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밑의 책들을 이리저리 훑어보다가, 언젠가 읽었던 음양사에서 머물렀다.
음양사 라는 책을 보면 '쥬스이'는 부모님을 공양하기 위해 '반아경'을 필사한다.

난 뭘 필사하면서 마음을 다스렸던 적은 없는데...
정말 뚜껑 열려서, 그리하여 그 뚜껑을 눌러닫을 수만 있다면 반야심경을 백번이고 천번인들 고쳐 못쓰겠나 그러고 앉아 있다.

둘째 서방님이 60만원을 보내왔다.
이것도 남동생이 무서웠던 남편의 입김이 작용했었을텐데...
60만원이라는 돈이 어떻게 해서 탄생했냐 하면 (하루 간병비가 6만원이란다)6만원X10일=60만원이다. 

국내 대기업의 간부이고 사이드잡까지 가지고 있어(한타임 강의료가 수백만원이란다) 돈에 인색할 일은 없는데...그래, 얼굴 한번 안 들이밀고 꼴랑 60만원을 부쳐온 거다.
그러면서 하소연하길 안수집사를 하는 데 500만원이 들어가고,
그 교회의 건축 헌금을 1인당 천만원을 작정, 4인 가족이니까 4천만원인데... 
4천만원을 대출 받아 내고...그 이자를 갚느라 허덕인다는 뭐 그런 얘기를 줄줄이 늘어놓았단다. 
그러니까 둘째 서방님은 그런 방법으로 부모님을 공양하는 거겠지 하고 퉁쳐 버리려는데...쉽지 않다.  

마개를 잘 막아두지요.

무엇인가를 막아야한다고 생각했어요.
그것이 현실이라고, 그게 얄궂은 사랑이라고,
나를 막을 수 있는 이쁜 마개는...
어느 남자의 아내이자, 어느 아이의 엄마라는 위치...
마개를 열어버리고 싶을땐,
술병의 마개를 따고
그리고, 나를 마셔버리면 되는 거겠죠.
'어느'라는 건, 나의 모든 것이기에...

술은 소주 하나밖에 몰라요.
누가 이런 말을 했다나, 어쨌다나...

빛깔은 청순한게 너무 독해.
그래서 족발을 함께 먹나봐.
그런데 슬퍼
이젠 니 생각만 해도 속이 쓰리거든.

언젠가 난 이런 신통방통한 처방도 했었다.
지금은 아침인데 뚜껑이 열리니...술 말고 다른 마개는 없는건가 찾아 보아야 겠다. 

 

이 책으로 주문을 건다. 
정말이지 손철주는 하루 한 편만 읽어도 온종일 행복하다. 
진짜 오랫만에 당일 배송의 힘을 믿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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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6-03 11:42   좋아요 0 | URL

2011-06-03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04 16: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알케 2011-06-03 12:31   좋아요 0 | URL
저도 일가를 이루고 애옥살림 사는 처지에 남의 말 할 터수는 아닙니다만 참... ;;

교회한테 하는 만큼 부모한테 하면 ㅎㅎ

교회건축헌금에 목메고 사는 사람 하나 사무실 제 앞자리에 있습니다.

집 판 돈 6억을 다 갖다 바치고 처가살이하는...

주는 사람이나 받는 교회나...

손철주 선생의 새 책이 나왔나보군요. 저도 주문해야겠습니다.

그의 글은 <곷피는 삶에...>서 만개하더군요

양철나무꾼 2011-06-04 16:51   좋아요 0 | URL
저도 한때는 교회 피아노 반주를 할 정도였으니...불량신자 정도는 될텐데요.
김규항 예수전 읽으면서 등 돌리기로 마음 굳혔어요.

손철주는 말이죠, 흐드러져요.
그런 위안이 또 없습니다~^^

글샘 2011-06-03 15:47   좋아요 0 | URL
반야심경은 이렇게 뚜껑열렸을 때 쓰는 게 아닙니다.
한 자 한 자 마음에 새기듯 없을 무 자를 쓰는 일은, 조금 덜 힘들 때 쓰는 방편이죠.
수승화강이랬다고, 화가 오르려할 땐, 이마에 서늘한 아이스팩이라도 올려야죠.
산수신산이랬으니, 매운 떡볶이라도 먹고 나면 좀 기운이 흩어질까요?
소주도 매운 과로는 비슷하니까는... 그래도 속이 쓰리잖아요.

