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 김용택 -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나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자리를 털고 보따리를 싸려고 하니 두 사람이 마음에 걸린다.
한명은 도인이라 불리우던...나를 계속 의심하고 시험하고 그리하여 나를 자극하여 깨어있게 했던 분이라면,
다른 한명은 지인이라고 얘기하던...나와 코드가 비슷하여 참 많은 대화를 나누던 분이다.

그동안,
도인에게는 이것저것 해 볼 시간적 여유, 내 기량을 발휘해 볼 여력이 없어 아쉬움이 남는 반면...
지인에게는 내 기량을 십분 발휘하였고 최선을 다하여 미련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였었다.

지인의 경우, 가장 큰 문제가 되던 한숨을 해결해 드렸기에...나머지는 소홀했었나 보다.
또는 감정적으로 가깝다는 이유에서...내가 그렇기를 바라는 대로, 그가 되어가고 있다고 착각했었는지도 모르겠다.

또 다시 시작된 한숨이 언제부터인지를 간과했고,
그리하여 氣滯하여 답답해 하는 걸 알지 못했고,
비가 와 길이 미끄럽기 때문이라는 고마운 핑계거리가 있기는 하지만 그를 넘어져 다치게 하였다.

오히려, 내가 기운이 흐트러지려 할 때면,
여지없이 어깨를 한번 가볍게 쥐어주는 느낌을 받곤 하였었던 고마운 그에게 내가 그렇게 소홀하면 죄를 받을텐데...
롤랑 바르트가 어떤 의미로 얘기를 했는지 모르지만,
암튼, 나는 그가 아프다.

  

 

 

 

 

 

  

<의료천국, 쿠바를 가다>를 이렇게 저렇게 들춰 보다가 이 영화가 생각났다.











 
언젠가 각 손가락의 기능과 더불어 손가락의 기능 손상시 장애등급 판정하는 기준을 외우다가,속상해서 한참을 울었었다.
눈에 보이는 손가락의 기능 손상정도에 따라서 장애등급이 판정났었는데...
이건 눈에 보이는 것이니 어떤 의미로든 치료가 될 수 있는 것이지만,
잘려나가 없어진 손가락이 아프게 느껴지는 phantom sign의 경우,
아프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실체가 없으므로 치료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나이가 들었고 험난한 세상을 살다보니...무뎌져서 이젠 그딴 일로 울지 않지만,
암튼 그때나 지금이나(아직까지) 내 속상함의 여부는 치료할 수 있느냐, 치료되기 어려운가에 관한 것이지...
돈이 있어서 치료받을 수 있고, 돈이 없어서 치료받을 수 없고는 아니었었다.

솔직히 '영화는 어떤 의미로든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내게,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영화들은 '별로'였다.
특히, 극한으로 몰아가 비교를 통하여 부각시키는 방식, 블랙코미디라고 하더라도 심하다 싶을 정도의 비비꼬는 기법 등을 보고 있노라면...여간 심기가 불편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새 정부의 '의료보험 민영화'정책에 관심있어하는 내게 지인이 꼭 보라고 권해줘서 보게 되었다.
경부운항의 경우는, 다른 건 어찌되었건 '경제를 창출'하기라도 한다지만,
이 '의료보험민영화'에 대한 해석은...'일부 보험회사의 이익창출''부자들에게 다양한 의료서비스 제공'말고 일반 국민들에게 어떤 이익이 있는지 모르겠다.

영화의 첫 장면은,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찢어진 살을 직접 꿰매는 남자를 보여주는 걸로 시작된다.
손가락이 절단된 기타리스트가 코드를 잡는데두 손가락 다 필요하지 않다며 한 손가락을 포기한다.
둘 다 직업을 가졌던 부부가 한명은 암으로 한 명은 심장발작으로 전 재산을 의료비로 탕진하여 자식에게 얹혀살게 된다.

여기서 집고넘어가야 할 것은 보함료가 아무리 비싼 미국이라지만,이들 모두가 돈이 없어서 의료보험에 들지않았느냐 하는 것이다.
극소수는 돈이 없어서 의료보험에 들지못하지만,돈이 있어도 보험회사에서 승인하지 않으면 치료를 받을 수 없다.
어떤 이는 "too fat"하여,
어떤 이는 피부과 약을 탄 과거력 때문에 보험회사에서 승인을 거절당한다.
민간보험회사는 국가가 아닌고로 '최대이익을 창출'해야 하고 그목표에 맞춰 보험료를 보다 적게 지불하던지 지불하지 않을 고객만 선택한다.
당연히 이들 보험회사가 지정하지 않은 신약도 사용할 수 없다.

