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터스 투 줄리엣 - Letters to Julie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태리제 스쿠터 베스파에 대한 얘기를 어디선가 주워들은 후 부터였나 보다.
아님, 뉴욕 뒷골목에 가면 이들 베스파 폭주족을 만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후 부터였는지도 모르겠다.
이태리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던 내게,
이태리에 가보지 않고도 이토록 이태리에 대한 모든 것을 볼 수 있게 된 건 행운이다.
영화는 이태리의 모든 것을 원없이 보여줄 심산이었는지,
멋진 배우들에,끝내주는 풍경에,적당한 유머에,훌륭한 음악의 향연까지... 무엇 하나 흠잡을 게 없었다.
 
한 남자 아이가 있다.
외국어 고등학교를 손가락 안에 드는 성적으로 다녔고,
학교에서는 소위 S.K.Y.의 이름있는 과를 가리라고 기대했었지만,
이 남자 아이는 엉뚱하게도 H대 작곡과에 입학하게 된다.
그리고 군대에 가 군악대 정도를 하게 될 줄 알았지만,
이 남자는 취사병이 된다.
제대하곤 어느 요리 달인의 밑에서 얼마,일본의 조리 학교에서 얼마를 거쳐...
현재 촉망받는 요리사 인지는 모르겠고,
내가 먹어본 음식 중 최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내는 요리사이다.  

이 남자가 음식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경건하다. 
최소한의 가미를 하여 재료가 가지고 있는 기본 맛을 최대한 살리는 게,
이 남자의 음식이다.
음식이 힘이고 약이고 삶의 모든 것이 되는 걸 경험하게 된다.
내 남동생의 얘기이다.

또 한 남자가 있었다.
이 사람은 소리에 미쳤었다.
사람이 내는 예쁜 목소리,음악에 관심을 가졌다.
시내 어느 뒷골목으로 백판이라고 불리우는 판을 구하러 다녔었고,
그러다가 (예민한 귀를 가진 덕에) 청계천 어느 앰프 만드는 공장에서 '성음 테스트'라는 독특한 알바를 하기도 하였다.
그 연장선에서 하던 사업을 거하게 말아 먹고 지금은 다른 일을 하지만,
아직까지 그 회사의 명칭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내 남편이라고 불리우는 사람의 얘기이다.

그래서 일까? 
남들은 (끝내주는 풍경은 덤으로 갖춘) 50년이라는 세월을 훌쩍 뛰어넘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라는 이 영화를 난 좀 경건하게 봤다.

남들은 워커홀릭 요리사 '빅터'를 향하여 궁시렁 거리지만,
난 빅터를 이해할 수 있었다.
더 좋은 치즈,와인,버섯을 '일에 미쳐서'구하러 다닌 게 아니라,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먹을 최상의 재료를 구하러 다닌 거라는 걸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또는 좋은 음악을 혼자만 듣고 싶어 한게 아니라,
여러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 한 그 마음을 알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나처럼 해석하는 게 정석은 아니겠지만,
요리사 '빅터'는 일에 미쳐서 애인이나 가족을 돌보지 않은게 아니라,
빅터의 일 안에 애인과 가족이 들어있었던 거고,
소피의 사랑은 일과는 별개였던 거라고 얘기하고 싶다.
다시말해,그들이 인연이어서 만났을지는 모르지만...그 둘이 운명은 아니었던 거다.

소피가 정말로 요리사 빅터를 사랑했더라면,
빅터가 하는 일을 존중하고 사랑할 수 있었을테고,
그와 같이하는 어떤 일이든 재미있고 행복하지 않았을까?

실은...이 영화를 보는 내내 하도 울어서,티슈 한장으론 역부족이었다.
내가 '헉헉하고 횡경막을 건드려가며 울었던 장면은,
찰리의 할머니가 소피의 머리를 빚겨주며,
"누가 머리를 빗겨주면 살아있다는 것이 느껴지지."
하고 위로해 주는 장면이었다. 
때때로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할 때 한번씩 꺼내보고 싶다. 
  

 

 

























 

 

 

 

 

 

 
















어쨌든 영화는...해피엔딩이다. 
영화를 보며 여러가지 작업맨트를 외워 준비했는데,써먹을 수 있을 지 모르겠다.
I am madly,deeply,truly,passionately in love with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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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0-10-16 13:43   좋아요 0 | URL

비로그인 2010-10-16 14:31   좋아요 0 | URL
양철님 ! 올리신 글 읽고, 여러 생각 해보는 오후입니다 ^^

라디오에서는 음악이 흘러 나오고 있고, 책상 앞에는 차 한잔, 눈앞에는 비어 있는 스케치용 노트 네 권이 있고요.