양철댁을 디립다 박은 배에다가 화내지 마시고, 어차피 그 배는 보니 빈배네요.
주인은 교회갔고, 빈배구만...
빈배가 자주 와서 박지 않도록 하라고 신랑한테 부탁하든가, 수를 내야겠구만요.

양철나무꾼 2011-06-04 16:59   좋아요 0 | URL
배가 배 같아야 부르르 하기라도 할텐데...부르르 할 가치도 없어요.

수승화강, 산수신산은 적절한 예가 아닌데...넘 깊숙히 들어가야 하니 퉁 치고 넘어가기로 하죠.
(신맛은 그 신맛이 아니고 기전으로 따져야 해요.)
금오 쌤이 넘 대중화에 힘쓰셨네요~^^

2011-06-04 0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04 17: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1-06-03 17:13   좋아요 0 | URL
아이, 참, 할 말이 없습니다.
어쩜 그리 계산도 잘 하실까요?

양철나무꾼 2011-06-04 17:10   좋아요 0 | URL
그 계산 틀린 계산이더라구요.
간병인 비용이 6만원짜리는 어머니와 말 안 통하는 연변 분 되시겠더라구요~

2011-06-03 2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04 17: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1-06-03 20:57   좋아요 0 | URL
나를 막을 수 있는 이쁜 마개,
전 오늘도 와인 따서 마셔요.ㅎㅎ
저 시 참 좋으네요. 너무 좋아요.

양철나무꾼 2011-06-04 17:19   좋아요 0 | URL
님이 좋으시다니 저도 좋아요.
제가 저런 멋진 시를 쓸 수 있다니...신통방통 우쭐해요~^^

잘잘라 2011-06-04 11:21   좋아요 0 | URL
마음 아픕니다. "너는 교회 다니는 애가 부모 말을 왜 그리 안 듣냐? 교회에서 그렇게 가르치냐?" 교회 안 다니는 울엄마가 교회 다니는 저에게 자주 하시던 얘기예요ㅜㅜ;; 엄마 말씀 안 들은거 많고많은데 그 중에 제일은 결혼 안한거, 그 다음은 교회 다니는 거, 그 다음은 교대나 약대 안 가고 공대 간 거, 예요. ㅜㅜ;; (아이폰에서 쓰다보니 엔터를 칠 수가 없어요^^;;) 아무튼 저는 난관에 부딪혔어요. 교회에서나 성경에서나 부모님을 공경하라고, 안그러면 얄짤없다고 배웠기 때문에. 그래서 엄마에게 타협 들어갔지요. 없는 아양을 떨어가며 "엄마, 내가 왜 교회 가게? 죄인이라서, 엄마 말을 안 들어서 지은 죄가 많아서 가요. 그나마 교회갔으니 망정이지 감옥가는것보단 낫잖우.." 그걸 말이라고하냐 으이구, 역정내실까 조마조마했지만 집에 갈때마다 들고 가는 고기나 과일, 그리고 용돈이 힘을 발휘했는지 아님 기도의 응답인지 아무튼 엄마는 그냥 웃어주셨어요. (아이폰이라 길이가 얼만큼인지도 모르겠네요.) 간신히 닫아놓으신 그 뚜껑 제가 확 따버린건 아닌지 걱정도 되고, 부모님이 병원에 계신지 열흘이 넘도록 코빼기도 비추지 않고 잘난 돈 몇푼 보내며 온갖 죽는 소리 하시는 그 분이 하필 교회다니시는 분이라 저도 난감한데, 히유우... 한가지는 확실하니, 예수님은 죄인을 부르러 오셨다는 것입니다. 제가 죄인입니다. 님께 말고요 울엄마한테요ㅠㅠ;;

2011-06-04 1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04 2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08 15: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11-06-03 22:12   좋아요 0 | URL
무언가 댓글을 달려다 그냥 나갔다 다시 들어옵니다. 어떤 종교를 가지든 그 사람 자체로 감화를 주는 게 가장 모범답안일 텐데 요새는 오히려 반대인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저부터도 그러지 말아야 겠다고 결심해 봅니다.

