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ilight of the Gods: War in the Western Pacific, 1944-1945 (Hardcover)
Ian W. Toll / W W Norton & Co Inc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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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인명의 희생과 물량의 소모. 국가와 국가의 의지가 부딪치는 전쟁을 총체적으로 비유한다면 거대한 신들의 싸움으로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태평양에서 벌어졌던 이 거대한 전쟁과 같은 전쟁이 앞으로 또 있을 수 있을까... 어떤 이유이든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언 톨은 3권에 걸쳐서, 태평양 전쟁의 전모를 일기와 구전 기록까지 들쳐보며 우리에게 보여준다. 한 쪽에만 치우치지 않고 미, 일 양쪽의 사정을 모두 보여주는 것이 이 책의 큰 장점이다. 미군의 전력이 일본군을 압도하는 1944년 이후 연합군의 승리는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1945년 8월에 정말 끝날 때까지, 이 전쟁이 과연 어떻게 끝날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이었다.


거대한 전쟁 앞에서 우리는 무슨 역사적 교훈을 얻을까. 다양한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지만, 무엇보다도 안도감이 든다. 파시즘의 독일과 일본은 패망했다. 침략자들은 패퇴했다. 이것만이라도 인류의 머리에 각인이 되면 좋겠다. 엄청난 피를 흘리고 얻은 교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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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remy 2021-12-19 04: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 천페이지에 가까운 책을 읽고 계신 건가요?

저는 Pacific War Trilogy 전작인 ˝Pacific Crucible˝ 과
˝The Conquering Tide˝ 를 남편이 Kindle 로 사 놓아서
대충만 훑어보고 왜 책들이 갈수록 길어지는 거야,
차마 3번 째 이 책은 아예 살 엄두조차 못 내고 있는데...
제목이 아무리 시적이고 은유적일지라도 말입니다.

전쟁 역사책과 Navy 에 관심 많은 제 남편과
어쩐지 얘기가 잘 통할 것 같은 blueyonder 님!



blueyonder 2021-12-19 16:35   좋아요 2 | URL
이제 다 읽었습니다. ^^ 이 두꺼운 책을 언제 다 읽나 싶어도, 조금씩 읽다보면 어느새 절반에 도달해 있고, 또 계속 읽다보면 드디어 마지막에 도달하게 됩니다. 저에게는 책 읽는 재미를 만끽하게 해준 독서였습니다.
남편께서 저와 관심 분야가 비슷하신 것 같네요. ^^ 가족분들과 함께 즐겁고 행복한 성탄 보내시기 바랍니다~
 















태평양전쟁 3부작의 마지막 권. 저자는 감사의 글에서, 한 권을 쓰려고 시작했는데 막상 한 권 분량을 썼을 때 하고 싶은 얘기의 절반도 하지 못해 3부작으로 바뀌게 됐다는 고백을 한다. 분량 제한 없이 쓰자고 마음먹어서 그런지 뒤로 갈수록 책이 점점 두꺼워지는데, 3권은 거의 1000페이지에 육박한다. 만약 번역된다면 적어도 6권, 아니면 9권이나 10권까지 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와인버그의 <A World at Arms>의 번역본이 3권이니 전혀 개연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한편, 태평양전쟁에 관해 최소 6권씩이나 되는 번역서가 나오기는 아마 힘들 터이니 이 책이 번역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태평양전쟁 당시의 언론과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책을 시작한다. 뉴딜 정책을 펼치며 3선을 한 민주당의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당시 보수 언론들은 매우 적대적이었다. 루스벨트는 잘못 보도된 기사를 ‘거짓말’이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1944년 11월에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었는데, 어떻게든 루스벨트를 이기려고 하던 공화당은 현역 군인이던 맥아더를 자당 후보로 끌어들이려고까지 했다. 루스벨트를 싫어하던 맥아더도 공화당 지지자들과의 연락을 유지했다. 결국 맥아더는 공화당 후보가 되지 못했고, 루스벨트는 전무후무한 4선 대통령이 되는 데 성공한다. 


진주만에서의 패배에 버금가게 필리핀에서 패전한 맥아더가 국민적 영웅이 되는 과정도 언론의 보도와 맞물린 흥미로운 과정으로 묘사된다. 맥아더는 그가 지휘한 일반 병사들에게는 거의 전적으로 인기가 없었다. 필리핀에서 고립되어 전투를 지휘할 때도 전선 시찰을 거의 하지 않았다고 한다.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커다란 결정이 큰 고민 없이 내려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루스벨트가 부통령을 결정하는 과정도 그렇다. 루스벨트는 하와이에서 태평양 전선의 두 사령관인 니미츠와 맥아더를 만나기 위해 기차를 타고 가는 도중에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던 시카고에 들린다. 시카고에 정차한 시간은 단 2시간이었는데, 이 짧은 시간 동안 민주당 지도부를 면담하며 부통령 후보의 순서가 뒤바뀌게 된다. 이렇게 부통령이 된 사람이 트루먼이었다. 루스벨트가 네 번째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서거하면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듯 보였던 부통령직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가 되어 버린다.


