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에 출간되기 시작한 Ian Toll의 태평양전쟁 3부작의 3권이 2020년 하반기에 나오며 거의 10년 만에 완간됐다. 위에 hardcover와 paperback 판들을 나열했다 (3권의 paperback 판은 올 해 7월에 나올 예정이다).


1권을 읽고 있는데, 3부작과 같이 긴 호흡이어야만 쓸 수 있는 상세한 내용이 나온다. 역사적 배경 뿐만 아니라 주요 인물에 대한 짧은 전기라고 할만한 내용까지 나온다. 한 권으로 요약된 책도 좋지만 이 책과 같은 3부작도 좋다. 특히 Ian Toll의 이 책은 정말 즐기며 읽고 있다.


예전에(40년 전?) 이호원의 '태평양전쟁'이라는 5권짜리 책이 있었다. 어린 마음이었음에도 뭐에 홀렸는지 세로로 쓰인 글을 끝까지 다 읽었던 기억이 있다. Ian Toll의 글을 읽으며, 왠지 옛날 생각이 났다. 나의 어린 시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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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Higher Call: An Incredible True Story of Combat and Chivalry in the War-Torn Skies of World War II (Paperback)
Makos, Adam / Berkley Publishing Group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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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3년 12월 20일, 독일 상공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당시 자신의 승조원들과 첫 번째로 나선 독일 폭격 비행에서 조종사 찰리 브라운Charlie Brown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다. 대공포에 피격되어 자신의 비행대대로부터 낙오된 채 독일 공군의 전투기들로부터 공격을 받게 된 것이다. 전투기들의 공격으로 결국 승조원들 중 1명은 즉사하고 2명이 부상을 입었다(이들이 탄 미국 육군항공대의 폭격기 B-17은 조종사/부조종사를 포함하여 10명이 탑승했다). 4대의 엔진 중 한 대는 완전히 정지했고, 다른 한 대는 출력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같이 낙오되어 공격을 받은 다른 1대는 이미 구름 속에서 폭발한 듯 보였다. 전투기들이 사라진 후 고도가 떨어지는 폭격기를 수습하고 다친 승조원들의 상황을 파악하고자 정신이 없는 와중에 브라운은 오싹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폭격기 우현에서 나란히 날고 있는 독일 전투기 하나를 발견한 것이다.


또 다른 독일 전투기의 출현은 이들에게는 저승사자가 나타난 것과 마찬가지였다. 전투기의 기관총 사격 한 번만으로도, 이미 손상을 입을 대로 입은 폭격기는 그 운명을 다할 것이었다. 폭격기에 타고 있는 승조원들과 함께. 하지만 웬일인지 전투기는 공격하지 않고 손으로 뭔가를 계속 얘기하고자 했다. 처음에 승조원들은 전투기의 탄약이 다 떨어진 줄 알았다. 하지만 전투기는 계속 나란히 날며 폭격기를 "엄호"했다. 폭격기가 독일 상공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대공포 진지 상공을 통과해야 했다. 전투기 조종사는 아군기인 자기를 보고 대공포가 사격을 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전투기 조종사는 폭격기가 독일 상공을 벗어나 바다로 나온 후에야 폭격기 조종사에게 경례를 하고 멀어져 갔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를 읽으며, 그래도 인간에게 작은 희망이 있음을 알게 된다. 죽고 죽이는 전쟁의 와중에도, 명예와, 같은 인간에 대한 연민을 느끼는 사람들을 통해서, 그래도 인간들이 이 세상에 존재해야 할 이유(변명)에 하나를 추가할 수 있었다.


두 조종사의 스토리가 책의 전반에 걸쳐 소개된다. 특히 독일 전투기 조종사의 이야기가 많이 펼쳐지는데,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갈수록 점점 읽기가 괴로워진다. 의미 없는 희생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독일 전투기 조종사는 전쟁이 끝날 때까지 살아남는다. 그런 그를 독일 국민은 연합군의 폭격을 막지 못했다고 비난한다. 이 독일 공군 전투기 조종사의 이름은 프란츠 슈티글러Franz Stigler이다.


