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팬션'과 '대성고'가 나란히 실시간 검색어 1위와 2위다.

아침에 출근할때면 한무리의 고등학생을 만나게 되는데, 오늘은 휑하다.

3일간 임시휴교란다.

이 학교는 우리 아들이 졸업한 학교이기도 해서 마음이 어쩌지 못 하겠다.

이런 일이 있는 것만으로도 황망한데,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함부로 자살이니, 타살이니, 사고사이니 부터 ,

책임 소재를 돌리다 돌리다 대통령까지 언급하고,

세월호 학생들이랑 비교하는 등 엉뚱한 얘기들을 쏟아내고 있다.

사람이 눈과 귀와 콧구멍 다 두개인데 입이 한개인 이유는,

아무 말이나 뱉어내지 말고 입다물고 조심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당신이 반짝이던 순간
 이진순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8월

 [eBook] 당신이 반짝이던 순간
 이진순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이진순 님의 '당신이 반짝이던 순간'을 읽었다.

이 책은 이웃 알라디너의 서평을 보고 마음에 들어 찜해놓았던 것을, 다른 이웃 알라디너가 선물해 주셨다.

감사한 마음으로 아껴 읽었다.

진심이 열리는 열두 번의 만남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데,

한겨레신문 토요판 '이진순의 열림'을 6년동안 연재하고 그 분들이 122명에 이르렀는데, 그 가운데서 12명을 추린 것이란다.

책의 처음이 세월호 김관홍 잠수사의 부인 김혜연 님의 얘기여서,

너무 아파서 책을 여러번 치워놨다 펼쳤다 하였다.

 

여러 사람이 인터뷰이로 등장하지만,

이렇게든 저렇게든 알고 들어봤던 사람인데,

내가 모르고 생소했던 사람은 장혜영 님과 채현국 님이었다.

책 뒷표지에 그리고 띠지에 색다르게 손석희 님의 추천사가 나온다.

'사람'에 천착하면서 사회를 읽어내는 인터뷰들은 그리 많지 않다. 매번 긴 호흡의 인터뷰를 하면서도 관성의 늪에 빠지지 않고 '사람'에 대한 애정을 보여준 그의 인터뷰에 감사하고 감탄해왔다. 그에게서 이런 결과물이 나올 것을 미리 알 순 없었지만, 그에 대한 믿음은 있었다는 것을 전한다. _손석희 (<JTBC뉴스룸> 앵커)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읽어온 인터뷰집이랑 이 인터뷰집이랑은 약간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무래도 신문에 연재하는 글이다 보니,

'사람'을 인터뷰하면서 '사회'를 읽어내려 애썼기 때문인 것 같다.

그동안 내가 읽어온 인터뷰집을 보면 인터뷰이와 인터뷰어의 대화만이 존재했었는데,

신문이라는 지면의 한계 때문에 간추리느라 그랬겠지만,

인터뷰이의 목소리를 인터뷰어의 문체로 적어내려가다보니,

인터뷰 하는 '사람들'에 대한 저자의 '애정'의 소산이고 저자의 문체가 아름다워 그렇겠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미화됐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래서일까, 글 중간 중간에 만나게 되는 독백 같은 구절들이,

리듬을 끊는다는 느낌이 들어 살짝 혼란스러웠다.

이번 인터뷰는 밋밋하고 덤덤하다. 사이다처럼 톡 쏘는 맛도, 청양고추처럼 맵싸한 한 방도 없다. 치열하게 각축하고 불꽃을 튕기며 돌아가는 세상에서, 과하게 뜨겁거나 차갑거나 매콤하거나 새콤하지 않은 뭉근한 맛은 오히려 귀하다. 매 순간 사생결단하고 내달리는 일상, 비수 같은 말의 홍수 속에 기진맥진할 때, 뜨듯한 숭늉처럼 속을 풀어줄 것 같은 사람을 만났다.(96쪽)

리듬이 끊긴다는 느낌을 예로 들다보니 이 구절을 인용하게 됐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인터뷰도 이 임순례 님이었다.

가장 큰 깨달음을 준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이진순 님의 질문에 해당하는 구절이었다.