.. 음.. 이런 일들이 있으셨구나~

sslmo 2010-10-17 02:45   좋아요 0 | URL
바람결 님 덕에 제 주변을 돌아보는 한 밤중입니다.

전,이 가을 내내 말러를 끼고 앉았었구요.
책상 앞에는 식어버린 물 한잔,
호올스 아이스블루,
사전류 몇권이랑,원서 펼쳐 놓고 있구요.
연습장에 사각 사각 샤프를 사용하고 있구요.

이렇게 눈 앞의 사물을 글로 옮겨보는 것도 재밌는데요~^^

2010-10-16 14: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6 17: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7 0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0-10-16 20:32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남동생과 그 분. 멋져요!
양철님 이 리뷰 참 좋아요.
마음이 마구마구 설레고 따뜻해져요.
이 영화 안 보려고 했는데 저도 볼래요.^^

sslmo 2010-10-17 02:49   좋아요 0 | URL
이 영화,봐도 좋으실거예요.
보시게 되면...
제가 왜 횡격막을 건드려가며 헉헉 울었는지 알게 되실 수도~~~

세실 2010-10-16 22:24   좋아요 0 | URL
이런 영화군요. 딱 제 스타일 입니다. 내일은 방콕하려고 했는데 고민되어요.
그리구 동생분 지금이 가장 행복할껄요.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하며 사는 것. 그게 제일 큰 행복이란 생각듭니다. 동생분처럼요.

sslmo 2010-10-17 02:53   좋아요 0 | URL
조만간 보러 가셔야 할 듯~
오래 상영 할 것 같진 않아요.
좀 잔잔해서 말이죠~^^

세번째 사진의 50년간의 사랑은,실제 부부라네요.
영화에서는 더 그윽하게 나와요~

다락방 2010-10-16 22:27   좋아요 0 | URL
해석은 말이죠, 양철나무꾼님. '정석'이라기 보다는 자기 방식대로 하는게 맞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요. 물론 거기에는 타이밍도 아주 중요하게 작용하고 말이지요. 저도 최근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게요, 요즘 [판탈레온 특별봉사대]를 읽고 있는데, 이 책은 유머와 사회비판을 가지고 있는 책인데, 저는 이걸 다른사람들 리뷰처럼 접근할 수가 없더라구요. 저는 그저 판탈레온에 대해 무한한 공감과 애정을 주게 되는거에요. 이 사람이, 아무것도 어겨본 적이 없고 규칙을 잘 지키고 책임감이 무한한 이 사람이, 이런 업무를 맡아 고군분투 하는걸 보자니, 나라가 이 사람을 불러서 아주 몹쓸짓을 하고 있는것처럼 느껴져서 미치겠는거에요. 할 수만 있다면 책 속으로 들어가서 그의 애인이라든가 두번째 부인이라든가(부인이 있어요, 판탈레온은), 뭐 그런게 되어주고 싶은거에요.

해석은 늘 자기 몫인것 같아요. 거기서 위안을 찾고 행복을 찾고 그런건 온전히 정말 자기 몫인것 같아요.

sslmo 2010-10-17 02:58   좋아요 0 | URL
하하하~~~
참 위험한 발상인데...
읽다가 두번째 부인이라는 부분에서 키들거리며 웃었어요.
(아이고,배야~)

전 김경미 시 '세컨드...어쩌구 저쩌구'를 읽은 다음부턴,
일상에선 거의 만날 일 없는 맘에 드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의 세컨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일 순위는 '책도둑'의 '한스 후버만'이랍니다~^^

hnine 2010-10-17 08:15   좋아요 0 | URL
영화 속이라서 빅터라는 특정 인물의 성격으로 그려져 있지만, 남자와 여자의 차이점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어요. 자기가 관심있는 분야에 빠져들면 다른 모든 것들은 일단 2순위가 되는거요. 그래서 여자들은 많이 상처받기도 하고요. 물론 모든 여자와 남자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요.
영화를 보며 저에게는 그닥 와닿지 않았던 부분을 이렇게 읽으니 새롭네요.
저는 마지막에 여자 주인공이 이건 아니다 싶을 때 그 자리에서 머뭇거리거나 자기 생각을 그냥 덮어버리거나, 편한데로 믿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결정을 바꾸는 용기에 감탄을 했거든요. (역시 감정이입이 작용~ ^^) 해석은 자기몫이라는 위의 다락방님 말씀처럼 사람들마다 특히 마음에 들어오는 부분이 있는 것 같고 그건 개인적인 경험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지요?
양철나무꾼님 남동생 얘기를 들으니 역시 특이한 경로를 밟은 제 남동생 생각도 나네요. 그런데 이런 경우가 왜 우리 한국에서는 '특이한'경우로 보여지느냐 하는 것이지요. 충분히 있을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너무 닫혀 있고 변화가 힘들고, 획일화되어 있고 그래요...
'Truly, madly, deeply', 요것은 영화, 책, 드라마 등에서 자주 나오더라고요. 아마 여기 알라딘 어느 분 서재 타이틀이기도 할걸요.