1장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은 일본과의 전쟁을 어떻게 끝내야 하는지에 관한 전략적 논쟁이다. 이 과정에서 결국 합동참모본부가 주장하던 타이완 점령 후 중국을 통해 일본에 압박을 가하는 전략이 폐기된다. 해군참모총장이던 킹 제독이 이러한 전략의 지원자였는데, 부하들의 설득에 결국 그는 이 전략을 포기한다. 하지만 중국의 공산화 후 그는 이 전략의 포기를 크게 후회했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이 단순한 전쟁이 아니라 전후 국제질서를 결정짓는 커다란 분수령이었다는 것이 더욱 드러나는 장면이다.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지만, 이후 한반도가 냉전의 최전선이 되는 데에는 이러한 전략의 변화가 큰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점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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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자주국방의 꿈에 가까워지는 우리나라이다. 잠수함은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무기인데, 1991년 독일에서 진수된 장보고 함이 제대로 된 우리나라 공격용 잠수함의 시초이다. 안병구 제독의 이 책은 장보고 함의 첫 번째 함장으로서 독일에서 함의 건조를 지켜보며 교육 받고 인수하여 우리나라에 온 경험을 적은 귀중한 기록이다.


이후 장보고 급의 후속함들은 우리나라에서 건조되었다. 독일 기술이 우리나라 잠수함의 원조라고 할 수 있으니, 한편으로는 우리 잠수함들은 독일 유보트의 후예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제는 탄도미사일까지 발사할 수 있는 3000톤 급 도산안창호 함까지 보유하게 되었다. 도산안창호 급은 장보고 급보다 약 3배 큰 배수량을 갖는다.


이제 우리나라는 전차, 다양한 미사일, 잠수함에 이어 전투기까지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전차나 미사일 기술을 습득하는 데에는 구 소련에서 경협 차관의 상환금 대신 들여온 현물 무기가 큰 역할을 했다고 하니 이 또한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침략을 당하고 나라를 빼앗겨 본 경험이 있는 우리에게 자주국방과 무기 개발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당위성을 갖는다. 한편, 열심히 개발해서 만들어 놓고 사용하지 않기를 바래야 하는 무기란 어쩔 수 없는 또 다른 아이러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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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미국 대표로 육상 5,000미터 경기에 출전했던 루이스 잠페리니에 얽힌 이야기이다. 1941년, 그는 미육군 항공대에 입대해 B-24 리버레이터의 폭격수로 태평양 전선에서 복무한다. 


1943년 4월, 그는 일본군이 점령하고 있던 중부 태평양의 나우루 섬 폭격에 나서서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하지만, 3대의 제로 전투기에게 공격 당해 폭격기가 심각한 피해를 입고 승조원 5명이 부상을 입는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된다. 


얼마 후, 실종 폭격기를 찾으러 나선 다른 임무에서 그가 탄 폭격기가 엔진 고장으로 태평양에 추락한다. 승조원 11명 중 잠페리니를 포함한 단 3명 만이 추락에서 살아남았다. 이후, 그는 47일간 조류에 떠밀리며 태평양을 표류하다가, 결국 마셜 제도에서 일본군에게 포로로 잡힌다. 이후 일본 본토의 포로 수용소에서 고초를 겪으며 지내다가 종전을 맞이한다.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이 이야기를 2014년 동명의 영화로 만들었다. 유튜브에는 영화 클립들이 있는데, 이중 나우루 폭격과 추락에 대한 부분을 모아 놓는다.


나우루 섬 폭격 부분


엔진 고장으로 태평양에 추락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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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nquering Tide: War in the Pacific Islands, 1942-1944 (Hardcover)
Ian W. Toll / W W Norton & Co Inc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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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8월 미군의 과달카날 공격부터 1944년 6월~7월 마리아나 제도(사이판, 티니안, 괌) 점령까지를 다룬다. 1943년으로 들어가며 미국의 군수 시스템이 작동, 압도적 물량으로 일본군을 밀어부치게 되지만, 결코 일본군이 만만한 것은 아니었고 미군으로서도 많은 희생을 치러야 했다. 


수세에 몰린 일본 해군이 했던 생각(함대 결전)과, 절대방어선이라는 사이판이 결국 함락되며 이제 협상을 통한 평화를 희망(망상)하기 시작한 일본 내부 사정을 엿볼 수 있다.


전쟁은 정치의 연장선이라는 말이 있지만, 엄청난 인명의 희생을 몰고 오는 현대전에서, 당연하겠지만, 전쟁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특히, 이념이 전쟁에 개입하면, 끝내야 할 전쟁을 끝내지 못하고 의미 없는 희생만 늘어감을 일본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일본인들은 자신들이 '하늘이 내린 민족'이라고 믿으며 자신들의 전쟁을 '성전'이라고 불렀다. 패배가 명확해진 전투에서 '텐노헤이카 반자이'를 외치며 돌진하여 몰살 당했다. 이들은 이러한 죽음을 '옥쇄玉碎'라고 미화하여 불렀다. '옥이 부서지는' 것처럼 '아름답게' 죽었다는 뜻이다.


수많은 병사들이 죽음을 바친 히로히토는 전후 책임을 면제 받으며 천황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치적 면죄부가 도덕적 면죄부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히로히토는 사이판이 가망 없다는 보고를 받고도 어떻게든 지키라고 군부에게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전범으로 처단당한 총리대신 도조가 직권으로 이 작전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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