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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와 유령친구들 - 카네기 상 수상작가 에바 이보슨의 판타지 동화 1
에바 이보슨 지음, 민승남 옮김 / 문예당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착한 유령인 윌킨슨 가족과 나쁜 유령의 대표 드본 부부. 게다가 연약하고 힘없는 고아 소년 올리버와 악당 풀턴. 등장인물의 구성만을 보면 전형적인 디즈니판 영화 장면 그대로이다.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뒷부분을 들춰보지 않아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집중해서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유령들이 대부분의 사람들 눈에 보이기도 하고 냄새를 피울 수도 있는 등 흡사 산 사람과 똑같이 생활한다는 것이 특이하기 때문이고, 둘째는 권선징악의 구조에 따라 유령들의 말로가 결정될 것인가, 아닌가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셋째는 동물유령의 등장이 그것인데,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예쁘고 귀여운 애완동물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목이 잘리거나 눈이 하나 없거나 뱃구레가 총으로 뚫리거나에 상관없이 너무도 태연스럽게 등장하는 것이 또 이상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작가가 이야기를 무난하게 끌고 가기 때문에 한 마디로 표현하면 재미있는 책이다. 정말 신나는 영화 한 편을 보고난 후의 후련함, 속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가족용 오락 영화같은 책이다.
유령이야기는 다소 진부해 보이지만 영화 속에 등장했던 캐스퍼 같은 귀여운 유령들 덕분에 왠지 친숙하게 다가오는 부분도 있다. 시시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무서운 이야기 주변에 아이들이 끓는 것은 어쩌면 그런 무서움 속에서 어떤 카타르시스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은 아닐까? 혹은 우리 모두 죽어서의 세상은 그렇다고 암암리에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나의 사후세계가 이렇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궁금증이 일기 때문일 수도 있다.
모든 책을 일일이 들춰보며 내용을 파악하고 아이들에게 해가 될 책인지 봐도 괜찮을지 판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권위 있는 상을 받았다면 일단 믿고 보게 되는 게 인지상정이 아닐까. 이 책도 카네기상을 받았다고 해서 다시 보게 되는 그런 책이었다. 카네기상이 어떤 상인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자꾸 반복하게 되지만 어쨌든 이 책은 재미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