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테른베르크의 별
-김광규
밤마다 북녘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
처음에는 이름 모를 붙박이별인 줄 알았다
높은 산꼭대기에서 반짝이는 불빛
나중에는 그것이 중세의 고성인 줄 알았다
그러나 슈테른베르크 산봉우리에 올라가보니
그것은 산정에 구축한 레이더 기지였다
밤마다 하늘에서 반짝이던 별
갑자기 땅으로 떨어지고
산정에서 빛나던 고성의 불빛
꺼져버리고 말았다
차라리 가보지 않았더라면 아직도
마음속에서 반짝이며 빛나고 있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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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내가 20대 그 시절에 고집을 피워 내 멋대로 살았더라면,
만약에 내가 결혼 같은 건 하지 않고 혼자 살았더라면,
만약에 내가 게으름 피우지 않고 매일 글을 썼더라면,
만약에 내가...했었더라면
매일 이런 만약을 떠올리며 산다.
가고 싶은 길도 많았고 해보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매번 그냥 돌아서고 다른 길을 가면서 남겨 두었던 일들.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걸 알 때는 나무를 쳐다보기만 하던 그 여우처럼
'저 포도는 실 거야.' 한다.
마음 속에서나마 반짝이는 별로 남아있기를 바라기도 한다.
그게 나를 위로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살아갈수록
이 '만약에'가 쌓여만 가니 그 무게에 눌려 점점 키가 줄어들 지경이다.
절대로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이야 그렇다치고
실현가능한 일들은 '만약에 목록'에서 좀 빼야겠다.
마음 속에서 빛나던 별들을 꺼내 하늘에 올려놓을 수도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