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 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음식 선재 스님 사찰음식 시리즈 1
선재 지음 / 불광출판사 / 201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음식을 제대로 먹는 법, 자연과 더불어 함께하는 음식, 그리고 내 몸과 맞는 음식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나고 있습니다. 웰빙이라는 단어가 화두가 되면서 사람들은 제대로 먹는 음식에 대해 깊은 관심을 두게 되었죠. 음식의 중요성은 여러 매체를 통해 그리고 여러 정보를 통해 많은 사람이 인식하고 있습니다. 환경이 주범이라 생각한 아토피도 따져보면 음식을 잘못 먹은 식습관에 문제가 있음이 밝혀지고요, 문제 청소년들을 관찰한 결과 인스턴트 음식의 과다섭취도 문제점의 하나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성인병 역시 영양 과다가 문제일 경우가 있습니다.

 

인연이 있는 절에 다니면서 절밥을 먹곤 합니다. 양념도 일반인들의 식사보다 없고, 고기반찬도 아닌 절밥이지만 어쩜 그렇게 맛있는지. 먹을 때마다 그 담백함에 반하곤 합니다.

절에서 공양하던 사찰 음식을 대중들에게 널리 퍼뜨리고 있는 스님이 있습니다.

사찰음식문화연구원장으로 있으면서 대중들에게 사찰음식에 대해 널리 알리고 있는 선재 스님입니다.

<선재 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음식>은 사찰음식을 통해 음식에 깃든 정성, 부처님 말씀을 바탕으로 한 철학, 그리고 부처님의 말씀을 수행하는 수행자로서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지를 담은 책입니다. 사찰음식만 꼬집어 레시피를 모아두기보다는 왜 우리가 음식에 대해 바른 생각을 해야 하고, 바르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부처님의 도량 안에서 듣는 청량한 소리 같습니다.

 

선재 스님은 선천적으로 간이 약했습니다. 집안 내력이라고 하는군요. 간이 약해 나타나는 증상을 그저 몸이 약하다고만 생각을 했습니다. 결국, 큰 병을 얻어 살아갈 날조차 얼마 남지 않았다는 선고까지 받았습니다. 스님 역시 사찰음식에 대한 논문을 쓴 분이었지만 자신의 건강을 잃고 나서야 다시 자신의 연구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모든 음식을 제대로 바라보고 제대로 만들어 내 몸이 가장 필요로 하는 음식을 섭취하는 노력 끝에 건강을 찾았고, 선재 스님의 경험은 세상 사람들이 알지 못하고 무심히 지나쳐버리는 음식에 대해 알려주고자 노력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찰음식은 최소한의 음식을 섭취하는 소식, 신선한 채소로 이루어진 채식, 가공되지 않은 천연재료를 이용하는 자연식, 오신채를 쓰지 않고 원재료의 특성을 살리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담백하면서도 원재료의 기본 효능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는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해서 오랜 시간 수행을 하여도 건강하게 장수하는 스님들의 비법이기도 합니다.

 

웰빙이라고 말을 하면서 독자들은 어떤 음식을 섭취하고 있을까요?

채식주의자라는 말을 하면서 어떤 채식을 어떻게 먹고 있을까요?

사찰음식의 주된 요점은 바로 생명 존중 사상입니다. 만들어진 음식을 먹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은 단순합니다. 존중의 생각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음식의 재료부터 음식을 만드는 과정, 그리고 그 음식을 깨끗하게 담아 정성스럽고 맛있게 먹는 사람의 정성까지 일체가 되어야 그 음식이 내 몸에 들어와 가장 높은 효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사찰음식을 만들 때 강한 양념과 화학조미료만 빼면 된다고 생각을 했었다면, 생각의 폭을 조금 더 넓힐 필요가 있습니다. 준비부터 과정, 그리고 결과까지의 일체성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는 선재 스님의 메시지는 바로 부처님의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선재 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 음식>에는 일반인들의 에피소드도 있지만, 스님들의 에피소드도 함께 읽을 수 있습니다. 수행하시는 스님들도 음식의 유혹(이를테면 과하게 드시는 것, 자신과 맞지 않는 음식을 드시는 것 등등) 때문에 정진하는데 방해를 받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는 사람들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는 바로 식성이기 때문입니다. 나에게 맞는 음식을 먹었을 때와 나에게 맞지 않는 음식을 먹었을 때는 스님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체크할 수 있습니다.