저도 잠시 주말농사를 해봤는데 일주일 늦게 심으면 일주일 늦게 수확되는게 아니더라구요.(웃음) 내내 비리비리하다가 죽죠. 농사는 약속을 미룰 수 있는 게 아니구나 싶었어요. (100쪽)

구술사를 하신다는 최현숙 님 편도 좋았다.

그러니까 구술사 집필은 그분들의 삶을 기록으로 남긴다는 차원뿐 아니라 그걸 통해서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고 스스로 다른 평가를 하게 만든다는 건가요?

네, 그렇죠. 일단 아픔이든 뭐든 풀어놓는 것 자체가 하나의 치유 과정일 수도 있고요. 제가 단순히 묻고 기록하는 게 아니라 그 삶에 대해 같이 이야기하면서 그분들 스스로 재해석할 수 있게 하는 거지요. 물론 사회적으로 그분들의 목소리나 생애 경험들을 남기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125쪽)

손아람이 누구인지 인식하지 못했는데 주목할 수 계기가 되었다.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장혜영 편도 좋았고,

채현국 님 편은 너무 맘에 들어 그 분의 다른 책들을 찾아보게 만들었다.

 

프롤로그를,

"지금까지 만난 사람 가운데 누가 가장 훌륭하던가요?"로 시작하고,

내처 본문에서 "그렇게 훌륭한 인물은 세상에 없어요." 하는 대답을 한다.

누구의 인생도 완벽하게 아름답지만은 않다는데,

얼마전까지의 나였다면 '완벽'과 '아름다움'을 동격으로 놓고 고민하고 안달을 했을텐데,

이젠 프롤로그의 저 대답이 지극히 인간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지극히 인간적이어서 오히려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다.

 

이렇게 생각하니 세상에 고민할 일도, 안달할 일도, 그리 많지 않다.

그저 하루 하루가 지나가는 것이 고맙다.

 

 

 

 

 

 풍운아 채현국
 김주완 지음 / 피플파워 /

 2015년 1월

 

 

 

 모든 이가 스승이고, 모든 곳이 학교다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기획, 신영복 외 지음, 김영철 엮음, 김영철 인터뷰어 /

 창비교육 / 2017년 8월

 

 

 쓴맛이 사는 맛
 채현국.정운현 지음 / 비아북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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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9 1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8-12-19 14:13   좋아요 0 | URL
저는 이제 생각이, 잡념이 너무 많아서 운전은 못 합니다.
그동안도 빠릿빠릿한 운동신경을 자랑하거나 운전을 잘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제가 운전하는 차를 같이 탄 사람들이 하지 말라고 해서 그만 뒀습니다.

무탈한 것은 차치하고라도,
하루 하루가 무심하게 흘러가는 것에 감사할 뿐입니다~^^

hnine 2018-12-19 14:33   좋아요 0 | URL
이진순님의 저 책은 저도 보관함에 담아놓았는데 읽지는 못했어요.
대성고가 하필 또...
말을 참 쉽게들 하지요. 빈말로 포장해서 나를 내세우기보다 저는 모자라다는 소리 듣더라도 그냥 말수 없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

양철나무꾼 2018-12-19 15:12   좋아요 0 | URL
이진순 님의 책, 별 기대없이 시작했는데...좋았어요.

요즘은 말의 힘에 대해서 자주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전 말수 적은 남편이랑 살아서 늘 말에 굶주린다 생각했었는데,
요즘은 소리로 나오는 말 말고도 서로간에 눈짓이라던가 몸짓, 행동 따위,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공기 따위,
말 아닌 말이 많이 있다고 생각이 들더군요.
오히려 남편에게 고마울 지경이예요~^^

북극곰 2018-12-19 17:21   좋아요 0 | URL
아, 나무꾼 님께 그런 의미가 있는 학교라니...
저도 이 책 얼마 전에 읽었어요. 김관홍 잠수사는 <거짓말이다>를 읽으면서 너무 울어서... 조금 덜했지만,
다른 분들도 좋았지만, 말씀대로 저도 마지막에 채현국님 편 참 좋았어요.
편집순서를 그렇게 잡아서 그 분의 글로 마무리하게 되어서 더 좋았던 것 같아요.
감정이 소용돌이 치다가 조금은 편안해졌달까요.

