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일기 - 절망의 수용소에서 쓴 웃음과 희망의 일기
조반니노 과레스키 지음, 윤소영 옮김 / 막내집게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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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돈 까밀로와 뻬뽀네』『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을 혹시 기억하시는지...

공산주의 읍장 뻬뽀네와 별난 신부님 그리고 둘 사이에 있는 예수님.. 이탈리아의 한 마을에서 벌어지는 티격태격하는 웃음 지을 수밖에 없는 사건들의 연속을 보여주는 정말 재미있는 책이었다.

 

이 재미를 준 책의 저자 '조반니노 과레스키'가 직접 경험한 전쟁과 수용소의 경험을 적어내려 간 책이 『비밀일기』이다. 징글징글하지만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되는 수용소의 생활을 적어가는 에세이다. 

'조반니노 과레스끼'는 이탈리아 사람으로 원래 저널리스트였다. 법대를 졸업하고 다양한 직업(교사, 삽화가, 심지어는 만돌린 선생으로 일하기도 했다)을 전전한 작가이기도 하다. 지금은 이탈리아의 국민작가로 불린단다. 이런 그였지만 전쟁과 이념의 굴레는 벗어날 수 없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독일군의 포로가 되어 19개월 동안 수용소 생활을 하게 된다. 그에 대한 소개를 읽어보면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동맹군이었던 이탈리아는 연합군과 휴전 협정을 하게 되었고, 이에 독일은 이탈리아군에게 ‘독일과 새로운 유럽의 승리를 위해 목숨을 바치라’라는 선서문에 서명을 하게 했고, 이를 거부한 이들은 독일군에게 체포되어 수용소로 끌려갔다. 이탈리아 정부는 그들의 그런 행동을 달가워하지 않았기에 그들을 위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국제적십자사 역시 전쟁포로가 아니라 ‘강제 수용당한 군인’이라는 알쏭달쏭한 신분의 그들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았다. 세상의 철저한 무관심 속에서 그들은 ‘버려진 것보다 더 나쁜 상황’이 되고 말았다고 한다.

『비밀일기』는 완전한 포로도 아닌, 그렇다고 구조해야 할 중요한 군인도 아닌 어정쩡한 포로들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그들은 철조망 밖에서의 생활도, 지위도, 명성도, 부도 절대로 필요하지 않은 그저 수용소의 사람들이다. 그들이 걸친 껍데기를 모두 벗고, 빼앗기고 그저 하루하루 숨이 쉬어지는 이상 그저 살아가는 포로일 뿐이다.

조국이 구해주기만을 기다리지만, 조국은 그들에게 연민조차 없다. 구해야 하는 존재이지만 구해도 찜찜한 그런 존재들이다. 언제 풀려날지 모르는 두려움,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두려움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포로들의 일상을 '조반니노'는 짬짬이 메모로 남겼다.

 

『돈 까밀로와 뻬뽀네』등을 읽고 이 책 역시 특유의 유머로 표현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은 먼저 하고 있다면 절대로 아니다. 『비밀일기』라고 하지만 그저 메모에 가까운 글이다. 감흥도 거의 없고, 유머는 더더욱 없다. 그저 기록이다. 기록일 뿐이다. 언제 죽을지, 언제 전쟁이 끝날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서 저자는 이렇게라도 기록을 해야만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느꼈을 듯 하다. 포로수용소 안에 있던 이들은 라디오도 뚝딱 만들어 내고, 강연과 토론과 음악회와 뉴스등 철조망 밖에서의 문명처럼 만들어낸다. 하지만, 그들은 오로지 가족이 그립고 고향이 그립고 철조망 밖의 자유가 그리울 뿐이다.

『비밀일기』는 독자들이 저자의 명성을 바탕으로 기대하고 있는 그런 재미는 주지 못한다. 그저 그 시대의 배경을 이해한다면 모를까 수용소 내의 비참함도 많이 걸러서 표현된다. 글 속에서 만나는 포로수용소의 생활은 독자들에게 와 닿지 않는다. 포로수용소를 다루고 있는 영화가 오히려 더 감동을 주고 메시지를 전하고, 웃음을 전해준다.

