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점이 10개였다면 10개 모두를 주어도 아깝지 않을 동화를 만났다. <봉쥬르, 뚜르>에서도 범상치 않은 이야기를 펼쳐 나를 놀라게 하더니 이 책 <서찰을 전하는 아이>는 또다른 매력을 지녀서 반갑고 부럽다. 1894년에 일어난 동학농민운동을 다루면서 선봉에 섰던 전봉준을 전면에 드러내지 않은 채 열세 살 보부상 아들인 아이를 앞세워 그 많은 이야기를 뭉뚱그려 말하고 있는데 두루뭉술하게 말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 안에 동학농민운동이 다 들어있다. 북한산 암자에서 노스님께 받은 서찰을 전라도에 전하러 가는 아버지. '아주 중요한 서찰이다. 한 사람을 구하고 때로는 세상을 구하는 것이다.' 는 말씀만을 남기고 수원에서 돌아가신 아버지 대신에 아이는 서찰을 전하기로 한다. 서찰에는 아이가 모르는 10개 한자가 씌어져 있고 아이는 그 내용을 알기 위해 값을 치러가면서 조심스럽게 두 글자씩 물어보는 영리함을 보인다. 북한산 암자 근처 샘에서 마신 물이 발휘한 영험함으로 노래에 약이 깃든 아이는 사람들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댓가로 잠자리를 제공받거나 옷을 받아가며 조금씩 서찰주인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드디어 서찰주인을 만난 그 자리에서 아이는 그간의 고단함과 아버지 생각에 왈칵 눈물을 흘리는데 나도 주책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역사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을 위해 그간 만화로 된 역사책을 권해줬었는데 이렇게 감동을 주는 동화로 만나는 역사이야기가 많으면 참 좋을 것 같다. '본디 배움이란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진짜 제 것이 되는 것이니라.' 한자를 알려주던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하면서 두 자에 한 냥씩 가로챌 땐 얄밉기도 했지만 사실 맞는 말이다. 이런 수고로움이라도 있어야 약올라서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는 법이다. 배움에는 그만큼 정성이 깃들여야 한다는 말과 같다. 재미있는 동화를 읽는 수고 한 번으로 역사를 훤히 알 수 있는데다 감동까지 함께 받을 수 있다면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니 영리한 아이들이여, 모두 읽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