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 스페이스 - 고리양자중력을 이해하는 거대한 여정 퀀텀 시리즈
짐 배것 지음, 배지은 옮김 / 반니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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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이다. 초끈이론의 대안으로 언급되는 고리양자중력이론에 대해 관심 있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원저가 2018년 출간된 최근 책이라 초끈이론 및 현대 우주론이 처한 상황을 엿볼 수 있으며, 현재 입자물리학이 당면한 상황을 개관할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두 주인공인 리 스몰린과 카를로 로벨리의 인생과 우정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다. 간혹 이상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번역은 후하게 쳐서 90점은 줄 수 있을 것 같다.


책 속 몇 구절:

  m=E/c^2은 아인슈타인의 위대한 통찰이었다. 물체의 질량은 물체가 담고 있는 에너지의 척도라는 것이다. 이제는 질량이 물체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다(즉, 성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체의 질량은 물체가 '하는' 것(성질이 아닌 행동)이다. (4장, 108 페이지)

... 우주론자들은 초기 우주의 암흑물질 분포 안에 균일하지 않은 부분이 10만분의 1ppm 정도만 있었어도 [현재 우주의 은하 분포와 같은 구조 생성에] 충분하다고 추정했다. 

   어떻게 이런 작은 불균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구스가 우주 급팽창에 대한 아이디어를 발표한 후 오래지 않아, 구스 자신을 포함해 스티븐 호킹, 러시아의 이론물리학자 알렉세이 스타로빈스키Alexei Starobinsky 같은 전문가들은 작은 불균일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인플라톤장의 '양자요동'에 도달하게 되며, 이것이 급팽창에 의해 우주 규모로 증폭되었다는 제안을 내놓았다.

  이 내용이 정확하다면 이는 대단히 특별한 결론이다. 지금 우리가 보는 거대한 우주는 빅뱅 직후 짧은 순간에 일어난 무작위적인 양자 요동 덕분에 탄생한 것이다. 

  ... 최근 잇달아 쏘아올린 COBE(1989년 발사), WMAP(2001), 플랑크(2000) 위성이 우주배경복사를 매우 정교하고 세밀하게 지도로 그리고 있다. (그림 14) 이런 지도들은 1억분의 1˚C 또는 10만분의 1ppm(놀랍지 않은가?) 정도의 아주 작은 온도 변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뜨거운 점들은 재결합 순간에 물질의 밀도가 아주 약간 높았던 지점이었고, 바로 이 지점이 암흑물질이 축적되고 궁극적으로는 별과 은하가 형성되는 씨앗이 되었던 것이다. 차가운 점들은 물질의 밀도가 낮은 곳이었으며, 이후 진공이 되었다.

  이 지도들을 분석하면 우주의 기원과 발전을 설명하는 이론들을 뒷받침하는 상당히 많은(그러나 전부는 아닌) 관측 증거들을 얻을 수 있다. (5장, 126~127 페이지)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과 빅뱅우주론은 인간 지성이 이룬 위업 가운데에서도 가장 특별하며, 자부심을 가질 만한 업적이다. 입자물리의 표준모형은 물질과 복사의 성질과 행동을 놀랍도록 상세하게 서술한다. 힉스 입자를 발견한 이래로 고에너지 입자물리학에서 설명하지 못할(아니면 적어도 수용하지 못할) 관측이나 실험적 결과는 없다. 빅뱅우주론은 우주의 거대 구조와 발전을 설명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성스러운 문헌에서나 답을 찾아야 했던 거대한 질문들 중에서도 가장 거대한 질문의 답을 빅뱅우주론이 제시하고 있다.

  축하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지만, 그래도 지나치게 들떠서는 안 된다. 이 두 이론에는 설명해야 할 구멍도 숭숭 뚫려 있다. 이 세상이 어떻게 결합되어 있는지에 대해 이 이론들이 아직도 많은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과학자들은 경험으로부터 파생되는 지식이 거의 없거나 아예 없는 이상적인 이론을 추구한다. 그런데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과 빅뱅우주론은 이런 이상에 한참 못 미친다. 두 이론이 엄청난 성공을 거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썩 만족스럽지 않다는 느낌은 남아 있다. (6장, 135~136 페이지)

  ... LQG[loop quantum gravity, 고리양자중력이론]는 표준모형의 양자장이론과 전혀 닮지 않았다. 표준모형의 양자장이론은 배경 시공간을 가정하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물질 입자와 힘 입자의 역학을 설명한다. LQG는 시공간의 발현을 서술한다. 그래서 LQG가 궁극적으로는 표준모형의 이론들과 어느 지점에서 만나야 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든다. LQG처럼 표준모형 이론들도 시공간이라는 안전 그물망 없이 재구성되어야 한다.

