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 

 

                    - 김소연

 

 

 마음에도 두 개의 귀가 있다. 듣

는 귀와 거부하는 귀. 이 두 개의 귀

로 겨우 소음을 견디고 살아간다.

지구가 돌아가는 광폭한 소음은 듣

지 못하면서도 한밤중 냉장고가 돌

아가는 소음은 예민하게 듣는 몸의

귀처럼, 고막이 터지지 않을 정도의

소리들에만 반응하는 귀. 칭찬은 받

아들이고, 비난은 거부하는 귀.

물스러운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마

음의 귀. 고운 것을 향해 넝쿨처럼

뻗어나가는 마음의 귀. 호오惡를

각각 구별하는 귀 때문에 나는 나를

호위할 수 있지만, 그 때문에 나는

나를 안전하게 가둔다.

 

 

**

숨을 쉬고 피를 돌게 하고 근육을 움직이고

신경을 건드리는 온갖 자극에 반응해야 하는 내 몸이

가끔 게으름을 부려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때

내게 찾아오는 손님이 있다.

이명(耳鳴).

 

청하지 않은 객이니 언제 오더라도 좋을 리가 없다.

오늘 불쑥 내게 찾아오셨길래 물었다.

"언제까지 찾아오실겁니까?"

"위이이이이이이잉."

"그게 도대체 뭐란 말이오?"

"지이이이이이이잉."

"그건 또 무슨 말이신지?"

"도오오오오오오옹."

"똥?"

 

나도 분명히 호오惡를 구별할 수 있거늘

싫은 소리들은 그냥 내칠 수 있게 되려면

얼마만한 공력을 쌓아야 하는 것일까.

공중부양은 못 해도 부디 그 정도는 가르쳐줄

도사가 있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