 국민들에게 돈을 마구 퍼준 결과, 경제는 망가지고 오히려 민생은 나빠졌다. 하지만 내막은 그렇지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다음은 책에서 가져온 내용이다.


   베네주엘라는 방대한 영토와 풍부한 자원을 가진 나라지만 소수 상류층이 부를 독점하면서 철저히 자기들 위주로 나라를 이끌어갔습니다. 석유를 팔아서 번 돈은 외국인과 소수 부호가 독식했습니다. 대지주들이 독점한 농지는 비효율적으로 방치되었습니다. 식량 자급에는 관심이 없었고 그나마 생산된 농산물도 가공하기보다는 외국으로 수출하는 것이 더 남는 장사라는 판단이 들면 그렇게 했습니다. 그냥 외국에서 싼값에 식량과 식품을 수입하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자국 산업을 일으키고 자국민을 위한다는 발상은 없었습니다. 비백인 원주민과 혼혈은 이등국민 취급을 받았습니다.... ... 일자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보니 절대 다수의 서민은 카라카스 같은 대도시에서 빈민으로 목숨을 겨우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차베스가 집권하면서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전에는 석유를 팔아 번 돈을 백인 상류층이 독식했지만 차베스는 사회에 투자했습니다. 차베스는 수천 개의 병원을 지었고 의사를 열두 배나 늘렸습니다.... 학교도 많이 지어 문맹률을 뚝 떨어뜨렸습니다. 국민 영양 상태도 좋아졌습니다.... 빈곤율은 1999년 70%였던 것이 20%로 급감했습니다.

   ...

   국민을 위해 많은 돈을 쓰면서도 차베스 정권은 나라빚도 크게 줄였습니다. 2003년 국민총생산의 47.5%였던 나라빚이 2008년에는 13.8%로 격감했습니다. 그 뒤 세계 경제불황으로 공공지출을 더 늘리면서 나라빚이 조금 더 늘어났지만 20%를 넘지 않았습니다. 베네수엘라를 눈엣가시로 여기는 영국과 미국의 나라빚은 국민총생산의 100%가 넘습니다....

   ...

   차베스의 사회주의와 영미 금융 사회주의의 차이점은 차베스는 다수 국민이 생존을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려고 하지만 영미 사회주의는 소수 금융자본이 대를 이어 금권을 세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차베스의 사회주의가 성공하면 영미 금융 사회주의의 존립이 위태로워집니다. 금권자본가들만을 섬기지 않고 다수 국민을 섬기는 사회가 나타나면 더 이상 다수 국민을 쥐어짤 명분이 없어지니까요. 영미 금융 사회주의의 눈치를 살피는 데에는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와 진보지 <가디언>의 차이가 없습니다. 그래서 뜬금없이 부패한 전직 베네수엘라 장관의 칼럼을 실으면서 위험한 차베스 사회주의를 까고 헐뜯었지요. (45~51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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