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꿈에 보는
-신경림
복사꽃이 피어 있었을 거야.
장마당 앞으로 길게 강물이 흐르고 강물 위로는 안개가 피어나고.
사람들은 모이고 흩어지면서 웅성웅성 뜻 모를 말들을 주고받고
나는 덜렁덜렁 사람들 사이를 어슬렁거리면서 즐거워도 하고 슬퍼도 했지.
어디선가 물새도 울었어, 아침인데도 닭들이 홰를 치고.
나는 노새였던가, 아니면 나귀였던가.
어쩌다 꿈에 보는 이것이 내 전생일까!
나는 나무가 되는 꿈을 꾸는 일도 있다.
낮이고 밤이고 여름이고 겨울이고 바람과 눈비에 시달리면서
안타까이 그 전생의 나만을 추억하고 있는 꿈을.
조금은 거짓되기도 하고 또 조금은 위선에 빠지기도 하면서
그것이 부끄러워 괴로워도 하고 또 자못 안도도 하던 전생의,
그것이 억울하고 한스러워 밤새 잠을 이루지도 못하던
그 전생의 나만을 추억하고 있는 나무가 되는 꿈을.
어쩌다 꿈에 되는 이 이 나무가 내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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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마지막 행은 어쩌다 '꿈에 보는'이 아닐까..생각하면서 읽지만
그게 사실 '꿈에 되는'이라고 해도 별 지장은 없으니 패쓰~
이 시가 실려있는 <낙타>에는 신경림 시인의 친필사인이 들어있어서
송구스런 마음이 앞서니 조심스레 읽게 되는 시집이다.
나는 꿈을 자주 꾸는 편이라 아침자리가 뒤숭숭할 때도 참 많다.
요 며칠 죽는 꿈을 연속으로 꾸면서 꿈에서조차
"또야?"라고 느낄 정도니 강박관념이 작용한 건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내 전생이 무엇이었건 그건 상관 없다.
나는 來生에서는 사람이 되고프지 않다.
될 수만 있다면 내가 사랑하는 미류나무가 되어
땅속 깊이 묻은 다리에 힘을 주고 버티어 서서
하늘을 바라보고 바람에게 몸을 맡겨 흔들려보고 싶다.
오늘 밤 꿈에는 미류나무가 된 나를 만날 수 있으려나..