이 책은..., 그냥 기록이다.

사건의 앞뒤 상황도 꼼꼼하게 그려진 것도 아니고, 사건의 기록만 남겨 있다. 옆에서 죽어가는 동료의 심리를 그저 무덤덤하게 기록할 뿐이다.

 

전쟁을 모르면서,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에 깔렸던 각각의 이념 배경을 모르면서 이 책을 읽기란 쉽지 않다. 참 지루하게 넘어간다. '조반니노 과레스키'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았나 보다.

책 표지에 있는 삽화나 표지에 씌여 있는 '절망의 수용소에서 쓴웃음과 희망의 일기'란 문구에 너무 기대하지 마시길....,

복잡하고 어두운 공산주의 상황을 유머로 표현하면서 일침을 가하던 신부님 같은 유쾌, 명랑함은 없다.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배경이 너무너무 관련이 없는 과거의 역사라서 그런가. 책을 읽는 내내 지루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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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3반
오토다케 히로타다 지음, 전경빈 옮김 / 창해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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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일본인이 쓴 에세이 한 권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책이 하나 있다.

사지절단증이라는 장애를 갖고 태어난 오토다케 히로타다. 태어나면서부터 팔다리가 없었고 성장하면 10Cm정도만 자란것이 전부인 그가 쓴『오체불만족』.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 할 수 있다는 용기와 미래는 나의 힘으로 아주 즐겁게 살 수 있다는 믿음을 함께 공유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그의 자전적 생활을 바탕으로 첫 소설을 세상 사람들에게 내놓았다.

 

그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아카오 선생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는 오토다케 히로타다의 첫 소설 『괜찮아 3반』을 읽었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새로운 담임 선생님을 소개하는 자리에 희한한 모습을 한 선생님이 있다. 팔다리는 거의 없고, 휠체어도 아닌 것 같은 기계 위에 앉아있다기 보다는 올려져 있다는 것이 어울리는 사람, 바로 아카오 선생님이다.

신기한 기계를 탄 아카오 선생님과 시끌벅적한 5학년 3반 아이들이 함께 꾸며가는 일상에서 그들이 보여주는 감동의 드라마이다.

 

『괜찮아 3반』이란 소설은 여러 생각을 이끌어 내는 그런 소설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에 대한 생각, 아이와 선생님과의 관계에 대한 생각,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과 소설의 배경인 일본의 교육에 관한 생각, 그리고 자녀를 키우는 부모로서 학교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생각등등....

장애를 가진 선생님이 정상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뻔한(?) 스토리를 따라 하는 소설이 아닐까라는 아주 단순한 예상을 할 수도 있는 소설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리고 책을 읽고 나서 뒤이어 오는 느낌은 오히려 더 많은 질문과 답변을 찾게 하는 소설이다.

 

사람은 그렇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양보하려는 경우가 있다. 그들을 진정으로 이해하려는 마음보다는 일단 배운 대로 양보를 하고 배운대로 도와주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해야만 배운사람이고, 교양있는 사람이고, 사회적인 사람이라는 인식때문이다. 주인공 아카오 선생님이 교단에 서기까지 특별히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는 '독자적인 교사 채용'이라는 제도는 눈에 보이는 표면적인 양보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일반적인 생각에 대한 표현이라 생각된다.

같은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은연중에 적용되는 '특별한 선생님'이라는 느낌은 바로 이런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선생님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인다. 실내화 사건, 운동회 그리고 소풍 등 여러 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그것을 해결하면서, 그리고 나보다 타인의 입장을 배우면서 선생님의 진실한 마음 하나하나를 제대로 배워간다.