나 아닌 다른 이의 이야기를 통해 나를 바로 잡을 수 있는 것도 부처님의 말씀을 받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선재 스님의 이야기나 다른 스님의 이야기들 그리고 다른 일반인들의 경험담을 읽으면서 나에게는 그런 실수를 하지 말아야겠다. 내 가족에게는 그런 착오를 겪지 않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또 다른 수행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을 해봅니다.

 

<선재 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 음식>에는 당연히 사찰 음식의 레시피가 있습니다.

고혈압과 급, 만성간염에 좋은 미나리 감자전, 당뇨병과 종기에 좋은 쇠비름효소, 쇠비름나물, 폐병과 야뇨증, 요실금에 좋은 은행경단, 성인병 예방에 좋은 무채두부찜, 부인병과 간 질환에 좋은 쑥애탕, 우리 아이 차분하게 해 주는 대추통밀차, 우리 아이 두뇌 계발에 좋은 호박씨 시금치무침 등 흔한 재료로 가족의 건강을 챙겨주는 사찰 음식의 레시피를 함께 배워볼 수 있습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인연법이 떠오릅니다. 불교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인연법을 언급하기는 부족하지만, 인연이 된 스님이 곁에 있는지라 이런저런 인연법에 대한 생각을 해봅니다. 건강을 위해 일부러 사찰음식을 배우러 움직이지는 않지만 이렇게 책으로라도 선재 스님의 이야기와 사찰 음식, 그리고 그 속에 담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울 수 있다는 것도 인연법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감히 해봅니다.

 

<선재 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 음식>은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 본연의 체질을 일깨워주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작은 변화만으로도 건강과 행복을 찾을 수 있음을 선재 스님은 말하고 있습니다. 좋은 음식을 찾기보다는 정직한 음식을 찾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 마리 개구리 깃발 식당 - 요리와 사랑에 빠진 천재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 지음, 박이정 각색, 김현철 옮김 / 책이있는마을 / 201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떠올리면 이탈리아의 대표하는 천재적인 미술가이자 건축가, 기술자, 과학자이자 사상가로 알고 있다. 그가 혁신적인 요리사라는 점은 전혀 알지 못한다. 그에 대한 자료를 뒤져봐도 요리와 연관이 있었다는 말은 찾기 어렵고 그나마 한 두줄의 소개로 끝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알려지지 않는 모습 중에 하나는 바로 그가 식도락가이자 요리를 좋아하고 새로운 개념의 요리를 만들고 싶어하는 요리사였다는 사실이다.

그는 실제로 새아버지와 함께 식도락을 즐기는 사람이었고, 새로운 요리를 선보이고자 노력을 하면서 궁정 연회 담당자로 일했었다. 잠깐이지만 술집 겸 식당도 운영했었고, 후에 자신의 요리에 대한 열정과 천재적인 실험정신을 알아주는 프랑스 왕을 위한 요리사로 지내기도 했었다.

 

그는 당시 '세 마리 달팽이'란 술집의 주방장이었고, 후에 '산드로와 레오나르도의 세 마리 개구리 깃발'이란 식당을 직접 운영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웰빙 요리가, 또는 퓨전 음식 요리가라고 할 수 있다. 비록 그의 요리를 즐겨려는 사람은 절대적으로 없었지만, 그의 요리에 관한 모든 것을 적어둔 소책자 '코덱스 로마노프'를 남겼다. 그 책에는 그의 요리비법과 요리와 관련된 발명품에 대한 메모가 적혀 있다.

이 책을 바탕으로 <세 마리 개구리 깃발 식당>에서 그의 천재적인 요리사의 생활이자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천방지축의 요리사 생활을 엿보게 된다.

 

<세 마리 개구리 깃발 식당>에서의 레오나르도는 오로지 요리를 우선으로 하는 외골수 성격의 소유자이다. 당시 시대와 전혀 맞지 않는 요리를 창조하고 만들어내지만 절대로 우호적인 찬성을 얻지 못한다. 지금의 시선으로 본다면야 요리를 미적 감각으로 표현하고, 건강을 위해 최소의 조리와 적당한 양을 만들어내고, 양으로 먹는 요리보다는 질로써 먹는 요리를 위해 요리와 관련된 도구들을 발명해내는 천부적인 요리사이다.

그는 요리를 위해 끝없는 연구와 발명을 한다. 마늘 빻는 도구, 자동 고기구이 기계, 후추 가는 기계, 와인 따개, 냅킨, 포크 등등.., 지금도 쓰고 있는 물건들이 바로 레오나르도가 만들어낸 것이다. 참 놀랍다.