sslmo 2010-10-18 00:51   좋아요 0 | URL
서울 잘 다녀가셨어요?
저 이 영화 hnine님 페이퍼에서 보고 불끈 하여 봤는데...

저도 여 주인공의 그 점이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뭐,저였다면요...액티브하고 포지티브한 직업과 마인드 자체를 가질 수 없었을테니까요.

트룰리 매들리 디플리,이 영화도 참 예쁘죠.
제가 곧잘 훔쳐보는 ㄲㄸㅂㅇ님 서재 타이틀이기도 하구요~^^

비로그인 2010-10-17 21:26   좋아요 0 | URL
준비한 작업멘트, 주말에 남편분께 한번 써보셨나욤? 아 이미 넘어오셨으니 필요없는 건가요? ㅎㅎ

sslmo 2010-10-18 00:55   좋아요 0 | URL
전 닭살맨트를 곧잘 날려줘요.
근데 곰곰히 생각해보니,남편과 아들에게 사용 비율이 1:3 정도 되는걸요~^^

남편은 이제 다른여자를 향하여 이런 맨트를 날려서야 곤란하고,
아들은 자기 여친에게 감정표현이 무디거나 서툴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서,
쇄뇌시키고 있어요~^^

느린산책 2010-10-18 14:47   좋아요 0 | URL
전혀 슬픈 영화 아닐거라 생각했는데,,,그리 우셨다니..???

sslmo 2010-10-19 18:12   좋아요 0 | URL
개인적인 감정이입 부분이 있어서 그랬던 듯~^^

전혀 슬픈 영화 아녜요,굳이 장르를 나누자면 로맨틱 코미디 쯤~

쟈니 2010-10-19 17:58   좋아요 0 | URL
음.. 이 영화를 그냥 스쳐지나갔었는데, 이 리뷰를 보니, 막 아쉬워지네요. 흑... 이영화를 봐야겠네요....

sslmo 2010-10-19 18:14   좋아요 0 | URL
네,스쳐 지나가셔도 좋고 보셔도 좋을 영화예요.
다만 이태리의 가을을 만끽 할 수 있는 그런 영화,세익스피어의 대사 몇 마디는 덤으로 얻어 올 수 있는 영화예요~^^

차좋아 2010-10-19 18:37   좋아요 0 | URL
아... 저는요 사적인 추억을 듣는게 참 좋아요.
저도 꿈이 요리사였어요. 대학 조금 다니다 재미없어서 유명한 중식당에 찾아가서 주방장한테 요리하고 싶습니다, 말하고는 중식당에서 일했던 기억이 나네요.
물론 이저런 사연으로 중도에 칼을 놓게 됏지만 아직도 칼만 잡으면 힘이 솟아요^^

누구에게 최고의요리사가 될 소질도 열정도 없지만 저는 요리가 참 좋아요.
부럽고 멋지네요^^ 동생분이요.


sslmo 2010-10-19 18:45   좋아요 0 | URL
하,하,하...펜을 놓게 됐다는 표현은 들어본 적이 있지만,
칼을 놓게 됐다는 표현은 들어본 적이 없어서요,실례지만 많이 웃었습니다.

근데 말이죠~
지금 잠깐 칼을 놓으셨을지는 모르지만,칼을 한참 동안 놓으실 순 없을 듯.
때문에 칼을 놓게 됐다는 표현은 좀 잘못 된 표현이죠.

차좋아님 주변에 계신 분들은 행복하겠는데요.
간혹 님의 요리를 맛볼 수 있을테니 말예요~^^

순오기 2010-10-20 00:47   좋아요 0 | URL
오래만에 서재 마실 왔어요~~~~~~
어쩌면 횡경막을 건드려가며 울수 있는지... 내일 느껴볼게요.

sslmo 2010-10-21 08:19   좋아요 0 | URL
영화 보셨어요?
전 할머니가 부모를 맘대로 택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한 부분에서 그랬어요~^^

2010-10-20 1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21 08:2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