 

 

『괜찮아 3반』은 선생님의 진실함을 따라 고스란히 배워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흐뭇한 소설이다. 친구 간의 오해로 마음이 아픈 아이들도 있고, 자신의 고민 탓에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있고, 때론 어른들의 생각에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아카오 선생님의 진실은 아이들의 순수함을 오래오래 간직할 수 있는 그런 듬직함을 주는 큰 사랑이다. 친구들과의 진정한 우정도 알아가고, 친구를 위한 진한 눈물도 흘려본다. 그리고 반 아이들은 똘똘 뭉쳐서 절대 할 수 없었을 거라는 목표를 이루어내는 뜨거움을 배운다.

 

아카오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것은 '다름'에 대한 이해와 그 진실을 바라보는 넓은 시각이다. 세상은 모든 사람들이 어울려 살게 되어있다. 눈에 보이는 '다름'은 그저 시각적인 이유일 뿐이다. 그 속에 숨겨진 진실, 순수함을 알아보는데 겉모습의 '다름'을 말하는 것은 변명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교육환경은 이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나라의 부모님들은 이런 모습의 선생님을 진심으로 응원할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내 아이의 교육을 위해 그 어느 나라보다 교육열이 높다는 한국이지만, 과연 넓은 시선으로 장애인 선생님을 얼마나 응원해 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이 의적인 느낌이 들게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책 속에서 보이는 일본의 교육 환경에 대한 이미지가 우리나라의 것과 좀 다른 면이 있어서 비교할 것이 보인다라는 점을 언급하고 싶을 뿐이다.

우리의 교육 현실이나 참교육을 가르치는 선생님에 대한 여러가지 토론은 독자들에게 맡긴다. 한국의 독자로써 교육 환경이 다른점에 대해서는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있긴 하다.

비록 몸은 아이들과 다름을 보이지만, 그가 가진 뜨거움과 순수함이 소설 속에서뿐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교육에, 그리고 우리 선생님들에게 아주 많이 전해졌으면 하는 마음을 얻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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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을 읽고 리뷰를 작성해 주세요
그냥 - Just Stories
박칼린 지음 / 달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지난 2010년.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전해주는 한 여자.

서구의 외모에 한국말이 술술 나오던 여자.

그녀가 하는 일을 정확하고 멋지게 보여주었던 여자.

 

박.칼.린

그녀는 음악감독이다. 그리고 연출가이다. 주로 뮤지컬 무대를 중심으로 그녀의 열정적인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오래전 TV 어느 프로에서 박칼린 감독을 언뜻 본 적이 있다. 당시 외국에서 음악을 하던 사람이 우리나라의 무대에 초빙되어 또 다른 영역을 펼치고 있느냐고만 생각했었다.

몇 년이 지나고 또다시 TV에서 보인 그녀는 생각 속의 그녀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각각의 개성을 가진 사람들, 오합지졸이라고 말할 수 있는 팀을 멋진 합창단으로 끌어올리는 모습을 보면서 단원들의 잠재된 능력을 보았고, 새로운 재능을 보여주는 사람을 보았고,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았다.

 

박칼린. 그녀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그녀가 이루어낸 일파만파 퍼지던 변화를 보고 그녀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가 올라오지만, 그녀는 그저 '박칼린'.  음악을 사랑하고 일을 사랑하는 박칼린이라는 사람일 뿐이다.

 

그런 그녀가 에세이를 하나 냈다.

그녀가 살아왔던 시간과 지금 보내고 있는 시간, 그리고 그녀가 겪었던 사람과 지금 함께하는 사람들에 대한 평범한 이야기를 두런두런 이야기하듯 그렇게 그냥 말하고 있다.

미국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났던 그녀는 부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서구적 얼굴에 영어를 말 못하면 절대 안 되는 상황(?)으로 미국에서 성장하였다. 미국에서 예술을 배우고, 한국에서 국악을 전공했다. 동서양의 절묘한 조화를 충분히 이끌어 낼 수 있는 사람으로 박칼린이 적임자라는 공감을 하게 된다.

