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 이성복

 

 밤하늘 하도 푸르러 선돌바위 앞에

앉아 밤새도록 빨래나 했으면 좋겠다

흰 옥양목 쳐대 빨고 나면 누런 삼베

헹구어 빨고, 가슴에 물 한번 끼얹고

하염없는 자유형으로 지하 고성소까지

왕복했으면 좋겠다 갔다 와도 또 가고

싶으면 다시 갔다 오지, 여태 살았지만

언제 살았다는 느낌 한번 들었던가

 

***

 

기운이 빠지려고 한다.

준비할 건 참 많은데 혼자 하려니 흥도 안 나고..

이럴 땐 왁자지껄 친척들이 많은 집도 부럽다.

동서들 간에 싸움이 일어나기도 한다지만

그래도 혼자 쓸쓸한 것보다는 사람 사는 맛이 나지 않을까?


빨래 같은 건 관두고 난 밤새도록 달구경하며

선들바람 부는 들판이나 거닐고 싶다.

추석이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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