  ... 표준모형의 양자장이론들을 시공간이 아닌 스핀거품 위에서 재구성하여 얻을 수 있는 한 가지 이점은, 양자장이론이 좀 더 질서정연해질 수도 있으리라는 것이다. 시공간이 성공적으로 양자화되면 QED[quantum electrodynamics, 양자전기역학] 같은 이론들이 조금은 정리가 될 것이고, 그래서 더 이상 재규격화를 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는 가정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 QED방정식에서 일부 항들이 우후죽순처럼 무한대로 늘어나는데, 그 이유는 전자가 그 자신에 의해 자체적으로 발생되는 전자기장과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재규격화는 단순히 무한대 항들을 전부 상쇄시키고 물리적인 의미가 있는 결과만 남기는 수학적 조작이다. 그러나 당연히 애초에 무한대가 발생하지 않는 편이 훨씬 좋다. 결국 무한이라는 것은 순수하게 수학적인 개념이다. 현실 세계에는 무한이 존재하지 않는다. 무한이 방정식에서 튀어나오기 시작한다는 것은 본질적 측면에서 수학적 서술이 실체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12장, 263~264 페이지)

  ... 끈이론은 근본적으로 '입자'의 이론이다. 끈이론에서는 입자가 무한히 작은 점에 질량이 집중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확장된 2차원 또는 다차원의 사물이라고 가정함으로써 골치 아픈 무한대들을 제거할 방법을 찾는다. 그 결과 끈이론은 연속적인 시공간 배경 안에 있는 끈에 관한 이론이 되었고, 추가적인 숨은 차원들을 필요로 하며,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추가로 초대칭도 가정해야 한다. 끈이론은 점 입자 질량 문제를 해결하지만, 연속적인 시공간을 가정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는 제거하지 못한다. 끈 우주 안에 사는 아킬레스는 여전히 거북이를 따라 잡으려고 몸부림칠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LQG는 시공간의 '기하'에 관한 이론이다. LQG는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결합시켜 시공간이 매끄럽지 않고 불연속적임을 입증함으로써 무한대를 제거하려고 노력한다. (12장, 266 페이지)

  10^500개 또는 무한개의 이론들이 존재할 가능성을 초끈 프로그램의 실패로 받아들이기는커녕, 일부(분명히 전부는 아니다) 이론학자들은 이렇게 다양한 이론들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은 결국 다중우주를 서술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그들은 우주론적 인간 원리라고 불리는 놀라운 순환론을 덧붙인다. 그렇다. 저 밖에는 우리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개수의 서로 다른 우주들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물리법칙과 입자 스펙트럼의 골디락스 조합을 갖는, 즉 우리와 같은 생명 형태를 지원하는 조합을 갖춘 우주 안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더라도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여기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보라. 또다시 초끈이론을 포기해야 할 이유는 없다. 아직은. (15장, 334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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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12-29 15: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멋진 분이시군요. 이런 책도 읽으시고...
저는 이런 쪽으로 무지해서 이런 책 보는 분들을 우러러보는 경향이 있죠. ㅋ
그래서 리뷰라도 꼼꼼히 읽으려 하죠.

와, 이 서재의 이미지인 하늘은 예술적으로 보이는군요. 마치 지금 음악이 흘러 나오고
그 음악에 맞춰 구름이 요동치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베리 굿입니당~~~
좋은하루되십시오. ^^

blueyonder 2020-12-29 16:50   좋아요 1 | URL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관심 분야가 다를 뿐이지요. ^^
사진도 멋있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페크 님 글의 하늘 사진도 멋졌습니다. 말씀은 못 드렸지만...
페크 님도 오늘 좋은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scott 2020-12-29 15: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욘더님 과학책 전문가세요 페크님 ㅋㅋ 전 은근히 욘더님 리뷰 쫒아다니면서 소소한 과학 정보도 얻어요^0^

blueyonder 2020-12-29 16:57   좋아요 2 | URL
관심 가는 책을 읽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과학책 전문가라기는... ^^;;
다른 책도 읽어야 하는데... ㅎㅎ
요새 연말이다 보니 조금 시간이 납니다만, 여전히 읽고 싶은 책은 많고 시간은 부족합니다. 평안한 연말연시 보내시기 바랍니다~

scott 2020-12-31 1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욘더님 2021년 새해 행복한일 가득 차시길 바랍니다.
새해 복주머니 놓고 가여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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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 福마뉘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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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yonder 2021-01-01 10:40   좋아요 1 | URL
산타가 다녀가신 것 같군요 ㅎㅎ
scott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1년에도 행복한 독서 많이 하시기 바랍니다!!

초딩 2021-01-01 2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세요 ~
건강하시구요~

blueyonder 2021-01-02 10:2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초딩 님께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