찰리 브라운과 프란츠 슈티글러는 은퇴 후 결국 재회에 성공했다. 이 이야기 또한 영화 같다. 2008년, 두 조종사는 비슷한 시기에 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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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4월 9일,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개발되어 조립되던 차세대 전투기의 출고식과 명명이 있었다. ‘KF-21 보라매’. 그동안 남의 나라에서 만든 비행기에 대해서만 얘기하다가, 드디어 우리도 제대로 된 전투기를 갖게 되었다. 국산 전투기 개발을 천명한지 20년 만이라고 한다. 부품 국산화율이 65%라 하고 엔진은 외국 것을 가져다 쓰지만, 전투기를 설계해서 만드는 것이 정말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만으로도 알고 있기에, 2021년 4월 9일은 대한민국의 항공역사에서 기념비적인 일이 아닐 수 없을 것 같다. 이제 지상시험과 비행시험의 관문이 기다리고 있지만, 20세기 초부터 시작된 항공기 역사에서 완벽히 소외되어 남의 일로 구경만 하던 우리에게는, 다시금 우리의 역량과 희망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 땅에서 태어난 운명을 바꿀 수 없는, 자칭 우리나라 ‘항공 매니아’의 1인으로서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기록해 놓는다.


http://www.na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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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이야기 1 - 호메로스에서 페리클레스까지
앙드레 보나르 지음, 김희균 옮김, 강대진 감수 / 책과함께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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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들과 그들이 이룬 문명 이야기. 시간을 따라가지만 단순한 역사서라기보다는 주제별로 정리하여 논하는 평론식이다. 1권은 그리스 땅에 도달했을 때 원주민보다 더 미개했던 그들이 어떻게 문명과 시민 민주주의를 일구어 나가는지, 감탄과 비평을 함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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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1-04-03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전 글에서 고대 그리스에서 노예제도는 한계라는 인용이 기억납니다. ^^ 공감합니다. ^^

blueyonder 2021-04-03 22:00   좋아요 0 | URL
방문 감사합니다. 평안한 밤 보내세요~
 














  노예제도는 그리스 민주주의의 한계다. 물론 그리스에만 노예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고대 사회치고 노예 없는 사회는 없었기 때문이다. 노예제도는 '인간에 의한 인간의 착취' 유형 가운데 가장 원초적이고, 가장 지독한 것이다. 그래서 중세에 와서는 노예제 대신 농노제가 생겨났고, 현대에 와서는 식민지와 임금 노동이라는 새로운 착취 구조로 대체되었다. 이처럼 인간은 약육강식의 억압에서 벗어나기 위해 유사 이래로 끊임없이 투쟁해왔다. 그러나 투쟁의 성과가 금세 나타나지는 않았다. (208 페이지)

  노예제도는 발전의 장애물이다. 과학자들은 잘 인식하지 못하겠지만, 어쩌면 아니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과학은 인간에게 쓸모가 있어야 한다. 자연으로부터 인간을 자유롭게 하고, 사회적 억압으로부터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과학이다. 최소한 그것이 과학의 존재 이유 중 하나다. 만약 과학적인 연구와 발견이 인간을 자유롭게 하지 못한다면 그 과학은 의미가 없고, 곧 소멸하고 만다.

  바로 그리스의 과학이 그랬다. 노예제도에 물든 나머지 기계를 발명할 생각을 하지 못했고, 과학은 무력해졌으며, 심지어 죽어갔다. 인간을 발전시키지 못한 그리스의 과학은 스스로의 울타리 안에 갇혔고, 사변적인 과학으로 전락했다. 발전이 있을 수 없었다. (222 페이지)

  고대 사회에 노예제도가 미친 영향은 비단 이것만이 아니었다. 한 사회에서 빈둥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소수가 다수를 억압하게 되면, 그 사회는 내부적으로 분열될 것이며, 외부의 침략에 올곧게 저항하지 못할 것이다. 소위 이민족의 침입 이전에 그리스 사회는 이미 무너지고 있었고, 몰락하고 있었다. 그 원인이 바로 노예제였다. 

  그런데 왜 당시 사람들은 노예제도를 문제삼지 않았을까? 놀라운 사실은 그렇게 위대한 철학자들이 많았음에도 노예제도를 비난하기는커녕 오히려 옹호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플라톤이 그랬고,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랬다. 특히 아리스토텔레스는 대놓고 노예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시민들의 사회가 건강하게 존속하기 위해서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생산하는 노예가 필요하다고 했다. 노예는 시민사회의 필수품이며, 심지어 인간들 중 일부를 노예로 만드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천성적으로 노예 기질을 타고난 사람이 있으며, 그들을 골라내는 것이 전쟁이라고 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빌리면, " 전쟁은 복종하기로 되어 있는 자가 복종하지 않을 때 그들을 굴복시키는 수단이다." 이런 얼토당토않은 얘기가 우리가 위대한 철학자라고 추앙해 마지않는 사람의 입에서 나왔다. 결국 사람의 생각이라는 것은 자기가 처한 조건과 환경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223 페이지)


위의 글에서 특히 3가지를 곱씹게 된다: 1) 임금 노동이 노예제의 발전된 형태라는 부분, 2) 과학의 유용성이 사회에서 인정 받아야 된다는 주장, 3) 노예제로 인해 그리스 과학이 사변적 과학으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또한 노예제 등 부의 집중이 그리스 사회에 끼쳤던 악영향에 대해 오늘의 상황을 비추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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