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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장봉군  2008년 5월 29일자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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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쉬고 싶은 사람은 없는데

역시 소통의 문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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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밤마다 운다. 대통령을 생각하면 슬퍼서 눈물이 나고, 그리고 시민들을 생각하면 자랑스러워 눈물이 난다. 얼마 전부터 나는 법전에서 튀어나와 길거리를 걷는 우리의 9차 개정 헌법을 보게 된다. 지금 대한민국 헌법은 촛불을 들고 외치고 있거나, 가끔 찻길로 내려오거나, 때때로 경찰들에게 방패로 맞는다. 1987년 개정된 이 헌법 1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제2항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말한다. 대통령만 헌법기관인가? 국민도 헌법기관이다.

87년의 시대정신을 담아낸 이 9차 개정 헌법은 2008년, 뚜벅뚜벅 법전에서 걸어나와 촛불을 들고 있다. 통치할 생각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의 대통령은 무섭다. 헌법도 대통령이 무서워 촛불을 들고 있지 않으면 정말 무서운 경찰들에게 끌려가는 것이 2008년 시대정신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이 된 것은 1인당 국민소득이 1500달러가 채 안 된 78년의 일이고, 국민소득이 4500달러가 채 안 된 88년까지 10년 동안 현대건설의 사장이었다. 그의 사상과 정신은 이 4500달러 시대에 정지한 듯하다. 현행 헌법도 그 시기에 탄생하였다. 그리고 이제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 살고 있다. 4500달러의 시대정신으로 대통령이 국제 외교를 하는 동안, 2만달러 국민소득은 이미 21세기를 훌쩍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의 평화 의식과 질서 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비폭력’을 외치는 국민을 지켜주는 유일한 존재는 이 스물한 살 먹은 헌법이다.

헌법기관인 국회는 국민을 지켜주지 않는다. 대통령의 행정부는 국민 잡아가기에 바쁘고, 폭도로 몰기 위해 연일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연다. 또다른 헌법기관인 사법부는 찻길에 내려서면 불법이라고 단단히 벼르는 중이다. 입법·사법·행정에 이어 제4부라고 이르는 언론은 사태를 이해할 생각도 없고, 국민을 폭도로 몰 꼬투리만 찾는 것 같다. 텔레비전 기자 한 명이라도 카메라를 들고 있었으면 막을 수 있을 일들이 밤마다 벌어진다. 정치는 죽었고, 정부는 헌법을 장관고시의 치장품 정도로 여기는 것 같다. 국민이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이들은 지도부도 없고, 지휘부도 없고, 다만 분산형 조직으로 끊임없이 진화하는 것 외에 할 게 없다. 이것을 아마 정치이론에서는 ‘비폭력 시민 직접행동’이라고 하는 것 같다. 때리면 맞고, 잡으면 잡혀간다는 것의 학술적 이름인가 보다.

국민을 제외한 대한민국의 모든 헌법기관은 죽었다. 80년대 방식으로 통치하는 철권 대통령의 무서움 앞에서. 그래서 헌법이 촛불 들고 직접 길거리로 나섰다는 것이 내가 지금의 상황을 보며 이해한 것이다. 나는 헌법이 법전에서 뚜벅뚜벅 걸어나와 촛불 들고 앉아 있는 것을 보았고, 교복 입은 여고생을 잡아가지 말라고 외치는 것을 보았고, 넥타이 매고 고시 철폐와 재협상을 외치는 것을 보았다. 국민소득 5000달러 시대에 만들어진 9차 개정 헌법, 그 헌법이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말하는 것을 보았다.

나는 100여명의 국민이 자진해서 체포당하고 경찰차를 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묵묵히 그들 사이에 끼어 같이 체포당하는 스물한 살 먹은 대한민국 9차 개정 헌법을 보았다. 장관고시에 밀려 경찰차에 갇힌 헌법, 그것이 우리의 헌법이다. 경찰차 안에서 숨죽여 우는 헌법을 보았다. 나는 그런 우리의 헌법이 자랑스럽다. 그래도 자꾸 눈물이 난다. 여러분도 헌법의 눈물을 보셨습니까?


우석훈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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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나는 매일 웃는다. 너무 허탈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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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프리즘> 공감하지 못하면? 죽는다!

