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비밀일기 - 절망의 수용소에서 쓴 웃음과 희망의 일기
조반니노 과레스키 지음, 윤소영 옮김 / 막내집게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돈 까밀로와 뻬뽀네』『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을 혹시 기억하시는지...
공산주의 읍장 뻬뽀네와 별난 신부님 그리고 둘 사이에 있는 예수님.. 이탈리아의 한 마을에서 벌어지는 티격태격하는 웃음 지을 수밖에 없는 사건들의 연속을 보여주는 정말 재미있는 책이었다.
이 재미를 준 책의 저자 '조반니노 과레스키'가 직접 경험한 전쟁과 수용소의 경험을 적어내려 간 책이 『비밀일기』이다. 징글징글하지만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되는 수용소의 생활을 적어가는 에세이다.
'조반니노 과레스끼'는 이탈리아 사람으로 원래 저널리스트였다. 법대를 졸업하고 다양한 직업(교사, 삽화가, 심지어는 만돌린 선생으로 일하기도 했다)을 전전한 작가이기도 하다. 지금은 이탈리아의 국민작가로 불린단다. 이런 그였지만 전쟁과 이념의 굴레는 벗어날 수 없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독일군의 포로가 되어 19개월 동안 수용소 생활을 하게 된다. 그에 대한 소개를 읽어보면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동맹군이었던 이탈리아는 연합군과 휴전 협정을 하게 되었고, 이에 독일은 이탈리아군에게 ‘독일과 새로운 유럽의 승리를 위해 목숨을 바치라’라는 선서문에 서명을 하게 했고, 이를 거부한 이들은 독일군에게 체포되어 수용소로 끌려갔다. 이탈리아 정부는 그들의 그런 행동을 달가워하지 않았기에 그들을 위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국제적십자사 역시 전쟁포로가 아니라 ‘강제 수용당한 군인’이라는 알쏭달쏭한 신분의 그들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았다. 세상의 철저한 무관심 속에서 그들은 ‘버려진 것보다 더 나쁜 상황’이 되고 말았다고 한다.
『비밀일기』는 완전한 포로도 아닌, 그렇다고 구조해야 할 중요한 군인도 아닌 어정쩡한 포로들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그들은 철조망 밖에서의 생활도, 지위도, 명성도, 부도 절대로 필요하지 않은 그저 수용소의 사람들이다. 그들이 걸친 껍데기를 모두 벗고, 빼앗기고 그저 하루하루 숨이 쉬어지는 이상 그저 살아가는 포로일 뿐이다.
조국이 구해주기만을 기다리지만, 조국은 그들에게 연민조차 없다. 구해야 하는 존재이지만 구해도 찜찜한 그런 존재들이다. 언제 풀려날지 모르는 두려움,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두려움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포로들의 일상을 '조반니노'는 짬짬이 메모로 남겼다.
『돈 까밀로와 뻬뽀네』등을 읽고 이 책 역시 특유의 유머로 표현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은 먼저 하고 있다면 절대로 아니다. 『비밀일기』라고 하지만 그저 메모에 가까운 글이다. 감흥도 거의 없고, 유머는 더더욱 없다. 그저 기록이다. 기록일 뿐이다. 언제 죽을지, 언제 전쟁이 끝날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서 저자는 이렇게라도 기록을 해야만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느꼈을 듯 하다. 포로수용소 안에 있던 이들은 라디오도 뚝딱 만들어 내고, 강연과 토론과 음악회와 뉴스등 철조망 밖에서의 문명처럼 만들어낸다. 하지만, 그들은 오로지 가족이 그립고 고향이 그립고 철조망 밖의 자유가 그리울 뿐이다.
『비밀일기』는 독자들이 저자의 명성을 바탕으로 기대하고 있는 그런 재미는 주지 못한다. 그저 그 시대의 배경을 이해한다면 모를까 수용소 내의 비참함도 많이 걸러서 표현된다. 글 속에서 만나는 포로수용소의 생활은 독자들에게 와 닿지 않는다. 포로수용소를 다루고 있는 영화가 오히려 더 감동을 주고 메시지를 전하고, 웃음을 전해준다.
이 책은..., 그냥 기록이다.
사건의 앞뒤 상황도 꼼꼼하게 그려진 것도 아니고, 사건의 기록만 남겨 있다. 옆에서 죽어가는 동료의 심리를 그저 무덤덤하게 기록할 뿐이다.
전쟁을 모르면서,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에 깔렸던 각각의 이념 배경을 모르면서 이 책을 읽기란 쉽지 않다. 참 지루하게 넘어간다. '조반니노 과레스키'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았나 보다.
책 표지에 있는 삽화나 표지에 씌여 있는 '절망의 수용소에서 쓴웃음과 희망의 일기'란 문구에 너무 기대하지 마시길....,
복잡하고 어두운 공산주의 상황을 유머로 표현하면서 일침을 가하던 신부님 같은 유쾌, 명랑함은 없다.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배경이 너무너무 관련이 없는 과거의 역사라서 그런가. 책을 읽는 내내 지루함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