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

 

           -정끝별

 

 

가까스로 저녁에서야

 

두 척의 배가

미끄러지듯 항구에 닻을 내린다

벗은 두 배가

나란히 누워

서로의 상처에 손을 대며

 

무사하구나 다행이야

응, 바다가 잠잠해서

 

***

 

월급 계산할 때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9시 전에 출근카드를 찍으려는

고달픈 노동자처럼 버스바퀴가 서기도 전에 후다닥 내린 아침,

송편을 만들러오라는 엄마의 부름에 친정집으로 가는 길.

 

이제는 제법 가을 냄새를 묻히면서 불어오는 바람이 반갑기도 하지만

바람이 얇은 티셔츠 입은 배를 고스란히 드러낼까 걱정이 되어

잔뜩 힘을 주고 걸어가는 약 10분간 

바람이 부는 데도 진땀이 바짝바짝 난다.

그까짓 거, 똥배 나온 것 좀 보여주면 뭐가 어때서?

흥, 나는 절대 포기 안 할 거다. 뭐!

 

"이번에는 조금만 했다. 금방 끝날 거야."

라면서도 작게 똑똑 끊어놓는 반죽이 한 가득.

노동인원이 5명이 일을 다 끝낸 게 3시 반이니

-작은 반죽을 동그랗게 만들어 소가 들어갈 구멍을 찍는 담당은 아빠,

딸 셋은 부지런히 만들고, 엄마는 만들기가 무섭게 급냉을 시키고 언 송편을 봉투에

20개씩 담는 역할까지-

점심 시간을 한 시간 제한다고 해도 꼬박 5시간 반을 일한 셈이다.

 

쪼그리고 앉아서 하는 일은 언제나 힘들다.

갓 뽑은 커피 한 잔을 들고 의자에 앉아 있으려니

나른한 피로감으로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다.

일을 다 하고 들어오는 배들처럼 기진맥진하지만

문득

'언제까지 엄마와 함께 송편을 빚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무사하구나, 다행이야

응, 엄마가 건강하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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