그저 '최후의 만찬' '모나리자' 등을 그린 화가로만 기억하고 있지만, 그는 요리를 위해 노력하고 창조를 하는 것을 우선으로 했던 사람이다.

 

<세 마리 개구리 깃발 식당>에서의 레오나르도는 비실용적인 물건만을 만드는 이로 묘사된다. 후세에 읽게 되니 그의 천재성이 대단했음을 알고 있지만, 당시의 생각으로는 절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기이한 인물이다.

때론 그는 일을 크게 벌리고 마무리를 못하는 인물로도 보인다. 케이크로 모든 것을 장식한 결혼식 연회를 준비하기까지 수많은 요리사를 닦달하고 일을 시키게 되지만 결국 쥐떼와 새떼들의 공격에 어이없이 무너지는 장면에서는 "이 사람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야? 생각을 하는 거야, 마는 거야?'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의 작품 '최후의 만찬'은 어쩌면 그가 요리를 좋아했기 때문에 탄생하게 된 작품일지도 모르겠다. 당시 그이 행적에 불만스럽던 루도비코의 권유로 수도원에 머물게 된 레오나르도는 그림 속에 자신이 가진 요리에 대한 생각을 고스란히 녹여낼 수 있었다.

그의 혁신적인 연구는 절대로 환영받지 못하는 듯 했지만, 자신의 요리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는 청년 왕 앙리를 만나면서부터 행복한 날이 시작된다. 중국의 국수에서 착안한 '먹을 수 있는 끈'은 오늘날의 스파게티라고 하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이탈리아에서 스파게티와 피자가 유명한 이유가 아마 여기에서 연루된 것 아닐까?

 

<세 마리 개구리 깃발 식당>은 천부적인 미술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아닌 '천부적인 혁신적인 요리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또 다른 인생을 엿볼 수 있는 소설이다.

때론 시대를 앞서 가는 이라는 평도 있겠지만 한 편으로는 너무나도 산만한 성격의 소유자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너무나도 외곬인 사람이 아닐까라는 평도 하게 된다.

 

우왕좌왕 물건을 만들고 요리를 만들고, 그것이 실패하고, 또 반복하고... <세 마리 개구리 깃발 식당>은 그 속에서 레오나르도가 남긴 철학 등등의 깊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천재성을 가진 이의 기이한 행동을 재미로 읽기에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당시의 사람들은 별의별 것을 다 요리로 했구나..,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선지와 개고기를 먹는 우리나라는 그나마 양반이라는 생각이 문득 드는 것은 무엇일까?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에서는 개구리요리, 말고기 요리, 창자 요리, 소 아래턱 요리, 공작새, 해오라기, 백조 고기를 이용한 요리 등등 뭐..생활 환경에 따라 요리 재료의 다양성은 당연한 일인데 말이지.

<세 마리 개구리 깃발 식당>은 좀 산만스럽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행적이 산만한 것인지, 그냥 그의 업적을 늘어놓다 보니 산만한지 모르겠지만, 우왕좌왕, 시끌벅적이 먼저 떠오르는 코미디 같은 장면이 연상된다.

알려지지 않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행적을 알아가는 재미도 있다. 전혀 새로운 모습을 포착하는 독서 시간이 되기도 한다. 좀 더 건강을 위해 요리를 고민하는 아주 일상적이고도 인간적인 모습을 엿볼 수도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방울새는 울지 않는다 푸른도서관 46
박윤규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5.18 민주화 운동이 일어난 1980년대는 중고등 학생으로 어릴 때였습니다. 한창 민주화운동에 대한 열기가 뜨거울 때 명동에서 시청에서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자고 외쳐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5.18 민주 운동의 실체를 제대로 알고 있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민주화를 위해 피를 흘렸던 넋들을 어찌 안다고 하겠습니까.

 

신군부 세력들이 자신의 기반을 위해 무고한 시민을 죽였다는 사실은 역사에 기록이 되기도 하지만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되는 끔찍한 사건입니다. 전쟁 때문에 총을 겨누는 것도 아니고 내 나라, 내 국민을 자신의 지지세력과 다르다는 이유로 찔러 죽이다니요. 남녀노소 구분 없이 무조건 곤봉으로 내리치고 발길질을 하다니요. 이는 절대로 잊어서 안 되는 일이고 절대로 가감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5.18 민주화 운동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민주화는 더욱 발전되고 더욱 성숙해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성장이 어떻게 이루어졌는가를 이젠 제대로 바라봐야 하는 때이고, 어린 독자들에게도 제대로 가르쳐야 합니다.

