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남편이 제발 얼굴 좀 펴고 다니라며 타박을 한다.
얼굴을 찌푸리고 다닌건 그날 이후, 벌써 1년은 된 것 같다.
'왜 이제서야?' 하고 눈으로 묻고 있는데,
남편은 내가 얼굴 표정으로 웃기려는 줄 알고,
"주름이 점점 깊어져.
하회탈이나 김광석 같은 좋은 주름이면 누가 뭐래?
보톡스 비용 나가게 생겼어."
라고 딴에는 개그로 화답을 한다.
백번 양보해서 본인은 개그라고 해도 내가 보기에는 자못 진지하다.
어쩜 내가 왕진지하여 남편의 개그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지도 모르지만~(,.)
암튼,
유머카페 글들도 찾아 읽고, 코미디 프로도 봐가며 노력을 하는 남편이 기특하고 갸륵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겉으로 나온 것은,
"우리 행복할 일이 없잖아."
라는 김빠지는 소리였다.
남편은 광대처럼 갑자기 표정을 바꾸더니,
"우.리.라고 단정짓지마."
우리라는 단어에 스타카토처럼 힘주어 발음했다.
이내
"나는 행복해지려고 노력은 해."라고 하는데,
도긴개인 우리 사이에 차별을 두고 경계를 명확히 하려는것 같아 꿀꿀할 따름이지만 소리내어 저항을 하지는 못했다.
[POD] 한시, 옷을 벗다
찔레꽃 지음 / 부크크(bookk) / 2019년 10월
[POD] 맹자와의 대화
찔레꽃 지음 / 부크크(bookk) / 2019년 10월
알라딘 서재에 댓글을 달러 들어왔다가, 이 책들을 만났다.
그동안 책을 안 읽은 건 아니고,
내 취향이던 신변잡기 위주의 책들을 좀 멀리했다.
책을 읽다가 감성코드가 맞아버리면 어김없이 눈물바람을 해버리는 통에 힘들지만,
힘든건 그때뿐이고,
어느새 일부러 감정이입을 해서 울 대목을 찾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곤 한다.
'눈물이 나면 울어 버리면 되지'라는 말은 참 하기 좋은 위로이고,
그렇게 침잠해버리면 그날 하루는 헤어나오기가, 하루를 버티며 살아가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리하여 택한 책들이 사서삼경이나 한시들이었다.
사서삼경을 원전으로 읽을 깜냥은 안되고,
번역하고 해석해 놓은 책들을 골라 판과 형을 달리해가며 읽었다.
사서삼경, 이런 책들이 좋은 것은 어려운 글들을 따라가느라 벅차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일 위험이 없었다.
대신 지루하고 심심했다.
읽다가 지루하고 심심하면,
고문진보를 아무렇게나 꺼내 펼쳤다.
그런 내게, '한시, 옷을 벗다', '맹자와의 대화', 두권은 맞춤이었다.
좋았다면서도 리뷰로 쓰지않고,
이렇게 페이퍼로 휘리릭 거리는 것은,
나는 요즘 접하는 책도 이쪽이고,
전에 서재에 페이퍼로 올라온 '맹자와의 대화'때도 응원 댓글을 달았을만큼 분명 좋았지만,
별점을 매겨보라면 여러가지 연유에서 야박해질 수밖에 없는 요소를 갖고 있어서이다.
'한시, 옷을 벗다'의 경우만 하더라도,
의역과 감상을 통해 찔레꽃 님의 학문에 대한 깊이와 고매한 정신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지만,
의역 부분에서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익숙하지 않은 한자어를 풀어쓰지 않고 그냥 한자어로 써서 낯설다는 느낌이 들었다.
책의 내용이 아닌, 형식에 관한 것들...
주문하고 받아보기까지의 시간이 일주일여 걸렸었고,
받아본 책의 느낌이 올드한것 같고.
책의 두께나 판형 따위와 관편, 책값이 좀 비싸게 책정되었다는 느낌도 들었고,
기타 등등.
"좋으시겠어요?"
"살아보세요!"
ㆍㆍㆍㆍㆍㆍ
산수 자체를 그린 시도 있고, 산수를 그리면서 자신의 흥취를 덧붙인 시도 있다. 그런데, 다른 시도 마찬가지지만, 성공적인 산수시가 되려면 독자에게 감동을 줘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제 아무리 훌륭한 표현을 동원하여 산수시를 지었다 해도 성공한 작품이 될 수 없다. 그건 흡사 경치 좋은 곳에 살길래 행복한 줄 알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한 저 음식점 주인의 경우와 같다.
('한시, 옷을 벗다"중 '닫으며'일부)
'행복'도 사랑이나 미움처럼 마음의 일이어서 어쩌지 못하는 거지 하다가도,
애시당초 '행복'이나 '불행'은 '사랑'이나 '미움'과는 다른 것이라는 쪽으로 혼자 결론내리게 된다.
'행복'이나 '불행'은 '나는 행복하다', '우리는 불행하다'처럼 내가 주체가 되는 것이고,
사랑이나 미움은 그 대상이 존재해야 하는 것이니 말이다.
다른 사람이나 대상을 사랑하거나 미워하는 것보다는,
내 자신의 행복이나 불행을 다스리는 것이,
말하자면 1인칭의 그것을 건사하는 것이 수월하니 노력하고 볼일이라는 남편의 말이 맞는 듯도 하다.
다음은 벤 폴즈의 'still fighting it'을 슈퍼밴드의 이찬솔이 부르는 영상이다.
원곡인 벤폴즈의 곡도 물론 좋지만,
이 영상 속에 보면 김준협, 강경윤 등 곡 이상의 것을 전달한다.
말로 하지 못하는 것을 전달하는 힘에 가슴이 먹먹해져 왔던 기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