 

부모의 나라를 따라 한국에서 살다가 외국에서 살다가 하는 이들도 많다. 좋게 보자면 여러 문화와 생활을 다른 이들보다 빨리 배울 수 있다는 생활환경이 되어서 좋고, 나쁘게 보자면 여기저기로 옮기는 어린 시절 탓에 자신의 주체가 흔들리지 않을까라는 점도 있다. 하지만, 박칼린 감독은 여러 나라를 접해서 좋았고, 여러 나라 사람들을 만나서 시야를 넓혀서 좋았고, 그런 박칼린이 되도록 인생을 지켜준 주변인들이 있어서 성장했다고 고백한다.

 

『그냥:)』은 그냥 두런두런 이야기하고 있다. 차례를 정해서, 주제를 정해서 틀에 맞춘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일을 통해

인연이 되는 배우에 대한 글도 쓰고, 음악 감독을 하면서 마녀 같은 카리스마를 문득 깨닫다가 자신의 주변에서 함께 고군분투하는 동료를 이야기한다. 때론 맛있는 음식을 먹다가 가족과의 흐뭇한 여행을 떠올려 보기도 하고, 한국인으로서 음악감독이라는 일을 하게 되는 추억을 더듬고 있다.

1부, 2부, 3부, 4부로 나누어진 그녀의 글이지만 모든 것은 음악 위에 있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유명세를 듣고 그녀에 대해 알고 싶은 독자라면 『그냥:)』을 읽으면서 그녀의 인간적인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

난 그녀처럼 일과 인생에 열정적인 사람이 좋다. 수많은 좌절이 있었을 텐데, 수많은 편견이 있었을 텐데, 그리고 수많은 차별이 있었을 텐데 그녀는 그냥 그렇지 뭐..라며 받아들였을 것 같다. 그런 그 자신감은 TV를 통해서 충분히 보여졌고, 그녀의 글을 통해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매력인 것 같다.

 

『그냥:)』은 그녀가 한국에서 쏟아부은 20년의 세월의 깊이를 독자들이 느낄 수 있는 글이다. 누가 알아주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고, 누군가를 키우기 위해 하는 일이 아닌, 그냥 그 일이 좋아서, 그냥 음악이 좋아서, 그리고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는 그냥 그 일이 좋아서 생생하게 숨 쉬는 그녀를 알아갈 수 있는 그런 에세이다.

뮤지컬을 위해 그 속에서 적응하고 함께 호흡하고 그에 대한 철학을 꼿꼿하게 가진 박칼린. 그녀의 열정과 그녀의 카리스마, 그리고 그녀의 생활은 자신의 목표를 위해 어느 정도의 열정을 가져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을 하는 독자들에게 하나의 계기를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책이다

 

'그냥'

더이상 변화없이 그 상태 그대로..

그저 그런 '그냥'이 아닌, 변화가 없지만,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는 그런 '그냥'을 독자들도 함께 공감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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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공지영...,

그녀의 작품을 단 하나도 안 읽었다고 하면 독서인(讀書人)이 아니라고 할까? 뭐. 흉봐도 난 공지영의 책을 단 한 권도 안 읽은 1人이다.
하지만, 그녀의 명성에 걸맞게 이래저래 주워들은 독서인들의 입소문으로 통해 더욱 그녀의 글과는 멀어졌다.
그녀가 겪었던 80년대의 대학생활은 내 선배들의 그것과 똑같다. 난 그저 그들이 밟은 신념의 뒤에서 그저 아는척하는 정도의 후배였기에 그녀의 글 속에 내포된 페미니즘적인 신념이 어렵기도 하고 피하기도 싶은 그런 마음이 가득했다.
꼴 난 서평을 쓰자는데 왜 이렇게 변명이 길어지나.
한마디로 말하자면 잘 알지도 못하는 공지영 작가라는 말이다.
하지만, 처음 읽는 공지영 작가의 작품으로 내가 가진 선입견(?)에 대해 깡그리 사라짐을 느낀다.