양철나무꾼 2018-12-19 17:58   좋아요 0 | URL
처음 ‘대성고‘가 실시간 인기 검색어로 떴을때 ‘자사고‘에서 ‘일반고‘ 전환 얘기인줄 알았어요.
읽다가 황망하여 스크롤을 내려버렸어요.

님도 읽으셨군요.
저는 ‘세월호‘ 얘기들은 일부러 멀리 했었어요.
한번 침잠하면 헤어나오지 못하게 될까봐 두려웠다고나 할까요.
이 책 속에 나오는 얘기만으로도 너무 앞아서 펼쳤다 접어두기를 여러번,
‘거짓말이다‘는 더 아프겠죠.
전 편집순서까지는 생각 못했는데,
님얘기를 듣고보니 그렇네요.
소용돌이 치던 감정들이 중심점처럼 모여드는 느낌이었달까요.
채현국 님을 찾아보고 싶어 졌어요~^^

서니데이 2018-12-19 21:31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서재의 달인 선정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올해도 좋은 이웃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따뜻하고 좋은 연말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8-12-27 12:41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열심히 활동하신 여러분들에 비하면 저의 활동은 미미하여 민망할 지경이지만,
내년에는 더 열심히 하라는 격려 차원으로 생각하려구요.
오히려 제가 서니데이 님께 감사드려야죠.
덕분에 알라딘 서재 이곳이 따뜻하게 느껴졌달까요.
감사합니다~^^

카스피 2018-12-20 02:17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서재의 달인 선정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양철나무꾼 2018-12-27 12:45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내년에는 카스피 님의 활약을 기대해봐도 되는 거겠죠?
옛날에 님의 서재 일부러 들러 장르소설 관련 페이퍼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방대한 자료들에 매번 놀라곤 했었는데...
내년엔 좀 자주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18-12-20 16: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27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알벨루치 2018-12-24 21:44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크리스마스 즐겁게 보내세요 메리크리스마스 ^^

양철나무꾼 2018-12-27 12:51   좋아요 1 | URL
덧글이 늦었습니다,
님의 재치, 발랄한 글들 잘 보고,
웃음 짓고 위로 받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는 지났으니,
전 ‘해피 뉴이어~!‘ 인사를 드려야겠어요~^^

카알벨루치 2018-12-27 16:01   좋아요 0 | URL
저에게 그런 재치, 발랄이 있던가요? 아마 철이 없어서일지도 ^^ 언제 한번 침맞으러 가야할텐데 ㅋㅋㅋ침도 놓으시죠?ㅎ

2018-12-24 2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27 1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24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27 1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9-01-07 21:06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양철님.
이 글 쓰신지 시간이 많이 지나 댓글을 남기네요.
대성고 학생들 소식 듣고 참 안타까웠어요.
저는 재작년(그러니까 17년) 고2 학생들 에너지 수업하러 갔었는데,
혹시 제 수업을 들었던 애들 중에 사고를 당한 애들이 있지는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어요.
아는 분 중엔 딸의 전 남친이 사고를 당했다고 하더라구요. ㅠㅠ

열악한 환경에서 홀로 일하다 숨진 김용균씨 때문에 또 한동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고,
지금 408+422일째 75미터 굴뚝 고공농성 중이며, 어제부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간다는
두 명의 노동자 소식에 또 마음이 저만치 내려앉아 일을 할 수 없네요.
420일이 넘게 굴뚝에서 내려오지 않아 몸무게가 50킬로그램이 채 되지 않는다는데. ㅠㅠ

양철나무꾼 2019-01-08 17:2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감은빛 님.
제가 먼저 인사 드려야 하는데, 슬픔에 침잠해 있느라 경황이 없었네요.
늘 실천하시고 행동으로 옮기시는 님 앞에서 그저 숙연해질 뿐입니다.
올 한해도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셔서 많은 일들을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