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
- 김소연
마음에도 두 개의 귀가 있다. 듣
는 귀와 거부하는 귀. 이 두 개의 귀
로 겨우 소음을 견디고 살아간다.
지구가 돌아가는 광폭한 소음은 듣
지 못하면서도 한밤중 냉장고가 돌
아가는 소음은 예민하게 듣는 몸의
귀처럼, 고막이 터지지 않을 정도의
소리들에만 반응하는 귀. 칭찬은 받
아들이고, 비난은 거부하는 귀. 흉
물스러운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마
음의 귀. 고운 것을 향해 넝쿨처럼
뻗어나가는 마음의 귀. 호오好惡를
각각 구별하는 귀 때문에 나는 나를
호위할 수 있지만, 그 때문에 나는
나를 안전하게 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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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쉬고 피를 돌게 하고 근육을 움직이고
신경을 건드리는 온갖 자극에 반응해야 하는 내 몸이
가끔 게으름을 부려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때
내게 찾아오는 손님이 있다.
이명(耳鳴).
청하지 않은 객이니 언제 오더라도 좋을 리가 없다.
오늘 불쑥 내게 찾아오셨길래 물었다.
"언제까지 찾아오실겁니까?"
"위이이이이이이잉."
"그게 도대체 뭐란 말이오?"
"지이이이이이이잉."
"그건 또 무슨 말이신지?"
"도오오오오오오옹."
"똥?"
나도 분명히 호오好惡를 구별할 수 있거늘
싫은 소리들은 그냥 내칠 수 있게 되려면
얼마만한 공력을 쌓아야 하는 것일까.
공중부양은 못 해도 부디 그 정도는 가르쳐줄
도사가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