(나혼자만의 생각인지 모르지만), 내가 이 영화를 '의료보험 민영화'랑 관련하여 추천을 받아 그쪽에 무게를 실어 접근하려 했지만, 이 영화에서 마이클 무어가 보여주려 한 것은 이것만이 아닌 것 같다.
자본주의국가, 자우민주주의국가 미국은...
의료보험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을 사회주의국가나 공산주의국가의 전유물로 생각한다.
하지만 마이클 무어가 둘러본 영국, 캐나다, 프랑스 등은...자본주의국가인데도 의료보험제도에 국가가 개입하여 의료비가 '무료'이다.

이쯤되면 눈치빠른 사람들이라면...
비틀어 생각하기 좋아하는 마이클 무어가 이념의 경계가 없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렇다면 차라리 '사회주의'를 지향하는게 낫지않겠냐는 쪽으로 유도해 나가리라는 걸 알 수 있다.
영국을 전국민의료보험을 실천한 나라로 표현하면서,
'전쟁 중에는 실업이 없었다.독일인들 죽이는 일로 전원 취업할 수 있다는...'
하는 의회의원의 말을 시작으로하여,
자기가 취재했던 환자들을 데리고 (부시정부가 적이라고 생각하는 빈라덴의 수하 등)테러리스트가 수용되어 있다는 수용소로 '악당들과 똑같이만 해달라'며 가려하지만 좌절당한다.

그러자,무어는 이들을 데리고,
미국의 또 다른 적'반미주의 독재자<카스트로>'의 고국 쿠바로 향한다.
쿠바는 카스트로의 독재,곤산주의의 실패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는데도...'무상의료'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우리나라는 공산주의나 사회주의국가가 아닌, 자본주의 자유민주주의국가이기 때문에...미국의 의료보험제도를 그냥 따라야 하는게 당연한 수순이다.
그리하여, 우리도 미국처럼 매년 18000여명이 보험이 없어서 사망하고, 가랭이가 찢어져가며 의료보험료를 내다가 파산하고 그랴야 한다는 얘긴가?

물론 '식코'는 단지 미국의 일이다.
아직 우리에게 벌어지지 않은 일을 놓고 걱정하는 난, <나니아연대기>한구절을 빌리지 않더라도 사물의 좋은 점을 볼 줄 모르는 고로...교육을 잘못 받은 걸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현실은, 아직까지 의료보험제도에 국가가 개입하여 보조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환자가 병원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치료받지 못한다.
약간 다른 얘기지만, 의료보호 환자들에게 한달에 4회 또는 6000원의 의료비지원은 온몸에 백과사전급 병명을 지니고 있는 환자들을 죽음으로 인도하는 꼴이다.

정신을 차리고보니,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감사하게도 국가가 개입하는 '의료보험제도'하에 있으니...
때가 되어 보험가입이 거부당하는 일이 없도록 당장 살부터 빼고,
몸속 어딘가 잠복해 있을지도 모르는 피부과 질환도 빨리 해결해야겠다.
과거력까지 역추적당하는 프로그램이라도 개발돼, 의료보험가입이 거부당하면 어떻게 하지?
face off하듯 주민등록번호 생성기라도 이용해 새로운 삶을 하나 명받아야겠다.

사람의 감정이나 마음, 정신상태등은 어찌되어도 좋고,컴퓨터에 상병코드를 넣으면 적당한 처방이 주루룩 뜨는 '대증처방'뿐인 세상에서라면 아이작 아시모프의 '바이 센터니얼맨'에서 해답을 찾아보는 게 쉬울 것도 같다.

머리를 빈 깡통이라도 되는 양 톡톡 두드리며,
"그래,난 SF소설이나 영화를 너무 본 게야"
중얼거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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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1-05-29 07:28   좋아요 0 | URL
이 시 읽으니 가슴이 설레입니다. 아 좋다..... "세상에," 가 들어가니 더욱 애틋하네요. 곱기도 하지....

근데 자리를 털고, 보따리를 싼다는 것은 어떤 의미? 의료봉사 가시나요?

양철나무꾼 2011-05-30 01:34   좋아요 0 | URL
ㅎ,ㅎ...이 나이에 의료봉사는요~

조그마한 직장에 5년을 있었어요.
3년 반이 고비가 되어 그만 두겠다고 했는데...1년 반을 밍기적거렸어요.
요번엔 저 아님 문을 닫는다고 해도 진짜 그만 두려구요.
체력이 고갈되어서요~

그리고, 저시는요...
콤마 때문에 선택한 시예요~^^

프레이야 2011-05-29 09:59   좋아요 0 | URL
양철댁님, 조금은 흐리고 가라앉은 아침이에요.
어디로 가시나요?
김용택님의 시가 마음에 잔잔하게 다가옵니다.

양철나무꾼 2011-05-30 01:37   좋아요 0 | URL
서울은 쾌청이었어요.
낮에 빨빨거리고 돌아다녔는데...더위 먹은 거 같아요~ㅠ.ㅠ

직장을 그만 두려구요.
정말 그만 두고 싶었는데, 막상 그만 두려니까 좀 그렇기도 하네요~

하늘바람 2011-05-29 10:05   좋아요 0 | URL
김용택 시인의 시를 참 좋아하는데 정말 좋네요.

