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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즈데이 북
코니 윌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시간여행이란 건 상당히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내게도 이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난 어느 시대로 가고 싶을까?
키브린처럼 중세가 보고 싶을 지도 모른다.
페스트가 창궐하던 시대를 지나 조금 더 안전한 시간대로.
코니 윌리스는 상당히 상복도 많은 작가인가 보다.
휴고상과 네블러상, 로커스 상을 모두 받았단다.
약 820쪽에 달하는 이 책은 들고 다니기 버거웠는데
오늘 다 읽어버렸다. 아침 11시부터 저녁 5시까지.
밥 하느라고 뺏긴 시간, 밥 먹느라고 뺏긴 시간을 모두 제하면
5시간 정도?
내게 말을 거는 것도, 전화를 받아야 하는 것도 귀찮아서
방문에 출입금지를 붙여놓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전혀 2054년 같지 않지만 작가가 이 작품을 쓴 게 1992년이라니까
그 정도는 감수해서 읽어줘야 한다.
하지만 주인공인 키브린이 내려간 중세는 5년간의 고증을 거쳐
쓴 거라 그런지 굉장히 사실적인 묘사이다.
중세가 진짜로 이런 모습이라면 정말 가보고 싶지 않다.
게다가 너무 춥다.
더위도 끔찍할 테지만 추위도 겪어낼 것 같지 않다.
키브린이 내려간 중세와 키브린을 내려 보낸 미래사회의
옥스퍼드에서 동시에 발병이 시작된다.
오, 그리고 끔찍한 페스트와 인플루엔자의 공습으로
양쪽 사회 모두 심각한 고통을 겪는 중이다.
하필이면 늦은 점심을 먹을 때 페스트의 발생 징후인
가래톳을 자르는 광경이며 거기서 흐르는 점액질 따위의
문장 때문에 겨우 한 그릇을 다 먹을 수 있었다.
밥 먹을 때는 책 읽지 말아야 하는데..
외워서 시험을 봐야했던 세계사며 역사 따위는 굉장히 싫지만
이렇게 이야기 속에 역사가 파고 드는 건 참 매력적이다.
책을 다 덮고 나서 너무나 아쉬웠다.
이야기가 끊임없이 계속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 작가의 또 다른 작품<개는 말할 것도 없고>를
사서 들고 얼른 보고 싶은 마음을 꾸욱 누르고 있다.
서점까지 가기엔 내 몰골이 말이 아니기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서 여태껏 세수도 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