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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컬링 (양장) - 2011 제5회 블루픽션상 수상작
최상희 지음 / 비룡소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그냥이라는 말은 뻔뻔하도록 무책임한 말이다.
하지만, 동시에 얼마나 시크하게 들리는가!
그 시크한 매력 덕분인지 요즘 무슨 일인가에 대한 이유를 물으면
그냥 이라고 답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냥교'라도 생긴 모양이다.
교주는 베일에 가려 절대로 알 수 없으니 처벌도 불가하다.
애벌레들이 그랬다지. 꼭대기로 기어오르는 이유가 뭐냐니까
얘들이 그러잖아. 나도 따라 하는 거야.
이유도 없는 따라쟁이들은 어디나 있는 거니까.
<그냥, 컬링>도 이런 이유로 내 외면을 받다가
어느 날 우연히 나도 '그냥' 사버렸다.
워낙 생소한 경기인 컬링을 어떻게 풀어갔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그냥의 뻔뻔함을 이겼기 때문이긴 하지만
나도 시크하게 그냥이라고 외쳐보련다.
아무튼 튀지 않고 적당히 묻어서 살아가려는 고등학생 차을하(일명 으랏차)는
화장실에 분노의 비질을 하다가 며루치와 산적에게 스카웃 제의를 받았다.
컬링동호회에 들어오라는 것.
컬링이라는 경기 같지도 않은 운동을 뭐하러 하냐던 을하는 점점
컬링의 매력에 빠져든다. 10월에 있는 경기에도 참가신청을 내고
산적과 며루치가 얽혀있는 야구부와 골치 아픈 일이 터져버리지만
그들은 이겨낸다.
버스 안에서 을하는 생각한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고, 전혀 중요치 않은 일이다.
그래도 우리는 하고 있다, 컬링.
(캬, 이 도치법 완전 마음에 든다.)
이 어둠 속, 혼자가 아니라서 좋다. 달려간다. 함께 하기 위해서.
아마도 그래서 하는 것이다.
컬링, 우리는 하고 있다.
스스로를 '억지로 어른인 척하고 있지만 엉망진창인 십대에 가까운 편'이라고
고백한 걸 보면 상당히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작가임에 틀림 없다.
거침없지만 거칠지 않고 유머가 살아 있는 문장들이 마음에 든다.
혼자가 아닌 함께 무언가를 하는 즐거움을 잊어버린지 오래인 아이들에게
이 책이 신선한 자극이 되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즐기는 일을 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잊어버린 어른들에게도
반성할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에게도 꿈꾸는 어린시절이 있었음을 제발 기억해내시길,
기억해냈다면 아이들을 그막 닥달하기를 바라마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