 




 

<방울새는 울지 않는다>는 5.18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던 그때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 자체를 언급하는 일로 또 세력의 압박을 받을지도, 또 어떠한 제재를 받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5.18 그때를 그려내고 그 아픔을 그려내는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전라도는 흥을 가지고 있는 지역입니다. 소리가 늘 함께하는 고장입니다. 아는 스님은 법회 때 대금을 연주하기도 합니다. 부처님 전에서 대금 소리를 올리는 신도도 있습니다. 그런 배경을 소설 속의 주인공이 사는 현재로 잡았습니다. 소리가 좋아 소리를 배우는 방울이는 명창의 길을 꿈꾸는 소녀입니다. 자신의 재주를 잘 배우고 가꾸는 그저 평범한 소녀입니다. 어느 날 전주에서 벌어진 전국 어린이 명창 대회에서 상을 받고 고수인 민혁오빠와 고향을 향해 스승의 집을 나섭니다.

명창을 꿈꾸는 방울이는 고수로 늘 옆에 있는 민혁오빠가 좋습니다. 그 모습도 좋고, 신명 나게 추임새를 넣어주는 모습도 좋고, 어허둥둥 북을 치는 모습도 좋습니다.

 

민혁이는 방울이의 생일 선물로 방울새를 선물합니다. 아주아주 귀한 금방울을 직접 잡아서 새장까지 만들어 선물합니다. 민혁오빠의 선물을 들고 집으로 향합니다.

그날은 5.18 핏빛 나는 날이었습니다. 그저 집으로 가기 위해 손에 방울새를 들었고, 소녀에서 여인으로 되는 첫날이기에 오빠는 스승님이 시킨 대로 케익을 하나 사려고 도시에 들렸습니다. 그리고 방울이는 하늘을 훨훨 날아오르는 방울새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방울새는 울지 않는다>를 읽으면서 내내 가슴 저림 때문에 쉽게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200여 페이지도 안되는 얇은 책이지만 그 속에 담겨진 그 뜨거운 피의 온도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눈앞에서 날아오른 방울이를 보고 자취를 감춰버린 민혁이와 그 민혁이를 찾아 사방을 날아오르는 방울이의 애틋함과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스승인 운장 선생이 부르는 소리에 방울이와 민혁이 그리고 그날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입니다.

작가는 등장인물이 내지르는 소리의 아픔과 깊이를 알기 위해서 판소리를 직접 배웠다고 합니다. 속에있는 처절한 아픔을 소리로 승화시키는 그 느낌을 고스란히 글에 담았습니다.

 




 

 

 

<방울새는 울지 않는다>는 5.18 민주화 운동을 바탕으로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쩔 수 없는 시간에 얽히게 된 분노, 아픔, 그리고 그 시간에 도달하기 전에 가졌던 이들의 신명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쁨을 가졌던 이가 슬픔으로 바뀐 시간, 사랑을 가졌던 이가 아픔만 남게 된 시간. 그 시간을 말하고 싶어합니다.

 

너무나도 어이없는 사건이었기에, 너무나도 원통한 인연이었기에 방울새는 날아오르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책의 후반에는 남겨진 이들과 또 남아야 하는 이들과 이들을 남기고 떠나야 하는 혼령들의 이야기는 너무나도 눈물이 나게 하는 부분입니다. 5.18 민주화운동은 그렇게 기억되어야 합니다. 눈물이 나야 합니다. 그 원통함 속에 날아오르지 못한 모든 방울새를 위해 남아 있는 이들은 대신 원통해야 하고, 그들 대신 민주화를 이루어야 하고, 그날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들이 저 멀리서 소리를 멋들어지게 부를 수 있도록 기억해야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악어에게 물린 날 푸른도서관 47
이장근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6월
장바구니담기


우리 청소년들이 어른들보다 더 오랜 시간을 밖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어른들보다 더 꽉 짜인 계획에 맞춰 생활하고, 어른들보다 더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살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도 많고, 되고 싶은 것도 많은 청소년이지만 이들에게 꿈은 크게 품으라고 가르치고, 세상에 직업의 귀천은 없다고 가르치면서 어른들은 우리 아이들을 한 곳으로만 몰아세우고 있습니다.