양철나무꾼 2011-06-04 17:29   좋아요 0 | URL
저는 대출을 받아 헌금을 강요한 그 상황이 백번 양보해도 이해가 안 되고 있어요.
그리고 그걸 핑계라고 주절거리는 서방님도 마찬가지고요.

사람 자체로의 감화는 고사하고.(묵인할 수 있을지언정) 대화를 트고 살기는 힘들거예요.

마노아 2011-06-03 23:46   좋아요 0 | URL
어떤 말도 붙이기가 힘이 드네요. 여기서라도 잠시 털어내시고 시름을 달래셔요. 그 이의 그릇이 정말 거기까지네요. ㅜㅜ

양철나무꾼 2011-06-04 17:33   좋아요 0 | URL
어머니께는 그래도 귀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식이예요.
맨날 보고싶다고 눈물바람 하시는데 말예요~ㅠㅠ

2011-06-04 05: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04 17: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햇빛눈물 2011-06-04 09:05   좋아요 0 | URL
"나를 막을 수 있는 이쁜 마개는...
어느 남자의 아내이자, 어느 아이의 엄마라는 위치...
마개를 열어버리고 싶을땐,
술병의 마개를 따고"

너무 많이 술병의 마개를 따면 아침이 힘들겠죠. 그럴때가 저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양철나무꾼 2011-06-04 17:3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어제는 이백의 월하독작을 원없이 읊어댔고,
오전 내내 상태 메롱이었어요.

2011-06-05 0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08 15: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루쉰P 2011-06-05 04:29   좋아요 1 | URL
종교는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아무래도 자신의 어머니를 위해 60만원 내놓고 교회를 위해 4천만원이나 대출을 하는 행위는 저는 정상적으로는 이해를 못 하겠네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말이죠. 물론 저도 종교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현세의 어머니를 소중히 해야 하늘의 아버지께도 당당하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죠???
양철댁님이 복장 터지는 마음이 백분 이해가 가요. 저 같았으면 가만히 안 있을 것 같아요. 흠...
직장 생활도 어떻게 해야 하나 머리가 아프시고 병 간호 역시 안 해본 사람은 모를거에요. 그 힘든 걸 말이죠...암튼 요즘 여러 가지로 주변에서 빵빵 터져서 머리가 복잡하실 것 같아요.

암튼 이 속썩이는 진상들을 뚫고 힘을 내서 가셨으면 해요. 이렇게 힘들 때가 있어야 나중에 정말 웃을 날이 왔을 때 실컷 웃을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해요. 겨울에 벌벌 떠는 꽃이 봄이 오면 그 따뜻한 햇살을 온 몸에 받으며 진정으로 느낄 수 있잖아요. 근데 온실 속의 꽃은 봄이 오는지 뭐가 오는지 그냥 밋밋하게 사는 거죠. 어찌보면 좀 냉정해 보일 수도 있지만 분명 지금의 이 고난이 다 의미가 있으실 거에요.

근데 죄송하지만 둘째 서방님은 좀 초진상...

양철나무꾼 2011-06-08 15:33   좋아요 1 | URL
님의 댓글을 읽으면서...뭐랄까 카타르시스를 느꼈어요.
빵빵 터뜨리는 이 부분도 좋았지만, 초진상 이 부분에 완전 감정이입 한 거 있죠~^^

루쉰P 2011-06-08 17:40   좋아요 1 | URL
복장 터지는 양철댁님의 상황에서 조금이나마 힘이 됐다고 하니 좀 다행이에요. ^^ 정말 힘 내세요!! 그리고 <통곡> 읽었는데 완전 대박이에요. 마지막에서 카타르시스를 저도 확 느꼈어요. 변태적으로 보이지만 마지막 부분에서 완전 스트레스 팍 풀린 거 있죠. ^^ 근데 좀 우울한 내용이어서...T.T

양철나무꾼 2011-06-09 01:43   좋아요 1 | URL
님의 리뷰, 완전 멋졌어요~^^

2011-06-07 17: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1-06-08 15:36   좋아요 1 | URL
비밀 댓글이 이렇게 이쁘면 어떻게 하란 겁니까?
글자 사이로 부는 아쉬운, 아픈 마음이라...너무 표현이 이쁜걸요.

네,,,힘 낼게요~^^

2011-06-08 1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08 15:3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