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이면 그녀는,
그녀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지랄맞았던 그 사건을 가만히 떠올려봅니다.
너무 너무 부끄럽고 창피하여 결코 1인칭으로는 쓸 수 없는 그 사건.
장소:대학가 허름한 선술집.
등장인물:그녀,그녀의 친구 女1,女2.
둥근 양철 테이블 위에 파전과 어울리는 술병이 놓여있고,
이리저리 놓인 테이블에 듬성듬성 사람들이 이렇게 저렇게 앉아있다.
아까부터 옆 테이블에 앉은 우락부락한 장정들이 계속 이쪽을 흘끔흘끔 쳐다본다.
女1,女2는 그녀에게 뭐 이런 말을 했던 것 같다.
"야야~있잖아~우리가 약자 래이~그럴땐 도구를 이용해야 된대이~."
"이용할만한 도구가 뭐가 있는데?"
"왜 얘기 몬 들었나?술병을 요래요래 확 깨서 그걸로 확 쑤셔 뿌리면 된대이~"
그런 얘기를 하며 술이 한잔이나 들어갔나 모르겠다.
드디어,옆 테이블의 장정 중 하나가 벌떡 일어나서 그녀들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의 두 친구들은 재빨리 저만치 물러났는데,
행동이 굼떴던 그녀만 그 자리에 남게 되었다.
그녀는 친구들에게 사전 교육 받았던 대로 술병을 집어들고는 콘크리트바닥에다가 '타악~!'내리쳤다.그리곤 그 장정을 향하여 이리저리 흔들어 대는데도,장정은 다가왔다.
"가까이오지마요,가까이 오면 찌를거예요~!"
그래도 장정은 더 가까워만 진다.
"내 아까부터 저쪽에서 지켜봤는데,
술도 못 먹는 아가씨 셋이 들어와서 안주만 계속 시켜먹고 있길래...
우리는 술이 고픈 사람들이라 우리 안주랑 그 술이랑 바꿔 먹자고 왔어요~
그쪽도 아까부터 우리를 쳐다보길래 우리랑 같은 맘인 줄 알았죠~
그리고 플라스틱 막걸리통 그렇게 흔들어댄다고 안 깨져요.
그 든 손만 민망할 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