꿈과 희망을 펼치기에 너무나도 좁은 세상을 보여주고, 좁은 장소만을 내주면서 꿈과 희망은 크게 가지라고 하는 어른들의 생각과 가르침은 어쩌면 모순덩어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를 하고 그들의 생각을 함께 읽어보려는 어른들이 얼마나 될지, 엄마인 저 역시도 얼마나 아이들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세상을 보려 했는지 반문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우리 청소년들의 마음을 그대로 전하고 있는 시집을 만났습니다.

<악어에게 물린 날>

저자 이장근 시인은 현재 국어 교사로 재직하면서 아이들과의 소통을 가장 많이 하고, 아이들의 마음을 가장 가깝게 보고 있는 분입니다. 일선에서 느꼈던 아이들과의 감정적 교류를, 그리고 어른이지만 아이들의 처지에서 직접 서 본 경험을 시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짧지만 굵은 느낌을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장근 시인은 책 소개에서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를 언급합니다. 영화에 나오는 키팅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아이들과 함께 시를 쓰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졌다고 합니다. 선생님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동아리로 아이들과 함께 시를 읊으면서 이장근 시인은 영화 속 키팅 선생님처럼 아이들에게 살아 있는 감정을 느끼는 그 순간을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시란 자신의 감정을 쉽게 적어낼 수 있는 표현입니다. 어려운 시어로 어렵게 꾸미는 것도 있겠지만 지금 당장 떠오르는 단어로 자신의 감정을 고스란히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때론 다듬어지지 않는 듯한 느낌의 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대로의 감정을 그려내고 있기 때문에 거친 느낌의 감정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청소년 그들이 느끼는 희망, 슬픔, 고민, 기쁨 등을 표현하면서 아직도 마음속에 담고 있을 그들의 감정을 틔우게 해줍니다. <악어에게 물린 날>에 실린 69편의 시를 통해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바라보고 제대로 해결하는 공감의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투명인간



노는 애들과

공부 잘하는 애들 사이

내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왕따는 아닙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튀는 이름도 아닙니다

아침 8시 30분에 등교해서

6교시 수업을 꼬박 듣고

숙제도 열심히 해 오지만

그런 애가 있었나?

옆 반가서 수업을 들어도

눈치채지 못할

나는 그저 그렇고 그런 애

오늘은 졸업 사진 찍는 날

사진기마저 초점을 잡지 못하면 어쩌죠?

세영중학교

3학년 7반 11번

카메라 렌즈로부터 3미터

나 여기 있어요. 여기!
우리 아이들은 각자의 꽃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지 그 꽃이 한꺼번에 피지 않는다는 다른 점이 있을 뿐입니다. 어른들은 이 꽃이 피기를 얼마나 기다려줬을까요? 지금은 존재감도 없는 아이로 여기겠지만 그 아이는 자신이 지금 이 자리에 있음을 외치고 싶어합니다.



컵의 눈물



컵에 맺힌 이슬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담긴 물이 너무 차가워

맺힌 이슬



어제 눈물을 흘리시던

엄마 같다

쌀쌀맞게 구는

나를 보다 못 해 주르륵



얼마나 차가웠을까

엄마는 나를 담고 있는

컵인데
부모님의 사랑을, 주변 어른들의 사랑을 받고 있음을 우리 아이들은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아직 서툴러서 표현 방법을 모르는 것이고, 아직 서툴러서 둥그스레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서툴러 하는 이런 부분은 어른들이 경험으로 가르쳐주고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악어에게 물린 날>은 아이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해 들을 수 있는 시집입니다. 감정이 메말라 모든 것이 회색으로 보이기 전에 작가는 짧은 시어로 감정을 자극합니다. 그리고 표현의 향기를 내뿜습니다.

청소년의 마음을 전하고 있는 청소년 시집이 독자들에게 많이 읽혔으면 좋겠습니다. 유아시집, 아동시집은 많지만, 청소년시집은 드물어집니다. 읽을 사람이 없다는 말 대신 읽어보게끔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우리 부모들이 청소년기, 사춘기면 서로 멀어진다는 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악어에게 물린 날>은 엄마인 나도 읽고, 고등학생인 아들도 읽고, 중학생인 딸도 읽습니다.

그러면서 아이들 친구의 이야기를 더 하게 됩니다.

