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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3반
오토다케 히로타다 지음, 전경빈 옮김 / 창해 / 2010년 12월
평점 :
1998년 일본인이 쓴 에세이 한 권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책이 하나 있다.
사지절단증이라는 장애를 갖고 태어난 오토다케 히로타다. 태어나면서부터 팔다리가 없었고 성장하면 10Cm정도만 자란것이 전부인 그가 쓴『오체불만족』.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 할 수 있다는 용기와 미래는 나의 힘으로 아주 즐겁게 살 수 있다는 믿음을 함께 공유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그의 자전적 생활을 바탕으로 첫 소설을 세상 사람들에게 내놓았다.
그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아카오 선생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는 오토다케 히로타다의 첫 소설 『괜찮아 3반』을 읽었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새로운 담임 선생님을 소개하는 자리에 희한한 모습을 한 선생님이 있다. 팔다리는 거의 없고, 휠체어도 아닌 것 같은 기계 위에 앉아있다기 보다는 올려져 있다는 것이 어울리는 사람, 바로 아카오 선생님이다.
신기한 기계를 탄 아카오 선생님과 시끌벅적한 5학년 3반 아이들이 함께 꾸며가는 일상에서 그들이 보여주는 감동의 드라마이다.
『괜찮아 3반』이란 소설은 여러 생각을 이끌어 내는 그런 소설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에 대한 생각, 아이와 선생님과의 관계에 대한 생각,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과 소설의 배경인 일본의 교육에 관한 생각, 그리고 자녀를 키우는 부모로서 학교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생각등등....
장애를 가진 선생님이 정상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뻔한(?) 스토리를 따라 하는 소설이 아닐까라는 아주 단순한 예상을 할 수도 있는 소설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리고 책을 읽고 나서 뒤이어 오는 느낌은 오히려 더 많은 질문과 답변을 찾게 하는 소설이다.
사람은 그렇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양보하려는 경우가 있다. 그들을 진정으로 이해하려는 마음보다는 일단 배운 대로 양보를 하고 배운대로 도와주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해야만 배운사람이고, 교양있는 사람이고, 사회적인 사람이라는 인식때문이다. 주인공 아카오 선생님이 교단에 서기까지 특별히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는 '독자적인 교사 채용'이라는 제도는 눈에 보이는 표면적인 양보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일반적인 생각에 대한 표현이라 생각된다.
같은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은연중에 적용되는 '특별한 선생님'이라는 느낌은 바로 이런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선생님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인다. 실내화 사건, 운동회 그리고 소풍 등 여러 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그것을 해결하면서, 그리고 나보다 타인의 입장을 배우면서 선생님의 진실한 마음 하나하나를 제대로 배워간다.
『괜찮아 3반』은 선생님의 진실함을 따라 고스란히 배워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흐뭇한 소설이다. 친구 간의 오해로 마음이 아픈 아이들도 있고, 자신의 고민 탓에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있고, 때론 어른들의 생각에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아카오 선생님의 진실은 아이들의 순수함을 오래오래 간직할 수 있는 그런 듬직함을 주는 큰 사랑이다. 친구들과의 진정한 우정도 알아가고, 친구를 위한 진한 눈물도 흘려본다. 그리고 반 아이들은 똘똘 뭉쳐서 절대 할 수 없었을 거라는 목표를 이루어내는 뜨거움을 배운다.
아카오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것은 '다름'에 대한 이해와 그 진실을 바라보는 넓은 시각이다. 세상은 모든 사람들이 어울려 살게 되어있다. 눈에 보이는 '다름'은 그저 시각적인 이유일 뿐이다. 그 속에 숨겨진 진실, 순수함을 알아보는데 겉모습의 '다름'을 말하는 것은 변명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교육환경은 이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나라의 부모님들은 이런 모습의 선생님을 진심으로 응원할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내 아이의 교육을 위해 그 어느 나라보다 교육열이 높다는 한국이지만, 과연 넓은 시선으로 장애인 선생님을 얼마나 응원해 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이 의적인 느낌이 들게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책 속에서 보이는 일본의 교육 환경에 대한 이미지가 우리나라의 것과 좀 다른 면이 있어서 비교할 것이 보인다라는 점을 언급하고 싶을 뿐이다.
우리의 교육 현실이나 참교육을 가르치는 선생님에 대한 여러가지 토론은 독자들에게 맡긴다. 한국의 독자로써 교육 환경이 다른점에 대해서는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있긴 하다.
비록 몸은 아이들과 다름을 보이지만, 그가 가진 뜨거움과 순수함이 소설 속에서뿐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교육에, 그리고 우리 선생님들에게 아주 많이 전해졌으면 하는 마음을 얻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