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에 소주 한 잔.
크..퇴근길에 정말 필요한 이걸 충족시켜주고 있을 때 '추격자'를 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잠깐은, 술을 마시고 극장에 갔을 때 알콜 기운으로 인한 체온 상승과 추운 날씨에 떨지 말라고 잔뜩 올려 놓은
실내 온도에 더워서 불쾌했던 기억이 떠오르긴 했으나 '점퍼'와 '추격자' 중 시간이 더 잘 맞는다는 이유로
'점퍼'를 선택해놓고 보는 내내 하품을 하며 지루함을 어디에 호소도 못 했던 걸 상쇄시키려는
일종의 보상심리가 겹쳐 과감하게 자리를 떨치고 일어났다.
남은 술을 급하게 들이 붓고 나선 길이라 그런지 자리에 상영시간에 임박해 들어간 극장에 앉자마자
극심한 갈증이 밀려왔지만, 그 시간에 사람들은 왜 그리도 많은지 비집고 나갔다 오기도 귀찮고
이미 컴컴해진 실내를 더듬거리며 다닐 자신도 없어 참고 있자니 금세 막이 올랐다.
그리고는 두 시간 여를 정신없이 빠져들어 보았던 영화.
근래 보았던 영화 중 최고다.
배우 이름은 이미 까먹어버렸으나, 송광호를 떠올리게 하는 작태하며 천연덕스러움, 인간다움 같은 것들이
살아 꿈틀대며 다른 배우들과 어우러짐이 완벽한 영화였다.
옥의 티라면, 그가 살인범과 죽자사자 싸우고 있을 때 갑작스레 들이닥친 경찰들이 그동안 헛물만 켜고 있다가
과연 어떤 증거를 입수해서 그 살인범이 기거하던 곳을 알았냐는 것인데,
그거야 굳이 들춰내고자 했을 때 떠오른 것이고 점수를 준다면 5점 만점에 5점이다.
능글능글 웃으며 잔인한 살인자 역할을 한 그 배우와 꼬맹이 까지도 참 맛깔스런 연기를 펼친다.
연쇄살인범이 등장하니 잔인한 면이 있는 거야 당연한 일이고, 요즘 볼 만한 영화를 찾는다면
적극 추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