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자살 여행
아르토 파실린나 지음, 김인순 옮김 / 솔출판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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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토 파실린나.

이름조차 낯선 이 작가는 핀란드 태생이다.

이 사람 뿐만 아니라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입안에서 쉽게 발음을 허락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라우노 코르펠라, 야를 하우탈라, 타랴 할투넨,

매키 바울라, 래세이쾨이넨, 텐호 우트리아이넨 등등..

 

보통은 책을 읽어가면서 작중 인물들의 이름 쯤은

자연스럽게 외워지기 마련인데 이 책은 특이하게도

(하긴, 내가 일본 작품을 처음 읽었을 때와 비슷하다만)

이름이 절대로 외워지지 않아 곤혹스러웠다.

그나마 주인공 격인 켐파이넨 대령과 헬레나 푸사리 정도는

이제 꽤 익숙해졌는데 이야기는 끝이 났다.

 

자살여행.

나도 어릴 때에는 서른 살까지만 살아야겠다고

그 나이 이후로도 살아있다면 자살을 감행하겠다고

결심했었다.

그러나 삶은 누구도 예측을 못하는 것이다.

꽤나 꼴 사나운 자살 소동이 끝이 난 후로

난, 여전히, 이렇게, 살아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사람들은 죽기를 원한다.

경제적인 이유로, 사랑에 배신을 당해서, 시험에 떨어져서

다양한 비관적인 이유들이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핀란드 사람들의 가장 고약한 적은 우울증이다..

라고 이 책의 첫머리는 시작된다.

망한 세탁소 주인인 온리 렐로넨이 자살하려고 자신의 헛간으로

다가가는 순간 헛간 안에서 목을 매려던 헤르만니 켐파이넨대령을

만나게 된다.

죽음의 순간에서 만난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지게 되고

급기야는 자살하려는 사람들을 모으자고. 그래서

 

"여럿이서 단체로 심리 치료사를 초빙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인생의 마지막 며칠을 즐기며 보낼 수 있을 지도..

가족에게 남기는 이별의 편지를 서로 보고 베끼거나

공동으로 변호사를 선임해서 유언장을 작성할 수도..

등등의 이유를 내세워 신문에 공고를 내기에 이른다.

 

이렇게 해서 모인 자살자 모임은 결국 한꺼번에

집단 자살을 하기 위한 여행으로 바뀌게 되고

호화로운 버스를 타고 다니며 자살할 장소를 물색하는 도중

자신들도 모르게 삶에 대한 애착을 지니게 된다.

몇몇의 죽음도 생겼지만

대부분 여행하면서 느꼈던 것을 바탕으로 어떠한

문제가 생겨도 의연하게 대처하면서 아주 잘 살고 있다..

라는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자살에서 실패한 이후에 온니가

" 어쨌든 우리는 아직 살아 있잖아."하는 말과

앞으로의 삶은 이를테면 선물 받은 것, 공짜로, 덤으로 받은 것이었다.

그 선물 받은 삶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었다.

라는 부분이 작가가 해주고 싶은 말이었으리라..

 

나는 아직 살아있다.

이 글을 보는 사람들도 살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선물 받은 삶을 충분히 누리면서 신나게,

마음껏 이용해야 한다.

내일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을 시작해야겠다.

아. 우선은 잠을 좀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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