"와우~이렇게 멋진 삶을 보여주는구나."
"이렇게 소박한 삶을 보여주는구나." 그리고 "나도 그 소박함에 끼어들고 싶게 만드는 구나"를 연발하게 하는 에세이를 소개한다.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는 공지영 작가의 지인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리산을 중심으로 그곳에 발을 뻗는, 손을 내미는 작가와 지인들의 이야기이다.
지리산이 주는 의미와 문학적 소재에 대해서는 독자들 각각의 판단이 우선이겠지만, 책 속 등장인물들이 가진 지리산에 대한 의미는 보통의 사람들과 다른 그 무엇이 있다.
어지럽게 돌아가는 도시의 삶에서 훌쩍 떠나 찾아가는 곳이 지리산이기도 하고, 돈을 벌지 않고 돈을 쓰지 않는 자연 속의 삶을 찾아 지리산으로 들어온 이도 있고, 도시에서 모든 것을 잃고 아버지의 흔적을 따라 지리산으로 들어온 이도 있고, 그저 지리산이 좋아 평생을 지리산 지킴이로 사는 이도 있다.
이들의 사연은 각각이지만, 지리산과 섬진강이 주는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책이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이다.

참..., 이상하지.
도시에서의 삶을 즐기다 즐기다 지칠때까지 소진하고 뛰어들고, 상처를 받다가 나이가 들고, 삶의 중간점을 찍을 때면 사람들은 자연을 찾는다. 누가 그러라 하지 않아도 자연을 찾고, 산을 찾고, 새소리를 찾는다.
지리산 행복학교에 있는 이들은 용기 있게 그 선택을 빨리한 이들이다.
돈의 가치를 따지려고 하지 않고, 돈이 주는 편리함을 뒤로하는 용기.
그리고 세상의 빠름과 동떨어져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는 용기를 보여주는 이들이다.
새소리와 함께 깨어나서 자연이 주는 그대로를 받는 이들은, 자신들이 받은 그 넉넉함을 또 다른 도시인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작가는 이런 모습을 책을 통해서, 글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도시의 편리함이 아직 우선인 나는 "왜 이런 고생을 일부러 선택했을까?"라는 질문을 하고 있다. 우문현답은 책에 있지만, 도시에 발을 붙이고 사는 나는 그래도 긁어보고 싶다. 그런데 긁혀지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자연 속에 사는 이들이 얼마나 강직하고 정직하고, 순수한 사람인지 느끼기 때문일까?

버들치 시인, 낙장불입 시인, 고알피엠여사, 버들치 시인의 친구 최도사, 아직도 노총각으로 남아 있는 목수, 소풍 주인, 강병규 사진가, 섬진강변 옷가게 여사장님, 강남좌파, 그들 주변의 사람들, 그들을 찾는 도시의 사람들, 이들에게는 도시인이 갖기 두려워하는 순수함을 갖고 있고, 그것을 충분히 즐기는 그런 사람들이다.
때론 시골 촌놈들이 서울에 상경해서 눈만 멀뚱대는 것 같은 사건도 벌어지고, 때론 모든 것을 깨우친 듯 편안함을 전해주는 일상을 보여준다. 때론 시골에 살면서도 문명을 비켜갈 수 없기에 겪어야 하는 에피소드도 있어, 웃음을 갖게 해주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자연과의 삶이란 이런 것일까?
나 역시 언젠가는 소박한 시골의 삶을 꿈꾸고 있지만(아직 꿈만 꾸고 있다) 도시의 편리나 이익을 두고 변명하고 있는 나에게 참 소박하게 다가오는 에세이다.
자연에 대한 이야기는 말하지 않아도 독자들은 감을 잡을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정말 멋지게, 편하게, 두려움 없이, 그리고 행복함을 느끼는 삶에 대해서는 등장인물 하나하나 개성에 맞게 보여준다. 물론 이것은 독자들의 재미이기 때문에 절대로~!! 말해주고 싶지 않다..ㅎㅎㅎ

책을 덮고 나서 한동안 "그립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도시에서 자라 도시에서만 산 내가 자연이 그립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리산을 둘러보든, 섬진강에 발을 담그던, 그건 독자들의 계획이겠지만,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소박함, 물질로 풍족하지 않아도 가슴만으로 풍족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그 넉넉함을 꼭~함께 가져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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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특강 - 가장 기본적이고 실용적인
김해식 지음 / 파라북스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굳이 "논술, 논문에 대해~"라는 제목을 쓴 이유가 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독자들에게 참고될만한 책이다.

