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스몰린의 시간의 물리학 - 실재하는 시간을 찾아 떠나는 물리학의 모험
리 스몰린 지음, 강형구 옮김 / 김영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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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환상’이며 창발하는 현상이라는 물리학 주류의 관점에 반기를 드는 주목할 만한 책이다. 저자 스몰린은 현대 우주론의 문제들—왜 이러한 초기조건, 왜 이러한 법칙들—이 ‘상자 속의 물리학’으로 얻게 된 물리 이론들을 전체 우주에 적용했기 때문에 답할 수 없다고 진단한다. 그에 따르면 수학에 기반한 현대 물리학은 시간이 환상이라는 잘못된 관점을 심어주는데, 이 때문에 결국 우주의 미래가 결정되어 있으며 열죽음으로 나아간다는 오해를 낳는다고 말한다. 그는 라이프니츠의 ‘충분한 이유의 원리Principle of sufficient reason’를 바탕으로 삼아 우리 우주가 왜 이런지 그 이유를 우리 우주 안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결과 얻게 되는 것이 시간의 실재성, 물리법칙의 진화, 그리고 미래의 미결정성이다. 


번역이 필요 이상으로 복잡하거나 어색하거나 또는 잘못된 부분이 있어 이해를 어렵게 한다는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 다섯을 주는 이유는 이 책의 중요성 때문이다. 주류적 주장을 뚫고 솟아오르는 비주류적 주장에는 귀 기울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시간의 실재성에 대한 스몰린의 주장이 어떻게 판명될지 지켜보자. 모든 혁명적 이론은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치부된다. 기존 이론에 경도된 주류는 결코 혁명적 이론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혁명적 이론이 실제로 혁명이 되는 것은 세월이 흘러 주류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혁명적 생각을 받아들인 다음 세대가 새 시대의 주류가 되면서이다. 과연 어떻게 될지는 시간만이 알려줄 터이다. 스몰린도 이런 식으로 얘기했지만, 역사가 중요하고 미래가 결정되어 있지 않다는 면에서 이것 또한 시간의 실재성을 얘기해 주는 것이 아닐까.


책 속 몇 구절:

   따라서 우리는, 시간이 실재하고 근본적이며 우주의 역사가 우주의 현재 상태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틀 안에서 작업할 때 우주론이 더 과학적인 것이 되고 우리의 개념은 좀 더 [시험 가능]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학의 목적이 비시간적인 수학적 대상에 의해 나타나는 비시간적 진리를 발견하는 것이라는 형이상학적 전제에 얽매여 있는 사람들은, 시간을 제거하고 우주를 수학적 대상과 비슷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 과학적 우주론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과학적 우주론으로 가는 길은 이와 반대임이 드러났다. 찰스 샌더스 퍼스가 한 세기도 더 전에 이해했던 것처럼, '법칙들이 설명되려면 반드시 진화해야 한다.' (386~387 페이지)

   논리와 수학은 자연의 양상들을 포착할 수는 있지만 결코 자연 전체를 포착할 수는 없다. 수학으로는 결코 나타낼 수 없는 실재의 양상들이 존재한다. 그중 하나는 실재 세계는 항상 어떤 특정한 순간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397 페이지)

   가설이 과학적인 것이 되려면 이것은 자신을 검증하거나 반증할 수 있는 관측을 제시해야만 한다. 때때로 이는 수학적 표현을 요구하고 다른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수학은 과학의 언어 중 하나다. 수학은 강력하고 중요한 방법론이다. 그러나 과학에 수학을 적용하는 것은 수학적 계산의 결과들과 실험 결과들 사이의 동일성에 기초하며, 실험들은 수학 바깥에 있는 실제 세계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둘 사이의 연결은 일상적인 언어로 진술되어야 한다. 수학은 대단한 도구이지만 과학을 통제하는 궁극적 도구는 언어이다. (398 페이지)

우리는 또한 진리와 아름다움이 형식적 기준에 따라 결정된다는 근대적인 개념과, 실재와 윤리는 단순히 사회적인 구성물이라는 후기 모더니즘의 반발 모두를 버려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관계주의다. 관계주의에 따르면 미래는 현재에 의해 결정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제약되며, 따라서 새로움과 발명이 가능해진다. 이는 비시간적이고 절대적인 완벽함으로의 초월이라는 잘못된 희망을 인간 행위자의 영역이 끊임없이 확장되는 진정으로 희망적인 관점으로 대체할 것이며, 이러한 새로운 관점에서 우주의 미래는 열려 있다. (415 페이지)

   감각질[qualia] 또는 의식의 문제는 과학으로는 답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것은 우리가 입자들 사이에서의 모든 물리적 상호작용들을 기술하더라도 포괄할 수 없는 세계의 측면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세계가 진정으로 무엇인지에 관한 물음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지, 이것이 어떻게 모형화되거나 표상될 수 있는지에 관한 물음의 영역에 속하는 것은 아니다. (433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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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3-02-28 2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사다 놓고 읽어야지 하면서도 아직도 안 읽고 있네요. 저도 시간에 관심이 많아서 시간에 관한 책은 다 읽고 있거든요. 다른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군요!

blueyonder 2023-03-01 09:13   좋아요 0 | URL
네 시간에 대해 매우 혁명적인 관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혁명이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