함께 읽고 함께 이야기한다는 것. 참 좋은, 그리고 올바른 교육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베란다 채소농장]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베란다 채소농장 - 하루하루가 싱그러워지는
오렌지페이지 출판편집부 지음, 정난진 옮김, 김은경.서명훈 감수 / 팜파스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흙만 있으면, 작은 화분을 놓을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채소 기르기가 당연한 생활 방식으로 자리잡는 요즘이다.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유기농 야채를 먹기도 하지만,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은 집에서 직접 야채를 키우는 가정이 늘어나게 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얼마 전 일본의 원전사고 같은 재해가 일어나면서 먹을거리 안전에 대해 소비자들은 불안감은 늘어나고 제품을 살 때 꼼꼼하게 챙기는 것이 당연한 습관이 되었다.

돈을 내고 주말농장의 한쪽을 빌려 채소를 키우려는 가정이 늘어나는 이유도 아마 더욱 건강하고 솔직한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싶은 소비자의 마음이기도 하다.

 

식탁에 올려놓는 채소를 어떻게 키워볼까?

상추나 쑥갓이나 호박 등을 키우는 가정도 많겠지만 좀 더 전문적이고 여러 종류의 채소를 가꾸고 싶은 소비자들에게 tip을 줄 만한 책이 있다. <하루하루가 싱그러워지는 베란다 채소농장>이다.

 

우선 이 책에는 평소 키우기 망설여졌던 미니당근, 파프리카, 차조기, 양상추, 미니 청경채 등 여러 가지 채소 키우기에 대한 노하우가 있어서 소비자들이 쉽게 채소 기르기에 동참할 수 있다.

 

채소를 기르려고 주말농장 등의 텃밭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화분도 좋고, 흠집난 사기그릇도 좋다. 아이들이 갖고 놀던 장난감 통도 좋고, 과일이 담겨 있던 스티로폼 박스도 좋다. 베란다 바닥에 자리를 잡아도 좋고 벽걸이 형식의 화분으로 꾸며도 좋다.

채소를 키우기 위해 가장 잘 살펴야 하는 것은 바로 흙이다. <하루하루가 싱그러워지는 베란다 채소농장>에서는 우선 흙과 비료, 그리고 채소를 키우면서 겪게 되는 해충과 질병에 대한 재배 상식을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처음 채소를 재배하는 독자들도 아주 쉽게 시작할 수 있다.

씨를 뿌리고 솎아내고, 이 모든 과정이 사진 자료로 엮어져 있기 때문에 이 책만으로도 손쉽게 채소를 재배할 수 있다.

 

햇살이 싱그러운 4월이 되고 5월이 되면 가정마다 예쁜 꽃이 만발한다. 아름다운 꽃을 키우는 것도 좋지만 싱그러움이 가득한 채소 키우기를 이번에 시도하면 어떨까? 바로 화초 같은 채소가 그 답일 것이다.

씨도 뿌려보고, 모종도 심어보고, 열매채소나 어린잎 채소로 건강한 식단을 꾸며보면 어떨까?

열매채소인 방울토마토, 꽈리고추, 가지, 여주도 키워보고, 레드치커리, 샐러드 시금치, 다채, 수프셀러리등 어린잎 채소를 바로 따서 맛있게 먹어도 보고, 래디쉬 미니당근, 콜라비등 뿌리채소 키우기에도 도전해보면 좋겠다.

채소를 이용한 건강한 레시피까지 덤으로 살펴본다.

래디쉬 겉절이, 쑥갓 파스타, 가지 웰빙 스테이크, 꽈리고추 새우튀김 등 전혀 생각지 못했던 채소 요리 레시피까지 곁들여져 있어서 맛있는 저녁 시간까지 만들어 볼 수 있다.

 

자연 그대로의 영양을 풍부하게 담고 있는 채소. 이것을 일상에서 늘 접하고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웰빙을 지키는 생활 패턴이 된다. 내 손으로 직접 키운 채소로 건강한 식사를 할 수 있고, 화초처럼 키우는 재미를 쏠쏠하게 느낄 수 있다.

밋밋한 베란다를 활기찬 채소 농장으로 바꿔보길 권하고 싶다.

 

여기에 또하나. 풍성한 채소를 재배하는 것과 함께 인테리어까지 꾸며볼 수 있는 최적의 재배 조건을 체크할 tip도 얻어갈 수 있다. 채소를 잘 키우려면 재배 조건이 좋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햇빛과 통풍이 잘되는 곳을 체크를 하면서 일자형 베란다와 정사각형 베란다에 따른 가장 좋은 공간을 만들어 보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