양철나무꾼 2011-05-30 01:39   좋아요 0 | URL
김용택의 시는 너무 수수해서 꼭꼭 씹어 삼키듯 읽어야 해요~^^

이 시, 그냥 지나칠뻔 했었는데...
세상에 뒤의 콤마 덕에 눈에 들어왔어요~^^

글샘 2011-05-30 23:44   좋아요 0 | URL
세상에,
콤마 덕에... ㅎㅎㅎ

글샘 2011-05-30 01:05   좋아요 0 | URL
세상에,
보따리를 싸시는군요.
그것 또한 근사한 일일지 몰라요.
지금은 그가 아프실지 몰라도...
간절함,
사무침은
문득,
신나고 근사한것만 못하지 않을까요? ^^

양철나무꾼 2011-05-30 01:43   좋아요 0 | URL
분모의 값을 최소화하면 분자에 주어지는 '문득'도 '내내'가 되지 않을까요?^^

hnine 2011-05-30 05:30   좋아요 0 | URL
직장 그만 두는 것, 그거 아무나 못하는건데...아무나 못하는건데...
체력이 고갈된 것도 아니면서 그만 둬본 경험자로서 하는 말이랍니다.

그런데 체력이 고갈됨을 자각하실 정도라면 당연히 쉬셔야지요. 1년 넘게 생각하셨다니 그동안 마음에 하고 싶은 일이 얼마나 차곡차곡 많이 쌓였겠어요. 잘 드시고 잘 쉬시면서 회복하시길 바래요.

양철나무꾼 2011-05-30 21:49   좋아요 0 | URL
한 직장에 5년을 있다보니 모두가 패밀리처럼 느껴져서 역부족이었어요.
체력고갈은 벌써 전부터 느끼고 있었구요.

늘 여러가지로 고맙습니다.

루쉰P 2011-05-31 11:04   좋아요 0 | URL
직장을 그만두신다고 하니 격려를 해 드려 하는 건지, 아니면 걱정을 해야 하는지 여러 갈래로 고민이 되네요. 오래 일한 직장에서 그만 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실텐데 가뜩이나 요즘처럼 돈이 많이 들어가는 세상에서요. ^^ 하지만 이미 마음을 먹으셨고 실행에 옮기실려고 하는 듯해 격려를 해드려야 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5년이라...정말 오랜 기간을 일 하셨네요. 어떤 길이든 그리고 어디로 가시든 지금 같은 양철댁님이라고 하신다면 분명 또 다른 길에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내실 거라 여겨져요. ^^ 그 길이 어떤 길인지는 자신만이 알겠지만요. 저는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는구나를 느낄 때 내가 나이살 먹고 있구나 라고 생각해요.
양철댁님! 정말 좋은 길을 반드시 찾으실 수 있도록 감마파를 쏘고 있을께요. 힘 내세요!

양철나무꾼 2011-06-04 18:40   좋아요 0 | URL
속 깊은 나의 루신P님,
이런 경험에서 우러난 댓글을 달아주실 수 있는 님이, 님의 댓글이 참 좋아요.
고마워요~^^

루쉰P 2011-06-10 20:12   좋아요 0 | URL
양철댁님 병 간호하시고 직장 다니시느라 피곤하시겠지만 이달의 당선작 되신 것 축하드려요. ^^ 근데 매달 당선 되시는 것 같아요. 정말 대단하심 ^^ 알사탕으로 피곤을 좀 푸셨으면 합니다. ㅋ

양철나무꾼 2011-06-15 03:26   좋아요 0 | URL
앗, 댓글을 이제야 봤네요.
루신P님도 축하드려요~^^

다이조부 2011-06-14 13:20   좋아요 0 | URL
식코 영화 보고 무조건 미국 좋다고 엄지손가락 내세우는 사람들이게 권하고 싶었는데 말이죠~

양철나무꾼 2011-06-15 03:24   좋아요 0 | URL
*^^*

감은빛 2011-06-14 14:31   좋아요 0 | URL
한동안 못들어왔더니, 이 글을 이제서야 읽네요.
저는 식코를 보고 좀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미FTA 반대 시위할 때, '의료 민영화'에 대해 얘기를 들으며,
설마 설마 했던 일들보다 더 심각한 일들이 미국땅에선 벌어지고 있더군요.

저는 마이클 무어 감독 좋던데요.
그 극단적인 비유, 덕분에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되더라구요.

양철나무꾼 2011-06-15 03:30   좋아요 0 | URL
꽤 오랫동안 머무셨겠어요.
변변치 않은 글인데 송구할 따름이예요~^^

의료민영화는 제법 많이 왔을걸요.
그분들도 바짝 차리셨으면 좋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