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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에게 물린 날 ㅣ 푸른도서관 47
이장근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6월

우리 청소년들이 어른들보다 더 오랜 시간을 밖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어른들보다 더 꽉 짜인 계획에 맞춰 생활하고, 어른들보다 더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살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도 많고, 되고 싶은 것도 많은 청소년이지만 이들에게 꿈은 크게 품으라고 가르치고, 세상에 직업의 귀천은 없다고 가르치면서 어른들은 우리 아이들을 한 곳으로만 몰아세우고 있습니다.
꿈과 희망을 펼치기에 너무나도 좁은 세상을 보여주고, 좁은 장소만을 내주면서 꿈과 희망은 크게 가지라고 하는 어른들의 생각과 가르침은 어쩌면 모순덩어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를 하고 그들의 생각을 함께 읽어보려는 어른들이 얼마나 될지, 엄마인 저 역시도 얼마나 아이들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세상을 보려 했는지 반문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우리 청소년들의 마음을 그대로 전하고 있는 시집을 만났습니다.
<악어에게 물린 날>
저자 이장근 시인은 현재 국어 교사로 재직하면서 아이들과의 소통을 가장 많이 하고, 아이들의 마음을 가장 가깝게 보고 있는 분입니다. 일선에서 느꼈던 아이들과의 감정적 교류를, 그리고 어른이지만 아이들의 처지에서 직접 서 본 경험을 시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짧지만 굵은 느낌을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장근 시인은 책 소개에서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를 언급합니다. 영화에 나오는 키팅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아이들과 함께 시를 쓰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졌다고 합니다. 선생님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동아리로 아이들과 함께 시를 읊으면서 이장근 시인은 영화 속 키팅 선생님처럼 아이들에게 살아 있는 감정을 느끼는 그 순간을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시란 자신의 감정을 쉽게 적어낼 수 있는 표현입니다. 어려운 시어로 어렵게 꾸미는 것도 있겠지만 지금 당장 떠오르는 단어로 자신의 감정을 고스란히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때론 다듬어지지 않는 듯한 느낌의 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대로의 감정을 그려내고 있기 때문에 거친 느낌의 감정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청소년 그들이 느끼는 희망, 슬픔, 고민, 기쁨 등을 표현하면서 아직도 마음속에 담고 있을 그들의 감정을 틔우게 해줍니다. <악어에게 물린 날>에 실린 69편의 시를 통해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바라보고 제대로 해결하는 공감의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투명인간
노는 애들과
공부 잘하는 애들 사이
내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왕따는 아닙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튀는 이름도 아닙니다
아침 8시 30분에 등교해서
6교시 수업을 꼬박 듣고
숙제도 열심히 해 오지만
그런 애가 있었나?
옆 반가서 수업을 들어도
눈치채지 못할
나는 그저 그렇고 그런 애
오늘은 졸업 사진 찍는 날
사진기마저 초점을 잡지 못하면 어쩌죠?
세영중학교
3학년 7반 11번
카메라 렌즈로부터 3미터
나 여기 있어요. 여기!
우리 아이들은 각자의 꽃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지 그 꽃이 한꺼번에 피지 않는다는 다른 점이 있을 뿐입니다. 어른들은 이 꽃이 피기를 얼마나 기다려줬을까요? 지금은 존재감도 없는 아이로 여기겠지만 그 아이는 자신이 지금 이 자리에 있음을 외치고 싶어합니다.
컵의 눈물
컵에 맺힌 이슬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담긴 물이 너무 차가워
맺힌 이슬
어제 눈물을 흘리시던
엄마 같다
쌀쌀맞게 구는
나를 보다 못 해 주르륵
얼마나 차가웠을까
엄마는 나를 담고 있는
컵인데
부모님의 사랑을, 주변 어른들의 사랑을 받고 있음을 우리 아이들은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아직 서툴러서 표현 방법을 모르는 것이고, 아직 서툴러서 둥그스레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서툴러 하는 이런 부분은 어른들이 경험으로 가르쳐주고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악어에게 물린 날>은 아이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해 들을 수 있는 시집입니다. 감정이 메말라 모든 것이 회색으로 보이기 전에 작가는 짧은 시어로 감정을 자극합니다. 그리고 표현의 향기를 내뿜습니다.
청소년의 마음을 전하고 있는 청소년 시집이 독자들에게 많이 읽혔으면 좋겠습니다. 유아시집, 아동시집은 많지만, 청소년시집은 드물어집니다. 읽을 사람이 없다는 말 대신 읽어보게끔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우리 부모들이 청소년기, 사춘기면 서로 멀어진다는 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악어에게 물린 날>은 엄마인 나도 읽고, 고등학생인 아들도 읽고, 중학생인 딸도 읽습니다.
그러면서 아이들 친구의 이야기를 더 하게 됩니다.
함께 읽고 함께 이야기한다는 것. 참 좋은, 그리고 올바른 교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