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굽은 곡선
-정현종
내 그지없이 사랑하느니
풀 뜯고 있는 소들
풀 뜯고 있는 말들의
그 굽은 곡선!
생명의 모습
그 곡선
평화의 노다지
그 곡선
왜 그렇게 못 견디게
좋을까
그 굽은 곡선!
***
어제 과음을 한 것도 아닌데 밤새 잠을 못 자고
새벽에 두 번이나 깬 끝에 결국 항복을 하고 배를 뒤집었다.
그때 눈에 비친 건 창문 사이로 보이는 건너편 마을.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거야 늘 봐왔으니 아는 것인데
알지 못하는 사람이 처음 보는 광경이라고 해도
집들간의 거리를 짐작하게 해주는 불빛들이 눈을 찔러댔다.
옆으로 둥글게 퍼져나가는 빛 입자들이
'머리 아프니?'
'속이 쓰린 거니?'
'이렇게 해주면 낫지 않을까?'
다정하게 속삭이며 내게로 건너왔다.
둥글게 퍼지던 그 곡선의 힘이었을까?
시끄럽던 머리도 잠잠해지고
잠을 못 잔 것 치고는 상태도 괜찮은 아침을 맞았다.
나도 누구에게 '못견디게 좋은 곡선'처럼 부드럽게 대해야 할 터인데.
평생 세워둔 가시도 둥글둥글 말려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