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책 + 오디오CD 3장)
미치 앨봄 지음, 강주헌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4년 3월
평점 :
절판


 

3판 77쇄까지 찍은 걸 보니 많이들 읽었다.

초판이 인쇄되던 1998년 6월 10일에 나는 뭘 하고 있었을까

벌써 5년이나 지났다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 알량하고, 웃기지도 않는 생각 때문에 이렇게

읽기가 늦춰진 것이다.

'베스트 셀러는 흥이야'

해리포터가 그랬고, 개미가 그랬다.

뒷북치기의 여왕인 셈이다.


난 너무 늦게 모리 교수를 만났다.

루게릭병을 앓아 움직이도 못하는 상태로 침대에 누워서도

고통을 겪지 않는 것처럼, 아무런 불편함이 없는 것처럼

너무도 환하게 웃던 그 얼굴.

조금만 더 일찍 만났다면 내 삶이 5년 동안 허비되는 걸 막을 수도

있었을 텐데.


'의미 있는 삶을 살려면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자신을 바쳐라.

자신을 둘러싼 지역 사회에 자신을 바쳐라.

그리고 자기에게 목적과 의미를 주는 일을 창조하는데

자신을 바쳐라.'


나를 바치는 일이라니..

오체투지의 절을 할 때를 빼곤 나를 바쳐 본 기억이 없다.

심지어 나를 위해서도 나를 온전히 바쳐 보지 못했다.

말로는 내가 하는 일이 좋다, 사랑한다. 행복한다 하면서도

막상 나를 온전히 던져보지 않은 것이다.

돈 따위는 끼여들 틈이 없을 거라던 그 교수님의 말씀이

지금 일을 하고 받는 돈이 적다고 투덜대는 내 입술에 꽂힌다.

나는 과연 의미있는 삶을 살고 있는가?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진정으로 그리워할 스승이 있었는지?

당신을 있는 그대로 귀한 존재로, 닦으면 자랑스럽게 빛날 보석으로 봐준 그런 스승이 있었는지?'

모리교수에게 마지막 강의를 들은 미치는 이렇게 묻는다.


얼른 떠오르는 얼굴 하나. 고등학교 다닐 때 내 국어 선생님이다.

1학년 때 처음 만나 졸업을 할 때까지 나의 되지도 않는 글을

읽어주시고 답장을 쓰고는 교무실에 와서 찾아가라시던

귀여운 선생님. 그리운 최영란 선생님.

뵌 지 한참이 지났다. 건강하실까?

내 얼굴을, 내 목소리를, 나 자체를 기억이나 하시려나

아니, 기억하실 것이다.

겨울이 깊어지면 한 번 찾아뵈야지. 그때는 이런 말씀을 드려야겠다.

"선생님, 곰팡이 냄새 나는 감옥에서 보낸 그 편지 기억나세요?"라고.. 그러면 선생님은 이러실 거다.

"그래. 네가 보낸 그 편지를 받고 가슴이 두근거렸었지.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끔찍이도 좋아해서 너도 거기 있는 거라고

그랬잖아."


아, 그 시절이 참 그립다.

꿈 꾸던 시절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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