감각이 사라지고 있다. 특별히 인간에게서 그렇다. 모든 감각이 마비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감각이 사라지고 있다. 바로 공감이다. 공감은 다른 존재의 감정·의견·주장 따위에 대해 자기도 그렇다고 느끼는 것이다. 공감이 중요한 것은 모두가 함께 느낀다는 한자 뜻처럼 더불어 사는 데 필요한 감각이기 때문이다.

인류의 선조들, 특히 우리 조상들은 공감이 발달한 이들이었다. 씨앗을 심을 때 한 곳에 두 개씩 더 심어 새와 땅벌레가 하나씩 가져가도록 했고, 흙 속에 깃들어 사는 온갖 종류의 벌레와 미생물이 다칠까 뜨거운 물은 식혀서 마당에 버리던 사람들이었다. 날짐승은 물론 땅벌레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생물들도 더불어 살아야 할 존재임을 알았던 것이다. 심지어 집을 팔고 사는 거래를 할 때 집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얘기를 주고받았다. 집이 들을까 우려해서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공감 능력을 잃었다. 닭의 살처분에서 알 수 있다. 올해 살처분된 닭은 700만 마리에 이른다고 한다. 단군 이래 이처럼 단기간에 이렇게 많은 생명이 죽임을 당한 적은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무덤덤하다. 양계 농가에 보상금을 주고 닭고기 소비를 촉구하는 캠페인이 벌어지지만 자신의 생명을 바쳐 돈을 벌게 해주는 닭에 대한 공감은 없다. 일부 전문가나 동물보호단체는 닭은 물론이고 돼지나 소 등이 쉽게 병에 걸리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좁은 공간에 많은 수를 가둬서 키우는 것을 든다. 실제 상당수의 양계장에서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높은 밀도로 닭을 키운다. 또 많은 양계장에서 밀도가 너무 높아 스트레스를 받은 닭이 서로를 쪼지 않을까 우려해 병아리 때 부리를 자른다. 병을 막기 위해 항생제를, 빨리 키우기 위해 성장촉진제를 먹인다.

공감의 상실은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사람들 대부분은 다른 대륙에서 수백만명이 굶어 죽어도 아무런 느낌이 없다. 가까운 북녘의 아이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수십년 만에 처음’이라는 수식어를 넘어 ‘기상관측 이래 처음’ 있는 기상이변이 닥쳐도 그뿐이다. 태풍이나 지진의 숫자와 강도가 해마다 증가해도 사람들은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고 이해하고 넘어간다.

미국 남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나 중국 쓰촨성에서 발생한 강진이 자신의 삶터를 덮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이는 적다. 경제성장률을 높이고 소득을 올리기 위한 ‘개발’이 수만에서 수십만명이 떼죽음 당하는 천재지변을 가져오는 데 기여한다는 것을 느끼는 이들은 더욱 적다. 5월에 한여름 더위가 찾아와도 에어컨을 켜면 그뿐이다.

지난해 11월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에서 2030년에 북극 빙하가 모두 사라진다는 발표가 나온 지 바로 한 달 뒤에 미 항공우주국(NASA)은 그보다 18년이 앞당겨진 2012년에 북극의 얼음이 다 녹을 것이라는 소름 끼치는 발표를 했다. 하지만 지구촌의 어느 나라도 긴장하지 않는다. 꿀벌이 사라지는 군집 붕괴 현상이 생물 멸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가진 이들은 적다.

이런 경고에 대해 ‘다 같이 죽을 텐데 뭐가 걱정이냐’는 말을 하는 사람을 만나면 어처구니가 없다. 길을 가다 아이들을 만나면 그저 미안하기만 하다. 인류가 물이 끓어오를 줄도 모르고 가마솥 안에서 편히 쉬고 있는 개구리와 다를 바가 무엇인가. 공감이 없으면 쓰촨성의 지진을 예측하고 빠져나온 두꺼비만 못한 동물이 된다.

권복기 노드콘텐츠팀 기자bokk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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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내가 그랬다.

이 세상이 멸망한다고 해도 나 하나 죽으면 아무 것도 알 수 없으니 그뿐이라고,

내 뒤에 줄을 이어 서 있는 아이들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내 눈으로 보지 않으면, 내 눈만 가리면 그뿐이라는 이 미련한 생각!