 

서평을 올리면서 글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 조금 더 매끄러운 글, 조금 더 객관적인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을 가져본다.

이런저런 이유로 글쓰기에 대한 강좌에 참여할 수 없는 나는 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싶어 『글쓰기 특강』, 더구나 "가장 기본적이고 실용적인~"이란 단서가 붙은 이 책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기대가 너무 컸던가? 책 소개만 너무 믿었던가?

나처럼 글쓰기에 대한 전공을 하지 않은, 그저 평범한 독자들이 배우고자 하는 내용과는 좀 먼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이 책은 글쓰기에 부족함을 느끼거나 좀 더 체계적인 글쓰기 공부를 하고 싶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이건 순전히 내가 원하는 답이었다) 대입 논술시험을 준비하는 입시생, 좀 더 나은 시험답안과 리포트를 쓰고 싶은 대학생,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 보고서나 논문을 써야 하는 대학원생이나 직장인 등이 스스로 글쓰기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안내서 인 것이다.(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한 친절한 저자의 글이다)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말과 글을 제대로 구사하는 능력은 계속해서 배우고 가다듬어 나가야 할 필수적이고 핵심적인 능력이라고 저자는 시작한다. 글씨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정확하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는 능력, 그중에서도 글로 자기를 표현하는 능력이 오늘날 사회생활의 기본이라 할 만 하단다.

글쓰기가 그토록 중요했었나?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물론 글쓰기 작업(독후감, 서평 나아가서 기성 작가의 창조까지 모두 작업이라고 하고 싶다)은 자신의 주관적 사고와 객관적인 상식, 지식을 잘 조합해서 어울리게 하는 작업이다. 나 혼자만 보려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전달하려는 방법이기 때문에 다듬고 간략하고, 충분히 내용을 전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것을 위해 책을 읽고 요약을 해보고 정리는 하는 것 역시 글쓰기의 중요한 기초방법이다.

 

『글쓰기의 특강』은 다음 부분부터 전문적인 견해를 펼친다.

글쓰기 기초로서의 독서 방법에서부터는 전문적인 이론이라고 하고 싶다. 논문을 쓰기 위한 자료를 읽는 방법, 모으는 방법, 분류하는 방법 등등..., 문학류에 대한 글쓰기와 독서는 배제하고 있다.

<주제 선정> <자료의 수집과 정리> <자료의 분류와 정리> 등은 논술이나 논문을 준비하려는 독자들이 필수로 체크해야 할 부분이다. 대부분 책의 내용이 이런 위주라 위에서 언급했듯이 독자들에게 좀 더 일목요연하면서도 부드럽게 전해지는 문학적인 글쓰기에 대한 내용은 아니다.

 

물론 전혀 득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책을 단숨에 읽는 것, 좀 복잡한 인문서를 요약하는 훈련법, 글쓰기의 규칙 등은 어느 글을 쓰든지 분명히 응용할 수 있는 내용이라 독자들이 필요한 부분만 참고해도 충분한 도움이 될 것이다.

워낙 논문적인, 논술적인 관점에서 설명해서 그런가 저자의 주장만 강한 면이 두드러지는 부분도 눈에 띄어 비문학을 어려워하는 독자들에게는 약간의 거부감이 생기는 것도 있다. 예를 들자면 '맑스'보다는 '마르크스'가 더 익숙한데 말이지.

 

글쓰기의 기본은 독서라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독서였다. 물론 책을 읽고 그것을 나름의 주제대로 분류하고 추후 미미한 평이라 할지라도 나의 글에서 충분히 응용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문학적인 글쓰기보다는 전문적인 글쓰기를 좀 더 기본적이고 실용적인 면에서 체크하는 시간이 필요한 독자들에겐 한 번쯤은 짚어볼 만한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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