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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플까봐 ㅣ 꿈공작소 5
올리버 제퍼스 글.그림, 이승숙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10년 11월
평점 :
한때 마음이 겉옷에 단추처럼,
사람들이 다 볼 수 있는 곳에 매달여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던 때가 있다.
그 단추처럼 생긴 마음에는 온도감지센서도 같이 달려있어서,
적정 온도 이상으로 과열되면 '삐뽀~ 삐뽀~'내지는 '쟁! 쟁! 쟁~!'하는 경보를 울려주어서...
필요 이상 정을 주고 맘 아파 하면서 살지 않아도 될텐데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마음을 겉옷의 단추처럼 사람이 다 볼 수 있는 곳에 매달면,
내가 쓸데없는 곳이나 것에까지 마음주는것처럼 보여, 헤픈 사람 취급을 받게 될까 두렵기도 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난,
마음을 내 안에 가두고는 마개로 막아 버렸다.
마음을 겉옷의 단추처럼 사람들이 다 볼 수 있는 것에 매달고 싶었을때는...
먼저 다가와 편한 호칭으로 인사해 주고,
말보다는 행동을 앞에 두고,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나의 긍정적인 면까지 바라봐 주는 사람들이 좋았다.
그리하여,
나로 하여금 어느새 마음의 빗장을 풀고,
내가 다가가 손 내밀어 맞잡아주고,
말이나 행동보다는 마음을 앞에 두고,
보이는 것에 현혹되지 않고 나의 마음을 일관되게 전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원했었다.
그런데,
인사를 나눌 때조차 시선을 고정시키지 못해 불안하고,
마음이나 행동보다는 말이 앞서고,
직장 내에서의 나의 위치만으로 나를 평가하고 대접해 버리는 사람들을 만날때면,
나도 첫인상만으로 그 사람들을 판단하여 마음에 빗장을 걸어버리고는...
마음 둘 곳 없어 한다, 정 붙일 곳 없어한다.
그러고 보니,
나는 이미 마음의 빗장을 닫아 걸 수도,
손을 등뒤로 거줘들여 숨길 수도,
첫인상 만으로 사람을 판단할 수도 있는 그런,
온도감지센서나 경보장치가 작동하는 그런,
단단한 마음을 가지고 있구나 싶어...스스로에게 화들짝 놀란다.
이 책<마음이 아플까봐>는,
그렇게 마음이 아플까봐 어느 순간 마음을 병에 넣고 마개로 막아 버린 또 한사람 얘기이다.
한소녀가 있다.
이소녀는 할아버지와 함께 성장해간다.
할아버지와 함께 하는 세상 모든 일에 호기심과 신비로움으로 가득 차 있었고,
새로운 일을 발견할 때마다 할아버지와 기쁨을 함께 나누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는 할아버지의 부재를 발견하게 되고 마음의 문을 닫아건다.
호기심도, 신비로움도, 같이 멈추었다.

소녀는 어느덧 성장하여 아가씨가 되고,
병에 넣고 마개로 막은 마음을,
뒤늦게 꺼내기 위하여 온갖 노력을 기울이지만 허사다.
작은 손으로
작은 병의 마개를 열고,
작은 입구에 마음을 집어넣었던 소녀였을 때처럼,
작은 소녀가 나타나 작은 손으로 마음을 꺼내준다.
이 책을 읽고 많은 것들을 느끼고 깨달았다.
그 느낌이 여느 책이 주는 그것과 좀 달랐던 것은,
이 글의 처음에서 밝힌 것처럼 이 소녀와 내가 쏙 빼닮았기 때문이다.
(이 소녀, 아가씨의 얼굴은 좀 평면적으로 생겼다, 내가 쫌 더 예쁜 것 같다, ㅋ~.)
나도 한때 마음을 마개로 꼭 막고,
게다가 한술 더 떠 두꺼운 허위와 과장이라는 옷을 걸쳐 안 보이게 숨겨놓고는,
'where is my mind?' 하고 돌아다녔었다.
마음은 내안에 갇혀 있었지만, 동시에 그렇게 표류하고 있었다.
길치인 나에게...누군가 이런 말을 해주었다.
길은 눈이 어두워서 잃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어두우면 잃는 것이니...마음을 닦아 반짝반짝 밝혀두라고~.
오랫동안 마음에 새기고는 있었지만, 그때는 무슨 뜻인지 몰랐었는데...이제는 어렴풋이 그뜻을 알것도 같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했던가?
모두 마음이 지어내는 일이니, 마음을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할텐데,
자기 자신의 마음을 객관적으로 말끄러미 들여다 보는 건 쉽지 않다.
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볼때,
이럴때 자기를 쏙 빼닮은 친구를 만나게 되면,
그 친구를 거울 삼아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런 시를 지었는지도 모르겠다.
주봉지기천배소(酒逢知己千杯少) 지기를 만나 술을 마시면 천 잔도 적고
화불투기반구다(話不投機半句多) 말과 뜻이 맞지 않으면 반 마디 말도 많다
다시말해, 얼마나 긍정적인 마인드의 친구를 만났는가에 따라 자신도 뒤바뀔 수 있다는 얘기이다.
그 소녀는 마음이 아플까봐 할아버지의 빈자리에 아무도 들이지 않게 되고,
그 순간 그 소녀 주변의 모든 것이 같이 멈추어 버린다.
어쩜 사람이 만들어낸 빈자리는 다른 사람으로 채워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오늘 이순간을 가열차게 제대로 사랑한 사람만이 내일 또 다른 사랑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말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 나타났는데 서툴러서,
어떻게 사랑하는 건지 몰라서,
망설이다가,
또는 그순간 자신의 사랑을 의심하다가 놓쳐버릴 수도 있다.
그러니 감히 단언컨데,
사람의 빈자리는 다른 사람으로 채워야 하고...
(이때 사람 대신 사랑을 사용해도 무방하겠다.)
사람과 다른 사람 사이를 연결시켜주는 것은 책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나와 닮은 다른 사람을 거울 삼아서도 제 마음을 말끄러미 들여다보게 되지만,
그렇지 않을때는,
그렇지 못할 때는,
책을 통해서 근사하게 간접경험을 하는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긍정적인 친구와 함께 있다보면,
행복하고 즐거운 생각만으로도 하루가 짧다.
'마음이 아플까봐' 따위는 '하늘이 무너질까봐'류의 기우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질 않았나?
그래서 나도 친구에게 옮아온 긍정적인 마인드를 다른 사람들에게 마구 마구 전염시켜야 겠다.
'마음이 아플까봐' 따위의 '기우'일랑은 잊어버리고...
마개를 열고,
마음을 꺼내어 분홍분홍*^^*하게 닦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