아침부터 일침을 가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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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26일 “청소년들이 왜곡된 역사 평가를 배우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전율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출판 기념회 축사에서 “뜻있는 이들이 현행 교과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청소년들이 잘못된 역사관을 키우는 것을 크게 걱정했는데 이제 걱정을 덜게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분단이 남한의 책임이라고 하거나 6·25를 북한의 책임이 아니라 양비론적으로 쓴 역사책으로 배운다면 청소년들이 어떤 가치관을 갖겠느냐”며 “우리 역사를 바로 세우고 선진 한국을 만드는 데 저도 여러분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는 뉴라이트 계열의 교과서포럼이 만든 책으로 △식민지 근대화론을 인정하고 △제주 4·3 사건을 좌파 세력의 반란으로 규정하며 △이승만·박정희 반공 독재체제를 긍정한 내용을 담아 논란을 일으켰다. 필진도 박효종 서울대 교수(윤리교육), 김일영 성균관대 교수(정치외교학) 등 필진 대부분이 경제·정치학 전공자들로 근·현대사 전공자들은 거의 포함되지 않았다. 이날 행사에는 대안교과서의 출판사인 도서출판 기파랑의 사장인 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 박세직 재향군인회장, 안병직 뉴라이트재단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안병훈씨는 지난해 경선 때 박 전 대표 쪽의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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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조금이라도 나은 구석이 있길 바랐는데 이게 뭐야.

책이 무슨 내용을 담은 건지 알기나 하면서 축사를 한 걸까?

차라리, 모르고 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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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 이이의 <성학집요>는 진차(進箚), 곧 임금에게 이 책을 올리는 뜻을 담은 글로 시작된다. 말하자면 헌사인데, 그런 유의 글에 흔한 아부와 찬양이 아니라 직설적인 비판과 충고다.

“임금님의 문제점을 말씀드리자면, 영특한 기질을 너무 드러내려고 하여 선한 것을 받아들이는 도량이 넓지 못하고, 쉽게 화를 내어 남을 이기기 좋아하는 사사로운 마음을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온순한 말과 겸손한 말을 하는 사람은 많이 채용하여 받아들이고, 바른말을 하고 면전에서 허물을 지적하는 사람은 반드시 임금을 거스르게 됩니다.”

“(누군가를) 편파적으로 두둔한다고 지적하면 문득 언성을 높여 도리어 편파적으로 두둔하려는 뜻을 보이십니다.”

요즘 말로 하면 독단과 독선, 코드 인사, 비판에 귀 닫는 모습 등이다. 율곡은 이는 “제왕의 도”가 아니며, 그 폐단은 “전하 때문”이라고 못박았다. 홍문관 부제학이던 마흔 살 때 쓴 글이다.

역사엔 직언하는 위인만 있는 게 아니다. 한나라 원제가 즉위 직후 저명한 학자 우공을 불러 나랏일을 물었다. 당시 현안은 외척과 환관의 전횡이었지만, 우공은 이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대신 검소하게 생활하라는 말만 했다. 본디 검소했던 원제에겐 필요 없는 충고였으니, 나름대로 능란한 처세술이다.

간의대부는 황제에게 의견을 내는 자리다. 당 고조 때 간의대부 소세장은 적군에서 투항한 사람이라 입지가 불안했다. 그는 가벼운 문제만 골라, 그것도 한참 뒤에야 ‘뒷북 치는’ 말만 했다. 웃음거리가 되긴 했어도, 나름의 생존전략이었다.

미국에서도 관리자의 70%는 회사 현안에 대해 상급자와 솔직히 이야기하기를 두려워한다는 설문조사가 있다.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당의 국정쇄신안을 제대로 전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딱한 일이다. 하긴, 그저 처세에 밝은 관리자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한겨레 5월 21일 여현호 논설위원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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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금 꼭 필요한 건 처세술에 능한 정치인이 아니라

임금님이 바른 길로 갈 수 있게 직언을 해줄 정치인 한 명인데..

율곡 이이 같은 이가 한 명이라도 MB 곁에 있어야 할 긴데,

하긴 뭐 보는 눈이 없으니 그런 인재를 어디서 뽑을 줄도 모르겠지.

아니, 뽑기도 싫겠지. 눈 닫고 귀 막고 지내기 싫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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