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외로운 사냥꾼
카슨 매컬러스 지음, 서숙 옮김 /
시공사 / 2014년 1월
그 소도시에는 벙어리 두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늘 같이 있었고 아침이면 일찍 집을 나와 팔짱을 끼고 일터로 걸어갔다.(후략)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처음 두 문장을 읽는데 가슴 속 저 밑에서부터 슬픔이 조금씩 차올랐다.
슬픔이 차오르는데 반대로 나는 침잠하고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속수무책이어서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저 둘 중 하나는 안토나풀로스이고 다른 한쪽은 싱어인데,
안토나풀로스가 정신병원에 보내지면서 둘은 헤어진다.
그 다음 방문이 마지막 면회였다. 싱어의 2주일 휴가가 끝나기 때문이었다. 안토나풀로스는 이전에 있었던 일들을 잊어버렸다. 그들은 늘 하던 대로 병실 구석에 함께 안았다. 빠르게 순간들이 지나갔다. 싱어의 두 손은 절박하게 움직였고 갸름한 얼굴은 창백했다. 드디어 떠날 시간이었다. 일하러 가기 전 헤어질 때 그들이 매일 그랬던 것처럼 싱어는 친구의 팔을 붙들고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안토나풀로스는 졸린 듯 그를 보며 움직이지 않았다. 싱어는 두 손을 주머니에 푹 찌루며 병실을 나왔다.(120쪽)
이전에 있었던 일들을 잊어버린 안토나플로스를 탓할건 없다.
사람은 잊어버리니까 사람이다.
새로 기억하는 것만큼 잊어버리니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을 기억하고 떠안고 살아가야 한다면,
두통에 시달리느라 얼굴을 찌그러뜨린 채로 살든지,
아마 미쳐버렸을 지도 모른다.
까맣게 잊고 있었다.
'잊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베토벤을 좋아하던 그가 이렇게 쑤욱 밀고 들어올 줄은 몰랐으니 말이다.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 조인성이 입에 주먹을 쑤셔 넣으며 울던 장면을 흉내내며 눈물을 참았다.
믹은 갑자기 얼어붙었고 음악의 도입무만 심장 안에서 뜨거웠다. 그다음에도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몰랐지만 계속 기다리며 얼어붙은 채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잠시 후 음악은 다시 더 힘차고 크게 시작되었다. 하느님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이것은 자기 자신, 낮에는 걷고 밤에는 혼자 있는 믹 켈리였다. 갖가지 감정과 계획을 가지고 뜨거운 태양 속을, 그리고 어둠 속을 걷는 아이. 이 음악은 믹이었다. 확실히 믹 자신이었다.
믹은 귀 기울여 끝까지 들을 수 없었다. 음악이 안에서 들끓었다. 어떻게 들을까? 나중에 잊지 않기 위해 한 부분에 집중할까? 아니면 생각도 말고 기억하지도 말고 연주에 자신을 맡긴 채 각부분마다 귀를 기울일까? 와! 온 세상이 이 음악이었고 아무리 열심히 들어도 다 듣지 못할 것 같았다. 도입부가 다시 울렸고 꽉 쥔 주먹으로 가슴을 치듯 여러 가지 다른 악기들이 각각의 음을 동시에 연주했다. 그리고 1악장이 끝났다.(149쪽)
믹 켈리가 인생의 음악을 만나는 장면이다.
교향곡으로 쳐도 긴 편에 속하는 베토벤 3번을,
5분일수도 있고 밤의 절반일수도 있다고 표현한다.
분위기를 바꾸어,
내 인생의 음악은 뭘까.
그동안 심각하게 생각해 본적은 없는데,
Jackson Brown 의 'The road Out & stay'가 아닐까 싶다.
절정에 이르렀다 싶을때 The road Out 이 끝나고, stay로 넘어가는 그 부분에서,
같이 호흡을 멈추고 숨을 고르게 된다.
아아아~,
이렇게 센치해지는게,
이 책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 때문인지,
아님 베토벤 때문인지,
베토벤 때문에 생각난 옛추억 때문인지,
그도 저도 아닌지 모르겠지만,
난 Jackson Brown 의 'The road Out & stay'나 돌려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