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길거리에서 '빅이슈'라는 잡지를 판매하는 걸 흘려보다가 깜짝 놀랐다.
그 잡지를 몇 번 봤는데,
표지는 항상 '빅이슈'가 될만한 아이돌이 등장하곤 했었다.,
요번엔 '셰이프 오브 워터'의 포스터가 차지하고 있었다.
빅이슈 코리아 The Big Issue No.175 : 셰이프 오브 워터
빅이슈코리아 편집부 지음 /
빅이슈코리아(잡지) / 2018년 3월
빅이슈에 등장한게 책인지 영화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느 쪽이 되었든 간에,
빅이슈가 될만한 내용이라고 생각한 나는 영화를 볼 때를 놓쳤으니 책으로 구입하였다.
[블루레이]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20세기폭스 / 2018년 6월
셰이프 오브 워터
기예르모 델 토로.대니얼 크라우스 지음, 김문주 옮김 /
온다 / 2018년 3월
책을 다 읽은 지금 내 느낌을 얘기하자면 '완전 '별로'다.
소재가 신선하고 줄거리는 괜찮을지 몰라도,
나는 제대로 읽기가 버거워 책장을 대충 넘겨버렸다.
작가가 누군가 책날개를 펼쳐보니,
내가 싫어했던 영화 '헬보이', '판의 미로'들을 만들었던 그 감독이었다.
'헬보이'는 눈을 질끈 감고 영화를 봤어서 내용도 기억이 나지 않고,
'판의 미로'를 보고나선 재미와 기분 전환을 위해서 보는 영화가 이렇게 어둡고 참담할 필요가 있나 했었다.
요번 경우도, 영화를 보지 않아 장담하기 어려우나,
책으로만 읽어선 잔인하고 폭력적이기 이를 데 없다.
그러나 이건 나의 개인적인 취향에 관한 문제일뿐, 책의 완성도, 작품성까지 낮은 건 아니다.
스트릭랜드가 길들여지지 않은 땅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인간의 겉과 속에 반드시 얼룩을 남긴다는 사실이었다.
오지를 제대로 안다면 그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얀 옷은 입지 않으리라.(22쪽)
스트릭랜드는 스멀스멀 올라오는 증오와 혐오, 공포를 억눌렀다. 이 세가지는 인간을 방해하고 속마음을 들키게 만든다고 호이트가 한국에서 가르쳐 주었다. 묵묵히 임무를 수행해야만 한다. 이 상황에서 가장 이로운 감정은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것이다.(25쪽)
예전엔 책이 좋아서 읽기도 했었지만,
어떤 책들은 재밌다기 보다는 의무감으로 읽기도 했었다.
나이를 먹으면서 느슨하고 여유로워 졌는지,
내 취향이 아닌 책들까지 구태여 꾸역꾸역 읽을 필요는 없지 싶다.
내가 앞으로 얼마를 더 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하루가 다르게 눈이 침침해지는것만 봐도,
(책의) 세계는 넓고 읽을 책들은 많지만,
내가 읽을 수 있는 책들은 많지 않으니까 말이다.
책을 읽기 전에 좋은 책인지, 내 취향의 책인지 검증할 수 없는 고로,
읽다가 재미없으면 치워버리고 새로운 책을 골라읽고 그래도 괜찮다.
한권을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해방되어도 괜찮겠다...고 내 자신을 세뇌시켜 본다.
책 구입을 최대한 자제하는데도, 구입하고 싶은 책이 3권 있다.
추사 김정희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8년 4월
이 책은 나오자마자 눈독을 들이고 있었는데, 친구가 언급하여 더 보고싶어졌다.
그런데 친구는 '완당평전'이랑 거의 비슷한 책일거라는 말까지 보탠다.
덕분에 욕심이 누그러졌다.
다음은 심경호 님의 '안평'
심경호 님의 책은 '한문'이나 '한학'에 관한 게 많아서 어렵고 지루하지만,
읽는다기보단 공부하는 느낌에 가깝지만,
읽고나면,
(실은 소장하는 것만으로도, ㅋ~.)
심신이 건강해지고 지식이 마구 쌓여 머리가 무거워지는 느낌이다.
안평
심경호 지음 / 알마 / 2018년 3월
구입하고 싶은 마지막 한권은 '사흘 그리고 한인생'이다.
사흘 그리고 한 인생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4월
이 책은 알라딘 이웃 ㅈ님의 리뷰를 보다가 혹한 것도 있지만,
스릴러라는 장르도 내 취향이었지만,
저자가 55세부터 소설을 썼다는 것도 좋았다.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좀 늦은 감이 있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몸소 보여준 것 같아서 이다.
나이를 먹다보니,
매사에 느긋하고 여유로워지는게 있다.
느리고 더디다는게 무언가를 하는데 장애로 작용하지만은 않는다.
느리고 더디더라도 천천히 무언가를 새로 시작할 수도 있는 것이고,
어떤 분야에서는 자신도 몰랐던 새로운 자질을 발견할 수도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제목은 '셰이프 오브 워터'인데 내내 '셰이프 오브 러브' 라고 읽었다.
'셰이프 오브 러브'여도 좋고 '셰이프 오브 라이프'여도 상관없겠다.
오늘 나는 '셰이프 오브 리딩'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