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손철주가 좋다.
정말 좋아하는데, 왜 좋은지 대보라면 딱히 할 말이 없다.
다른 사람이 했으면, 작업맨트라고 느끼하다고 했을 것도,
손철주를 통해서 나오면 아트가 된다.
멋있다.
흥, 손철주의 음악이 있는 옛 그림 강의
손철주 지음 / 김영사 / 2016년 11월
첫 번째가 은일(隱逸)입니다. 은일이라면, 다 아시듯이 숨어 사는 것이죠. 세상과 떨어져서 자신을 감추고 사는 삶 속에서도 세상과 접촉하는 것으로는 누릴 수 없는 열락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 조상들이 이야기한 은일사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은일이 외롭지 않은 까닭은 음악이 있기 때문이지요.
두 번째가 아집(雅集)입니다. 쓸데없이 자기주장만 내세우는 아집(我執)이 아니라, '우아하다'할 때의 '아' 자에 '모인다'는 뜻의 '집'자입니다. 은일은 대개 혼자 숨어 사는데, 그런 사람이 또 다른 숨어 사는 사람을 만나 우아한 모임을 가진다면 '아집'이 되겠죠. 은일하는 사람들만의 작은 커뮤니티인 셈이죠. (7쪽)
이렇게 멋지게 얘기하는데 안 좋아하고 배길 수가 있겠는가 말이다.
그런데, 이곳 알라딘 서재에도 이런 마인드를 가진 분이 계시다.
ㅊ으로 시작하는 닉네임을 가지신 분인데,
언제 내가 모르는 사이에 손철주와 내통을 했는지, ㅋ~, 이런 댓글을 달아놓으신 거다.
고맙습니다.
안그래도 알라디너분들 중 그림을 취미로 시작하시는 분들 몇 분 있으세요.
어떻게 비슷한 시기에 시작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서로 서로 고무되어가는 분위기를 희망합니다.
ㅇㅇ님도 얼른 도전하셔서 같이 배웠음 좋겠어요.
마음 같아선 지금 그림 그리시는 분들 다 같이 한자리에 모여 수다 떨면서 함께 그리고 싶단 생각을 해봅니다.
전 지금 혼자 쓸쓸하게 그리고 있네요^^
이 댓글을 보고는 마음이 너무 이뻐서, 허락도 안 받고 업어왔다.
꾸벅~(__)
그런 의미에서 난 이곳 알라딘 서재가 너무 좋은데,
혼자 이런 저런 취미활동들로 은일(隱逸)을 즐기는 듯 보이지만,
다른 듯 닮은 취미활동들 속에서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고 고무되어가는 분위기의 아집(雅集)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강제적인 것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자율적인 것이어서,
'얘기에 참여하거나 얘기에서 소외되거나'를 내 의지대로 할 수 있으니까 더 좋다.
내가 요즘 '1일 1그림'에 빠져 그림을 예로 들었지만.
그림이 될 수도 있고,
사진이 될 수도 있고,
음악이 될 수도 있고,
요리가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책으로 이미 결속을 이루었으니까 더 좋다.
손철주는 은일, 아집과 더불어 '풍류'를 매력적인 삶의 태도로 꼽는데,
난 은일, 아집, 풍류에다가 하나 더 '수다'를 꼽고 싶다.
과해서 귓가를 '쟁쟁쟁~' 울리는 그런 것들이 아니라,
이렇게 소소하게 이웃서재를 넘나들면서 하게 되는 '수다'가 있어서,
삶이 매력적인 것이고,
세상이 살만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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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1일1그림은' 그 집 둥이들이다.
사진과 닮지 않아서 실망을 하실지도 모르겠는데,
사실화가 아니라 상상화라고 생각하지고 너그러이 양해를 해주시기 바란다.
각박한 세상, 천국이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기들의 웃음이 있는 곳 그곳이 천국일 것이다.
손철주는 이 책의 시작에서,
'숨어 산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어떤 즐거움도 마다하는 것은 아닙니다.'(12쪽)
라고 하는데,
그렇게 놓고 본다면,
나도 은일, 아집, 풍류에다가 '수다'까지 좀 멋지게 살고 있는 것도 같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